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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온의 카르마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12.31

선계물. 선인들의 치열한 윤회.
인형술사가 되어 차원을 헤메는 천산의 뱀족 소녀 해랑과 제왕의 운명을 가진 환족 높의 엇갈린 첫 사랑.

 
1 아니야 그게 아니야
작성일 : 18-12-31 16:30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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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생에서 나는 뱀족이었는데 부모는 무자치(물뱀)였다.

 

 새끼 때부터 어머니는 신신당부했다.

 

 

 절대 살생하지 마라.

 

 

 나 새끼 뱀인데?

 

 육식으로 근육도 만들고 살도 만들어야 정상적으로 성장할 게 아닌가?

 

 벌레도 서로 먹고 먹어야 사는 걸, 내가 뱀으로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너무 하잖아.

 

 

 

 사실 살생하지 말란 말은 천산 주변에 사는 선인들에겐 계명과도 같았다.

 

 그래도 주변을 살펴보면 어머니만큼 내게 그것을 강조하는 어른은 없었는데 나중에 어머니는 지혜를 숭앙하는 뱀족 수호대선인으로부터 들었던 예언 때문에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뭐든지 풍요로워 못 구할 게 없는 천산의 환경에서는 첫 승급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보호자가 챙겨주는 선식만으로도 충분하긴 했다.

 

 하지만 굶거나 영양부족으로 죽을 일은 없다 해도 ‘살생을 금’하는 계율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렇게 10년을 보낸 후 약간의 음식으로도 며칠 동안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들은 일반 음식에 조금씩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신선의 교양으로 사냥이 들어가 있지만 살생금지의 계율로 죽이는 시늉만 하는 거라 지키는 것을 어렵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나중에 갓 죽은 생물에 숨을 불어넣어 되살리는 도술을 배우게 되었다.

 

 그런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생사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선인에게 있는데 왜 살생금지의 계율에 얽매여야 하는지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초고난이도의 수련을 마친 뱀족이 열망하는 최선의 운명은 나라의 수호신인 용신龍神이 되거나 아니면 사람의 재물을 관장하는 업왕業王이 되는 것이었다.

 

 피눈물 나는 지옥수련 중 한 끗이라도 어긋나면 어쩔 수 없이 이무기나 요마로 살다 죽게 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열등생에 불과했던 내 입장으로는 선인이나 요마나 거기서 거기였다.

 

 이무기만 되도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심정이라 살생과 신급의 선인이 되는 것 사이의 인과관계를 이해할 필요성도 못 느꼈던 같다.

 

 다행히 내가 다니던 사원의 사범들은 나와 같은 열등생들 뇌구조에 맞춤강의를 할 줄 아는 훌륭한 선인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도 참 괜찮은 사원이었는데 사원 밖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선인들은 다른 사원의 생도들과 비교하며 우리를 어딘지 모자란 반병신 취급을 했다.

 

 교육열이 남다른 어머니의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출발선은 어느 차원의 세계든 다르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첫 번째 승급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승급시험이란 선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할수록 선인으로 타고난 수명과 기술이 늘어난다.

 

 종국에는 신성을 지닌 선인으로서 옥황상제나 염라대왕과 같은 최고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 된다.

 

 말 그대로 자자손손 부와 명예를 누릴 기회가 되니 그 첫 단추가 될 첫 승급시험에 대한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첫 승급시험을 통과할지가 모든 선인들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최근 전통적인 승급시험 방식이던 카르마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모두들 쉬쉬하지만 이런 은밀한 종류의 불안은 더욱 잘 퍼지는 법이다.

 

 덕분에 공부와 담쌓은 우리들 역시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런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운행을 가르치던 비행술 사범은 평소와 달리 꽤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선인들의 카르마는 무수히 지우고 다시 써야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처럼 백 번의 삶과 죽음을 돌아 비로소 하나의 깨달음에 도달한다.

 

 그 하나조차 누군가에겐 충분하지만 누군가에겐 한 없이 부족하다.

 

 부족한 건 차게 되고 가득 찬 것은 다시 빌 것이다.

 

 

 불러도 들을 수 없고 있어도 잡을 수 없는 바람인 듯 돌아오라.’

 

 

 

 보통 선인의 충고는 아무리 내가 100년을 살았다 해도 알 듯 말 듯한 말장난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설마 시험을 하루 앞둔 수험생에게 쓰레기 정보를 주지는 않겠지?

 

 

 나는 비행술사범의 인성을 믿기로 했다.

 

 

 

 

 “죄 헛소리야. 선인들 말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니까!”

 

 오후에 만난 과외동기 오성은 그런 내 믿음에 코웃음을 치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는 이미 승급시험을 5번이나 치른 시험 선배로 상당히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나이 든 선인들은 하계로 치자면 오성이 사춘기라서 기존의 모든 것을 비판하며 주위를 피곤하게 만드니 이해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는 뱀 족 중에서도 덩치도 크고 현명하다 알려진 구렁이과였다.

 

 그의 조상 중에 재산을 관장하는 업구렁이가 많이 나와 그런지 사원의 학생들 중에서도 아는 정보도 많았고 항상 상위권이었다.

 

 최근 그는 다양한 수학공식에 빠져 있었다.

 

 불확실한 세상에 가장 확실한 언어는 숫자라면서 하는 말마다 복잡한 확률 방정식을 응용하는데, 문제는 그가 아는 지식과 상식을 떠벌일수록 내 마음속에선 그를 향한 호감이 사라진다는 걸 영 모르는 눈치였다.

 

 

 

 “지구에 사는 21세기의 인간들은 운을 시험하는 도박으로 로또라는 것을 해.

 

 매주 마다 수십억이 넘는 사람들이 숫자50 안팎의 각기 다른 번호 6자리 숫자를 찍으면 기계는 0부터 9까지의 수를 조합해서 6자리 수의 당첨 번호를 만들어 내는 거야.

 

 일단 당첨만 되면 평생 꿈도 꿀 수 없는 거액으로 단박에 부자가 될 수 있어.

 

 당첨 번호는 뭐가 나올지 아무도 몰라.

 

 그런데도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 운명을 바꿀 기회 때문에 불확실한 숫자에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쓰는 거야.”

 

 “오성,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같이 있던 추우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추우는 얼굴과 몸매가 매우 아름답고 유연한 실뱀과였는데 큰 덩치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

 

 그녀는 종종 단단한 근육질 몸을 가진 곰족전사처럼 변신하곤 했다.

 

 

 “승급시험의 카르마란 결국 환생이 끝없이 되풀이 되는 내용이야.

 

 한 번의 환생이 끝내고 그 내용을 평가받아 상급선인이 된다? 이게 말이 되나?

 

 삶의 가치를 누가 어떤 잣대로 수준을 가린단 말이야?

 

 막말로 하루살이로 백 번의 환생을 채운다 해도 결국 하루살이가 아닌가?

 

 하루살이로 천 년 만 년을 산들 무슨 의미가 있어?

 

 어른들은 이 로또같이 허황된 믿음을 우리에게 심어주려 애쓰고 있어.

 

 환생을 하면 할수록 선인들의 수련에 유리하다는 식으로!

 

 결국 혜택 받는 것은 운 좋은 몇 선인에 불과한 걸 불확실한 확률을 수련이란 미명으로 포장하면서 온갖 부조리한 상황 속으로 어리고 순진한 원생들을 굴리고 있다고!”

 

 

 “야. 그만 둬! 그 혜택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너같이 놈이 그런 소릴 하다니. 설득력이 떨어지잖아.

 

 그리고 네 입으로 분명 삶의 가치나 수준을 어떤 잣대로 가릴 수 없단 말 바로 다음에 하루살이의 환생이 아무 의미 없다는 식으로 폄하해?

 

 그게 말이냐 방귀냐, 뭐냐고?”

 

 

 불독사과인 미루가 팔짱을 끼며 빈정거렸다. 그 역시 최근 두 번의 승급시험을 치른 후였다.

 

 

 또 시작이군.

 

 순간적으로 나와 추우가 눈짓을 교환하며 한숨을 쉬었다.

 

 성질 더러운 구렁이와 성질 사나운 불독사랑 함께하는 과외라니!

 

 어머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폭탄들 사이로 나를 밀어 넣으신 걸까?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둘을 지켜보며, 다음번엔 누가 뭐래도 도마뱀이나 도롱뇽 같은 조용한 동기들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흥! 어차피 아무 생각 없이 본능에 휘둘리며 사는 독뱀 따위가 심계 깊은 나의 철학을 이해할 거란 생각은 없었어.

 

 누차 말하지만 너희들과 함께 하는 공부는 내 심력 소모지, 나에게 도움이 안 돼.”

 

 

 “아~ 그르세요? 하긴 누추한 이 과방에 비해 비대한 구렁이라. 심히 좁아 뵈긴 하네.

 

 어떻게 이번 기회에 아주 뻥 뚫린 무저갱으로 시원하게 옮겨드릴까?”

 

 

 

 둘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나자 모난 살기에 방안에는 순식간에 냉기가 가득 돌았다.

 

 미루의 입술 사이로 뾰족한 어금니가 보였고 끝에 분홍빛 독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일촉즉발! 잘못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아니 새끼 무자치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오빠들. 우리 내일이 첫 시험인데 둘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주면 우리더러 어쩌라고!

 

 여기 해랑을 봐. 가엾게도 겨울잠 자는 뱀처럼 창백해 졌잖아!”

 

 

 

 떨리는 추우의 음성에 나 역시 고개가 떨어져라 끄덕거리며 열심히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오성이 내 눈치를 보더니 슬쩍 먼저 기운을 거둬들였다.

 

 

 “쳇, 어른인 내가 참아야지. 격 떨어지게 너랑 무슨 짓인지!”

 

 

 그리곤 미루가 잡을세라 소맷부리를 털며 휑하니 과방을 나가 버렸다.

 

 아직 화를 삭이지 못한 미루는 ‘거기 서!’라고 소리치며 오성의 뒤를 쫓았다.

 

 곧 이어 밖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충격으로 과방 전체가 들썩이고 천장에서는 금이 갔는지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고 우리는 한참동안 기침을 해야 했다.

 

 

 “으휴, 나이도 쳐 먹을 만큼 먹은 것들이 저러고 놀고 싶을까?

 

 저러니 여우 놈들이 우리 뱀족보고 천박하네 뭐네 말이 많은 거잖아.”

 

 

 “냅 둬, 저것들 이제 한창 음욕이 폭발할 나이라 그래.

 

 아주 만났다 하면 더럽게도 성질만 부려. 저러다 서로 정분나면 참 재미지겠네!”

 

 

 가녀린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추우는 입이 거칠었다.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죽이 잘 맞는 친구였고! 비록 미성년이긴 해도 100년 동안 지, 덕, 체를 공부하며 수련한 탓에 우리는 온갖 잡지식이 풍부해졌다.

 

 종의 특성상 정력이 넘치는 뱀족은 성(性)의 자유를 존중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남녀들 연애사에 관대한 문화라 어지간한 음담패설 역시 교양과목으로 공부할 정도였다.

 

 물론 나도 카르마를 네 다섯 번 치르고 나면 성체가 되어 자연스레 음양의 합일을 맞출 인연을 찾게 될 것이다.

 

 대강 추우와 나는 그런 식으로 그날의 긴장을 풀며 느긋하게 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쥐뿔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평화였다.

 

 첫 번째 카르마를 경험한 이후 나는 왜 오성과 미루가 그처럼 과격하고 날카롭게 굴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는데, 이미 겪은 자들이 어설프게 알게 된 지식으론 나와 추우같은 선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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