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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문제적 직업군이 이 세계 조커입니다!
작가 : SIMBA
작품등록일 : 2018.12.31

돌아갈 것인가, 남을 것인가.

2056년, 멀고도 가까운 미래. 가상의 단계를 넘어선 Five senses 완벽 구현 브레인 카피 시스템 기반 온라인 게임의 운영자 재욱은 예상치 못한 버그로 인해 이 세계에 소환된다.

재욱은 플레이 중이던 문제적 직업 저격수 '코자(코리안 자이예프)'로 이 세계 모험을 시작하지만, 원래 세계의 재욱과 완벽한 도플 갱어 '얀 베르너'를 만나게 되는데.........

도대체 이 세계와 현실은 어떤 연관이 있기에???

이 세계의 로만 제국은 유일신 우니카에 대항하는 타천사 니스로크에게 패배하고, 30개의 크고 작은 왕국으로 나눠져, 전국시대에 돌입한 상태.

300년 전, 대전투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위협이 코자의 등장으로 다시 시작된다.

과연 그를 이 세계에 소환한 것은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은 이 세계의 구원인가 파멸인가?

오직 '푸른 숲의 마녀'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QUEST.4 - TRICK
작성일 : 18-12-31 18:30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10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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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자는 꿈을 꿨다.

 

 AI에 잠식된 현실 세계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껴서 그랬을까.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고도의 문명 세계를 경험할 수 있지만, 재욱과 같이 온라인 세계, 목표에 빠진 삶이란 문 밖을 나서는 건 귀찮은 일에 불가했으니까.

 

 꿈속에서조차, 가상 세계 속의 삶을 보내고 있었다.

 

 캐릭터가 코리안 자이예프였는지 김재욱 자신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인트로 속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고 있단 사실이다.

 

 뒤돌아보니 여성 캐릭터가 서있었다.

 

 외형은 자신의 스타일 대로 바꿀 수 있었기에, 그 캐릭터가 진짜 여자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캐릭터에서 느껴진 시선만큼은, 게이이든 진짜 여자이든 이성이 보내는 시그널임은 확실했다.

 

 게임 구상에 대한 이야기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다가 뜬금없이 그녀가 물어왔다.

 

 “너에 대해 알고 싶어.”

 

 “난 방금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하는데?”

 

 “농담하는 거지?”

 

 “난 더 이상 얘기할 게 없어.”

 

 “실망이네.”

 

 “갑자기?”

 

 로그아웃을 해버렸는지, 그녀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시시하긴.”

 

 갑자기 강제 종료됐을 때의 부작용처럼, 깊은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 소리를 지르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영겁의 고통이 밀려왔다.

 

 그리고 눈을 떴다.

 

 ‘왜 확인해보지 않은 거지.’

 

 욕조가 있는 곳에 커튼이 쳐져 있었지만, 코자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몸을 일으켰을 때, 잔 다르크 갑옷이 벽면에 걸린 것도 못 본체, 황급히 내달렸다.

 

 그저 커튼 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목소리까지 전혀 달랐을 텐데 왜 눈치 못 챘던 거야.’

 

 아직까지 실감되지 않았다.

 

 “난!”

 

 그리고 이 과정 동안 내었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커튼을 다시 쳤다.

 

 조셉은 빼도 박도 못할 남자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상식이 파괴된 게 아니라면, 분명 뒤 태에서도 감추지 못할 봉긋한 동산과, 새하얀 속살을 본 듯했다.

 

 조셉은 선비같이 고지식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여느 귀족들과 다를 바 없이 응큼한 구석도 있었군.

 

 호기심에, 옆면으로 까치발을 하고 다가가, 살짝 고개만 빼꼼했을 때,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소리 때문에 듣지 못했던 건지, 머리를 감고 있는데만 집중하고 있는 조셉을 발견했다.

 

 분명 여유증 따위의 스케일이 아니란 것도.........

 

 호다닥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눈을 감은 코자였다.

 

 조셉은 붕대를 꽉 조여매고, 옷매무새를 다잡았다.

 

 가장 먼저 코자의 상태부터 살폈는데 떨어져 있는 수건을 주워 물에 적시다가, 코피를 흘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상태가 악화되신 건가?”

 

 고르곤이 가져왔던 작은 보따리 속을 탈탈 털어 그릇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코자는 일어날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슬쩍 눈을 떠 조셉의 모습을 바라봤는데, 무지에서 깨어난 시선으로 그가 아닌 그녀임을 확신했다.

 

 가슴팍에 손을 올린 지금 자신의 육체도.

 

 코자는 분명 여자 캐릭터이다. 근데 왜 난 남자라고만 생각했지? 보들레르가 조셉이 여자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그의 태도가 어느 정도 수긍되는 것이고, 조셉이 왜 자신의 방에서 지내게 했는지도 말이다.

 

 ‘그래, 지금 모습은 코자가 확실해, 이곳 사람들이 큰 게 아니라, 내 몸이 작았던 거야. 조셉 당신은 도대체........ 갑옷 핏도 여캐 뺨치게 좋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는데. 뭐야, 그럼 비록 코자 몸으로 꼬박 하루 동안 여자랑 같이 방을 쓴 거야?’

 

 조셉은 혀를 차며 다시 한 번 코피를 닦아주고, 찻숟가락에 약물을 떠 코자의 입에 흘려 넣었다.

 

 ‘무신경한 여자 같으니 이건 너무 뜨겁다고!’

 

 너무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나, 순간 둘은 박치기를 할 뻔했다.

 

 “알라디보르 약초로 차를 만들어봤는데, 이렇게나 효력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코자는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조셉은 나를 신의 사자로 알고 있으니, 아는 척을 해볼까. 아니지, 괜히 일을 만들어서 또 어떤 큰일에 빠져들지 모를 일이다. 목숨이 두 개라도 모자라.

 

 “그거 다행이네요.”

 

 어색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이제 안심하고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구원자님도 여력이 되실 때, 광장으로 나와 주세요. 모두들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네.”

 

 최악이다. 단답형 대답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문이 열리고 닫히며 그녀의 발걸음 소리까지 확인했다.

 

 정적이 찾아왔다. 물소리만 똑똑 떨어져, 그것만으로도 최면에 빠질 것 같이 고요했다.

 

 퀘스트 창을 확인했더니, 어느새 갱신되어, ‘얀 베르너와 함께 아큐렉스를 처치하시오.’로 변경되어있었다.

 

 불길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조셉은 방을 나가고 들어온 사람이 없는데, 바로 두발 치 너머의 식탁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곧 흘러나온 쩝쩝 거리는 소리에 코자는 몸을 일으켜 소음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

 

 순간 심장이 멎을 뻔했다.

 

 식탁에 앉아 그녀가 먹다 남긴 수프와 빵을 먹고 있는 건 타록이었으니까.

 

 허겁지겁 M39를 꺼내고 있는 코자를 향해 타록이 여유롭게 손을 휘휘 저었다.

 

 “진정해. 네를 해할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그랬을 테니까.”

 

 식은 수프였지만, 그걸 떠먹는 타록의 얼굴은 보통 인간처럼 핏기가 돌아 보였다.

 

 “그리운 맛이야.”

 

 제국의 검사였다면, 높은 신분이었던 건가? 코자는 딱딱하게 생긴 빵을 나이프로 고풍스럽게 잘라먹는 모습에 그런 생각을 했다.

 

 “무슨 꿍꿍이야. 난 네 부대를 박살 낸 장본인이지 않나?”

 

 타록이 호탕하게 웃었다. 발각될 까 봐, 도리어 코자가 조마조마 해질 정도의 큰 웃음.

 

 “박살, 장본인, 정말 환상적인 자기애적 표현이야. 그래, 내가 너라면 도망갔을 거야. 그래서 상이라도 줘?”

 

 “혹시, 나에게 스카웃 제의를 하러 온 거라면, 그냥 돌아가. 네 같은 놈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10초라도 더 살았다간 목숨이 남아나질 않을 거 같으니까.”

 

 “스카웃?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제의를 하러 온 것은 맞아. 이대로 내 말을 듣지도 않겠다는 둥 무례하게 군다면, 당장 난 술에 취한 저놈들을 일격에 몰살시킬 수도 있어. 네도 알겠지만 난 전장에서 한 번도 칼을 뽑아든 적이 없지.”

 

 타록이 등짝으로 손을 가져가자, 코자도 재빨리 사격자세를 취했다.

 

 “소용없단 걸 알 텐데?”

 

 “그건 맞아 봐야 알겠지.”

 

 “아니 난 그걸 말하는 게 아니야. 그 옆에 쇳 뭉치를 잡아당겨야 그걸 쏠 수 있지 않나? 내가 본 게 잘못되진 않았을 거거든. 물론 조그만 쇳덩이들도 집어넣어야겠고. 내가 직접 해줘?”

 

 타록이 조롱하듯 말했다.

 

 이자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도 확인했으니, 코자도 M39를 도로 집어넣고 식탁 맞은편에 앉아 얼굴을 맞댔다.

 

 “검만 잘 다루는 게 아니군.”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발칙한 아가씨.”

 

 “아가씨?”

 

 “분명 너한테서 느껴지는 기운은 여자인데? 유부녀라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가? 아님 호모인가? 어느 경우든 위든 아래든, 달랑대는 게 없어서 헷갈렸나 보군.”

 

 타록이 수치심이 잔뜩 느껴질 만큼 전신을 훑어대며 말했다.

 

 “사정이 있어서 적응하지 못했을 뿐이야. 네야말로 숫총각인 거 같은데, 숙녀한테 말하는 꼼세하곤.”

 

 “숫총각 아니다.”

 

 집기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 게, 타록의 기운이 심상치 않아, 재빨리 소재를 돌렸다.

 

 “그렇겠지, 키르케가 너의 정인 아냐?”

 

 조셉의 추정에 조금 더 소설을 써봤다.

 

 미미르 숲 님프들의 여왕이 두려워서, 피해 가는 것은 아닐 테다. 듣기만 해도 아시리아란 곳은 고르곤도 벌벌 떨 무서운 지역인데, 여기에 가설을 덧대었다.

 

 아시리아도 먼 옛날에는 로만 제국의 일대였을 테고, 그곳에 수도가 있었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 하나 뺐지 못하는 자가, 악당들의 수장으로 있는다면, 역으로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을 지도.

 

 결정적으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찾아올 리가 없을 테니까.

 

 “그럴 리가, 난 키르케의 아버지를 죽였다.”

 

 원하던 전개가 아니다, 왜 막장 드라마가 되는 거야.

 

 “하지만 듣기로는 그녀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은 거 같던데?”

 

 “잡담은 그만두고 본론으로 넘어가지.”

 

 그는 식탁의 초에 불을 켜고, 검지 끝을 물어뜯더니, 종이 위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그게 뭐야?”

 

 “계약 의식이다. 종이 위에, 네 피를 조금 떨어트려준다면, 계약 관계가 성립되지.”

 

 “최소한의 내용은 얘기해줘야, 내가 응하든 말든 할 거 아냐?”

 

 이미 그는 마무리 지어버렸다.

 

 붉은 기란 찾아볼 수 없는 시꺼먼 피가 잔뜩 번져버려 기괴해진 글씨체로 말이다.

 

 ‘Muto Psyche astrum animus’

 

 “첫 대면 때부터 너에게서 진동하는 불멸자의 냄새를 역겨워서 참아 줄 수가 없었는데, 가까이서 마주하니 확신하게 되었다. 네게 결속된 불멸자의 흔적을 지워줄 방법이다. 어때 구미가 당겨?”

 

 배려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녀석이구나.

 

 “네 같으면 할 거 같아?”

 

 “당연히 하지 않지.”

 

 “너무 빨리 수긍하는 거 아냐?”

 

 “언제든 내 제의는 열려 있다. 너무 늦기 전에만 하면 말이야.”

 

 타록은 종이를 고이 접어 코자의 가슴팍에 달린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불멸자라는 건 혹시 우니카를 칭하는 건가?”

 

 “난 네 선생이 아냐. 자꾸 묻기만 하면, 성장하지 못한다. 답은 스스로 찾아내.”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그래 그래, 얼마든지 물어봐라.”

 

 말은 그렇게 하면서 타록은 홱 돌아서 버렸다.

 

 “아큐렉스라는 자가 혹시 너와도 관련되어 있어?”

 

 “아큐렉스?”

 

 의미심장한 물음표에 코자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왜 묻는지는 알 거 같지만, 내 대답은 아큐렉스를 만나기 전에 계약을 해버리는 것이 심상에 좋다는 거야.”

 

 검술 장인이 아니라, 멋대로 장인이다.

 

 도대체 누구한테 도움을 기대했는지 기대한 사람을 나무라야 할 판이다. 빨간 안개가 피어올라 사라져가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거울 속 모습은 캐릭터 코리안 자이예프의 얼굴이다.

 

 하지만 어떤 연동으로 캐릭터 속에서 살아 숨 쉬게 되었고, 피는 물론 상처, 기절 생명에 지장이 있는 육체적 고통을 겪었다.

 

 타록의 말대로 하기엔 도박의 판이 너무 크다.

 

 다른 차원의 존재를 소환하여, 그것도 가상의 존재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 건 신 말고는 없지 않나?

 

 아니더라도 신에 필적하는 상대를 거역하라니.

 

 얀 베르너를 만난 적이 없지만, 일단 퀘스트는 해제됐으니, ‘얀 베르너와 함께 아큐렉스를 처치하시오.’에 집중해야 했다.

 

 타록으로 인해, 코자는 임무에 집중할 계기를 만든 셈이 되었다.

 

 누구 하나 알려주지 않은 광장의 위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건물에서 벗어나 도로를 따라, 은은하게 들려오는 명쾌한 멜로디를 향해 걷다 보니, 주택가가 모인 곳과 창고로 향하는 교차로 우측에 춤을 추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쾌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민요였기에, 한 번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터키 민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투르크란 어감 때문인가? 그런 풍의 노래였다.

 

 갑옷을 벗은 병사들은 주민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그 자리의 대부분이 코자를 알아봤다.

 

 “드디어 두 번째 주인공이 나타나셨어!”

 

 굳이 두 번째라는 단어를 쓸 필요가........ 조셉의 영향력을 새삼 곱씹으며, 상기된 표정으로 손을 뻗은 사람들을 향해 걸어 나갔다.

 

 ‘어디서 왔는가’, ‘어떤 솜씨 좋은 재단사의 옷인가’, ‘정말 악마를 물리치러 온 천사이신가’ 이런 종류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평화를 즐기려 했지, 오늘 있었던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모험담으로도 꺼내놓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코자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었는지, 암묵적인 약속을 깨고 너도나도 목격담을 쏟아냈다.

 

 이래선 오늘 안에 조셉이 있는 곳까지 당도할 수가 있을까.......

 

 “조셉, 아니 영주님은 어디 있습니까?”

 

 흥이 식을 만하면 다음 노래로 넘어가는 통에 손가락 방향을 따라 30분 넘게 헤매어 조셉을 찾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님프 친구들을 먼저.

 

 익숙한 애기 목소리들에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혀꼬부랑 소리로 엉터리 노랫말을 내뱉는 걸 보니, 반가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코자도 오는 내내 포도주와 비슷한 색이지만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과일주를 30잔 넘게 얻어 마셔서 알딸딸했지만, 자기 몸집만 한 통을 앞에 두고 곯아떨어지기 직전의 상태로 말이다.

 

 “한 입 가득 희망을 담아라! 내일의 해는 또 온다, 걱정 말고 마셔라!”

 

 조셉은 그들을 번쩍 들어 올려 춤을 췄다.

 

 ‘부러운 녀석들.’

 

 편견의 무서움을 깨달은 순간이다.

 

 살짝 찢어졌다고 생각했던 눈망울이 사슴처럼 맑고 동그랗게 보이고, 딴딴했던 하체에서 골반이 두드러져 보였다.

 

 얀은 축제 속에서도 인파가 드문 구석 자리에 앉아, 코자가 다가오는 순간부터 관찰하고 있었다.

 

 “음흉한 계집이로군.”

 

 어느새 코자의 곁으로 다가온 얀이 다짜고짜 소리쳤다.

 

 “예언 속의 천사가 이자라고? 이자는 여자다!”

 

 얀은 코자의 모자를 벗기더니, 짧은 단검으로 코자의 머리 망을 잘라버렸다.

 

 이미 그가 소리칠 때부터 흥겨웠던 노랫소리는 끊겨버렸고, 광장의 이목이 둘에게 집중됐다.

 

 머리 하나 정도 차이나는 큰 키의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내를 올려다 본 코자는, 순간 다른 이유에서 망부석처럼 굳어버렸다.

 

 재욱 군,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아니 나잖아!

 

 현실 세계 속 자신과 완전히 똑같이 생긴 남자를 마주한 지금, 형용하지 못할 감정에 등골이 오싹해졌으니까.

 

 조셉은 비틀 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얀에게 다가와 그의 뺨을 때렸다.

 

 찰싹 소리가 크게 들렸음에도 얀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그 누구도 이 분을 예언 속 천사라고 말한 적 없어. 여기 있는 모두가 다 알 거야. 공포에 질린 우리를 구해낸 게 누구인지. 네 따위가 막대할 사람이 아니란 것도.”

 

 조셉이 울음보가 터지기 직전인 코자를 품에 감쌌고, 동시에 코자도 쓰러지기 직전인 그녀를 가까스로 잡았다.

 

 “오늘의 무례함은 그 어떠한 사죄로도 풀지 못하겠군요........ 이왕 죄송하게 된 거, 제 방까지 데려다주시겠어요?”

 

 코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동에 술이 깨서 다가온 님프 친구들이 얀을 위협하고 있었다.

 

 코자가 소리쳤다.

 

 “부탁 좀 할게. 내가 처한 상황을 그 자에게 설명해줘.”

 

 “아무리 그래도, 자네한테 큰 실수를 한 놈이야!”

 

 “괜찮아.”

 

 조셉을 부축한 코자가 걸어 나가자, 주민들은 질서 정연하게 길을 비키며, 차례로 절을 했다.

 

 감동받기엔 등 뒤의 시선이 너무도 신경 쓰여, 묵묵히 걸어 나갈 뿐이었다.

 

 얀 베르너 네의 정체가 도대체 뭐야.

 

 조셉의 방으로 향하는 길에 그녀가 자꾸만 정체불명의 신음소리를 내뱉는 바람에, 볼이 더 빨개져야 했다.

 

 코자는 이내 자신의 응큼한 생각을 반성해야만 했다.

 

 침대에 눕힌 그녀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졌으니까.

 

 귀족의 영애로 태어나 누구보다 곱게 자라났어야 할 그녀가, 이곳에서 겪었을 마음고생은 육체의 고통도 잊게 할 만큼 괴로웠던 것일까.

 

 공통점이라고는 뒤 바뀐 성별의 생활을 하게 됐다는 것뿐이지만, 기묘한 공감대가 코자의 심금을 울렸다.

 

 여느 신파처럼, 외동딸로 태어나, 여러 역경 속에서 남자 행세를 하며 살아왔겠지.

 

 “코자님 부탁이 있어요.”

 

 대답을 하려 정신 차리고 시선이 닿은 곳에, 그녀가 속옷까지 완전히 탈의한 체 앉아 있었다.

 

 야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수증기에 가려져 보지 못한 그녀의 피부 일면은 상처투성이에, 게다가 흉터 위에 또 상처가 도져서 아무리 인간의 피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잔혹하기만 했다.

 

 “치료를 부탁할 수 있을까요?”

 

 그녀가 일러준 대로, 침대 밑의 수납공간에서 꺼낸 약물을 천에 적셔 소독부터 했다.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잠시만 기다려 줘요.”

 

 일단 재빨리 방으로 연결된 모든 문들을 걸어 잠갔다.

 

 이 광경이 발각됐을 때, 커튼 따위는 상황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킬 뿐일 테니까.

 

 이곳의 사람들에겐 코자는 여자고 조셉은 남자다.

 

 그리고 타록이 깨끗이 비워놓은 수프 그릇과 그가 썼던 숟가락을 다른 천으로 약물을 묻혀 3,4번 소독했다.

 

 보르곤이 했던 것처럼 알라디보르 약초에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를 내어 연고를 만들어봤다.

 

 불끈 솟아오른 건 없지만, 피부 전체가 상처로 도배된 것은 아니니, 연고를 바르는 내내 느껴지는 감촉은 눈치 없게 나쁜 생각을 일으켜댔다.

 

 뒤 쪽은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앞은 무리다.

 

 “죄송하지만, 나머지는 직접.......”

 

 조셉은 계속 코자 역시 오전 내내 쓰러져있던 부상자란 걸 계속 상기했기 때문에 연고를 받아 들고 직접 치료를 했다.

 

 먼 산을 보며, 흘끔 쳐다본 그녀의 손놀림은 상당히 프로페셔널 했다.

 

 민망해서 코자가 먼저 입을 땠다.

 

 “보르곤에게 부탁을 해보시지....... 아 제 말은 연고 말이에요. 애초에 그 연고로 관리하셨으면 흉터까지 남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아마 지금 바르셔도 흉터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어쨌든 미련하게 구는 거랑, 어른스러운 건 엄연히 다르답니다.”

 

 “오후 내내 얀의 잔소리를 들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일단 붕대 감는 것 좀 도와주세요.”

 

 “당연하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 괜히 코자가 손을 대는 바람에, 엉성하게 묶인 걸 풀고 다시 묶고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

 

 조셉은 다행히 미소를 지었다.

 

 “전장에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군요.”

 

 “이하 동문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두 가짜들의 수다는 새벽이 깊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알라디보르 약초는 미미르 숲에서도 너무 귀한 약초여서, 님프끼리의 사용도 꺼린다는 것이었다.

 

 코자는 말 그대로, VVIP 특급 대우를 받은 셈이었다.

 

 의외로 대화는 코자가 대답하고 조셉이 질문 공세를 퍼 붇는 형세였다.

 

 키르케 덕분에 이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적은 편이었고, 조셉에게 있어 이방인의 평범한 생활담은, 어느 판타지 소설보다 흥미로운 것이었으니까.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생활 패턴조차도 말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를 넘어서 상상하는 대로 이뤄지는 가상의 세계들.

 

 하늘을 나는 탈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는 코자가 깜짝 놀랄 만큼 소리를 지르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그녀의 대답에 의하면, 이 세계에서 하늘을 나는 존재라는 건, 대부분 인간에 이로울 게 하나도 없는 것들 투성이라 그랬다고.

 

 나이는 조셉이 3살 더 많았지만, 친구하기로 했다.

 

 조셉은 특유의 넉살로 먼저 말을 놓았다.

 

 코자도 기다려왔던 질문을 이제 겨우 꺼냈다.

 

 “얀 베르너에 대해 알고 싶어.”

 

 뜬금포 질문에 순간 말까지 더듬던 조셉은, 갑자기 휴식을 요청했다.

 

 “이러다가 아침 되겠다. 일단 샤워부터 하고, 피로부터 풀어. 오늘 일은 아주 대단했으니까! 그러니, 그딴 놈은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구원자님.”

 

 오늘까지 자신이 코자의 형태였다는 것도 까마득히 잊은 체, 있을 수 있던 큰 원인은 그것이었다.

 

 아직까지 위생 활동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

 의식적으로 몸 안의 냄새를 맡았을 때, 암모니아 묵은 내가 진동을 해버렸다.

 

 전투복에 방향 기능도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픈 때부터 숙원하던 코자의 나체를 보는 순간이기도 했고.

 

 “철 없던 시절 나는 약간 페도 기질이 있었구나.”

 

 정확히 따지자면, 처음 캐릭터를 만들었던 그때의 문제없는 또래 취향이었겠다.

 

 거울 속을 보며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조셉의 글래머스한 몸을 실컷 본 탓이겠다.

 

 건강한 남자들이 자주 겪을 해탈의 순간과 비슷한 감정이라 함이 딱 알맞았다.

 

 그저 머리를 감는 데도 힘들고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샤워를 끝내고 당장 밀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실기 시간에 배웠지만, 이곳의 문명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한 빌딩 뺨을 훅치는 상당한 고층까지 쓸데없이 콸콸 쏟아지게 할 정도의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급수 시설이라니, 꼭대기 층에 거대한 물탱크가 있다고 한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불쾌한 물 때 냄새도 없으니 배수 시설까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제 막 심신을 추스르고, 본격적으로 코자에 대해 심도 있는 관찰에 들어가려하는데, 난데없이 굉음이 들려왔다.

 

 이윽고 연신 조셉을 불러대는 걸 보니, 얀이 불시 검문에 돌입한 모양이다.

 

 ‘젠장, 문을 다시 열어 놓는 걸 깜빡했네.’

 

 “왜, 새벽부터 소란이야 얀!”

 

 커튼을 걷어 조셉을 살피니, 그녀도 깜빡 잠에 들었던지, 아까 이야기 할 때 그 모양새로, 하얀 전통 면 티만 대충 걸친 채로 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음 얀도 알고 있는 건가. 하지만 저건 무지의 관계를 떠나서 큰일 날 상황이잖아!

 

 “조셉 안돼!”

 

 눈을 비비던 조셉이 아래를 훌 쳐다봤다.

 

 이미 때는 늦었다. 조셉이 문 걸이를 풀어버렸고, 얀의 팔이 반쯤 들어와 허우적거리고 있었으니까.

 

 “얀 돌아가! 부탁이야! 이런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이런 꼴이라니?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조셉!”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저렇게 의심병 환자가 됐는지 모르지만, 일단 조셉의 비밀을 지켜주는 게 최선의 도리였다.

 

 코자는 수건을 두를 생각도 못 한 체, 돌 마룻바닥 위에 그대로 물을 첨벙거리며 뛰어갔다.

 

 얀이 완력으로 완전히 문을 열어젖혔을 때, 조셉은 문 옆의 사각지대로 몸을 날렸고, 미끈한 대리석으로 이어지는 입구에서 코자는 완벽히 몸의 중심을 잃어버렸다.

 

 소란에, 성의 보초들이며, 잠에 취해있던 시종들과 보들레르까지 나타나 보게 된 것은, 알몸의 코자를 안고 있는 얀의 모습이었다.

 

 코자는 영문을 알 수 없지만, 다급히 다시 문을 잠궈버린 조셉 탓에, 그녀의 모든 준비가 다 끝날 때까지, 그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셉이 문을 다시 열었을 땐, 이미 사람들이 다 흩어져 버린 이후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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