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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빠는...오빠잖아!
작가 : 슫텔라
작품등록일 : 2018.12.31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 사촌 오빠와의 짜릿한 로맨스!

 
그 언니, 좋아해요?
작성일 : 18-12-31 18:18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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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민 씨 반가워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꼭 한번 보고 싶었어요.”

 영아가 수민의 손을 꼭 잡았다. 여자치곤 꽤 악력이 느껴졌다. 수민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네, 정말 미인이시네요. 저희 오빠 잘 부탁드려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죠. 호호.”

 수민은 이런 자리가 처음이었다. 사촌오빠 형준의 여자친구를 소개받는 자리. 이런 자리가 처음인 이유는 형준이 여자친구를 집안에 소개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17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늘씬한 키에 인스타 사진 속에서나 볼 것 같은 날씬한 몸매, 짧은 숏커트머리에 친절한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 형준오빠의 여자친구 영아는 청담동에 자신의 미술관을 운영하는 큐레이터다. 블랙앤화이트의 샤넬 원피스에 에르메스 켈리백, 그리고 발렌시아가 스터드힐까지 모두 영아와 완벽히 어울렸다. 삼겹살 냄새가 나는 떡 진 머리, 화장하지 못한 얼굴, 마치 유니폼같은 검은 바지에 흰 반팔 셔츠 차림의 수민은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수민이 헐레벌떡 나온 건 어쩔 수 없었다. 언론사에 입사한 지 한 달 째, 경찰서에서 밤을 지새우다 금요일인 어제는 부서 환영회식을 하고 집에 들어오니 새벽 1시였다.

 ‘씻어야 해...’

 씻어야 한다는 중얼거림과 함께 수민은 방바닥에 발이 닫는 즉시 그대로 뻗어버렸다. 눈을 뜨니 오전 10시 30분. 형준의 여자친구를 소개받기로 한 시간은 11시였다.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형준에게서 부재 중 전화 2통과 카톡이 와 있었다.

 ‘수민아 자는 거 아니지? 오빠는 오늘 아침에 미팅이 있어서 끝나고 브런치집으로 직접 가야해. 조심해서 오렴.’

 남은 시간은 30분, 수민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택시를 타고 달렸다.

 

 화려한 영아와 비교되는 자신의 꾀죄죄한 모습이 부끄러운 수민이었지만 형준은 그런 수민을 한없이 귀엽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영아는, 형준의 그 흐뭇한 미소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응시했다. 에그 베네딕트와 프렌치토스트가 맛있기로 유명한 브런치집. 평소 같으면 먹성 좋은 수민이지만 오늘만큼은 쉽게 포크가 가지 않았다. 어제 먹은 소주와 삼겹살로 뱃속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민은 이 자리가 곤혹스러웠지만 애써 얼굴에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형준 오빠가 여자친구를 공개한다는 건 집안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오늘 반가웠어요. 수민 씨. 우리 자주 만나요!”

 “네, 언니. 저도 반가웠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영아는 자신의 하얀 마세라티 기블리를 타고 먼저 떠났다. 곧이어 발레파킹 되어있던 형준의 포르쉐 파나메라가 나왔다.

 “타, 수민아. 너 빨리 집에 데려다 줘야겠다.”

 수민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미안해요. 저 오늘 너무 꼬질꼬질하죠? 사실 어제 집에 오자마자 그대로 잠들어서

 일어나보니까 약속시간 30분 전이더라고요.”

 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 형준은 수민을 바라보며 볼을 살짝 꼬집었다.

 “넌 화장 안 해도 귀여워.”

 수민은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진 차 안의 공기를 바꿔보려는 듯 형준은 말을 걸었다.

 “수민이 너 많이 피곤할 것 같은데 오빠가 오히려 미안하다. 서영아 씨 처음 보는 자리라 긴장됐지? 집에 가서 빨리 더 자고 저녁에 산책하자.”

 형준의 능숙한 운전 솜씨와 함께 차는 집 차고로 쑥 들어왔다.

 

 한남동 51번지.

 진한 회색 빛 담으로 둘러싸인 대지면적 1,000평의 대저택. 성원그룹 패밀리가 모여 사는 곳이다. 작은 다락방이 딸린 지상 2층엔 방 5개가 있고 지상 1층엔 거실, 주방과 함께 방 3개가 있다. 그리고 지하 1층엔 창고와 도우미 아주머니의 방이 있다. 수민의 방은 2층 끝. 창문이 커 해가 잘 들어오는 방이다. 아늑하고 새하얀 호텔식 침구 속으로 폭 들어간 수민은 왠지 모르게 싱숭생숭한 가슴을 모르는 척 한 채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오후 5시, 달콤한 잠에서 깬 수민은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반신욕을 시작했다. 반신욕은 수민의 가장 호사스러운 취미다. 거품과 장미꽃잎을 몇 개 띄워놓고 생각에 잠긴다. 오늘 아침 본 서영아...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자꾸만 분석하게 된다. 미국 시카고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온 미모의 큐레이터이자 서른 한 살 나이에 땅값 비싼 도산공원 거리에 자기 소유의 미술관을 가진 관장. 국내 최대 제약회사인 승일제약의 막내딸. 형준 오빠와 앉아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수민아! 일어났니?”

 방문을 두드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수민의 엄마, 정확히 말하면 새엄마 재희다.

 “네, 엄마. 화장실에 있어요. 곧 나갈게요.”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고 나가자 재희는 이미 방에 들어와 한껏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 형준이 여자친구 만났다며? 아니 정혼녀라고 불러야 하나? 어때?”

 “뭐... 예쁘던데요.”

 “아니 그런 거 말고. 여자가 보면 알잖아. 괜찮은 여자인지 아님 여우같은 스타일인지.”

 “음...솔직히 한 번 봐서 잘 모르겠어요, 엄마. 집안에서 선 보여준 여자인데 제가 평가하기도 좀 조심스럽고요.”

 “수민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형준이가 엄마도 돌아가시고 이런 거 제대로 봐줄 사람은 너랑 나 밖에 없잖아. 내가 먼저 볼까 하다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우리 집안에서 너한테 가장 먼저 인사시킨 건데. 그래, 한 번 보고는 좀 그렇지? 나중에 같이 한 번 보자. 내려와서 밥 먹고.”

 “네, 엄마. 같이 내려가요!”

 재희는 조카 형준이 만나는 여자에 대해 궁금했지만 수민은 왠지 말을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1층에 내려가니 성미 아주머니가 한 상을 거하게 차려 놓으셨다. 토요일 저녁은 성원그룹 온 식구가 모여 의무적으로 밥을 함께 먹어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구절판부터 탕평채, 신선로, 보리굴비, 최고급 한우 산적. 모두 성원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대저택 패밀리의 안주인 홍명화 여사의 입에 맞춘 음식들이다. 성원그룹 명예회장이자 한남동 51번지 대저택의 주인할아버지 성원식은 홍여사가 맛있다면 맛있고 맛없다면 맛 없는 줄 아는 무던한 입맛을 가졌다. 단, 그에겐 쿰쿰하게 오래 삭힌 청국장 하나만 있으면 된다.

 “아줌마, 구절판에 야채들이 너무 굵다. 다음엔 좀 더 곱게 채 썰어봐.”

 홍명화 여사의 입버릇 같은 트집이 이어진다.

 “아이구 네. 사모님, 다음엔 좀 더 가늘게 곱게 썰어볼게유.”

 “에이 할머니 맛있기만 한데요? 성미 아주머니 손맛 최고에요.”

 형준의 말에 홍명화 여사는 형준을 슬며시 흘겨보고는 묻는다.

 “형준이 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마 전에 소개받은 승일제약 그 아가씨 잘 만나고 있어? 여기저기서 탐내고 있는 아가씨라고 하더라. 네가 잘 되면 우리도 바이오 쪽에 진출할 때 도움도 받고 얼마나 좋니.”

 형준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애써 웃으며 대답한다.

 “네, 할머니. 걱정 마세요. 잘 만나볼게요. 할머니 말씀대로 회사가 잘 되야죠.”

 

 밥을 먹고 몰래 눈짓을 주고받은 수민은 형준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둘은 집에서 나와 비탈진 소월길을 걸었다.

 “잠은 좀 잤어?”

 “네 오빠.”

 형준은 수민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오빠 많이 부담되죠? 아까 할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응? 뭐 항상 압박이야 받아 왔으니까 익숙해. 꼭 여자문제가 아니더라도.”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장자 승계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는 성원그룹에서 장손으로 태어난 성형준. 형준은 어린 시절부터 항상 모범생으로 자라왔다. 초중고 모두 전교회장을 맡았고 공부는 언제나 전교 1등. 어릴 때부터 같은 반 여자아이들이 함부로 넘볼 수조차 없는 ‘킹카’였다. 쌍거풀 없이 옆으로 긴 눈에 진지한 눈빛, 갸름하면서도 입을 꾹 다물 땐 강인해 보이는 턱선,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깔끔하게 정돈된 약간 차가워 보이는 이목구비에 언제나 의례적으로 띄고 있는 예의바른 미소. 182cm의 키에 철저한 자기관리의 산물인 탄탄한 근육질 몸매까지. 심지어 군대까지 공군장교로 제대했다. 형준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공군장교를 제대한 27살, 아버지 회사에 입사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29살 땐 미국 지사로 발령이 났다 33살이 된 올해 지주회사 상무 직함을 달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입사 7년 만의 상무 직함. 그와 비슷한 연배의 재계 3세들이 낙하산 인사와 무능한 업무능력으로 욕을 먹었지만 형준 만은 예외였다. 성원그룹의 신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미국시장에 진출시키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로봇 스타트업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린 것이 바로 형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7년 간,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새벽 2~3시까지 사무실에 남아 사업 전략을 검토하던 사람도 형준이었다. 집에 들어와 자는 시간은 4시간을 넘긴 적이 없었다. 가족들마저 집에서 얼굴 볼 시간이 없었던 입사 첫 3년 그리고 미국에서 보낸 4년. 형준은 자신의 사생활조차 성원그룹에 바쳤다. 수많은 선 자리가 들어올 때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미뤘고 재계 3세들이 불러대는 고급 룸싸롱, 클럽 파티는 모두 거절했다. 미국에 있는 4년 동안은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사람은 만날 시간조차 없었다. 그리고 성원그룹이 재계 10위에서 3위로 올라선 올해 한시름을 놨다.

 

 선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바이오 분야는 성원그룹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눈독 들이고 있는 분야. 승일제약 입장에서도 재계 3위의 그룹이 손을 내민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 형준에게 국내 최대 제약회사인 승일제약 막내딸과의 선 자리가 들어온 건 두 기업 모두에게 더없는 ‘윈윈’이었다. 형준이 영아와의 선 제안을 받아들인 건 그런 책임감 때문이었다. 1등 사윗감이라는 소문은 형준이 미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 재벌가의 속물적인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돌아왔고 누구보다 빨리 그 기회를 차지한 사람이 승일제약 막내딸 서영아였다. 3주 전 본 선에서 영아는 완벽한 형준에게 반해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반면 형준은 영아와의 만남을 거절하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모를 거리감을 두고 있다. “사귀자”는 말 역시 영아가 먼저 꺼냈고 형준은 그저 거절하지 않았을 뿐이다. 할아버지 대에서부터 오매불망 키워온 회사를 위해서.

 “응? 뭐 항상 압박이야 받아 왔으니까 익숙해. 꼭 여자문제가 아니더라도.”

 ‘압박? 압박이라니... 그럼 압박감 때문에 영아를 만나고 있다는 뜻인가?’

 수민은 형준에게 되물었다.

 “오빠는 그 언니...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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