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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해에게서 소년에게
작가 : llena
작품등록일 : 2018.12.4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 류 도진과 그의 단 하나뿐인 해에 관한 이야기.

 
17화. 특별한 건 오늘일까, 너일까.
작성일 : 18-12-31 16:40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6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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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해도 돼? 」

 ​

  도진의 눈동자에서 설렘과 묘한 흥분의 빛이 흔들렸다. 해는 고갤 돌리며 끄덕였다. 짧지만 확실한 응답이었다. 도진은 조금 신이 난 발걸음을 움직였다. 해는 그 사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보리색 벽지, 짙은 회색의 소파, 옅은 회색의 카펫, 하늘색과 파란색의 쿠션, 맞은편 높은 철제 책장 가득히 꽂힌 책, 햇빛을 받으며 놓인 책상.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 센스가 돋보이는 이 집을 누가 18살 남자애 혼자 사는 집이라고 믿을까.

 

  「 해야, 해야. 」

 

  들뜬 목소리에 고갤 돌렸다. 해는 구경을 마치고 그에게로 걸음을 옮겨 그가 준비한 의자에 앉았다.

 

  「 진짜 괜찮아? 」

  「 응. 」

 

  간결한 대답에 도진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는 가위를 들었다. 해의 머리카락 가까이 가져다 대곤 아주 살짝 잘랐다. 서곡이는 느낌조차 오지 않을 정도였다.

 

  「 그냥 잘라. 어차피 머리는 또 길어. 」

 ​

  그의 망설임을 느꼈는지 과감한 목소리를 냈다. 도진은 잠시 물러서 그때의 그 광경을 떠올려 냈다.

 

  해는 주기적으로 머리를 잘랐는데 담당 미용사는 스님이었다. 처음 절에 들어갈 때만 해도 해는 긴 머리였는데, 샤워기 대신 바가지로 머리를 감아야 해서 머리카락은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도진은 미용실이 아닌 공간에서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모습이 낯설고 신비스럽다 못해 어딘가 고결한 느낌마저 받았었다. 천천히 조금씩 잘린 머리카락이 비닐 위로 흘러내렸다.

 

  「 해야. 안 떨려? 」

  「 응. 」

 

  오히려 도진이 더 떨리는 목소리였다.

 

  「 내가 이상하게 잘랐으면 어떻게 해. 」

 

  도진은 가위를 내려놓고 뒤에 놓았던 거울을 안았다. 해는 의자를 빙글대고 반바퀴 돌려 그의 쪽을 바라보았다. 옅은 햇살을 등지고 선 해가 단조로운 얼굴을 하고 어깰 으쓱했다.

 

  「 다음에 또 자르게 하면 되지. 그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

 

  멍하니 바라보는 도진의 가슴팍에 안긴 거울 속 자신을 살피던 해는 약간 삐뚤게 잘린 옆머리를 매만지며 웃었다. 곧 그를 올려다보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 이런 건 몇 번이고 하게 해줄 수 있으니까, 다음번엔 생일 선물로 이런 부탁하지 마. 선물은 네가 받는 거라고. 」

 

  생일이라 무얼 갖고 싶냐는 질문에 도진은 두 가지를 부탁했다.

 

  하나는 자신의 집에 놀러와 줄 것, 또 다른 하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

 

  간절하고 기대하는 눈빛에 해는 알겠다고 대꾸했지만 뭔가 늘 받기만 하고 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이번도 이렇게 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 해야. 」

  「 응. 」

  「 넌 진짜 특별해. 」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해의 반응에도 도진은 고갤 들지 않았다. 바닥에 흐어진 머리카락과 바닥에 닿지 않는 작은 발을 시야에 채웠다.

 

  잘해야만 한다. 그건 모두가 도진에게 거는 기대였다. 차라리 조금 더 어릴 적처럼 통통한 모습일 때는 엄마와 닮지 않았다며 애초부터 실망했을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라면서 큰 키와 훌륭한 얼굴의 외형 조건은 많은 이들에게 환상감을 안기게 했다. 그것은 도진에게 부담이고 짐이기만 했다.

 

  그런데 해는 실수나 실패 같은 건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다. 그의 어깨를 토닥이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진 않지만, 묵묵히 곁에 있어준다. 다음을 같이 바라봐 주며.

 

  「 류도진. 」

  「 응. 」

  「 내가 특별하면, 너도 특별해. 오늘은 생일이니까 더더 특별하고. 」

 

  해의 목소리는 가끔 태초의 빛처럼 제 안을 밝힌다.

 

  「 그러니까 과자 파티하자. 」

 

  귀여운 이야기도 빼먹지 않는다. 도진은 이 사랑스러운 천사를, 귀여운 악마를 바라보며 웃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017

 

 

 

  “하.”

 

  해는 거울 속 자신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류도진.”

  “응응.”

 

  신난 음색에 문 앞에 선 해 가 발로 툭 문을 찼다.

 

  “못 나가.”

  “아아. 왜. 얼른 나와. 다 입었지? 딱 맞지?”

 ​

  해는 다시 몸을 돌려 거울을 바라보았다. 가슴께를 넘는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하얀색 셔츠에 아이보리색 니트 조끼, 붉은색 넥타이, 검은색 마이, 무릎 바로 위까지 올라오는 짙은 회색의 체크 치마.

 

  딸깍하는 소리에 놀란 해가 뒤로 물러서자 도진이 손에 동전을 들고 서 있었다.

 

  “야, 너.”

  “.... 역시 잘 어울릴 줄 알았어.”

 

  혼내려는 얼굴에도 굴하지 않고 도진은 환하게 웃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거실로 이끌었다. 준비해놓은 책상에 그녀를 앉혀놓았다.

 

  도진은 생일 때마다 '소원권' 비슷한 것을 사용했다. 해는 1년에 1번이란 생각으로 해주곤 했는데, 이 나이 먹고 평생 안 입어본 교복을 입어보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셔터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해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와. 진짜 창피해.”

  “진짜 예쁘다니까. 해는 마흔 살이 돼도 이 얼굴일 것 같아. 어쩜 고등학생 같아.”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

 

  고갤 절로 절로 젓는 해를 보고도 도진은 마냥 좋은 얼굴이었다.

 

  “그거 세화여고 교복이야.”

 

  해는 그 말에 얼굴을 가리던 손바닥을 떨어뜨리곤 교복 치마를 다시금 쳐다보았다.

 

  세화여고는 도진이 다녔던 고등학교 바로 옆 고등학교였다. 아마 해가 고등학교에 진학했더라면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교복이 예쁜 것으로 유명한 여고였다.

 

  학교에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뿐이었다.

 

  “학교에서 만났다면 해는 후배였을 거 아냐? 윤 후배님.”

  “선배라는 호칭 들을 생각하지 마. 그래도 넌 그냥 류도진이야.”

 

  해의 입에서 나올 '선배'를 기대한 것도 사실이었다. 도진이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래도 학교 동아리에서 만났으면 모르지. 해가 나 선배라고 졸졸 쫓아다녔을 수도 있고.”

 

  끝에만 살짝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청초한 분위기가 풍기는 고등학교 후배인 해. 연극부에서 주인공을 맡아도 손색없는 외모로 연기 대신 소품 준비와 배경 그림을 그렸을 해.

 

  ‘오늘 좀 잘한 것 같던데요?’라고 새침하게 칭찬해줬을 것 같은 해. 책상에 걸터앉아 노을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선배. 좋아해요.’ 라고 의외로 당돌하게 말했을 것 같은 해.

 

 “무슨 상상하는데 얼굴이 빨개져?”

 

  해가 상상의 세계를 깨부쉈다. 도진이 붉어진 볼을 감싸며 헛기침을 했다. 어느새 바닥을 딛고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 끝이지?”

 “아냐, 아냐. 아직 멀었어.”

 

  도진은 해의 손을 잡고 부엌으로 걸어갔다. 식탁 위엔 예쁜 모양의 쿠키가 한껏 담겨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더니 식탁에 올렸다.

 

  유리잔 아랫부분부터 체리주스가, 크림이, 시리얼이, 후르츠 칵테일이, 다시 생크림이, 과일이, 아이스크림이, 그 위로 과자가 채워진 모양이 세상의 달콤한 것들을 다 모아둔 듯했다.

 

  “짜잔. 고등학생의 상징이지. 파르페!”

 

  옛날에 도진과 함께 갔던 카페에서 까르륵 웃던 옆 테이블 여자애들이 시켜 먹던 걸 한참 바라봤던 게 생각났다.

 

  해는 웨하스 과자를 깨물어 먹었다. 입가에 슬며시 그려지는 미소에 도뿌듯했다. 남은 과자 한 쪽을 도진에게 내밀자 덥석 받아먹었다.

 

  “돈가스도 준비할걸.”

  “그것도 고등학생의 상징이야?”

  “그럼. 애들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돈가스와 파르페라, 애들에게 확실히 인기 있는 조합일 것 같았다. 아랫부분까지 싹 비웠다. 단 것도, 찬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해는 이 선물 종합 세트 같은 메뉴가 마음에 들었다.

 

  “이제 하나 더 남았는데.”

 

  도진은 지금까지완 달리 조금 머뭇거리는 기색을 내비쳤다.

 

  “뭔데?”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해를 데리고 끝방의 문을 열었다. 그곳은 비싼 스피커와 스크린을 마련해 도진이 작은 영화관으로 꾸며놓았다. 문화생활 공간이라기보다는 작업실에 가까웠다.

 

  문을 열자 어디서 준비했을지 모를 마이크와 미러볼 조명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 화려한 자태에 놀라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노래방도 고등학생의 상징이야.”

 

  저도 조금 창피한 것 같은데, 애써 당당하게 이야기하려는 모습에 해가 어이없는 얼굴로 웃었다.

 ​

  “이걸 어디서 다 빌려왔어?”

  “호근형한테 부탁해서.”

 

  화면에 연결해놓은 노트북을 잡더니 도진이 씩 웃으며 마이크를 내밀었다.

 

  “뭐?”

  “뭐라니. 노래방에 왔음 노래를 불러야지.”

 

  해는 노래방에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해에게 노래 부르는 취미는 없었고 흥얼거리는 편도 아니었으며, 도진 역시 음악 쪽 재능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나 아는 노래 없어.”

  “왜애, 한 곡쯤은 있을 거 아냐? 옛날 노래도 다 돼. 애국가도 있어. 애국가 부를래?”

 

  도진은 이미 화면에 애국가를 치고 있었다. 시작 버튼이 눌러지고 엄청난 스테레오의 음질로 노래방 반주가 흘렀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도진은 똘망똘망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는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들었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흐르는 음에 맞춰가는 해는 방 안 가득히 울리는 제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져 몇 번이나 흠칫거렸다. 그러나 도진은 감탄했다.

 

  워낙에 음색이 좋은 해라 노래도 잘하겠거니 하고 예상은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몇 년을 배운 배우의 발성처럼 깔끔하고 가수의 음성처럼 맑고 부드러웠다.

 

  1절을 마치자마자 해는 마이크를 껐고, 도진은 흘러나오는 반주를 멈추고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와, 대박. 해야. 왜 이렇게 잘 불러?”

  “이상한데.”

  “아냐, 아냐. 정말 가수인 줄 알았어.”

 

  도진의 호들갑엔 익숙한 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곤 마이크를 도진에게 내밀었다. 갑작스러운 반격에 도진이 당황했다.

 ​

  “응?”

  “나도 시켜놓고. 너도 한 곡해.”

 ​

  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별로 안 보여준 것과 달리, 도진은 조금만 신이나면 이상한 흥을 발사하곤 했다. 말도 안 되는 춤을 추고, 뚜루뚜뚜로 채워진 노래를 불렀다.

 

  코미디라고 생각한 도진의 노래는, 예상과 달리 잔잔한 반주가 흘렀다. 두 손으로 마이크를 쥔 도진이 긴장한 얼굴이라 해는 픽 웃었다. 떨리는 손가락 하며, 앞을 바라본 동공이 여지없이 흔들리는 모습이, 병아리같이 느껴졌다.

 

  “그대 내게 다가오는 그 모습 자꾸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감은 두 눈 뜨지 못한 거야 너를 내게 보내준 걸 감사할 뿐이야 고마울 뿐이야 많이 외로웠던 거니 그동안 야와 가는 너를 보며 느낄 수 있어 너무 힘이 들 땐 실컷 울어 눈물 속에 아픈 기억 떠나보내게 내 품에서……”

 

  멜로디와 어우러진 가사는 쑥스러울 정도로 다정했다. 나지막한 그의 음성이 녹아든 노래는 진실된 마음이 묻어났다.

 

 “서글픈 우리의 지난날들을 서로가 조금씩 감싸줘야 해. 난 네게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다 줄 거야. 내 남은 모든 사랑을.”

 

  도진은 언젠가 꼭, 이 노래를 해에게 불러주고 싶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노래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목소리가 떨리는데 나중에 삑사리라도 나지 않을까 초조했다. 자연스럽게 해의 눈을 바라봐 주고 싶은데 끝날 때까지 가사만 쳐다본 제가 바보 같았다.

 

  반주가 끝이 나고 슬며시 해의 눈치를 보려는데, 해가 고갤 숙이고 있었다.

 

  “나 그렇게 이상했어?”

 

  그래도 호근을 붙잡고 연습했는데. 도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지 말라며 어깨를 잡는 순간 연약한 진동을 느꼈다.

 

  오히려 거기서 더 당황했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가 감동 주는데 최고라고 했지만, 해는 그런 거에 꿈쩍도 안 할 거라고 믿었다. 호근도 웃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했는데. 도진은 웅크린 해를 안았다.

 

 “해가 로맨스를 모른다는 거 취소해야겠다.”

 “죽을래?”

 “아닙니다.”

 

  젖은 목소리임에도 위협적이어 도진이 흠칫했다. 도진은 해의 머리카락을 쓱 잡아당겼다. 가발이 뒤로 벗겨지면서 묶은 까만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약간 땀이 송골 맺힌 모습이 꽤 답답했겠구나 싶어 손가락으로 슥 닦아냈다.

 

 “해야. 고마워.”

 

  생일이어서 평소보다 더 나긋나긋한 것도 있지만, 일상 속의 해가 자신을 퉁명스럽고 무심하게 대해도 누구보다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란 건 도진은 잘 알고 있다.

 

  남들이 모르는 울보에, 찡찡이에, 바보에, 나약한 자신을 받아주고 정신을 차리게 해주고 또 지켜주는 걸 알고 있다.

 

 “바보야.”

 

  해가 그를 부르며 무릎에 얼굴을 문지르다 말고 고갤 들었다. 새하얀 얼굴에 코끝이 조금 빨간 게 루돌프 같아 귀여웠다.

 

 “오늘은 네 생일이야.”

 “응. 해가 내 선물이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쭉 그랬어.”

 

 해가 조금 부은 얼굴을 찡그렸다.

 ​

 “류도진은 좀만 풀어주면 느끼해지는 경향이 있어.”

 “로맨틱이 아닐까?”

 “아니야.”

 

  냉정한 대답에 도진이 피이, 하고 애 같은 소리를 냈다 웃었다.

 

  “류도진.”

  “응.”

  “생일 축하해.”

 

  이보다 더 원하는 축하는 없었다.

 

  “그리고 고마워.”

  “…….”

  “태어나줘서.”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여자가 존재할까?

 

  도진은 부모에게서 존재를 부정당했다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아버지는 없는 존재였고, 어머니는 사라진 존재였다. 자신이 없었다면 모두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고 믿었다.

 

  그가 태어난 생일과 법적 생일은 세 달이나 차이가 났고 다른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법적 생일이면 그는 사실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날인데 하며 고맙다고 대답하면서도 조금 비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이 태어난 날을 알고, 기억해주며, 탄생을 축하해주고, 존재를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다. 이토록 찬연한 얼굴을 하고, 이토록 감동스러운 모습으로.

 

  “해야.”

  “울지 마. 생일이잖아.”

  “응.”

  “오늘은 웃어야지.”

 

  해는 도진의 머리를 톡 문지르며 웃었다. 세계를 밝히는 미소에, 도진은 와락 끌어안았다. 해는 “울보야.”하고 또 한 번 웃었다.

 

  저를 핀잔주는 상냥한 목소리도, 따뜻한 체온도, 벌써 10년이 넘도록 같이 해온 생일도, 도진에게 모든 게 꿈처럼 특별했다. 눈을 떠도 사라지지 않는, 손을 뻗으면 어느새 제 손을 잡아주는 이 행복을 어찌 감사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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