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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회귀불사지체
작가 : 서은하
작품등록일 : 2018.12.31

목숨을 걸고 강호를 주유하는 진운의 이야기.

 
0.프롤로그
작성일 : 18-12-31 17:25     조회 : 475     추천 : 1     분량 : 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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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강은 세외다.

 북경에서부터 족히 만리 길. 청해와 감숙을 넘어 만리장성조차 닿지 못하는 곳이다. 사람들은 그런 장성 바깥을 세외라 불렀다.

 신강 대부분을 차지하는 드넓은 초원은 비단길의 시작이다. 세외를 지나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 그 중 천산 산맥을 피해 북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천산북로라 했다.

 비단길을 가로막은 천산은 험준했다. 몇 개인지 셀 수조차 없는 봉우리들이 끝을 모르고 늘어섰는데, 그 사이에도 사람은 사는 모양이었다.

 산 중턱의 고원에는 적지 않은 농지와 초옥이 자리했다.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복장도 얼굴도 제각각이었다. 한족의 옷을 입은 파란눈의 색목인이 있는가 하면 북방식 털모자를 쓴 짙은 피부의 서역인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체구가 단단하고 눈빛이 형형한 것만큼은 똑같았다.

 그들은 집집마다 대문을 검게 칠해 놓았다. 마을 전체가 흑색 대문을 가진 기이한 동네였다.

 마을을 지나 고원이 협곡으로 변하는 곳에는 흑색 성문이 자리를 잡았다. 산 하나를 통째 성으로 쓰는 듯 했다.

 성의 양식도 중원의 것과는 달랐다. 중원에서 보기 흔한 벽돌로 지은 것이 아니고 커다란 돌 사이를 자갈과 흙으로 매워 쌓아 올렸다.

 그리고 단단한 돌 벽 위에 세워진 누각.

 그 누각에는 일월日月이라 쓰여진 현판이 걸려 있었다.

 일월(日月)신교, 명(明)교. 혹은 천마(天魔)신교.

 세간에서 마교라 불리는 자들이 몸을 숨긴 곳이었다.

 

 천산, 마교의 내성.

 마교주가 거주하는 대전은 황량했다.

 문에서부터 태사의에 이르는 길을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열여덟 기둥. 그 뿐이다. 기둥사이를 매웠어야 할 이들이 지금은 자리해 있지 않았다.

 교주의 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수많은 무사는 물론, 각 대주들과 사대호법도 없었다. 심지어 항상 교주 뒤에 시립해있던 수신호위 마저도 서있지 않았다.

 오로지 교주 구양천만이 홀로 높은 태사의에 앉아있었다.

 미동도 않고 앉아있는데 그 존재감이 대단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의 문을 쳐다봤다.

 그때 대전의 문이 열리고 북변의 시린 바람이 들이쳤다. 싸한 공기가 내부를 휩쓸자 안을 밝히던 등불이 그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그 변화를 일으킨 자들은 이립도 지나지 않은 젊은 남녀였다. 큰 키에 상아색 도복을 입은 선명한 얼굴의 청년과 하얀 무복에 흑색 실로 日月의 글씨를 수놓은 여인.

 그 중 여인은 교주 구양천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뒤로 묶은 흑발을 찰랑거리며 들어오는 여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굳게 다문 입에 눈물이 흐를 것 같은 큰 눈. 수 년 전 본 모습 그대로였다.

 흑랑대주 종리맹도, 수라대주 권택도, 심지어 사대호법 조차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이는 교주 구양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모두가 저 상아색 무복의 청년 때문이었다.

 그는 어디서 나오는 여유인지, 입가엔 미소마저 띠우고 눈으로는 대전 곳곳을 살폈다.

 그 꼴을 보던 구양천이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기어이 오는군.”

 내공 따윈 싣지 않은 짧은 한마디에도 상대를 위압하는 공능이 있음인지.

 텅 빈 대전에 검마 구양천의 낮은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그대도 어차피 제국의 횡포에 가족을 잃은 처지. 그냥 신교에 투신함이 어떤가. 옆에 낀 신녀도 내주고.”

 구양천의 말에도 청년의 시선은 여전히 건물 내부를 훑었다. 입으로는 작은 소리로 호오, 이야 같은 감탄사를 내면서.

 그 태도에 구양천이 일갈하려던 찰나.

 갑자기 청년은 고개를 돌려 옆의 여인, 일월신녀에게 웃으며 말을 건냈다. 구양천의 맥을 끊는 절묘한 순간이었다.

 “집이 좀 더럽다고 똥밭에서 잘 수는 없잖아?”

 그러자 여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화답했다.

 “그럼요. 똥밭은 치우고, 집은 정리해야죠.”

 한 번의 대화로 구양천을, 마교를 똥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도발이었다.

 구양천은 이제 노기를 지우지 않고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뱉었다.

 “신녀는 결국, 신교를 저버릴 참인가!”

 심력을 흔드는 노호성에도 두 사람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일월신녀는 두 눈에 귀화를 틔운 채 더 큰 분노를 교주에게 쏘아냈다.

 “당신은 신교를 말할 자격이 없어. 마교주. 신교를 저버린 것은 당신이야.”

 동시에 그녀의 손이 백옥처럼 빛났다. 손을 하얗게 물들인다는 마교의 비학, 소수마공이었다.

 구양천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금제를...?!”

 대답은 청년의 입에서 나왔다.

 “내가 풀었소. 소수공은 마공이 아니더군. 알아내는데 애 좀 먹었지.”

 “...... 기어이 죽음을 자처하는가!”

 구양천이 분노로 몸을 일으키자 청년은 검을 빼들며 앞으로 나섰다. 시종일관 띠고 있던 미소는 지웠지만 한마디 내뱉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거야 뭐, 늘 하던 일이라.”

 결국 참지 못한 구양천이 그의 진력을 터뜨렸다.

 “놈!”

 막대한 진기의 경파가 사위를 휩쓸었다.

 과연 천하오검수의 일인.

 청년의 상아색 옷이 미친 듯이 펄럭였다.

 신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옷자락이 쉼 없이 날리고 머리칼이 요동쳤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세를 바로하고 양 팔에 진기를 한가득 불어넣었다. 두 손이 투명해 보일 정도로 빛났다.

 임전의 태세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짐하듯 청년에게 말을 건냈다.

 “죽지 마요.”

 “글쎄 그건 해봐야 알 것 같은데.”

 농담 섞인 대답과 동시에 그는 구양천을 쳐다봤다.

 구양천은 천천히 검을 뽑고 있었다. 그가 불러일으킨 경파는 이제 소용돌이가 되어 주위로 모여들었다.

 터뜨렸던 진기가 다시 모이고 있었다.

 범위는 줄었으나 그 힘은 더해졌다.

 어느새 구양천의 얼굴은 평정을 되찾았다. 상대를 마주함에 있어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고수였다.

 그는 검을 들어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라.”

 “그럼, 사양않고.”

 청년이 신형을 날려 기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동시에 일월신녀도 움직였다.

 2 대 1의 합공이다.

 두 사람은 천하의 마교주 앞에서도 겁을 먹지 않았다.

 선공은 신녀부터.

 그녀의 손이 백광을 뿌리며 구양천의 중단을 노렸다. 변초도 허초도 없는 정공이었다. 막아내기 쉬운 투로. 거기다 내력 또한 상대를 압도할 만한 것이 아니었으니 단번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상대는 구양천. 천하제일을 다투는 검객이다. 그녀의 공력이 부족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뒤. 공간을 찢어발기는 파공의 검격이 뒤따랐다.

 펄럭이는 상아색 도복. 빙긋 웃는 얼굴.

 발칙한 말투의 청년이었다.

 허나 말투가 가볍다고 검까지 가벼운 것은 아닐 터, 청년이 찌르는 검에는 무시 못 할 힘이 담겨 있었다.

 구양천은 전력을 다해 청년의 검을 막았다.

 카앙!

 검과 검이 만들어낸 파열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청년은 이미 흐름을 탄 상태였다.

 구양천이 만들어놓은 진력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제집처럼 편히 발을 놀렸다. 기오막측한 보법에 섬전 같은 검격이 구양천의 공간을 박살내고 있었다.

 거기다 중간 중간 맥점을 찌르는 여인의 하얀 손.

 날 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듯 서로의 빈틈을 절묘하게 매워주는 합격(合擊)이었다.

 구양천은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그의 기세는 어느새 반절이나 줄어 있었다.

 허나 두 눈은 건조하게 가라앉았다. 백련의 고수가 허실을 살피는 눈빛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청년의 기쾌한 검격은 쉬지 않았다.

 파앙!

 청년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구양천의 어깨를 지나쳤다.

 그저 빠르기만 한 검이 아니었다. 젊은 나이에 어찌 그리 높은 공력을 모았는지, 검이 지나치는 곳마다 공간 째로 뜯겨 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그 뒤를 받쳐주는 백옥의 공력.

 일월신녀의 소수마공이었다.

 구양천의 눈이 가늘어졌다. 동시에 표정을 굳히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뒤로 반보, 검을 쥔 손은 가슴까지 끌어 당겼다.

 그러자 일순 구양천이 내뿜던 기파가 사라졌다.

 남녀는 순간 의아함을 느꼈다.

 이미 절반쯤 옅어진 기세였으나 이리 쉽게 사라질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양천 스스로가 거뒀다고 봐야 했다. 공간의 장악보다는 응집에 초점을 둔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일점돌파.

 순간 구양천의 검이 붉은 검광을 뿌렸다. 목표는 신녀였다. 그녀는 혈적검법의 초식이 쇄도하자 손을 다급하게 움직였다.

 따다다당!

 구양천의 일 검에 그녀는 연거푸 네 번의 소수(素手)를 휘둘러야 했다.

 막아도 막은 게 아니었다. 해일처럼 밀고 들어온 막대한 진력에 내부가 진탕된 모양인지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금속처럼 단단하던 손에도 혈선이 그어졌다.

 게다가 이미 피 맛을 본 혈적검이 그녀의 목을 노리고 재차 찔러오는 중이었다.

 방어는 도외시하고 오직 신녀만을 노리는 수였다.

 당연히 청년의 눈에는 구양천의 옆구리에 함지박만한 허점이 보였다. 그곳에 검을 찔러 넣으면 구양천은 물러설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그가 물러서지 않는다면?

 동귀어진이다.

 청년이 구양천의 목숨을 취할 순 있겠으나 신녀 또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고민은 짧고 행동은 빨랐다. 청년의 선택은 신녀를 지키는 것. 그는 신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상처 때문에 더 이상 소수(素手)라고 부르기 힘든 신녀의 손이 혈적검과 마주하기 직전이었다.

 청년의 검이 혈적검의 진로를 막아섰다.

 그러자 구양천은 기다렸다는 듯 검의 방향을 바꿨다.

 신녀를 노리던 혈적검이 청년의 검을 사선으로 타고 올라 맹렬한 기세로 청년의 목을 노렸다. 애초에 신녀를 향했던 검격은 허초였던 모양이다.

 신녀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들던 청년은 대경하며 검을 휘둘렀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구양천의 혈적검이 그의 목을 파고들었다.

 “컥!”

 “안 돼!”

 청년의 귓속에 신녀의 비명이 들렸다.

 하지만 이미 목이 꿰뚫린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한 가닥 한탄만이 맴돌았다.

 ‘이번엔 안 죽을 줄... 알았는...... 데......’

 

 

 눈앞이 뒤집히고 목의 고통이 사라졌다. 더 이상 육신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이다.

 익숙하지만 친해질 수 없는 감각이다.

 어둡다. 눈을 떠도 감은 듯 캄캄하다. 몸은 하늘을 둥실 떠다니는 것 같다. 머리가 위로 하고 있는지 아래를 향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에서 청수한 인상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도 이젠 익숙하다.

 “슬슬 아니 오는가 싶더니. 경옥에 담긴 주(呪)에도 끝은 있음이라. 그 생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혀를 차며 타박하는 모습조차도 정이 들었다.

 ‘나라고 오고 싶어 왔겠소.’

 비록 소리가 안 나 입만 뻐끔댈 뿐이지만 아마 눈앞의 그는 알아들을게 분명하다.

 역시나 노인은 쓴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입을 가리던 흰색 부채를 들어 나를 가리켰다.

 저절로 다시 눈이 감겼다. 둥실둥실 떠다니던 정신에 점차 무게가 느껴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육신이 혼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작가의 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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