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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이샤하스 제국 1권 ; 아이린 황비 폐하
작가 : Hella
작품등록일 : 2018.12.10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태자, 카우라 카이샤하스.
안하무인 독불장군인 그는 사실 남몰래 사랑하던 기억속 소녀가 있었다.

자그마한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그 소녀였다는거...?

아니, 저기요, 아버지. 계급장 다 떼고 얘기해 봅시다.
당장이라도 아버지 멱살잡고 패륜을 저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에 한껏 비뚤어졌지만, 어느새에 그는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이건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카이샤하스 제국 황궁에 여러분을 꼬셔서 데려가기위한 달콤한 첫걸음이에요.....ㅎ

정치물과 전쟁물에 로맨스 두방울 뿌려 봤습니다. 심심해보여서 브로맨스도 한스푼 넣었고요, 오만사람들을 다 끌어모아 얽어놓는 바람에 등장인물 많습니다.

난 코난같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읽어주는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꿈이 좀 커요ㅎ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막;정상회담_17화
작성일 : 18-12-31 20:42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10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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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렌스는 아이린의 방 문 앞에 아침 댓바람부터 풀메이크업을 하고 기다리던 [지아나]의 여인들을 한껏 찌푸린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그는 아무리 좋은 얼굴을 하려 해도 도저히 그럴 재간이 나질 않았다. 지난 밤, 그는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간밤에 대단한 악몽을 꾼 그는 오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자리에 없는 아이린을 (또!) 찾아 헤맸다. 다행히 그녀가 본인의 방으로 간 것을 안 시종들이 신속히 황제를 안내했지만, 아이린의 옆에 누워 있는 인영을 발견한 그는 순간 눈이 뒤집혀서 약 칠십 여년 만에 '오밤중에 시체 만들기'라는 대단한 일을 저지를 뻔 했다.

 

  그 인영이 테디였다니. 열 살이면 어린 나이도 아니건만. 아니, 아홉 살인가? 어찌되었건 말이다.

 

  아이린은 무슨 꿈을 꾼 건지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고, 그녀가 정신을 차리는 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로렌스는 그녀가 잠에서 깨길 인내심 있게 기다려서 그녀와 함께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고자 하였으나 황비는 그의 말을 거절했다.

 

  황자가 얼마 전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곧잘 잠에서 깨기 때문에 안심시켜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황제는 그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거, 그냥 아무나 옆에 눕혀 놓고 같이 자라고 하면 되잖아?

 

  그의 말에 아이린은 누가 봐도 억장이 무너져 내릴 슬픈 얼굴로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로렌스는 그녀의 속상한 표정을 보고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 그녀의 의견에 아무런 토도 달지 못했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던 황제는 황비의 침대에서 황비와, -생각지도 못했던-황자와 함께 동침하게 되었는데, 큰 문제가 있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악몽을 꾸며 끙끙거리는 테디였다.

 

  로렌스는 아이린 이외의 사람이 소리를 내면 그 깊던 잠도 금방금방 깼다. 그는 테디가 칭얼거리거나 숨을 몰아쉬기만 해도 절로 눈이 떠졌다.

 

  결국, 오밤중에 울며 깨어난 테디 덕에 오늘 아침의 잔뜩 찌푸린 얼굴이 완성된 것이었다.

 

  "이렇게 일찍?"

  "절대자 카이샤하스의 은총을 받으신 황제 폐하께 [지아나]의 국왕과 그의 공작들이 인사 올립니다."

 

  세리피가 정중히 인사하자 그녀 뒤에 있던 아모이와 니타스도 함께 인사했다. 로렌스는 귀찮은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아이린이라면 기다리게. 침의를 갈아입는다 하였으니."

  "상관없지 않나요? 여잔데."

 

  아모이의 말에 로렌스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런가? 상관없나?

 

  로렌스가 고민 중이라는 걸 재빠르게 캐치한 니타스가 거들었다.

 

  "게다가, 파티션도 있잖아요."

  "맞아요. 가려서 보이지 않을 텐데. 황비 폐하만 괜찮으시면 들어가 있고 싶어요."

 

  여인들이 한껏 간절한 눈빛을 쏘아댔다. 그래봤자 로렌스에겐 씨알도 안 먹힐 일이었지만, 로렌스는 어제 아이린을 친근하게 대해주었던 [지아나] 여인들에게 꽤 큰 호감을 갖고 있던 터였다.

 

  하긴, 아무리 종속국이라 해도 국왕에 공작씩이나 되는 사람들을 문밖에 세워 놓긴 좀 그랬다. 잠시 턱을 문지른 로렌스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기다려 봐."

 

  로렌스는 뒤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 막 파티션 안으로 들어가려던 아이린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로렌스? 빨리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렇긴 한데, 지금 문 밖에 [지아나]의 여자들이-."

  "폐하!"

 

  차마 로렌스를 앞질러 쳐들어가진 못하고 고개만 들이민 아모이가 황홀한 얼굴로 소리쳤다.

 

  "폐하, 보고 싶었어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아모이의 외침에 아이린이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제도 봤잖아요! 그것도 저녁 먹기 직전까지! 아이린이 반가운 얼굴로 여인들을 맞았다.

 

  "침의 차림이라 미안하지만, 일단 들어와요."

  "여기, 차를 내 와."

 

  로렌스의 명령에 아이린의 옷시중을 들던 시녀들 중 일부가 티 테이블을 차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아모이는 황비의 침실에 들어온 자신이 마치 '황비의 최측근'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모이와 니타스는 곧바로 아이린에게 다가갔고, 아이린은 반가운 마음에 화사하게 웃으며 그녀들의 손을 하나씩 붙잡았다. 그 순간 여공작들은 자신들이 평생 잠들 자리는 이곳인가 싶었다.

 

  <[지아나]의 여공작들, 황비의 침실에 영원히 잠들다>

 

  삶의 마지막이 무려 아이린의 침실이라니, 정말 쓸모 있는 삶이었구나!

 

  여공작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아이린에게 이끌려 황비의 시녀가 들고 있던 드레스를 구경했다. 일어나신 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는데 정말 화사하시네요! 화장품은 뭘 쓰세요? 아니, 화장품을 안 쓰신다고요?! 아이린은 밝은 여공작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철이 없어 죄송합니다."

 

  세리피가 로렌스에게 조용히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모이가 대뜸 황비의 방에 머리를 들이밀었을 땐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여공작의 뒷덜미라도 잡아당길 뻔했던 세리피는 아이린의 머뭇거림 없는 환대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후에 주의 주도록 하겠습니다."

 

  세리피는 로렌스에게 한 소리 들을 각오를 다졌으나 의외로 그의 대답은 무겁지 않았다.

 

  "아이린이 좋아하니 됐네."

 

  세리피는 그의 부드러운 어투에 적잖이 놀라긴 했지만 이미 그의 말엔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긴 느낌이었다. 그는 세리피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롯이, 아이린만을 담아내고 있었다.

 

  오늘 새벽 댓바람부터 아이린의 방 앞에 있던 세리피와 여공작들은 그녀의 방 안에 황제가 함께 있으며, 뿐만 아니라 그녀가 배 아파 낳지도 않은 막내 황자가 같이 자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들었다.

 

  황비의 방에서 나오던 황자가 방 문 앞에 떡하니 서 있는 여인 세 명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란. '저렇게 어린 남자아이가 황비의 시중을 들지는 않을 것이니 저 아이는 필시 황자일 것이다.'라고 추론한 [지아나]의 여인들이 공손히 인사를 올리자, 테디는 도대체 뭘 보고 나온 건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급히 자리를 떴다.

 

  한참 후, 간단한 식사와 세안을 마친 로렌스가 나올 때 까지, 아모이와 니타스는 어린 황자를 데리고 자는 아이린의 하해와 같은 마음씨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아이린."

 

  로렌스가 다른 때엔 절대 들을 수 없을 법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린을 불렀다. 아이린은 밝은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네."

  "다녀올게."

 

  로렌스가 자신에게 다가온 아이린을 꼭 끌어안더니 그녀의 뽀얀 이마에 진한 키스를 남겼다. 아이린이 웃으며 그를 마주 끌어안아주었다.

 

  "다녀오세요."

  "그럼."

 

  평소와 같은 차가운 얼굴로 [지아나]의 여인들을 돌아본 황제는 그녀들이 깊이 상체를 숙여보이자 아이린에게 다시 한 번 꿀 떨어지는 표정을 지어보이곤 돌아섰다. 어쩜 저렇게 사람 표정이 빈대떡 뒤집듯 바뀔 수가 있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황제가 방을 나서자마자 [지아나]의 여공작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아이린에게 달려들었다. 머리단장은 제가 해 드릴게요, 장신구는 제가 골라 드릴게요. 그 옷 이리 주세요. 저, 제국 복식사 공부한 적 있어요.

 

  세리피가 흥분에 가득 찬 여공작들을 진정시킨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녀들은 자신들을 열심히 말리던 세리피에게 결국 된통 혼이 난 뒤에야 티 테이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는데, 몸만 거기 앉아 있지, 마음은 완전히 콩밭에 가 있었다.

 

  아이린이 들어가 있는 파티션을 들여다보지 못해서 안달 난 얼굴로 아이린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흘끔거렸다.

 

  세리피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목소리를 낮추고 꾸중했다.

 

  "아모이. 아까 함부로 고개를 들이민 것도 잘못했잖니."

  "읏, 죄송해요."

 

  아모이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니타스도 파티션을 돌아보는 것을 그만두고 시선을 내렸다.

 

  "자꾸 예의 없이 군다면 앞으로 황비 폐하를 알현할 때 안 데리고 올 거야."

  "아아, 전하, 제발요."

 

  아모이는 세리피의 대단한 협박에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호소했다.

 

  "앞으로 안 그럴게요."

  "황비 폐하께서 원하시기 전까지 함부로 만지지도 말고. 무례한 일이란다."

  "죄송합니다."

  "저도요. 죄송해요."

 

  옆에서 괜히 같이 혼난 것 같은 니타스도 웅얼거리며 덧붙였다. 세리피는 잠시 엄했던 얼굴을 평온하게 바꾸고 찻잔을 들어올렸다.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황비 폐하께서 더 좋아하시지."

  "물론이죠, 정말 잘 할 자신 있어요!"

 

  아모이가 다시 눈을 반짝였다. 니타스도 결의에 찬 눈빛으로 밤새 [지아나]에 돌아가면 어떤 선물을 사서 보낼지 생각한 리스트를 주르륵 읊어댔다.

 

  "전하, 카시안 조개는 어때요? 지난달에 하나 잡히지 않았어요? 그거 아직 경매 안 나왔잖아요."

 

  니타스가 신이 나서 물었다. 카시안 조개는 1년에 겨우 두어 개 잡히는 아주 귀한 조개였다. 그나마도 일정 크기보다 작은 것은 다시 놓아주기 때문에 몇 해에 하나 겨우 건지는 만큼 굉장히 귀한 대접을 받았다. 카시안 조개는 진 푸른색의 껍데기 안에 푸른 보석을 품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중에서도 안에 품고 있는 보석이 진 푸른색을 띨수록 고가였다.

 

  니타스의 말에 아모이가 티 테이블로 상체를 가까이했다.

 

  "맞아요! 작년 말에 잡힌 것 보다 훨씬 크다고 들었는데, 제가 사람 좀 풀어서 언제 경매 나오나 알아볼까요?"

 

  세리피도 솔깃하긴 마찬가지였다. 루픽광장에서 보았던 보석 산호는 부잣집이라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은 갖고 있었다. 물론 그 빛깔이 남다르거나 큰 것일수록 고가라지만, 남들 다 가진 흔한 장식품보다 '조개의 여신'으로 불리는 카시안 조개가 더욱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잠시 고민에 잠겼던 세리피가 물었다.

 

  "그거, 껍데기는 깐 거니?"

  "아니요, 아직 안 깐 걸로 알아요."

 

  그래? 그러면 그 안에 어떤 색의 보석이 있는지 모르네. 세리피가 잠시 고민에 빠져있을 때, 니타스가 말했다.

 

  "아모이, 우리 보석 산호도 알아보자. 솔직히 그 작은 것 하나에 사백만 이로는 좀 심했지."

  "제 말이요. 사백만 이로면 한 백만 이로 더 보태서 보석 산호 군집을 살 수 있을 텐데."

  "맞아. 솔직히 보석 산호는 군집이 예쁘지."

  "저희 어머니 지인 분들 중에 보석 산호 감정하시는 분이 있거든요. 제가 어머니께 여쭤볼게요."

  "와, 진짜 좋은 생각이다. 최고 좋은 걸로."

  "당연하죠. 황비 폐하 드릴 건데 당연히 최고 좋은 걸로 사야죠."

 

  아모이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피는 그저 흐뭇한 얼굴로 그녀들이 하는 대화를 지켜보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옷을 갈아입은 아이린이 파티션에서 걸어 나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이린의 말에 [지아나]의 여인들은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냐며 당장에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렸다.

 

  "실례 무릅쓰고 일찍 온 저희 잘못인걸요."

  "맞아요. 이렇게 이른 시간에 와서 무척 죄송했지만, 저흰 정말 밤새 황비 폐하를 다시 뵙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아모이가 울상으로 아양을 떨었다. 아모이의 직설적인 언사가 염려된 세리피는 초조한 눈빛을 애써 숨기고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이린은 전혀 개의치 않은 얼굴이었다.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별궁과 본궁은 거리도 먼데."

 

  아이린이 티 테이블로 다가와 앉자 세리피와 아모이, 니타스도 따라 앉았다. 세리피는 잠시 아이린의 안색을 살폈다. 세안만 겨우 하였다던데, 정말이지 한 점 부족한 곳이 없는 해사한 얼굴이었다.

 

  "밤새 평안하셨는지요."

 

  세리피가 정중히 묻자 아이린이 맑게 웃어보였다.

 

  "네, 정말 잘 잤어요."

  "황제 폐하께서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던데……."

  "아, 로렌스는 황자님 때문에 잘 자지 못했어요. 황자님이 계속 악몽에 시달려서 자는 내내 앓는 소리를 냈거든요."

 

  아이린이 죄 진 사람마냥 침울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실은, 얼마 전에 황자님께서 크게 다칠 뻔 했었거든요. 그래서 잠을 잘 못 잔다기에, 로렌스에게 같이 자자고 했어요."

 

  황제가 잠을 잘 자지 못한 것이 마치 자신이 억지를 부린 탓인 것 마냥 안타까워하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세리피가 더욱 안타까워하는 얼굴로 그녀를 위로했다.

 

  "이런, 걱정되셨겠네요."

  "잠귀가 밝아서 불편했나 봐요. 황자님이 정말 그렇게 밤새 악몽을 꿀 줄은 몰랐거든요."

 

  그럴 줄 알았으면 로렌스에게 혼자 방에서 자라고 하는 거였는데. 아이린의 울적한 목소리에 [지아나]의 여인들이 하나같이 속상한 얼굴을 했다.

 

  "평소에 자던 곳이 아니라서 그런 것 아닌가요?"

 

  니타스가 조심스럽게 물었으나 아이린은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글쎄요. 전 평소에 로렌스의 방에서 잠들지만 오늘 아주 행복한 꿈을 꿨는걸요."

  "……네?"

 

  세리피가 멍하니 되묻자 아이린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음? 왜 그러세요?"

  "황비 폐하께선 아주 행복한 꿈을 꾸셨다고요?"

  "네. 아, 그러고 보니 로렌스, 그 이도 자기의 방에서 잠들었는데 안 좋은 꿈을 꾸고 깼다고 했어요."

 

  오늘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려는 걸까요? 아이린이 침울하게 묻는 와중에 세리피의 얼굴이 굳어갔다. 그녀가 설마, 하는 마음에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 폐하, 어제 [스웰]의 국왕 전하를 만나셨습니까?"

  "네?"

 

  잠시 그 예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던 아이린이 아! 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그, 금빛으로 반짝이던 그 분이요?"

 

  세리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아이린이 그녀의 변화무쌍한 낯빛을 보고는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세리피는 높으신 분 앞에서 차마 표정관리가 안 되는 점이 굉장히 송구스러웠다.

 

  "얘들아."

 

  세리피가 굳은 얼굴로 낮게 읊조렸다. 그녀의 말에 아모이와 니타스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 가져와라."

  "제가 다녀올게요."

 

  니타스가 충직하게 대답하며 신고 있던 힐을 벗었다. 그녀는 놀란 아이린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금방 다녀올게요, 폐하."

 

  니타스는 더 이상의 설명 없이 맨발로 걸어 나가 방을 나섰다. 영문을 몰라 당황해하는 아이린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말 금방 올 거예요, 걱정 마세요."

 

  니타스는 방문을 닫았고, 아모이는 곧바로 걷혀 있던 커튼을 모두 쳤다. 방이 점점 어두워질수록, 아이린은 슬슬 영문 모를 이 상황이 두려워지고 있었다.

 

  "폐하."

 

  세리피가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그녀의 길쭉한 손이 아이린의 작은 손을 감쌌다.

 

  "폐하, 지금부터 제 물음에 확실히 답해 주셔야 해요."

 

  세리피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아이린은 그녀의 단호한 눈빛을 보고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으나 여전히 떨리는 눈빛은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온전히 내보여주고 있었다.

 

  "뉴를 만났을 때, 그가 폐하께 어떻게 했죠?"

  "그, 인사를 하고……."

 

  아이린이 웅얼거리며 시선을 내렸다. 세리피는 아이린의 손등을 감싼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아이린이 조심스럽게 세리피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아이린에게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줄 수 있게 무던히도 노력했다.

 

  "손등에, 키스를 했어요……."

  "어느 손에요?"

  "이쪽 손이요."

 

  아이린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세리피가 그녀의 오른손을 마주 잡았다. 양 손을 그녀에게 붙잡힌 아이린은 이제 영락없이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혹시, 그 새-가, 아니라. [스웰]의 국왕이 '행복한 꿈' 따위를 선물한다, 어쩐다, 라는 말을 하였나요?"

  "네, 그랬어요."

 

  아이린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피는 입술안쪽을 깨물었다. 이런, 망나니 같은 놈을 봤나. 세리피는 아이린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안 그랬다간 당장에 욕부터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너무나 잘 아는 레퍼토리를 물었다.

 

  "그러고 이마를 건드렸지요?"

  "네, 그리고……."

 

  그리고? 세리피가 눈썹을 치켜떴다. 그리고 더 뭐가 있었어? 아이린이 머뭇거리면 머뭇거릴수록, 세리피의 마음 속 표정은 점점 험악해져갔다.

 

  "힘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면서 이마에 키스를 하셨어요."

 

  와, 이런. 뺨 쳐 맞을 놈을 봤나. 세리피는 '로렌스가 알았다면 곧바로 소멸 당했을 짓이었다.'에 자신의 양쪽 발목을 걸 수 있었다. 아니, 그 무엇을 걸어도 세리피는 잃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모이."

  "예, 폐하."

  "내가 다녀 올 테니까-."

 

  세리피가 말하던 중간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밖에선 니타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저예요, 니타스."~

 

  "들어와요."

 

  아이린의 말에 니타스는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엄청난 바람에 휘날린 것처럼 엉망이었는데, 그녀는 그런 것 따위 지금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 듯 곧바로 세리피에게 다가갔다.

 

  "가져왔어요."

  "니타스?"

 

  아이린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니타스는 작은 천주머니를 세리피에게 넘기고 급히 머리를 정리했다.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송구합니다. 급하게 다녀오느라고요."

  "지금, 별궁에 다녀오신 거예요?"

 

  아이린은 스스로가 믿을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개인 물품을 가지러 본궁의 응접실 같은 곳을 다녀오지는 않았을 터. 그녀가 다녀올만한 곳은 별궁뿐이었다.

 

  "네, 정말 금방 왔죠?"

 

 니타스는 굉장히 해맑게 대답했다. 금방 머리칼을 정리한 그녀는 아까 벗어두었던 힐을 도로 신었다.

 

  아이린은 아무렇지 않아하는 니타스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별궁이라 함은, 본궁으로부터 걸어서 왕복 30분쯤 걸리는 곳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멀리까지……."

  "폐하, 말씀 올릴 것이 있습니다."

 

  세리피가 딱딱한 목소리로 부르자 그녀를 돌아본 아이린은 겁먹은 얼굴로 가만히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폐하, 송구하옵니다만 몽마들이 선물하는 '행복한 꿈'은 단순히 꿈을 선물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

 

  아이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그러면, 뭘 선물하는 건데요?

 

  너무나 순수한 아이린의 눈빛을 마주한 세리피의 머릿속에 '역시나'라는 생각이 가득 찼다. 아이린은 아무것도 모르고 뉴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그 놈이 먼저 허락도 없이 옥체에 손을 댔겠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세리피가 얕은 한숨을 내쉬고 자세를 바로 했다.

 

  "몽마들이 선물하는 것은 '행복한 꿈'이 아니라, '행복한 꿈을 꾸는 힘'입니다. 그 말은, 다른 이의 행복한 꿈을 꿀 힘을 흡수해 자신이 행복한 꿈을 꾸게 된다는 것이죠."

 

  세리피의 설명에 아이린은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이린은 급히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세리피가 차분히 덧붙였다.

 

  "본래 그 힘만 선물하였다면 저희가 가진 약초로 힘을 지울 수 있지만 그 힘을 눌러 담는 '페르펙티오'는 저희로서도 방법이 없습니다. 뉴를 불러내야 해요."

 

  아이린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러면 뉴님을 불러서-."

  "다행히 그 정신 나간-, 이 아니라. [스웰]의 국왕이 폐하의 몸에 표식을 남겨두었으니 그걸로 부르면 됩니다. 폐하의 손등에 남은 이 표식."

 

  세리피가 검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들어 아이린의 손등에 올렸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핑크색 자국이 빛나고 있었다. 아이린이 놀란 얼굴로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이 표식은 몽마와 다른 사람을 이어주는 일종의 '점찍기'입니다. 황비 폐하가 어디에 있든, 그가 당신을 따라 올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것은 검지와 중지 사이로만 보였다. 세리피는 몽마마다 표식을 알아보는 방법이 다르지만 뉴는 단순하고 걱정 없는 놈이기 때문에 이렇게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표식을 통해 뉴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폐하, 절 따라하세요."

 

  세리피는 충격 먹은 아이린이 잘 따라할 수 있도록 천천히 읊어주었다.

 

  "뉴, 라롸, 당신이, 필요해요."

  "뉴, 라롸……. 당신이 필요해요."

  "내, 옆으로, 와 줘요."

  "……내 옆으로 와 줘요."

 

  아이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오른쪽 손등에서 핑크빛이 터져 나왔다. 회오리치던 핑크빛은 동그랗게 모여 한 번 강하게 빛나더니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등장한 남자.

 

  "폐하, 부르셨습니-."

 

  나긋나긋하게 인사를 하던 뉴는 상체를 들다 말고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세리피와 눈이 마주쳐서 웃는 얼굴 그대로 얼어붙었다.

 

  "어……, 음. 당신이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여기에 와 있을 거라곤-."

  "야."

 

  세리피가 곧바로 달려들어 뉴의 멱살을 잡아 비틀었다.

 

  "저기, 세리피-."

  "'페르펙티오'를 찍어? 감히? 다른 분도 아니고 아이린 황비 폐하께?"

  "세, 세리피-?"

  "너무 오래 살아서 슬슬 죽고 싶나?"

 

  세리피가 잇새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완벽하게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뉴는 순간 어제 있었던 자신의 언사에 엄청난 후회가 밀려들었다. '황제 폐하께 비밀'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비밀'이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세리피!"

 

  아이린이 급히 일어나 소리치자 세리피가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자신이 아이린 황비 폐하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세리피는 열심히 이성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잔뜩 구겨진 뉴의 옷깃을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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