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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회귀불사지체
작가 : 서은하
작품등록일 : 2018.12.31

목숨을 걸고 강호를 주유하는 진운의 이야기.

 
15. 당충선
작성일 : 18-12-31 17:38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5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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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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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운은 하산한 뒤로는 지붕아래서 자 본적이 없었다.

 노숙에 찌든 그의 몰골은 영 말이 아니었다.

 그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육포와 건량을 가득 챙겨준 무평에게 고마움을 느낀 것도 잠시, 그는 마을에 들릴 때가 돼서야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은자는커녕 철전하나 없이 하산이라니.

 마을에 들러도 먹고 잘 수가 없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녹옥을 팔아버릴 생각까지 했던 그였다. 허나 어쩌겠는가. 어찌됐건 사부가 신경써준 것들이고, 있는 건 육포와 건량뿐이니 노숙을 할 밖에.

 유운보를 극성으로 펼쳐 북진하기를 닷새. 꼴이 엉망인 것도 당연했다.

 그가 이번에 자리를 잡은 곳은 여태 잤던데 중에서 가장 좋은 편이었다. 커다란 나무 주변으로 얕은 풀들이 평탄하게 깔려있어 잠을 청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허나 좋은 자리는 누가와도 알아보는 것인지, 그가 누워있는 곳으로 마차 한 대가 접근해 왔다.

 당충선과 그의 조카들이 탄 마차였다.

 마차에서 내린 당충선이 진운에게 말을 걸었다.

 “하하. 먼저와 계신 손님이 있었군. 같이 자리를 써도 되겠소?”

 진운은 육포를 뜯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러세요. 내 땅도 아닌데.”

 당충선은 제법 넉살이 좋은 인물이었다. 그는 스스럼 없이 진운에게 다가와 말했다.

 “하하하. 그럼 옆자리 좀 빌리겠네.”

 그러자 마차에서 내린 당희지가 말했다.

 “빌리긴 뭘 빌려요. 그냥 쫓아내면 되지.”

 “희지야!”

 마차에서 내린 당희지는 여자치곤 키가 꽤 큰편이었다. 열일곱 쯤 되었을까. 솜털이 가시지 않은 얼굴에 동그랗게 치켜뜬 눈매가 제법 사나워보였다. 어린 살쾡이같은 인상이었다.

 그녀는 팔짱을 끼며 당충선을 향해 말했다.

 “당숙. 저를 외간남자와 같이 재우려는 건 아니죠?”

 보다 못한 당석호가 당희지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그는 진운과 비슷한 또래인 듯 했다. 큰 키에 동그란 눈이 당희지와 무척 닮아서 척 봐도 남매임을 알 수 있었다.

 당희지는 무표정으로 꿀밤을 먹인 당석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씨!”

 당석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하라는 듯 입에 검지를 갖다 댈 뿐이었다.

 “흥!”

 당희지는 열 받은 모양인지 당석호를 엉덩이를 걷어찼다. 아니 차려 했다.

 당석호는 가볍게 몸을 비틀어 피해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몸놀림이었다.

 당희지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온갖 방법으로 손발을 써가며 당석호를 공격하는데 그 기세가 사뭇 매서웠다. 과연 당가의 자손이라는 것인지 내공이 실리지 않았음에도 권박의 투로가 깔끔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석호의 무공은 그녀보다 몇 수는 앞서있는 듯 보였다.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막고 피하는데 움직임에 여유가 넘쳤다.

 당희지는 그 사실이 분한 모양이었다.

 “이익!”

 그러거나 말거나 당석호는 기어이 그의 동생에게 꿀밤을 한 대 더 먹였다.

 따악!

 손쉽게 이마에 공격을 허용한 당희지는 분을 참지 못하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결국 당충선이 나섰다.

 “그만.”

 작지만 힘이 실린 당충선의 목소리에 그녀는 손을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씩씩대는 목소리로 당충선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오빠가 먼저......!”

 “어허!”

 결국 당충선이 소리를 질러서야 움찔하며 그 기세를 거뒀다.

 “석호 너도 그쯤 해라. 오라비가 되어서 이게 무슨 짓이냐.”

 “예. 당숙.”

 두 사람을 말린 당충선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구...... 내 쪽팔려서 진짜.’

 반면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진운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깝다. 재밌었는데.’

 볼거리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사실 그들의 싸움은 진운에겐 제법 신기했다. 그가 겪은 무공이라 해 봐야 여태 배워온 일원검법과 뇌명검 뿐이기에 권각으로 겨루는 장면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특히나 두 남매가 손을 쓰는 방식이 독특했다.

 항시 손을 어딘가 감췄다가 뻗어내는데 실제로 마주한다면 꽤 당황스러울 것 같았다.

 ‘그럭저럭 쓸 만해 보이네.’

 진운이 마음속으로 남매의 무공에 평가를 내리는 사이에 당충선이 다시 말을 건냈다.

 “어이쿠. 이거 못난 꼴을 보였구만. 저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하하.”

 “뭘요. 보기 좋네요. 형제끼리 사이도 좋아 보이고.”

 진운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가족을 모두 잃었으니 저리 티격 대는 형제조차도 부러웠던 탓이다. 허나 당충선은 그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듯 했다.

 “암, 너무 좋아서 탈이지. 하하하. 우린 당문에서 오는 길일세. 난 독의(毒醫) 당충선이라 하고 저 사이좋은 남매는 내 조카, 석호와 희지 라네.”

 당충선은 한바탕 웃고는 통성명을 했다.

 독의의 명성은 제법 유명한 편이었다. 그러니 포정사의 초청을 받아 호북땅 까지 온 게 아닌가.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설마 눈앞의 청년이 그의 무명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그 설마였다.

 진운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짧게 말했다.

 “아... 네. 그렇군요.”

 심지어 진운은 통성명조차 하지 않았다.

 “......”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충선이 멈칫했다. 대신 그의 조카가 나섰다. 당희지였다.

 “야! 당가독의 몰라? 사천당문의 독의!”

 “모르는데?”

 “으으! 그리고 이쪽이 이름을 말했으면 너도 이름을 말해야 할 것 아냐!”

 그제야 진운은 자신이 실수 하나를 깨달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 당충선을 향해 양손을 포개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죄송했습니다. 진운이라 합니다.”

 “험험. 아닐세.”

 당충선은 살짝 무안한지 헛기침을 했다. 그런 그의 눈이 진운의 허리에 걸린 검에 잠시 머물렀다.

 ‘저 검은......’

 분명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 물건이었다. 당충선은 열심히 기억을 떠올렸지만 도무지 생각 나질 않았다.

 어느새 진운은 다시 자리에 앉아 육포를 뜯기 시작했다.

 당희지는 다시 투덜대고 있었다.

 “아앙 당숙! 진짜 노숙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저 누군지도 모르는 놈이랑 같이 있어야 해요? 그냥 쫓아내면 안돼요?”

 그런 동생과는 반대로 당석호는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했다. 마차에서 침낭을 가져와 자리를 펴고 화섭자를 챙겼다. 생긴 것만 비슷하지 하는 꼴은 정 반대인 남매였다.

 당희지는 진운보고 들으라는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지가 무슨 청성이야 무당이야. 저 꼴에 검 하나 차고 있으면 누가 알아준대?”

 그러는 와중에도 당충선은 끊임없이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 청성? 무당? 아니야... 도인이라...... 도인......’

 도사라고 한다면 지금 그들이 머물고 있는 호북땅에선 무당파가, 사천에선 청성파가 유명했다. 헌데 문득 떠오른 사천의 유명인사가 한 명 있었다. 청성의 쫀쫀한 도사들을 제외하고 사천에서 유명한 딱 한명의 도사가.

 ‘비도선인?!’

 그제야 저 검이 어디서 본 것인지 떠올랐다.

 그는 옆에서 재잘대는 당희지를 향해 말했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은 아닌 것 같구나.”

 

 당문의 일행은 진운의 옆에 자리했다. 딱 붙어 있진 않았으나 말소리를 듣기에는 충분히 가까운 자리였다.

 이미 날은 컴컴해져 있었다. 그들이 화섭자로 지펴놓은 모닥불이 아니었다면 서로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

 일렁이는 불꽃에 비친 당충선의 눈동자가 조용히 진운을 탐색했다.

 꾀죄죄한 도복에 한 자루 검.

 분명 그가 알고 있는 검이었다.

 그 검의 소유자가 그가 알고 있던 사람보다 한참은 어리고 키는 훨씬 크며 입고 있는 옷 또한 고품질의 비단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흠...... 제자인가?’

 그가 진운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그의 조카들은 이 밤중에도 투닥거리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어린 당희지가 그녀의 오라비를 향해 시비를 걸고 당석호는 무시로 일관하는 것이었지만.

 “오빠 자리가 더 평평하잖아. 얼른 자리 바꿔!”

 “......”

 당석호는 당희지쪽은 쳐다보지도 않은채 그냥 드러누울 뿐 열을 올리는 것은 오직 당희지 혼자였다.

 당충선은 두통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보고 듣는 자리에서도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당희지의 철없음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그는 슬슬 진운의 정체도 파악할 겸, 당희지의 관심도 돌릴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소형제는 혹시 도문의 제자인가?”

 진운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혹 무평이라는 사람을 아시오?”

 본격적인 질문이었다.

 진운은 대뜸 사부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놀라 안다고 말할 뻔 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그 말을 내뱉지 않고 평정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이전의 사부가 했던 말이 떠올랐던 탓이다.

 ‘혹시 다음에 사천의 무인들을 보면 조심하거라.’

 ‘왜요?’

 ‘흠흠... 내가 저질러 놓은 일이 좀 있어서......’

 아마 사부의 성정으로 보건데 어디서 깽판이라도 친 듯 싶었다.

 진운은 모르는 채 하며 물었다.

 “무평이요? 그게 누구죠?”

 “그 사람, 아주 호탕한 사람이지. 저어기 쫌스런 청성과는 달리.”

 진운의 사부인 무평이 무당파에 악감정을 지닌 것처럼, 당충선 또한 청성에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닌 듯 했다.

 “이번에 또 청성에서 시비를 걸었다면서요? 독이 어쩌고 비열하니 어쩌니 하면서.”

 청성이라는 말에 반응한 것은 당희지였다.

 “너는 그것을 또 어디서 들었느냐?”

 “그거야 아버지랑 백부님이랑 말씀하시는 걸 들었죠. 맹에서 서찰이 왔던데요? 석기오빠한테서.”

 “또 어른들 얘기를 도둑고양이처럼 엿들었구나.”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던데요?”

 “어차피 다 알게 될 일입니다. 당숙.”

 묵묵히 입 다물고 있던 당석호까지 입을 열었다. 청성에 대한 반감은 당충선 혼자만의 감정이 아닌 듯 했다.

 그에 당석호가 머리를 부여잡고 체념하듯 말했다.

 “끄응. 그렇긴 하다만......”

 당가와 청성의 마찰. 그것이 실상이었다.

 당문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꼿꼿하게 구는 청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청성으로서는 독과 암기를 주저하지 않는 당문의 비정함이 불편했다.

 같은 정파라 해서 늘 같은 편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사천이라는 지역은 아미까지 해서 3개의 문파가 세를 다투는 입장이다.

 협력보다는 경쟁이 우선되는 사이였다.

 허나 진운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당문과 청성사이에서의 관계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관심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어째서 당충선이 무평을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진운이 입을 열었다.

 “그... 무평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아. 잠시 이야기가 샜군. 어떻게 아냐면 글쎄......”

 당충선은 잠시 고민했다. 그를 어찌 안다고 해야 할 것인가.

 본디 적의 적은 친구라 했다.

 “친구... 쯤 되겠지.”

 “네?”

 진운은 처음 무평의 이름을 들었을 때보다 조금 더 놀랐다.

 그는 사부와 6년을 같이 지내면서 사부가 친구 비슷한 것조차 만난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말하는 본새를 보면 친구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는 작자가 무평이었다.

 더구나.

 ‘분명 사천땅에서 저지른 짓이 있다고 했는데.’

 친할 리가 없는 동네서 친한 척을 한다.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볼 일이었다.

 “아무튼 그도 소형제 처럼 도복 한 벌에 검 한 자루만을 들고 사천땅을 누볐지. 헌데 그 검이......”

 당충선이 말을 흐리며 눈동자를 움직였다. 그의 시선이 진운의 검으로 향했다.

 진운은 긴장했다. 자신의 옆구리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검을 숨기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다.

 “소형제의 검과 똑같이 생겨서 말이오.”

 말을 하는 당충선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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