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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종 - 낙타인간
작가 : 다토
작품등록일 : 2016.9.5

가까운 미래, 지구의 모든 땅에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국가간의 경계조차 없어지는 상황이 도래한다.

남아있는 지구의 땅 중 오직 8%만이 물이 나는 '신성한 땅(프레어리 랜드)'으로 불리며

생존한 인간들만이 이 곳에 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생존한 인간들의 앞에 낙타와 같은 생김새인 변이종이 나타나고,

인간들은 이들을 지배하게 된다.

 
4. 속임수
작성일 : 16-09-24 19:09     조회 : 629     추천 : 5     분량 : 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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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득보는 정신을 차렸다. 천천히 눈을 뜨는 득보의 귀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없이 계속되는 휘파람같은 소리였는데, 휘파람보다는 더 시끄러웠으며, 인간이 내는 소리와는 아주 다른 소리였다. 득보는 자신이 푹신한 곳에 누워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허리가 곧게 펴진 채 천장을 보며, 자신이 초인간처럼 누워있었던 것이다. 그는 깜짝 놀라 일어나 앉아서 자신의 등 언저리와 엉치쪽을 정신 없이 더듬었다.

 

  "...뭐야, 왜 이래..." 득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는 지금 위로 허리를 곧게 펴고 있음에도,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는 사실에 스스로 경악했다. 그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득보는 푹신하게 생긴 구름 같은 솜뭉치들 위에 앉아있었고, 그 주변으로 여러개의 초들이 잔잔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바닥에는 초록빛 풀들이 깔려있었다. 그는 막사 같이 생긴 어떤 둥그런 공간 안에 홀로 있었는데, 입구로 생각되는 늘어트려진 천 주변을 제외하고는 막사 가장자리에 항아리, 밧줄, 돌멩이, 이상하게 생긴 옷가지들, 나뭇가지들 그리고 여러 종류의 풀잎 등등 온갖 잡동사니가 빼곡히 안을 채우고 있었다. 바깥은 낮인 듯, 햇살이 막사의 천을 통해 주홍빛으로 가득히 안을 채우며 들어왔다. 득보는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사막에 쓰러져 있다가 누군가가 구해준 걸까? 아니면 초인간들에게 다시 잡혀온 걸까? 하지만 그는 몸이 결박되어 있지도, 그를 감시하는 사람이 곁에 있지도 않았다. 득보는 막연하게 이 곳이 안전한 곳이며, 자신이 위험에 처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안심했다. 막사 안에는 풀잎 때문인지 상쾌하고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주는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그는 이 곳에서 계속 잠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새 허리가 곧게 펴져 놀랐었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득보는 만약에 천국이라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일 거라는 상상에 빠져들었다.

 

  '내가 죽은 걸까? 이렇게 편하다면, 차라리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걸. 살아있을 때는 모래바람에 휩쓸리고, 사막에서...'

 

 득보는 갑자기 아차, 하는 마음에 퍼뜩 놀라 아, 하고 외마디 소리를 내질렀다. 한비. 한비가 보이질 않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한비의 손을 놓쳐버린 자신의 모습과, 회오리에 휩쓸려 허공으로 날아간 한비의 모습이였다. 득보는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 조심조심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그 와중에도,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득보는 이전처럼 허리를 구부린 채 걷지 않고 마치 초인간처럼 걷고 있었다. 득보가 입구 앞에 다다라 나가려고 할때, 갑자기 한 사람이 득보의 앞을 막고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물이 담긴 사기그릇을 손에 들고 있었다.

 

  "당신, 깼군요! 다행이에요. 몸은 좀 괜찮나요?" 그가 말했다. 득보는 그를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그의 얼굴은 득보와 같은 변이종의 생김새였고 몸에도 털이 수북했으나, 허리는 지금의 득보와 같이 위로 곧게 펴 서 있었고, 초인간들처럼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그가 입은 옷은 초인간들의 옷처럼 무미건조하지 않고, 화려한 색깔의 긴 원피스와 같이 생겼는데, 득보는 그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가려는 득보를 안쪽으로 살짝 밀며 막사의 안쪽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당신은 누구죠?" 득보가 물었다.

  "나는 이 곳의 파수꾼, 갈마예요. 당신은요?" 갈마가 물었다.

  "득보예요." 득보가 대답했다. 갈마는 곧이어 손에 들고 있던 물을 득보에게 건넸다. "마셔요. 득보 당신은 아마 메마른 땅에서 왔겠죠? 오는 도중에 물이 귀했을 터이니, 며칠동안 마시지 못했을 거에요."

  "...네, 고마워요." 득보가 물을 받아들며 말했다. 득보가 물을 한 모금 마시자 그 전까지 전혀 목마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입이 담겨 있던 물을 허겁지겁 마셔 없애버렸다. 득보는 그제서야 자신이 굉장히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을 조금 더 줄 수 있나요?" 득보가 물었다. 그러자 갈마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득보의 손에서 그릇을 받아들었다. 갈마는 잠깐 기다려요, 하고 말하고는 막사 밖으로 나가 잠시 후 아까보다 더욱 물이 가득 채워진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득보에게 건넸다.

  "이 곳은 메마른 땅과 같이 물이 부족하지 않아요. 많이 마셔요."

 득보는 정신 없이 다시 물 한 그릇을 마셔 해치웠다. 갈마는 득보가 전부 마실 때까지 기다린 뒤, 풀이 깔린 바닥에 앉아 자신의 맞은편에 손을 내밀며 득보에게 말했다.

  "여기 앉아요."

 득보는 그가 말하는 대로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앉았을 때에도 자신의 허리가 굽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고, 놀라서 갈마에게 질문했다.

 

  "저는 정신이 들기 전까지 원래 허리가 굽어져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변이종이었거든요. 제 허리가 어떻게 갑자기 펴진거죠? 그러니까, 내가 묻고 싶은 건...어떻게...갈마 당신이랑 나랑..." 득보가 갈마와 자신을 번갈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갈마가 다시 싱긋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이건 우리의 본래 모습이에요."

  "본래 모습이요?" 득보가 되물었다.

  "메마른 땅에서 팔딘의 정권 아래 사는 무모인들은, 보통 우리와 같은 유모인들을 억압하죠. 그들은 수적으로 매우 적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자연을 파괴하고, 그들만의 기술을 발전시켜왔어요. 점점 우리 유모인들과 무모인들의 문화는 달라졌죠. 그러던 중에, 그들의 교주격인 팔딘이라는 한 무모인이 대폭발을 일으켰어요. 그래서 그 주변은..."

  "잠깐, 잠깐만요." 득보가 갈마의 말을 끊고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무모인이란게 초인간들을 말하는 건가요?"

 갈마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당신과 같이 메마른 땅에서 온 사람들은 그들을 두고 그렇게 말하더군요." 갈마는 이렇게 말하고는, 득보에게 더 물어볼 것이 없는지 기다린다는 눈빛으로 조용히 그를 쳐다보았다. 득보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갈마를 빤히 쳐다보자, 갈마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팔딘이 일으킨 대폭발은 무모인들만을 위한 것이었어요. 순식간에 폭발의 중심부를 제외한 주변의 상당한 지역이 전부 잿더미가 되었고, 그 중심부에 미리 모여 있던 무모인들과,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의 곁에 있던 유모인들만이 고립된 채 살아남게 되었죠. 그들의 중심부 밖으로 말할 수 없이 넓은 지역이 사막화 되었고, 그 때부터 그 지역은 황무지로 불리게 되었어요." 갈마가 잠시 말을 끊고 바깥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득보가 정신을 차린 뒤 가장 먼저 들었던, 휘파람 같은 소리였다. 갈마는 그 소리를 듣고 웃으며 득보에게 말했다. "새소리였군요. 밖에서 누가 부르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갈마는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는 무모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메마른 땅이라고 불러요. 그들이 일으킨 대폭발은 자연을 끔찍하게 훼손시켰고, 그로 인해 그들은 삶에서 댓가를 치르고 있죠. 그들은 물이 끔찍하게 부족해요. 심지어 무모인들은 우리보다 갈증을 자주 느끼는데에도 말이죠. 그래서 그들은 메마른 땅의 중심부에 큰 도시를 세우고, 그 주변에 작은 도시들을 세웠어요. 그리고 중심의 큰 도시에서, 그들이 파고 들어갈 수 있는 땅 속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물을 끌어올렸죠. 하지만 오염이 너무 심했다고 해요. 물은 맑아보였지만, 안에 그들이 자연에게 해한만큼의 온갖 독이 들어있었죠. 인간에게 아주 치명적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그들은, 물을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그 와중에, 그들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던 우리 유모인들에게 실험을 했죠."

 

  "실험..이요?" 득보가 물었다. 그러자 갈마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정화하는 과정에서 실험에 사용되었던 물을 우리 유모인들에게 계속 먹였어요. 매우 잔인했다고 해요. 죽어나간 유모인들이 쌓여 불타고, 그들이 죽기 전에 우리를 해부해 연구도 진행했다고 해요. 어째서 자신들과 겉모습이 다른지에 대해 말이에요."

 득보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나른한 정신에서 깨어났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 때 해부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우리 유모인들을 기형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죠. 그건 어떤 약물을 투입해 우리 유모인들의 뇌를 속이는 것이었어요. 유모인들은 스스로 허리를 펼 수 없다고, 허리를 피게 된다면 끔찍하게 고통스럽다고 느끼게 만드는 거였어요. 어떠한 방법으로 그들이 자연스럽게 약물을 투입했는지는 우리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그들의 속임수가 실현되었죠. 메마른 땅에 있던 유모인들은 그 때부터 허리를 반으로 굽혀 생활하게 되었죠. 무모인들은 그것을 매우 좋아했어요. 유모인들을 애초부터 자신들의 밑에 둘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요... 득보, 괜찮아요?"

 

 득보는 심장이 미친듯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주먹을 너무 꽉 쥔 나머지, 손바닥에 상처가 난지도 모른채,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갈마는 말하던 것을 중단하고, 재빨리 막사 안에 있던 풀잎을 몇 개 뜯어 득보에게 내밀었다.

 

  "득보, 진정해요. 이 이야기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마음을 가라앉혀요. 이걸 먹어봐요."

 

 갈마가 그에게 더 바짝 다가가 그의 입에 풀잎을 들이댔지만, 득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여전히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갈마가 몇 번 더 풀잎을 먹으라고 재촉했지만, 득보는 말을 듣지 않았다. 득보는 자신의 몸이 뜨겁게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지금 초인간, 아니 무모인 중 어느 누구라도 앞에 나타난다면 심장에 칼을 꽂아 죽여버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득보가 끝내 입을 열지 않자, 갈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그를 흔들었다.

 

  "득보! 정신차리고 이걸 먹으라고요! 분노를 가라앉혀요! 이러다 당신이 다치고 말아!"

 

 곧이어, 갈마가 득보의 축 처진 볼에 주먹을 날려 때려눕히고는, 득보의 위에 올라타 그의 입에 풀잎을 밀어넣었다.

 

  "씹어요. 이걸 먹고 진정 좀 해보라고요."

 

 득보는 분노에 너무나도 집중한 나머지 갈마가 하는 행동들에 반항하지 않았지만, 기계적으로 풀잎을 씹다가 갑자기 눈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득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득보가 갈마에게 사납게 소리쳤다.

 

  "당신이 뭘 알아! 진정하라고? 진정하면 뭐가 달라지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고통, 당신이 알기나 하냐고! 당신이 수리를 살려낼 수 있어? 수리를, 수리..." 득보는 이렇게 말하고는 끝내 끅끅 하는 소리를 내며 속으로 삼킨 울음을 터뜨렸다. 득보의 울음소리는 길게 이어졌고, 갈마는 득보의 위에서 내려와 옆의 풀 위에 주저앉았다. 득보가 울음을 참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긴 침묵이 이어졌고, 마침내 득보의 소리도 점점 사그라들었다. 막사 안에 들어오는 햇빛이 더 강렬한 주홍빛으로 변했을 때, 태양이 점점 저녁의 시간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올 때, 갈마는 긴 침묵을 깨고 득보에게 말했다.

 

  "나도 알아요."

 득보는 제자리에 누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갈마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나도, 변이종이었다고요."

 그러자 득보는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갈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득보를 마주보고 다시 한번 말했다.

 

  "한때, 나도 당신과 같이 속아넘어간 그들의 벌레 새끼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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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bear 16-09-24 19:38
 
한비는요......ㅜㅜㅜ?? 한비 어딨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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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bear 16-09-24 19:39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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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 16-09-24 20:41
 
헐 대박..ㅜㅠ 실험의 결과물이었다니ㅠㅠ.. 너무나 열받네요ㅠㅠ 빨리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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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은 16-09-24 21:28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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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블리 16-09-24 23:41
 
실험을 한거였다니... 득보가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거같아요ㅠㅠ 그다음내용이 더 궁금해지네요!! 한비는 어디로 갔는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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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dream 16-10-17 20:13
 
다음편은 언제 올라오나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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