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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귀
작가 : 연수희
작품등록일 : 2018.12.31

‘홍귀’라고 들어봤는가? 사람의 붉은 피를 거죽처럼 몸에 흠뻑 뒤집어쓰고 다닌다 하여 붙여진 어느 악귀의 이름이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자 붉은 악귀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붉은 피를 흠뻑 뒤집어쓴 악귀의 모습을 두고 ‘홍귀(紅鬼, 붉은 악귀)’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그게 바로 붉은 악귀, ‘홍귀’다.

500년 만에 다시 세상 밖에 나온 홍귀, 홍귀를 쫓는 여인 연.

복수를 꿈꾸는 여자와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

 
10. 숨겨진 본심
작성일 : 18-12-31 21:02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1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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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취!”

 

  연이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기침을 하자 유오가 곧바로 따뜻한 차를 따라 연에게 건넸다. 그의 얼굴에 걱정과 근심이 한 가득 끼어있었다.

 

  연은 그런 그에게 괜찮다고 빙긋 웃어 보였다.

 

  “고마워.”

 

  차를 한 모금 마신 그녀는 감탄했다.

 

  “오, 역시 잘 사는 집이라 그런지 차 맛이 일품이다. 꼭 보들보들한 구름과 값비싼 금을 갈아 넣은 것 같아.”

 

  “왜 빗속에 있었던 거야?”

 

  유오가 대뜸 물었다.

 

  어제, 손 태부와의 대화가 끝나고 곧장 밖을 나온 유오는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문 앞에 서 있던 연이 사라졌다.

 

  어디 가지 말고 여기에만 있으라고 분명 말했는데. 내 말을 안 들을 애가 아닌데.

 

  나서서 드넓은 저택을 돌아다니려는 유오를 영서가 말렸다. 이런 일은 아랫사람에게 시키면 된다고.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연과 관련된 일에 있어 이 저택의 인간을 신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연은 자신의 손으로 찾아야한다.

 

  유오는 영서가 건네준 우산을 든 채 발 빠르게 저택 안을 뒤졌고, 그의 옆을 영서가 따랐다. 영서는 잠시도 유오 곁에서 떨어지기 싫어했다.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해도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윽고 비가 내리는 저택의 조그만 뒤뜰 중앙에 덩그러니 서 있는 연을 발견했다.

 

  유오는 경악하고 말았다.

 

  추위 속에서 비를 맞고 있었던 탓에 연의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얼굴 또한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이상하게도 뺨 한쪽이 조금 부풀어있었다. 누군가에게 맞은 듯했다. 곧바로 누구 짓인지 알았다.

 

  유오는 바로 옆에 있는 영서를 보았지만 영서는 천연덕스럽게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유오를 더 경악하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연이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헐렁한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우산에 새겨진 문양이 손 가의 것이었다.

 

  금테로 감싸진 손잡이. 주인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영호英豪.

 

  “누가 너보고 거기 서 있으라고 시켰어?”

 

  유오가 다시 진중히 물었지만 연은 차를 후루룩 마시며 그릇에 놓인 당과자만 아득아득 씹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유오가 포기하지 않고 말없이 계속 빤히 쳐다보자 결국 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몇 번을 말해. 그냥 저택 구경하다가 길을 잃은 거래도.”

 

  유오가 눈빛을 가라앉혀도 연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유오가 살짝 고개를 꺾어 방 한구석에 놓인 우산과 겉옷을 보았다. 저것들은 아직도 주인을 못 찾아가고 있다. 연이 저 겉옷을 직접 손으로 빨아 방안에 걸어놓았다.

 

  마르지 않은 녀석의 옷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유오의 신경을 건드린다. 바닥이 축축하게 더러워지고 있었다.

 

  “혹시 손 영호가 또 너를 끌고ㅡ.”

 

  “아니야.”

 

  당과자를 먹다 말고 연이 딱 잘라 말했다.

 

  “큰 도련님은 우연히 날 발견하시고 우산이랑 겉옷을 빌려주신 것뿐이야. 내 잘못이야. 유오 말대로 그냥 가만히 문 앞에 서 있어야 했는데.”

 

  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촌년이 그렇지, 뭐.”

 

  “그럼 영서가 그런 거야?”

 

  “아닌데?”

 

  그의 추궁에 연은 태연스레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평소 유들유들하고 순한 유오의 눈빛이 무척이나 예리하게 돌변했다.

 

  “영서구나.”

 

  연이 깜짝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과자만 가득 물고 있자 유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연은 그만 덜컥 사례가 걸려 컥컥 댔다. 유오가 다시 차를 따라 주었다.

 

  “천천히 마셔.”

 

  연의 등을 유오가 다정하게 쓸어주었다.

 

  속이 가라앉자 연이 얼른 유오를 보았으나 이미 유오의 표정은 영서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왜 영서 아가씨라고 생각하는 거야?”

 

  물론 영서가 맞지만.

 

  “뻔하지. 이 집안에서 너한테 그런 얼토당토 않는 괴롭힘을 할 사람은 영서뿐이니까. 다른 노비들이야 터부시를 한다고 해도 널 이렇게 막 대하진 못해. 내가 있으니까.”

 

  “아….”

 

  유오가 지긋이 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넌 거짓말하면 티가 나.”

 

  “내가?”

 

  “그래, 묘하게 얼굴표정이 어색해져. 들킬까 전전긍긍.”

 

  유오의 얼굴이 심각하다. 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영서 아가씨한테 뭐라 할 생각인 건 아니지? 그러지마. 겨우 열여덟 살이야.”

 

  “열여덟이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야.”

 

  “유오.”

 

  연이 그의 팔에 손을 얹고 달래는 투로 말하자 그가 눈을 감았다. 그대로 그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그가 마지못해 답했다.

 

  그래, 영서를 추궁하고 화냈다간 그 불똥이 또 연에게 튈 것이다. 영서가 가만있을 리 없으며, 애당초 영서본인이 안 그랬다고 시침 뗄 가능성이 크다.

 

  영서는 자기 자신에게 흠이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사람이다. 완벽을 향한 병적인 강박증이 있다. 그런 영서가 가뜩이나 싫어하는 연 때문에 약혼자에게서 쓴 소리를 듣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할지는 뻔했다.

 

  허나 이대로 두고 볼 수도 없는 일.

 

  유오는 눈을 뜨고 연과 시선을 맞추었다. 연은 여전히 걱정 어린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진짜 뭐라 안 할 테니까.”

 

  미소 띤 얼굴로 말하자 연이 그제야 안도했다.

 

  유오가 연에게 당과자를 집어 건네주었다. 연이 그것을 맛있게 받아먹었다.

 

  아작아작 과자를 씹는 연의 볼을 유오가 흡족한 얼굴로 보았다. 요 며칠 새 비가 그칠 생각을 안 한다. 게다가 지금 현재 머무르는 곳은 손 씨 가문의 저택.

 

  어두운 하늘과 끊임없이 내리는 빗줄기, 숨 막히도록 불편하고 긴장되는 화려한 저택, 그 속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홍귀가 나온다는 불길한 소문이 도는 이곳.

 

  연의 눈 밑이 거뭇하게 그늘져있다. 그리고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악몽을 꾸고 있겠지. 아주 생생한….

 

  둘만이 있는 그 소박한 집이라면 밤새 그림자놀이나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연의 불면증을 달래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은 눈과 귀가 궁궐보다도 더 많은 손 가의 저택이었다.

 

  행동처신을 똑바로 해야 한다. 지금도 연에게 오고 싶은 걸 꾹 참고 참다가 겨우 짬을 내 온 것이었다.

 

  그래, 둘만이 있을 때가….

 

  “그러고 보니 유오, 피곤하지 않아? 밤새 번을 섰잖아.”

 

  “응?”

 

  갑자기 연이 말을 걸어 유오는 조금 놀랐다. 곧바로 항상 짓던 미소를 얼굴에 띠었다.

 

  “괜찮아.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뭘.”

 

  “하지만 비도 오는데…. 고뿔이라도 걸리겠어.”

 

  “고뿔은 네가 걸렸지, 네가.”

 

  유오가 연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아무 생각 말고 방에서 푹 쉬고 있어.”

 

  “그런데 왠지 눈치 보인단 말이지.”

 

  연이 방안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이렇게 넓고 좋은 방에서 맛난 밥을 삼시세끼 꼬박꼬박 얻어먹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 왠지 죄 짓는 느낌이야. 으으, 일하고 싶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유오는 연의 손을 보았다. 고생한 손이다. 돌처럼 거칠거칠한데다 여기저기 자잘하게 긁힌 상처도 많았다. 하도 손을 많이 써 그 작은 손 뼈마디마디가 굵게 도드라져있다.

 

  특히나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단단하게 박혀버린 굳은살이 유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오랫동안 활을 쥔 사람의 손이었다.

 

  더 이상 그 손이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유오가 몸을 바삐 움직일수록 연은 미안함과 부담감에 짓눌렸다. 그럼 연은 자신의 몸을 더 혹사시키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고난의 고리 같군. 우리는 언제까지 서로에게 미안해할까. 유오는 그리 생각했다.

 

  “쉴 땐 쉬어. 아무것도 할 생각 마.”

 

  그 고생한 작은 손을 꼭 잡아주고픈 순간의 충동을 유오는 간신히 참아냈다.

 

  이곳은 손 가의 저택, 행동처신을 똑바로 해야 한다.

 

  “…알았어. 유오도 경호 서다가 힘들면 그냥 못하겠다고 태부어르신께 말해. 설마 미래의 사위를 냉정하게 대하시겠어?”

 

  “괜찮아, 힘들지 않아. 그냥 서 있기만 하는 걸.”

 

  연에게는 손 씨 가문의 저택에 나타난 홍귀의 정체가 그저 붉은 혼례복을 걸치고 나타난 괴한이라고만 일러두었다. 손 씨 가문의 적대세력 중 하나인 신진세력의 암살자인 것 같으며, 그 탓에 별채를 지키던 호위 하나가 죽은 것이라고.

 

  「붉은 혼례복을 걸친 까닭은 홍귀 짓이라고 꾸며낼 생각으로 그랬던 것 같아. 누구의 소행인지 감추려고.」

 

  「홍귀 짓이라고 생각하게…?」

 

  「그래. 하지만 소문 때문에 저택의 사람들이 모두 홍귀 짓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어서 손 태부가 무척이나 곤란한 모양이야. 저택의 사기가 많이 죽었어. 그래서 혼례가 무사히 끝날 때까지만 나도 이 저택의 호위를 서게 됐어. 걱정하지 마. 나만 호위를 서는 게 아니니까. 왕족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저들도 섣불리 흉인을 보내지는 않을 거야.」

 

  그러고 나서 쐐기를 박듯 유오는 말했다.

 

  「이 저택에 홍귀는 없어.」

 

  그렇게 거짓말을 했을 때, 연은 말없이 유오를 응시하다가 이내 “괜찮겠어? 무리하지 마”라고만 할 뿐,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내가 연을 알 듯, 연도 나를 안다.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어.

 

  손 씨 가문에 관해 끊임없이 도는 불길한 소문을, 연이 모를 리 없다.

 

  잇달아 계속해서 흉한 죽음을 당하는 신부들. 모두 똑같이 미쳐 죽어버렸다.

 

  그게 과연 모두 우연일까? 사람의 짓이라곤 생각할 수 없어.

 

  연은 누구보다 홍귀를 증오하고 만나기를 바라는 사람. 그런데도 유오의 거짓말에 속아주고 있다는 건, 다름 아닌 자기 자신보다 유오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었다.

 

  유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있는 한, 연은 홍귀에게 복수할 생각 따위 꿈도 꾸지 못하리라. 계속 내 곁에 머무를 거야.

 

  이기적인 욕심과 그녀의 안위를 바라는 진심이 내면에서 충돌했다. 너의 본심은 뭐야?

 

  “유오, 그러고 보니까 말이야.”

 

  연이 입을 열었다. 유오는 그녀를 따뜻하게 응시했다.

 

  “응? 뭔데?”

 

  “세 번째 신부 봤어?”

 

  유오가 잠깐 머리를 갸웃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신부를 못 보지. 신부는 오직 신랑만이 볼 수 있고, 신랑도 혼례식 날이 되어서야 볼 수 있으니까.”

 

  “그래?”

 

  연이 차를 또 한 모금 마셨다. 유오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건 왜?”

 

  “아니, 이상한 얘길 들어서.”

 

  순간 유오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이상한 얘기? 홍귀와 관련된 것일까?

 

  “세 번째 신부가 될 여자가 이전에 죽었던 신부들과 똑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대.”

 

  “뭐?”

 

  유오의 눈이 커졌다.

 

  “부엌간에서 우연히 사람들이 떠드는 걸 들었는데, 세 번째 신부가 밤마다 경기를 일으키듯이 울고불고 난리래. 비명도 지르고…. 그 바람에 아래 사용인들이 여간 힘든 게 아니라나봐. 우는 소리가 태부어르신 귀에 들어갔다간 크게 혼날 테니까.”

 

  밤마다 울고불고.

 

  어쩌면 매일 밤마다 홍귀가 자신이 있는 별채에 조금씩 다가온다는 것을 안 세 번째 신부가 공포에 질려 그런 것일까.

 

  유오는 손 태부의 명령을 받고 지난밤에 경호를 섰지만 홍귀는 나타나지 않았다. 붉은색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어둠과 빗줄기만이 있었다.

 

  저택의 바닥은 하인들이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뿌린 소금으로 뒤범벅되어있었다. 구석구석에도 놓인 붉은 팥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홍귀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손 태부는 “군 마마가 무서워 피하나 봅니다!”하고 웃었지만 내심 홍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에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그 늙은이는 홍귀의 피와 살을 진심으로 갈망하고 있었다.

 

  손 태부는 하인들을 시켜 바닥의 소금과 팥을 모두 치우라 명령했다.

 

  그런 손 태부에 대한 혐오와 무시 속에서 유오는 무언가 큰 것이 다가올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근본 없는 예감이지만, 왠지 정확하게 가슴을 관통했다.

 

  “…단순히 혼례 전에 마음이 혼란스러운 거겠지.”

 

  유오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런 걸까? 그런데 신부가 자꾸 이상한 말을 한대.”

 

  “무슨 말?”

 

  “이럴 바엔 차라리 귀신에게 잡혀가는 게 나아… 라고.”

 

  유오가 충격에 휩싸인 얼굴을 했다. 곧바로 표정을 풀었지만 마음이 요동쳤다.

 

  “세 번째 신부 말이야, 이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유오도 알다시피 손 가는 워낙 권위적이고 폐쇄적이고 또 가문의 사람들 역시….”

 

  연은 이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유오는 빙긋 웃었다.

 

  “별일 없을 거야. 장차 손 가의 맏며느리이자 안주인이 될 여자니 그게 마음에 큰 부담이 됐을 거야. 손 가의 안주인은 외명부의 수장이나 마찬가지니까. 압박감이 심한데다가 원래 집이 그리웠던 거겠지. 너무 맘 쓰지 마, 연아.”

 

  “그래, 알았어.”

 

  연도 그를 따라 웃었다.

 

  “그나저나 유오, 왕족과 귀족들의 혼례는 참 이상해. 어떻게 평생의 반려가 될 사람의 얼굴을 혼례식 당일에만 볼 수 있지? 아무리 정략이라지만 적어도 부부가 되기 전에 미리미리 서로 얼굴도 트고 대화도 나누어야 되는 거 아니야? 전혀 교감이 없잖아.”

 

  신분이 높은 자들은 처음 보는 생판 남과 정략적으로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일종의 정치의 연장선인 것이다.

 

  혼례를 치르기 전에 두 남녀가 단 한번이라도 사사로이 만나면, 여자가 무척이나 가볍고 방정맞다고 소문나기 일쑤였다.

 

  그러니 여자 쪽 집안에선 혼례를 치르기로 결정이 되면 일단 딸을 꽁꽁 싸 방안에 가둬놓았다.

 

  연은 그게 맘에 들지 않았다. 이해도 되지 않았다. 뭐 그런 개똥만도 못한 게 다 있나? 개똥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 대단한 손 태부의 딸인 영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유롭지 못했다.

 

  하늘을 찌르는 아비의 권세 덕에 아직 혼례를 치루지 않았음에도 약혼자인 유오를 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단둘이서 만나는 것은 절대 금지였다. 반드시 아비인 손 태부가 자리에 함께 동반되어야만 했다.

 

  만나는 횟수도 제한되었다. 유오가 정해진 시간에 손 태부에게 인사를 하러 올 때마다 영서는 먼발치서 그를 바라보거나 손 태부의 허락 하에 아주 잠깐 보는 게 다였다.

 

  그나마 유국에서 혼인 전의 남녀가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는 서신을 서로 주고받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대리자를 써 편지를 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거 뭐 동네 똥개도 이렇게는 짝짓기 안 한다.”

 

  세 번째 신부의 병적인 불안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고 연은 덧붙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유오는 그래도 영서 아가씨랑 조금 친해서 다행이야. 적어도 서로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잖아.”

 

  유오의 미소가 물에 잠긴 것처럼 먹먹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서 아가씨도 이 세상에서 널 제일 멋있고 근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너는?”

 

  “응?”

 

  느닷없이 유오가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뭐가?”

 

  “너도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근사하다고 생각해?”

 

  잠깐 정적이 스쳤다.

 

  “뭐야, 뜬금없이!”

 

  장난인 줄 알고 웃었지만 그의 표정이 한없이 진지해 연의 웃음이 사그라졌다. 어?

 

  톡톡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그득한 침묵 속에서 그가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문밖에서 기척이 느껴져 유오가 그곳을 예리한 눈빛으로 보았다.

 

  “무슨 일인가.”

 

  문밖에 서 있던 하인은 아직 고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왔음을 눈치 챈 유오에게 깜짝 놀랐다.

 

  “아… 군 마마, 태부어르신께서 잠시 보자고 하십니다.”

 

  “알겠네.”

 

  유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오를 올려다보았다.

 

  “왜 또 부르는 걸까?”

 

  “글쎄, 별일 아닐 거야. 금방 다녀올게.”

 

  유오는 평소처럼 웃어보였다.

 

  그는 방을 나서기 전, 다시 방 한구석에 놓인 우산과 겉옷을 보았다.

 

  그것들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연에게 물었다.

 

  “저거, 내가 돌려줄까?”

 

  연도 유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잠깐의 고민 끝에 연은 유오에게 말했다.

 

  “그냥 이 저택의 사람에게 돌려달라고 부탁할게. 너도 큰 도련님 보기 껄끄럽잖아.”

 

  “…….”

 

  “괜찮아, 유오.”

 

  연은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두어 번 그의 팔을 톡톡 다독여주었다. 그러자 그가 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결국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연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고생한 사람의 손이었다.

 

  풍파에 깎인 바위처럼 거칠고 단단하고 그의 커다란 손이 연의 손을 꼭 잡았다. 연도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았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손만 잡고 있었다.

 

  빗소리가 주는 공포와 불안은, 이렇게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옅어졌다. 유오는 심장이 꼭 손에 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그녀의 손안에서 따뜻하게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잠시 후, 서로의 손이 떨어졌다.

 

  유오가 연의 이마에 제 머리를 꿍하고 가볍게 부딪쳤다. 시선이 아주 가깝게 맞닿았다.

 

  “푹 쉬고 있어. 내일 아침에 또 올게.”

 

  “나보다 영서 아가씨한테….”

 

  “걱정 마. 영서도… 잘 챙길 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문을 열고 나갔다. 연은 한참을 문 앞에 서서 유오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연은 중얼거렸다.

 

  “…혹시나 해서 떠봤는데 정말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구나, 유오.”

 

  부엌간에서 세 번째 신부가 일으키는 병적인 불안감과 우울증에 대해 듣고 곧장 ‘홍귀’가 떠올랐다. 저택의 사람들도 모두 불길하게 쑥덕댔다. ‘홍귀 탓이야. 홍귀가 신부를 미치게 했어!’하고.

 

  유오도 아마 내가 그의 거짓말을 눈치 챘다는 걸 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깊은 막막함이 가슴을 덮었다.

 

 

 

 *

 

 

 

  “이보게.”

 

  유오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저택의 복도를 걷고 있는 몸종하나를 불렀다. 몸종이 황급히 달려와 절을 하려고 하자 유오는 손을 내저었다.

 

  “하나만 묻지. 손 가의 장자는 어디에 있는가?”

 

  그 물음에 몸종이 멈칫했다. 모시는 집안의 주인에 대해 섣불리 입을 열어선 안 된다. 그랬다가는 큰 화를 입기 십상이다.

 

  “걱정 말게. 내 노비가 저 끝 방에 있는데 손 가의 장자가 또다시 내 노비에게 손을 댈까 염려되어 묻는 것이니.”

 

  유오가 몸종을 달래었다.

 

  “그런 것이라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호 도련님께선 몸이 편찮으셔서 방안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못하십니다. 태부어르신께서 그리 명도 내리셨고요.”

 

  “그래?”

 

  재차 묻자 몸종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예.”

 

  유오는 몸종을 물렸다. 듣고 싶던 대답을 들었음에도 유오는 왠지 불안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때 손 태부의 명령으로 유오를 모시러 온 하인이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마마, 빨리 태부어르신께 가셔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지면에서 떨어진 발이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손 가의 장자는 본래 몸과 정신이 허약한 남자였다. 근래에 들어 그 상태가 더욱 심각해져 혼례에 차질이 생길까 모두의 우려를 빚고 있다고.

 

  유오의 눈치를 살피며 힐끔힐끔 연을 훔쳐보던 놈의 눈빛이 유오는 소름끼치도록 싫었다. 그 음습한 눈동자는 보기만 해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 놈은 연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부디 그대로 집안이 정해준 네놈의 길만 걸어라.”

 

  “네?”

 

  유오의 혼잣말에 앞서 걷던 하인이 되물었다. 유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무것도 아닐세.”

 

  뒷짐을 쥐고 걷는 그의 양손에 꾹 힘이 들어갔다. 힘줄이 굵게 튀어나올 정도로.

 

 

 

 *

 

 

 

  유오가 나간 뒤, 연은 화덕에 주전자를 올려 식어버린 차를 다시 뜨끈하게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

 

  너무 작아 잘못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했다. 뭐지? 빗소린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도 깊은 잠에 들긴 글렀다.

 

  다시 차를 끓이는데 또 톡톡 소리가 또 들렸다.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빗소리가 아니라 문에서 난 소리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에 다가간 연은 창호지너머로 커다란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보았다. 남자의 몸집이다. 하지만 유오가 아니다.

 

  문 너머의 남자는 문을 두드린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연은 조용히 그 그림자를 보았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옷과 우산은 제가 가져다 드릴 텐데요.”

 

  그의 그림자가 움찔 몸을 떨었다.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선 그는 용기를 내 연에게 물었다.

 

  “…잠깐, 들어가도 돼?”

 

  연은 잠시 고민했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문의 고리를 풀고 잡아당기자 찬바람과 빗소리가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 탓에 등골이 서늘해진 연은 잠시 눈을 꼭 감았다. 찬바람을 막아주려는 듯 그가 얼른 열린 문틈사이로 섰다.

 

  연은 고개를 올렸다. 눈앞에 영호가 서 있다.

 

  “들어갈게.”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 집인데도 크게 긴장하고 미안해하고 있었다. 들어오기를 머뭇대다가 연이 옆으로 몸을 비껴주자 쭈뼛쭈뼛 겨우 안에 들어왔다.

 

  그의 양손에는 보자기로 싼 자그마한 꾸러미가 있었다. 천 사이로 흘러나오는 냄새를 맡고 그게 무엇인지 연은 바로 알아챘다.

 

  기름에 튀긴 다음 설탕을 듬뿍 묻힌 당과자.

 

  연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였다. 방금까지도 유오와 함께 먹었던 것.

 

  방안으로 조심조심 들어온 그는 이미 탁상 위에 놓인 당과자를 보고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연이 아이를 어르는 투로 그에게 말했다.

 

  “당과자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죠.”

 

  그 말에 그가 아이처럼 설핏 웃었다. 정말 희미한 미소지만 그 속에 진심이 깃들어있었다.

 

  그 진심어린 미소가 그의 창백한 얼굴을 더욱 아파보이게 했다.

 

 

 

 *

 

 

 

  “부르셨습니까, 태부.”

 

  “예, 앉으시지요.”

 

  손 태부가 의자를 가리켰다. 유오는 바로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의자에 앉자마자 유오가 물었다.

 

  “허허, 차 한 모금 마실 생각 안 하시고 본론부터 물으시는군요. 이 늙은이랑 잠시도 함께 있기 싫은가봅니다?”

 

  유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유오를 손 태부가 빤히 응시하다가 본론을 꺼내었다.

 

  “뭐, 농은 여기서 그치고. 실은 저택의 호위들이 하나둘 일을 관두고 있습니다.”

 

  역시, 하고 유오는 생각했다. 홍귀가 나돌고 있다는 저택, 심지어 사람하나가 비가 쏟아지는 어두운 밤에 숨졌다.

 

  단 하루 지냈을 뿐이지만, 남녀 할 것 없이 저택의 인간들 모두 공포에 질린 눈동자를 하고 있는 것을 유오는 알아챘다. 다들 숨 쉬는 것도 긴장하고 있었다.

 

  이곳에 계속 있고 싶어 할 리가 없다. 평생 쥐어보지도 못할 재물을 준다고 해도 죽으면 하등 소용없다. 저택의 인간들이 하나둘 나가겠다고 말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애당초 손 태부가 그들을 인정으로 보살핀 것도 아니니 서운하다 말할 것도 없었다.

 

  “다 하나같이 나약해빠져선! 요즘 젊은 것들은 패기가 없고 오로지 급급한 욕심만 있어 참으로 걱정입니다.”

 

  손 태부가 눈살을 구기며 말했다.

 

  당신은 안전한 곳에서 보호만 받기에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거야. 유오는 속으로 읊조렸다.

 

  “방을 붙여 새로이 호위를 뽑는다고 했지만 도저히 사람이 와야 말이지요.”

 

  “오지 않을 듯합니다. 이곳에 홍귀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이미 도성에 쫙 퍼졌습니다.”

 

  사람의 입이란 것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래서 천것들이란….”

 

  손 태부가 잠시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서는 경멸 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유오를 응시했다.

 

  “영호의 혼례준비 때문에 일손도 너무나 부족한데 사람까지 좀처럼 구해지지 않아 참으로 난감합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봉급으로 금 5전을 내어준다 했습니다.”

 

  “그렇군요.”

 

  금 5전. 평민이 일생 만져보지 못할 액수지만 그것도 목숨 값으로 치기엔 너무나 헐값이다.

 

  “사람이 왔습니까?”

 

  “액수를 늘리니 사람이 그나마 조금 왔는데, 다들 영 마땅치가 않습니다. 가볍고 약하고 패기가 없어요. 그런데 딱 한명 맘에 드는 놈이 들어왔습니다.”

 

  “누굽니까?”

 

  손 태부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수염을 쓸었다.

 

  “떠돌아다니는 객이라고 하던데, 행색이 참 비루하고 묘한 냉기가 흐르는 사내입니다.”

 

  “저택 안에 들일 자는 출신이 확실한 자를 고르십시오.”

 

  “예,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만, 이상하게 자꾸 무시할 수가 없어서…. 아무래도 무예가 출중하고 심성이 곧으신 마마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자를 보시고 어떤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맘을 정했군. 손 태부의 눈빛이 번득이고 있었다.

 

  이미 맘을 정했으면서 자신의 결단이 옳았으리라는 확신을 얻고 싶을 때 손 태부는 부러 주위에 저런 귀찮은 질문을 하곤 했다. 이럴 때 눈치 없는 녀석 하나가 손 태부의 결단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 그 놈은 그날로 유국 땅에서 발을 붙이고 살기가 힘들다.

 

  참으로 번거롭고 속 좁은 노인이 아닐 수 없다.

 

  “그자는 어디 있습니까.”

 

  손 태부가 기다렸다는 듯 문을 향해 들어오라고 말하자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유오는 그 남자를 본 순간 굳었다.

 

  검은 삿갓을 쓴 남자가 유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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