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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 장미의 제국
작가 : 임다온
작품등록일 : 2016.8.21

나를 불러온 건 당신들인데.
나를 버리는 것 또한 당신들인가.......

어느 날, 평범한 현실에서 제국으로 오게 된 하랑.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것도 황당한데, 게다가 자신을 신이라 하며 천 년 동안 피지 않았던 붉은 장미를 피우라고 한다!

오직 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아름다운 황제 샤를과 오직 신만을 지켰던 매혹적인 기사 칼. 그리고 신이 되고자 하는 소녀 하랑.

그들 앞에 펼쳐질 가혹한 운명과 세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 판타지.

 
27. 돌아온 빛
작성일 : 16-09-24 20:37     조회 : 510     추천 : 1     분량 : 7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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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돌아오지 말 걸 그랬다.

  - R

 

 “자자, 그렇게 됐으니 이제 잘들 지내자. 동료니까! 우와, 말했다. 나 만화에서 나오는 이런 말 꼭 해보고 싶었는데.”

 

 파오와 헤시온에게 말하는 하랑은 혼자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그녀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사랑스럽다는 듯이 보는 칼만 빼고.

 

 “일단은 떠나기 전에 어딘가에 들어가야 하니까, 제가 봐두었던 동굴로 가죠.”

 “응, 응!”

 

 헤시온의 안내에 따라 파오는 일라이를 앞으로 안아 들며 갔고, 그 뒤로 하랑과 칼이 함께했다.

 이윽고 도착한 동굴은 찬바람을 막아주는 덕분에 지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파오가 일라이를 적당한 곳에 내려놓자 헤시온이 가방에서 약을 꺼내 그녀의 팔에 주사했다.

 걱정하는 일라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다정하게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말했다.

 

 “진통제야. 몸이 덜 아프게 해주는 거.”

 “응.......”

 “일라이, 정신이 돌아왔으니 묻는 건데. 널 문 건 대체 어떤 놈이야?”

 

 파오가 일라이에게 물으며 슬쩍 칼 쪽을 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사실 하랑도 그를 의심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일라이가 입을 떼는 것에 집중했다.

 

 “......레.....올......”

 

 설마 그녀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올까 걱정했던 마음은 놓였지만 듣고 싶지 않은 그 이름이 더듬더듬 일라이의 입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미친놈이!”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욕을 했다.

 

 “뭐야, 너도 아는 놈이야? 어떤 새끼야?”

 “백작가의 도련님....... 근데 어쩌다 그 놈을 만난거야, 일라이.”

 “숨바꼭질.”

 

 분노에 찬 하랑의 목소리에 울먹임이 섞여 물었다.

 그 답을 칼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숨바꼭질이라니요.....?”

 “내가 들은 바로는 숨바꼭질을 했다고 들었는데, 인간?”

 

 칼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일라이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말하기를 주저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와 내기를 했어요........ 이기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말하는 일라이의 파란 눈이 하랑에게 머물렀다.

 하랑은 간절히 닿아오는 눈빛에 대고 물었다.

 

 “무슨 소원을 빌려고 그랬는데?”

 “......언니를 가만히 내버려두겠다는 소원.”

 “뭐......?”

 “레올이....... 언니를 죽인다고 그랬어요........ 근데 제가 하지 말라고. 그래서........ 그래서...... 근데 져서....... 제 피를 주기로 한 거예요.”

 “왜......”

 “그게..... 언니는 날 구해줬잖아요......... 나를 차가운 곳에서 구해준 빛이잖아요..........”

 

 일라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옆으로 떨어졌다.

 하랑은 그녀의 가까이에 다가가 손을 잡았다.

 

 “미안, 미안해.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그랬구나.”

 “언니.... 손 따뜻하다........ 인간이었구나. 이제야 알아챘네요..... 헤헤.......”

 “흑....”

 “근데 제 손은 차갑죠.......?”

 “흐...흑.....흡.......”

 

 뱀파이어인 걸 알고도 하랑을 구해주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일라이의 마음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졌다.

 하랑의 옷자락이 눈물로 짙게 번져갔다.

 

 “언니, 울지 마요....... 나 또 구해줄 거잖아요.”

 

 그녀의 얼굴에 맺히는 눈물을 작은 손이 닦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파오도 헤시온도, 심지어 칼까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하랑은 생각했다.

 반드시 자신이 모든 저주의 시작을 끝내겠다고.

 더는 불행한 사람도, 뱀파이어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그리고 적막이 깔린 그 동굴에서 모두 저마다의 다짐을 품고 있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 왔다.

 

 하지만 운명의 바퀴는 그런 하랑의 마음에 반하여 굴러가고 있었다.

 

 

 ***

 

 

 건국일을 하루 남긴 황궁의 안은 분주했다.

 보통 같으면 축하만 해주고 건국일 전날 돌아갔던 사절단이 식까지 참석하겠다고 내비쳐왔기에 더욱 그랬다.

 그것에 황제가 흔쾌히 허락했다는 것은 건국일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미 황궁 내 시종들 사이에서는 그 이유를 모두 알고 있었다.

 

 “어머, 저를 위해 이렇게 요리해주신다니 기쁩니다.”

 

 바로 붉은 신 때문이었다.

 사절단과 함께 갑자기 나타난 그녀가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소문을 모르는 이는 황궁 내에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인간이었지만 과거의 붉은 신과 같은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조,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성심성의껏 준비하겠습니다.”

 

 뱀파이어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기에 때아닌 파티의 음식을 맡은 요리사는 그녀 앞에게 목소리를 떨며 이야기했다.

 

 “음,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아, 그럼 빵과 수프는 어떠십니까. 일전에 인간 신께서 잘 드셨던 거라.......”

 “인간 신이라고요? 저 말고 다른 인간이 여기 있었나요?”

 “그, 그것이.......”

 

 날카롭게 내려다보는 붉은 눈에 말문이 막힌 요리사는 눈동자를 굴리며 할 말을 찾았다.

 그때 걸어오던 마리에가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하랑님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하랑님? 그게 누구예요?”

 “폐하께서 불러오신 분으로 인간 신이십니다.”

 “아하, 그래요? 그럼 지금은 어디 있나요?”

 “황궁 밖으로 잠시, 출타중이십니다.”

 “출타라면 다시 돌아온다는 얘기네요.”

 “그렇습니다.”

 “혹시 그럼, 내가 묵고 있는 방도 그분이 쓰던 곳인가요?”

 “네.”

 

 묻는 말에 다 대답하는 마리에를 붉은 눈이 짜증스럽게 훑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그 인간이 쓰다 남은 거 쓰고 있다는 거잖아.

 마음속의 불길이 치솟아 올랐지만 미카는 표정을 다시 평온하게 잡았다.

 

 “고마워요, 얘기해줘서. 오면 얼굴 한 번 뵙고 싶네요.”

 

 상냥하게 말하며 뒤돌아서서 가는 그녀를 옆에 있던 요리사는 존경어린 시선으로 뒤쫓았다.

 

 “아, 그런데 아까 인간 ‘신’이라고 한 것 같은데.”

 

 그녀가 갑자기 뒤를 돌자 황급히 다시 고개를 숙였다.

 

 “신은 한 명뿐이잖아요. 저를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면 조심해주세요.”

 

 고개를 숙인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진 말이 일순 서늘한 기운을 자아냈다.

 

 

 ***

 

 

 가까스로 말을 빌려 황궁의 입구에 도착한 하랑의 일행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문지기도 없었고, 입구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했던 파오와 헤시온은 그저 말없이 칼과 하랑의 뒤를 따랐다.

 넓게 펼쳐진 정원 위는 나올 때처럼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황궁이 이들의 눈에 들어찼다.

 

 “황궁에 왔어.”

 

 하랑이 기쁜 숨을 뱉으며 말했다.

 

 

 ***

 

 

 엇갈리게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황궁으로 다가가는 걸음은 삐그덕 거렸다.

 황궁과 길의 경계 지점에 다다랐을 때 하랑은 말에서 내렸다.

 그때 황궁 안에서 낯선 이들이 뛰어와 그들 일행 앞에 섰다.

 황궁에서 본 적 없는 자들, 하지만 눈에 익은 하얀 장미를 어깨에 달고 있는 자들이었다.

 

 “뱀파이어 헌터들이 여기 왜.......”

 

 뒤따라 내리며 다가온 헤시온과 파오가 그들을 보며 말을 흐렸다.

 

 “붉은 신께 허락된 방문자가 아니면 출입을 금한다.”

 “뭐라고요?”

 

 하랑이 가까이 다가가자 장정 4명이 벽처럼 그녀를 막아섰다.

 

 “저기요. 저 샤를과 아는 사람이에요.”

 

 황제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하랑을 훑어보던 그들은 시선을 거두고 다시 건조하게 그녀에게 통보했다.

 

 “이 시간부로 황제는 황궁 관리 권한을 붉은 신에게 일임했음으로 따르지 않는다면 무력을 행사하겠다.”

 “저기요. 붉은 신이라니.......! 신은 저라구......”

 “누나, 잠깐만요.”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뒤에서 지켜보던 헤시온이 살며시 하랑의 어깨를 잡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섰다.

 

 “어느 소속입니까?”

 “헤시온님?!”

 “집행자 파오님이 아니십니까?”

 

 뒤에 있는 파오까지 알아본 헌터들이 놀라며 물었다.

 헌터 협회 안에서 그들의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겠으나 말투도 달라졌고, 게다가 하랑보다 말이 통하는 느낌이었다.

 

 “길을 열어주시죠?”

 “안됩니다.”

 “어째서요?”

 “......지금 이곳에 교황님이 와 계십니다. 그분께서도 붉은 신의 말씀을 따르라 하셨으니.......”

 “교황님?”

 “사절단으로 직접 오셨습니다.”

 “그건 됐고, 빨리 길이나 열어. 우리는 한시가 급하니까!”

 

 참다못한 파오가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파오에게 안겨 있던 일라이가 그의 소매를 당기며 작게 속삭였다.

 

 “오빠...... 내가 있다는 사실...... 교황님이 아셔서는 안 돼......”

 

 그 말을 속삭이고 그녀는 다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일라이를 찾아달라 했던 것은 교황의 지시였는데 어째서 그녀는 숨겨달라는 것일까.

 

 “죄송합니다만 건국일 기념식까지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경한 그들 앞에 하랑은 높게 뻗은 황궁의 끝에 걸린 달을 올려다보았다.

 빛이 검은 구름에 가려졌다.

 머리가 지끈 아파져 왔다.

 

 “그냥 가요.”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무덤덤하게 내뱉는 하랑의 말에 일행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체념한 듯 정원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하랑이 칼의 앞을 지나치자 그가 자연스럽게 발을 옮기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헌터들과 한창 실랑이를 벌이던 헤시온과 파오는 멍하게 서 있다 하랑을 따라가며 물었다.

 

 “안 들어가? 포기하는 거냐?”

 “아니.......”

 

 작게 말하며 걷는 하랑의 곁눈질에 헌터들이 물러나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5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거야.”

 

 결의에 찬 그 말을 들은 칼이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요? 진지하게 말했는데!”

 “아니.”

 

 칼이 그녀의 가까이에 다가와 말했다.

 

 “제법 괜찮은 생각도 하는군.”

 “놀리는 거죠?”

 

 하랑이 그를 때릴 듯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당연하게 피하는 칼 덕분에 하랑의 몸이 눈 속에 넘어지며 파묻혔다.

 헤시온과 파오는 그 모습을 보고 너털거리며 웃었다.

 꽤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던 그들의 분위기가 일순 가벼워졌다.

 

 방금 하랑이 올려다보았던 황궁의 난간에 한 인영이 드리워졌다.

 타버릴 듯이 뜨겁게 하랑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년이구나? 이 방의 주인이라던 인간이.”

 

 헤프게 실실 웃는 갈색 머리를 한 여자였다.

 붉게 넘실거리는 머리카락을 베베 꼬으며 보던 미카는 엄지손가락을 입가로 가져가며 손톱을 잘근 씹었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접근을 막아두긴 했으나 불안했다.

 

 “뭘 저리 주렁주렁 달고 온 거야?”

 

 황제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해도 아직 자신은 이곳에 완전하게 녹아들지 못하였다.

 건국일 기념식이 있는 내일.

 뱀파이어들이 모인 자리에서 붉은 장미를 만들어 증명해 보인다면 자신은 완벽하게 붉은 신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부족했다.

 

 “그런데 저 사람.......”

 

 책에서 묘사된 밤과 닮은 검은 머리에 어둠을 담은 검은 눈동자를 가진, 신과 함께였으며, 제국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뱀파이어.

 

 “......신의 기사잖아?!”

 

 

 ***

 

 

 “여기 뭐냐?”

 “누나, 여긴......?”

 “서재 같은 곳이야. 황궁이랑 떨어져 있으니 이곳은 괜찮을 거야.”

 “근데 서재면 서재지. 같은 곳은 뭐야?”

 “이 방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책이 있는 느낌이었거든.”

 “근데 여기에 우리 다섯이 들어갈 수 있어?”

 “글쎄. 하하.”

 

 하랑은 머리를 극적이며 손잡이를 잡아 밀었다.

 하랑이 먼저 그곳에 들어갔고 그 뒤를 칼이 들어갔다.

 하지만 헤시온과 파오의 다리는 좀체 움직이지 않았다.

 하랑이 보인 그곳이 무언가 뿌연 안개에 싸인 느낌이 들었다.

 

 “뭐해? 들어와.”

 

 마치 마법처럼 하랑의 말에 또렷하게 눈 안으로 들어왔고,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불을 킬 줄 몰라서 여기 좀 어두워. 발 조심해.”

 

 그때 손가락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안의 촛불이 모두 켜지며 방이 밝아졌다.

 벽을 빼곡히 메운 책들과 위로 둥글게 뻗은 계단이 천장까지 닿을 듯 했다.

 

 “우와! 이게 어떻게.......”

 “불 켜지네. 너 여기 와본 것 맞냐?”

 

 동그랗게 눈을 뜨고 놀라는 하랑을 보며 칼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하랑은 이 방의 비밀을 계속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제 어쩔 셈이야.”

 

 일라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파오가 물었다.

 

 “황궁에는 들어왔어.”

 “그래, 근데 다 와서 막혔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너희들의 계획이었던 그걸로 가자.”

 “우리들의 계획?”

 “그래. 칼이 황궁으로 잠입하는 거 말이야!”

 

 하랑은 대단한 것을 생각해낸 것처럼 말했지만.

 

 “싫어.”

 

 칼은 그녀의 생각을 단박에 잘라버렸다.

 

 “내가 설명을 부족하게 했는데. 잘 들어봐요. 샤를을 데려오는데 칼이 아주 중요하다구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 샤를과 안면도 없는 헌터들이 가겠어요. 누워있는 일라이가 가겠어요. 아니면 느리고 굼뜬 제가 가겠어요?”

 “흠.”

 “그렇죠? 아무래도 칼이 적격이죠?”

 “다시 한 번 말해봐.”

 “뭘요?”

 “중요하다는 말.”

 “칼이...... 아주 중요하다구요?”

 “그래.”

 

 하랑의 말에 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런 칼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하랑의 눈이 샐그러졌다.

 

 “그럼 가주는 거죠?”

 “너도 함께 간다면.”

 

 칼의 시선이 방 안에 있는 헌터들에게 머물렀다가 다시 하랑을 보았다.

 

 “두 번 다시는 혼자 두어서 잃고 싶지 않으니까.”

 

 

 ***

 

 

 붉은 색 비단이 더해진 침대는 방을 다소 화려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게다가 방안 곳곳에는 다음 날 기념식에 입을 드레스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침대에 앉아서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미카는 화려함에 둘러싸인 것과 달리 초조해 보였다.

 그것이 비단 기념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째서 그 여자가 신의 기사와 함께 있는 거지?”

 

 자신의 눈에 보였던 그 장면을 부정하고 싶었다.

 

 “설마 진짜 신?”

 

 그것을 긍정하는 순간 미카의 눈앞에 암흑과도 같은 지독한 현실이 다가왔다.

 

 “아아악! 싫어, 싫어!”

 

 비단처럼 고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쥐어뜯었다.

 지금의 고통보다 계획이 틀어져 생길 고통이 더 크게 다가왔다.

 불행했던 과거,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든 했던 시간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묻힌 수많은 자의 피까지.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검은 손들이 뻗어 나와 그녀의 목을 조여 왔다.

 미카는 흠칫거리며 튕기듯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울렁이는 속이 메슥꺼워 허리를 숙이며 숨을 토해냈다.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밤바람이 살랑이며 다가왔다.

 그 덕분에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봤을까 싶어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도 밤말을 듣는 쥐조차 죽은 듯 조용한 복도였다.

 그 순간, 검은 소용돌이가 일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 참. 이런 능력이 있으면 진작에 쓸 것이지. 괜히 고생했네.”

 

 맑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와 함께 드러난 갈색 머리의 여자와 그녀의 어깨를 꼭 감싸 쥐고 있는 한 남자.

 그들은 미카의 앞에 서 있었다.

 숨을 삼키는 것도 잊을 정도로 놀란 미카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윽고 시선을 느낀 남자는 고개를 들어 미카 쪽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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