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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회귀불사지체
작가 : 서은하
작품등록일 : 2018.12.31

목숨을 걸고 강호를 주유하는 진운의 이야기.

 
7. 장기홍
작성일 : 18-12-31 17:32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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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침하는 입을 막은 노인의 손에 검붉은 피가 번졌다. 울혈(鬱血)이다. 내상의 흔적임이 분명했다.

 장기홍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를 휘둘렀다. 붉은 빛이 반월을 그리며 노인의 허리를 노렸다.

 노인은 가까스로 검을 들어 장기홍의 도를 비껴냈다.

 허나 장기홍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연이어 휘두르는 도가 노인의 요혈을 노렸다.

 강맹한 내력이 담긴 패도였다.

 상대가 내상을 입은 것을 안 이상 내공의 힘으로 찍어 누를 심산이었다.

 노인의 대처는 기민했다.

 내력이 파탄나는 와중에도 반치 차이로 패도를 흘려 내는데, 힘의 배분이 정교하기 그지없었다.

 장기홍은 노인의 검을 마주할 때 마다 느껴지는 유연함에 혀를 내둘렀다.

 ‘노인네... 내상이 아니었다면 힘들었겠어.’

 아닌게 아니라 노인은 연신 뒷걸음질을 치는 와중에도 장기홍에게 단 일격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더 위태해 지는 것이 이대로 가다간 승부의 균형이 무너질게 자명했다. 당연히 승리는 장기홍의 것이 될 터였다.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좌하방에서부터 대각으로 올려치는 장기홍의 도격을 노인이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낸 것이다.

 카앙!

 날카로운 소리가 무당산을 흔들었다. 여태껏 들리던 마찰음보다 몇 배는 큰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노인의 몸이 공중으로 튕겨져 나갔다.

 장기홍의 도에 실린 힘을 어찌할 수 없음이었는지.

 한참 전부터 드러나던 내력의 차이였다.

 힘과 힘의 정면대결에서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 버렸다.

 장기홍의 발은 굳건히 버티고 있는데 반해 노인은 버티기는커녕 몸 전체가 일장가량 높이까지 떠오를 정도로 날아간 것이다.

 허나 노인을 날려 보낸 장기홍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 노친네가...!’

 장기홍은 자신의 대도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온 내력을 실어 강하게 쳐 냈지만 그것은 상대의 병장기 뿐.

 노인의 육신에는 한 톨의 충격도 전해지지 않았음이 틀림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노인은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뒤집더니 사뿐하게 착지했다. 흡사 고양이같은 몸놀림 이었다.

 노인은 장기홍의 도격에 밀려난 게 아니었다.

 아니 힘에서 밀려나긴 했으되 그 힘을 이용해서 몸을 뒤로 날린 것이다.

 말이 쉽지 몸을 빼는 순간을 잘못 맞췄다가는 짓쳐들어오는 경파에 휩쓸리기 십상인 아슬아슬한 기예였다.

 절묘한 움직임으로 5장이 넘는 거리를 확보한 노인은 느긋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썩을 놈.”

 그리고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가슴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탁무놈이 준거라 께림칙했는데......”

 노인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물건 하나를 꺼냈다. 하얀 종이로 감싼 환단이었다.

 콩알만 한 환단의 포장을 벗겨내고 빠르게 입으로 삼킨 노인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흐으읍

 그를 지켜보던 장기홍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환단? 환단을 먹고 운기도 하지 않는다고?’

 보통 환으로 된 영약이라 함은 내력의 응집체다. 그래서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통해 응집된 내력을 소화하는 과정이 필수였다. 이는 내공증진뿐만이 아니라 내상을 다스리기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헌데 노인은 환단을 삼키고 잠시 심호흡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장기홍은 혹시 자기가 놓친 게 있는지 생각해봤다.

 ‘분명 탁무에게 받았다고 했지. 도대체 누구지? 탁무...... 탁무... 탁무진인!’

 당장에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탁무진인이라면 사제에게 장문인의 자리를 양보하고 은거한 기인. 그가 강호에 모습을 비추지 않은지도 30년은 되었으니 말이다.

 ‘탁무자라면 지금 무당장문인과 동 항렬. 적어도 무당장로의 신분일 텐데...... 30년을 넘게 은거했다더니 뒷방에서 태청단이나 만들고 있었나 보군!’

 소림에 대환단이 있다면 무당엔 태청단이 있다. 죽은사람도 되살린다는 소림의 대환단. 그에 버금가는 태청단이라면 운기조식 없이 내상을 치료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장기홍은 노인이 먹은 환단이 태청단이거나 그에 준하는 영약일거라 생각했다.

 과연 그의 생각이 맞았는지 심호흡을 하는 노인의 얼굴은 빠르게 혈색이 좋아지고 있었다. 내상으로 각혈 했던 사람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편안한 표정이었다.

 적도상인 장기홍은 생각을 이어갔다.

 ‘태청단을 받았다면 무당과 보통관계가 아니란 건데......’

 피차 껄끄러운 관계라고 생각했던 무당파였다. 그래서 무당산의 영역에서도 싸움판을 벌였던 것인데 아무래도 그게 잘못된 판단인 듯 싶었다.

 장기홍은 확신을 얻기 위해 노인을 떠보기로 했다.

 “태청단을 훔치다니, 노친네가 깡도 좋군.”

 “뭣이라?”

 “흐. 소화도 못할 걸 훔치다보니 내상이나 입는 것이다. 본인이 무슨 무영신투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이런 개같은! 그딴 좀도둑을 어디다 갖다 붙여!”

 “호오. 무영신투 정도는 아래로 볼 대도(大盜)셨구만.”

 “훔친 게 아니라! 탁무 그치가 내게 억지로 쥐어준 것이다!”

 도둑으로 몰아가는 장기홍의 말에 노인은 발악하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존심이 상한 모양인지 당장에라도 검을 출수할 태세였다.

 겉으로 웃고 있던 장기홍은 속으로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확실히 받은 게 맞군.’

 하지만 장기홍의 별호가 왜 적도상인이던가. 호승심 가득한 여타 무인들과는 달리 그는 늘 빠른 상황판단으로 이해득실을 따져 움직였다.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짐짓 모르는 척 노인에게 말을 걸어 시간을 끌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흐. 탁무? 무당에 그런 인물도 있던가?”

 ‘노친네가 내력을 회복했다. 여태까지야 내력으로 밀어붙였지만 지금부턴 잘해야 호각. 더구나 무당파의 영역에서 너무 오래 싸웠어. 여기서 더 소란을 일으켰다간 무당파에 들킨다! 그래도 저놈은 죽여 놓고 가야겠는데......’

 그가 힐끗 쳐다본 곳에는 진운이 앉아있었다.

 그런 장기홍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인은 열을 올리며 말을 토해내는 중이었다.

 “무당은검이 이젠 무당도 떼고 검도 떼고 그냥 은(隱:숨다)이 되었구만! 예라이 말코놈들. 나오라는 탁료는 안 나오고!”

 그저 탁무가 누구인지 운을 띄웠을 뿐인데 갑자기 무당욕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노인네다.

 장기홍은 노인의 이어지는 욕지거리를 들으며 생각을 거듭했다.

 ‘태청단은 받았지만 무당과 사이는 좋지 않다? 아니지, 그냥 입이 험한 노인네 일수도 있어. 저 어린놈을 죽이면 그 사실이 무당의 귀에 들어갈까? 그냥 살려둬야 하나...... 아니야. 애초에 저놈의 목적지는 무당파. 살려두면 오살도의 일이 무당에 알려지게 된다. 무조건 죽이고 간다!’

 장기홍이 고민하는 사이에도 노인은 끊임없이 욕을 내뱉는 중이었다.

 “...... 그러고 이딴 알약하나 쥐어주면 고맙습니다! 할 줄 알았나? 당당하지 못한 위선자 놈들! 예라이 퉤!”

 장기홍으로써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

 노인이 욕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그는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렸다.

 노인은 갑자기 움직이는 장기홍을 보며 급히 싸울 준비를 했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장기홍이 향한 곳은 한참 옆, 진운이 앉아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뿔싸!’

 내상을 추스르기 위해 거리를 벌렸던 것이 그만 진운과도 멀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뒤늦게 노인 또한 보법을 밟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눈 깜박할 사이에 두 사람이 자신에게로 쇄도해 오자 진운은 헛바람을 삼켰다.

 “으헉!”

 놀랄 틈도 없이 어느새 적도상인의 붉은 대도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눈으로 보고 피할 수준의 속도가 아니었다. 진운은 그저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피하려 했다.

 갑자기 몸을 움직이자 아까 등에 맞은 상처가 화끈거렸다. 그 때문에 생긴 잠깐의 멈칫거림.

 그 잠깐 사이에 장기홍의 도가 진운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푸확!

 폐부를 짓이기고 들어왔던 붉은 도가 더욱 붉은 피를 뿌리며 등으로 빠져 나갔다.

 가공할 패력이 왼쪽 가슴을 뼈째로 갈라낸 것이다.

 등에 생겼던 상처는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끔찍한 고통에 진운은 눈을 까뒤집었다.

 두 번째 죽음이었다.

 

 * * *

 

 몸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보이는 것이라곤 새카만 어둠 뿐.

 손과 발을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걸리는 것이 하나 없다. 머리가 땅을 향하는지 하늘을 향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다.

 곰곰이 기억을 떠올리자 루화누님의 얼굴이 가장 먼저 눈앞에 어른거렸다.

 강렬했던 입맞춤과 그리고...

 뭐라고 말했더라?

 ‘무당산으로 가렴.’

 맞다 무당산.

 무당파로 도망치던 중이었다. 그리고 대흥방의 무인들을 만났고 등에 상처를 입었다.

 “아얏!”

 갑자기 등이 화끈거린다. 없던 상처가 생긴 것일까?

 생각이, 기억이 빠르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외소한 체구의 노인을 만나 구명을 받고, 뒤이어 붉은 대도의 남자가 쫓아왔다.

 그리고 그 남자와 노인의 싸움을 지켜보다 붉은 도가 날아들고......

 “허억!”

 심장어림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진다.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눈앞이 점차 희미진다.

 흐릿해져가는 시야에 불빛이 잡힌다.

 하나, 둘, 셋... 여섯, 일곱.

 그리고 가운데 자리한 청수한 인상의......

 ‘쯧쯔. 얼마나 지났다고 이곳엘 또 오는 것인지. 너의 삶도 순탄치는 않겠구나. 어서 돌아가거라. 목걸이 잘 간직하고.’

 공명 선......

 

 * * *

 

 ‘선생!’

 진운은 눈을 부릅떴다.

 그는 무의식중에 왼쪽 가슴을 더듬었다. 폐부를 갈라냈던 상처가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허나 끔찍한 죽음을 체험한 탓에 숨을 헐떡거렸다.

 ‘후......’

 “예라이 말코놈들!”

 진운의 귀에 노도인의 욕지기가 들려왔다.

 똑같은 순서, 똑같은 말.

 오살도에게 죽음을 맞았을 때와 같다.

 이곳은 그가 죽기 직전의 과거다.

 그리고 그의 기억은 현실이 될 터였다.

 ‘곧 이어 칼이 날아든다!’

 진운은 식은땀을 흘렸다.

 ‘언제였더라?’

 고민하는 사이에도 죽음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진운은 가전의 호흡법으로 온몸의 근육을 팽팽히 긴장시켰다. 새삼스레 등의 상처가 따가웠다.

 노도인은 욕을 쉬지 않았다. 온갖 욕을 쏟아내던 노도인이 무당산 정상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침을 뱉었다.

 “.....당당하지 못한 위선자 놈들! 예라이 퉤!”

 ‘지금!’

 그때였다.

 진운이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적도상인의 붉은색 대도가 짓쳐들어왔다.

 눈으로 쫓기조차 힘든 빠르기였다.

 하지만 볼 수는 없어도 기억해 낼 수는 있다.

 왼쪽 가슴. 심장어림을 베어냈던 도격이었다.

 진운은 있는 힘을 다해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었다.

 붉은 잔상을 남기며 들어오는 장기홍의 도에 비해서 자신의 몸은 답답하리만치 느렸다.

 진운이 가까스로 상체를 비트는데 성공한 순간 장기홍의 도끝이 가슴에 닿았다.

 스각

 하지만 붉은 대도가 갈라낸 것은 끝에 걸린 진운의 옷 뿐이었다.

 죽음을 피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엉거주춤 일어서던 자세로 상체를 비틀었던 진운은 균형이 무너져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만약 이대로라면 이어지는 장기홍의 도에 죽을 운명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두 번째 참격은 없었다.

 뒤이어 달려온 노도인이 맹렬한 기세로 적도상인에게 검을 찔러간 것이다.

 장기홍 또한 애초부터 두 합 이상은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그는 첫 일격이 실패하자마자 그대로 방향을 틀어 산 아래로 내달렸다.

 아마 단번에 진운을 죽이고 도망칠 계획이었으리라.

 노도인은 애써 그런 장기홍을 뒤쫓지 않았다.

 대신 눈을 번뜩이며 누워있는 진운에게 말을 걸었다.

 “살 만하냐 이눔아!?”

 진운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어르신. 덕분에......”

 “에고 난 죽겠다.”

 노도인은 후들거리는 몸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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