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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가사리(不可殺伊)
작가 : 비내린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름 모를 타지에서 죽고 눈을 떠보니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한 구 아니, 한 명의 시체를 둘러싼 이야기.

 
4. 고향
작성일 : 18-12-31 22:00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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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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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경애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잠도 자지 못하기 때문에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렸다. 그런 기다림 끝에 온 것은 붉게 솟아나는 새벽과 한 기의 기마병이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숨겼다. 그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말에서 내리더니 크게 소리쳤다.

  “모두 일어나시오!”

  그렇게 그는 말을 끌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크게 소리쳤다.

  “거, 뭔 일이오!”

  크지 않은 마을이라 그의 커다란 말소리는 금방 떠오르는 새벽같이 사람들을 깨웠고, 그것에 불만이 생긴 사람들도 한두 명 나와 그에게 대들었다.

  “모두 이곳을 떠나 서경으로 가시오!”

  그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불만이 아니라 당황스러움이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이가 있어 보이는, 촌장처럼 보이는 분이 나와 병사에게 말했다.

  “적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 말에 웅성웅성이 아닌 고성들이 오갔다.

  ‘홍건적이 이곳으로 온다고?’

  나도 저곳에 끼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하였다.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그들이 왜 이곳으로 오는지 말이다. 그들이 가장 먼저 노려야 할 곳은 3경 중 하나인 서경이다. 성이란 포위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단단해진다. 원나라도 빠른 속도로 국가를 넓혔다 들었다. 그러니 그들도 서경을 된다면 개경까지도 빠르게 진격해야 했다. 내가 알고 상식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경이 아니라 동쪽으로 향한다. 물론 일부의 병력일 수도 있다.

  “10만 대군이라는 건가….”

  아직 10만이라는 숫자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짐작이 될 거 같기도 했다. 선봉, 본대, 후발대 중 선봉으로 개경을 치면서 다른 곳까지 넘볼만한 크기라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절로 저었다. 빨리 경애와 헤아를 데리고 이곳을 떠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홍건적이 이곳으로 오는 것입니까.”

  그때 누군가 내 질문을 대신 던져줬다. 다는 돌아가려던 발을 잠시 잡고 그곳에서 얘기를 귀 기울였다.

  “홍건적이 아닙니다. 강시입니다. 여러분은 포로가 아니라 바로 사살당할 겁니다.”

  아까의 웅성거림이 충분히 고성이라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더 이상 목소리가 커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또 그러지 않았다. 이번엔 누군가 큰 목소리가 아니라 비명을 지르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강시라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지만, 주변이 시끄러운 덕분에 내 목소리는 그냥 묻혀버렸다. 아니, 근데 왜 여기서 강시가 튀어나온 것인가. 지금 피난민이 있는 이유가 나 때문인가.

  전에 스님들에게 당한 강시도 내 책임인 거 같았다. 그래서 그 녀석이 스님들에게 달려갔을 땐 솔직히 기뻤다. 하지만 지금 다시 강시들이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국경에서가 아니라 이곳까지 들이닥친 것이다.

  “얼마나 많다는 거지?”

  분명 내가 국경을 넘으려 했을 때도 그곳에 얼핏 스님이 보였던 거 같았다. 즉, 국경에도 스님들이 계셨는데 그것을 강제로 뚫고 들어온 것이다. 나는 더욱 다급해졌다. 이곳에서 더 이상 정보를 모으거나 할 겨를이 없었다. 빨리 둘을 데리고 도망쳐야 했다. 나는 주막으로 달려갔다.

  “헤아야. 헤아야.”

  “흐으음. 왜요오.”

  처음 만났을 때는 나한테 안겨 잤을 때 그 살짝의 흔들림 만으로도 깨곤 했는데 이제는 저 큰 전령의 목소리에도 깨지 않게 되었다. 나는 헤아의 비몽사몽 한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빨리 가자.”

  “안돼요오.”

  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불을 꼭 껴안았다.

  “이건 나중에 평생 껴안게 해주마.”

  “으으음.”

  헤아는 그 말에 나와 이불을 번갈아 보며 고민하는 듯하였지만, 곧 이불을 놓고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그 팔 속으로 들어가 헤아를 껴안고 안아 올렸다.

  “약속했어요.”

  헤아는 이불이 아쉬운지 계속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래. 알았다.”

  나는 그렇게 얼버무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뭐에요. 이게?”

  해가 뜨긴 했지만, 아침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벌써 짐을 싸고 피난을 가는 것이 보였다.

  헤아는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잠이 달아난 듯했다.

  “봤지? 지금 자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그 말에 헤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진짜 무슨 일이에요.”

  “고려에 쳐들어왔던 적이 홍건적이 아니었어. 강시였어.”

  그 말에 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이 아니잖아요. 홍건적이 아니라 강시인 거랑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게 무슨 상관인데요.”

  “강시가 이곳으로 오고 있데.”

  “왜요?”

  헤아가 나에게 물어봤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 행동에 헤아가 골똘하게 생각하는 듯 눈까지 감고서 인상을 찌푸려 봤지만 결국 포기한 거 같았다.

  “모르겠어요….”

  “그래. 걔네 생각을 우리가 어떻게 알까.”

  시체를 가지고 병기로 사용하는 인간들이다. 우리들의 평범한 머리로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었다.

  “근데 우린 어디로 가요?”

  헤아의 말처럼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서경으로 향하지 않았다. 산속으로 올라갔다.

  “경애 데리러.”

  그 말에 헤아의 표정이 약간 굳어진 거 같았다.

  “어디 있는지는 알아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만 두고갈 순 없어.”

  “그건 그렇긴 하지만.”

  여기에 둔다면 분명 죽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디에 있든 빨리 그녀를 찾아내고 도망쳐야 했다. 기병이 빠르게 도착했다면 시간이 조금이지만 존재하긴 할 것이다. 그러닌 그 안에 찾아야 했다.

  “내려주세요. 이제 걸을 수 있어요.”

  헤아는 나에게 매달린 채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돼. 경애를 찾을 때까지만 그러고 있어.”

  헤아는 내 말에 몸에 힘을 푼 듯 나에게 몸을 맏겼다.

  “뭐 그러지요. 그러면 빨리 찾아요.”

  “그래.”

  그렇게 말하고 나는 이제 걷는 것이 아니라 산을 달리기 시작했다.

 

  “전방 5리 앞에 강시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정찰병으로 먼저 앞으로 나간 승병이 돌아와 적의 위치를 말해주었다.

  “5리라.”

  멀진 않다. 곧 마주칠 것이다.

  “하아.”

  공저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이 나왔다.

  따라잡으려 할 때는 따라잡는 것이 문제였다. 혹시 그 전에 다른 마을이 먼저 발견되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따라잡고 나니 이것은 이대로 문제였다.

  ‘우리로 무얼 한단 말인가.’

  항마군뿐만 아니었다. 다른 군과도 함께해서 그들의 진격을 늦추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항마군만으로 저들을 막아야 했다. 아니, 솔직히 막지 않아도 될 수 있다. 공저는 그곳에 희망을 걸기로 했다.

  “주변에 마을은?”

  “지도상엔 없습니다.”

  그 말에 공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군.”

  하지만 그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공저스님.”

  강시들보다 더 앞으로 나아간 정찰병이 돌아왔고,

  “앞에 마을 하나가 피난을 떠나고 있습니다. 강시들의 방향이 곧장 그 마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마….”

  “젠장.”

  요즘 입이 거칠어졌지만, 그것에 대한 뭐라 할 사람들은 없었다. 아마 그들도 같은 생각일 테니 말이다.

  “빠르게 이동합니다.”

  “예!”

 

  나는 서쪽을 바라보았다. 해가 뜨는 곳의 반대편. 같은 존재끼리 끌리는 것일까 아니면 강시라는 말에 느낄 수 있을까. 나와 비슷한 존재들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검은색의 무언가가 밀려드는 느낌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헤아는 아무것도 못 느끼는 듯 내 품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더 빠르게 발을 놀렸다.

  “이 아줌마는 어디 있는 거야.”

  내 속마음을 헤아가 대신 말해주었다. 아줌마라는 부분만 빼고 말이다.

 

  거대한 죽음이 느껴졌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죽은 자는 산 자를 동경한다. 왜냐하면, 자신도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죽었고, 의식이 있다. 혼(魂)은 없지만 백(魄)이 남아 혼을 그리워하며 혼이 있는 살아있는 자들의 동경이 결국엔 증오로 바뀌게 된다. 그런 그들의 폭주를 막고 있는 것은 작디작은 방울 소리밖에 없다. 그들은 매우 위험하다. 강시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한 자들이 강시를 몰고 있으니 자신을 좀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안다. 회천회의 수뇌부는 전부 죽었으니 말이다. 나도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만일 내가 한(韓)족이 아니라 한(漢)족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원나라는 최고의 기회에 아주 빠르게 들이닥쳤다.

  “으으.”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공보가 엄습해오기 때문이었다.

  “빨리…. 빨리 끝마쳐야 해.”

  솔직히 말하면 준비는 모두 끝난 상태였다. 이제 그들을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원래 다 끝내고 돌아보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그녀는 완벽을 위해 그 부분을 끊임없이 손봤다. 그녀의 작전의 끝을 위해서 말이다.

  이 작전이 실행되는 지금 아마 그동안 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죄책감도 포기했다. 이미 자신은 수천, 수만 명을 죽인 자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미리 그들이 도망친다면 아마 저들은 의심하고 이곳에 안 올지도 모른다.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그녀는 항마군을 믿었고 말이다. 공저의 위명은 들었고, 그가 직접 항마군을 이끈다 하였을 때 안심했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고, 그녀는 이곳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죽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대신에 강시를 데리고 갈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가까워진 강시들의 기운에 밀려 사라져버린 그의 기운과 향기가 마지막으로 느껴졌던 곳이었다. 아마 그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자유로이 살 것이다. 그가 살육에 미쳐있거나 했다면 그도 함께 데려갔겠지만, 그는 다행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헤아…. 라고 했던가.”

  아마 그녀의 도움도 크지 않았나 생각해보았다. 좋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나 별 탈 없이 살고 있었다. 아마 그대로 살아간다면 그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살 수 있으리라. 상처도 다 나을 테고 말이다.

  “아, 그것을 말해줄 걸 그랬나?”

  그녀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만일 그것을 말해줬다면 상황이 더 꼬였을 것이다. 지금 그대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슬슬 왔나.”

  죽음 속에 청량한 맑은 기운들이 섞여 있었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기운들이. 그녀는 그 기운들을 응원했다. 마침 그들이 강시들을 유인하고 있는 곳도 이곳이었다.

  그녀는 하던 일을 끝내고 몸을 일으켰다.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있고, 밤새 잠을 못 일었는지 많이 피로해 보였지만 얼굴만은 어린아이처럼 해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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