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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해에게서 소년에게
작가 : llena
작품등록일 : 2018.12.4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 류 도진과 그의 단 하나뿐인 해에 관한 이야기.

 
15화. 너의 꿈, 나의 꿈.
작성일 : 18-12-31 16:17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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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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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진에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싫은 걸 꼽으라 하면 단연 수업이 늦게 마친다는 점이었다. 야간 자율학습 선택제가 있는 학교를 지망해 들어왔지만 수업이 끝나면 이미 다섯시였다.

 

  뛰어가지 않으면 금세 어둑해지기 때문에 길 잃을 위험이 있어 해지기 시작하면 올라오지 말라고 엄포를 둔 까닭에 주말에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탓에 한 번 해처럼 검정고시 치겠다고 생떼 부렸고 해가 "그럼 너 다신 안 봐."라고 응수한 덕에 훗날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때는 방학이지만 그다음으론 학교가 일찍 마치는 날이었다.

 

  단축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진은 절로 올라갔는데 등산 갔다는 말에 곧장 산을 탔다. 꽤 험준한 산이라 금세 숨이 찼지만 계속해서 걸었다.

 

  초여름의 햇살은 나뭇잎 틈새로 계속해서 인사를 건넸고 도진은 마냥 반갑진 않았다. 다람쥐 몇 마리가 장난치듯 뛰어다니고 새소리가 지저귀는 평화는 그녀가 일군 거 같은 느낌이었다.

 

  드디어 나타난 평지 끝의 커다란 바위 위에 해가 앉아있었다. 조금 위태롭다 싶을 정도로 넓은 세계를 코앞에 두고서.

 

  ‘해야.’

 

 거친 숨소리가 잔뜩 섞인 웅얼거림을 바람이 전달해줬는지 해는 천천히 고갤 돌렸다. 허리를 반쯤 접고 내쉬는 숨이 일순간 멎는 느낌이었다.

 

 작열하는 여름의 태양은 오로지 그녀의 편인 듯 감싸고 있었다. 똑 짧게 자른 머리가 바람에 흩어지고 광휘를 머금은 눈동자는 제게 쏟아졌다. 해는 바위에서 내려와 그에게로 걸어왔다. 그의 앞에 선 그녀가 물통을 건넸다.

 

 ‘산에 오를 때 물통은 기본인 거 몰라?’

 

 도진은 정신 차리고 물병을 받아든 뒤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옆으로 흘러내린 물방울 하나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오늘 일찍 마쳐가지고 해 보려고 바로 올라왔지.’

  ‘뭐 하러. 놀러나 가지.’

  ‘재미없어.’

  ‘여기보단 재밌을걸.’

 

  해는 다시 바위 쪽으로 걸어갔다. 원래 있던 자리에 해가 앉았고 도진도 조심스레 엉덩이를 걸쳤다. 내려다 본 아래는 마치 작은 조형물처럼 빽빽하고도 반듯했다.

 

  ‘오늘 학교에서 2050년 미래 상상하기 한데.’

  ‘응.’

  ‘그거 보여주려고.’

 

  2050년이면 감히 몇 살인지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미래였다. 도진은 책가방에서 돌돌 말아놓은 그림을 해에게 쥐여주었다.

 

  하얀색 사절지 위의 그림은 유치원생 그림보다 더 엉망이었다. 도진은 손재주가 좋은 것에 비해 그림엔 영 소질 없었다. 이게 무슨 그림인데,라고 채 묻기도 전에 도진은 가방에서 하나를 더 꺼냈다. 판자 위에 세워진 것은 집 모형이었다.

 

  수백 개의 해바라기가 심어져있고, 바다가 넘실거리고, 붉은색 지붕이 인상적인 집 앞에 서 있는 하얀 머리의 여자는 인상을 찡그리고, 커다란 개와 놀고 있는 대머리의 남자는 웃고 있었다.

 

  ‘할머니인 해랑 할아버지인 나. 개는 복이의 손자의 손자쯤 아닐까.’

 

  복이는 절에서 키우는 개였다. 이제 4살 된 씩씩하고 용맹하기보단 잔망스럽고 애굣덩어리에 학습이 안 되는 성격만 좋은 바보.

 

  ‘그림은 영 표현 못했지만, 조형물은 그래도 꽤 잘했지?’

  ‘2050년 미래 상상하기 주제에서 선생님이 바란 건 이게 아닐 건데.’

  ‘응, 다들 우주선 만들고 달 가고 로봇이랑 놀고 그러던데.’

 

  해맑은 얼굴의 도진을 보고 핀잔을 주려다가 말을 삼켰다. 그의 조형물은 눈앞의 반짝이는 세계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치만 그런 건 하나도 기대 안되는걸. 그때도 해와 있을 거야.’

 

  도진의 얼굴을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 해가 좋아하는 바다, 해가 좋아하는 붉은색 지붕.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하얀 머리의 해와 대머리의 도진이라, 해는 어쩐지 싫다란 생각을 하며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015

 

 

 

  해는 손바닥을 두어 번 바지에 닦아내곤 문을 열었다. 화이트 앤 블랙으로 배치된 방 안에 놓인 안락한 소파에 한 여성분이 앉아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넸고 해도 목례를 했다. 흰색 정장과 묶은 머리, 주름 하나 얼굴에서는 이지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에이 컴퍼니 상무이사 김설희라고 합니다.”

  “윤해입니다.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도진이 몇 번 투정 부린 것처럼 예의가 바르지만 다소 차가운 느낌의 여자였다. 그녀는 쥐고 있던 파일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계약서였다. 도진의 사인이 마지막에 적혀져 있는 원본 계약서. 해는 눈을 감지 않았다. 시선을 돌려 설희를 바라보았다.

 

  “제가 갑자기 보자고 해서 놀라셨나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예상했다는 얼굴이시네요.”

  “사실은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가요? 그다음 시나리오는 제가 돈 봉투를 내밀며 도진 씨의 미래를 위해 떠나달라고 부탁하는 그런 거였나요?”

 

  설희는 조금 날카로운 눈빛을 접으며 농담조로 이야기를 던졌다. 호근의 전화를 받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해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중 그 내용도 분명히 있었고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던지니 해는 조금 당황스러워 무어라 대답하지 못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셨나 보네요. 제가 도진 씨 어머니도 아니고 두 사람이 만나는 일엔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도진 씨가 잘 안되면 계약을 파기하면 되지, 저희가 해씨에게 구태여 돈까지 드릴 이유가 없죠.”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미소 띤 얼굴과 차분한 음성이 무색하게 그녀의 말은 무섭도록 냉정했다.

 

  “제가 해씨를 보자고 한 건 물어보고 싶어서였어요.”

  “네.”

  “해씨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인터넷에 알려지고 있어요. 그리고 모두가 그 이야기를 떠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럼 도진 씨의 이미지도 나빠지겠지만 것보다 해씨는 더 힘들어질 거예요."

 

  설희의 눈동자는 그녀의 어투처럼 단호했다. 단순한 예상이 아니라 이 다음으로 그려질 그림은 아주 확실하고 뻔했다.

  “해씨가 숨다시피 해서 지낸 삶들이 무색해질 만큼 모두가 당신을 알게 될 겁니다. 살인자의 딸로,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배우를 꼬셔낸 꽃뱀 같은 여자로.”

 

  걱정해야 할 건 도진의 앞날보다 자신의 상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달라지는 건 자신의 삶이었다.

 

  “생각보다 무섭고 끈질기게 괴롭힐 겁니다. 언제까지일지, 얼마나일지, 누구일지 알지도 못하는데 계속해서 돌을 맞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거예요. 수많은 연예인들이 왜 공황장애에 그렇게 시달리는지 아세요? 누가 언제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는 거예요. 말로도, 글자로도 다치거든요.”

 

  계속되는 위험과 위협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포는 무의식에 남아 사람을 점점 더 늪으로 끌어들인다. 나중엔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공포에 질식되는 수밖에 없다.

 

  “저희 소속사에선 아직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두 사람이 살고 있는 현재 그 집은 해씨의 명의잖아요. 이런 사태를 대비해 동거 이야기가 나올까 봐 그 아파트 아래층 집을 사뒀습니다.”

 

  도진이 이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요구했던 조건들은 이상한 위화감이 있었다. 크게 어려울 건 없었지만 무언가를 감춘다는 느낌을 숨길 수 없었다.

 

  도진의 집은 강남의 주택이었는데 보안이 아주 철저했고 타고 다니던 업무용 차역시 선팅이 심했다. 설희는 꽤 집요하고 은밀하게 조사를 해서 아주 정확한 내용들은 아니지만 핵심은 알아낸 것이다.

 

  도진이 사는 곳은 알려진 곳과 다른 곳이며 그곳에서 여자와 산다는 것. 알려져서 전혀 좋을 게 없는 사실은 더 감춰야 했고 설희는 회장님에게만 말씀드려 혹시나 일어날 사태를 대비해 집을 사놓았던 것이었다.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감추려고 하면 감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진 씨가 싫다더군요. 그래서 전 물어보고 싶었어요. 끔찍한 일을 겪게 될 당사자한테요. 모두의 비난과 비판, 오해와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고통을 다 버텨내면서 사랑하실 수 있겠어요?”

 

  말을 끝낸 설희는 앞에 놓인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하얀 컵에는 붉은 립스틱 자국이 희미하게 묻어났다. 요동치는 연한 갈색 물이 해의 눈동자처럼 느껴졌다. 감독에게서 먼저 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끊임없던 칭찬처럼 어여쁜 얼굴보다 요즘 아이들 답지 않은 차분함과 의지가 느껴지는 눈동자가 아름다웠다.

 

  다른 여자라면 눈물이라도 뚝뚝 떨어뜨리거나 화라도 냈을 이야기를 끝까지 담담하게 들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있는 모습으로는 배우로 삼아도 좋을만큼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그려나 '살인자의 딸'은 평생 그녀의 발목을 살 것이다. 누군가의 환호도, 박수도,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는 비난은 분명히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모르겠어요.”

 

  해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맑은 음성에 설희는 커피잔은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판결을 받고 난 후에 평소처럼 등교했는데 모두가 저를 멀리하더라고요. 벌레처럼 보는 거 같기도 했고, 괴물처럼 보는 거 같기도 했어요. 그게 너무 슬프고 억울하던 때도 있었어요. 그때 스님이 안아주며 제게 편지를 줬어요. 엄마가 죽기 전에 남겨둔 편지였는데 이런 상황이 생길 걸 걱정해서 남겨주신 것 같았어요.”

 

  옅은 분홍색의 편지봉투 속 하얀색 편지지의 가장 윗부분에는 태양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꾹꾹 눌러쓴 글자는 엄마처럼 부드럽고 또 강했다.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미워하고 존재를 부정하고 화내더라도 세상에서 너의 존재가 엄마에겐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고 행복이며 사랑이라고. 그런데 그것이 엄마만 그런 게 아닐 거라고. 널 아프게 하는 사람만큼 너와 행복을 나눌 사람도 존재할 거라고.”

 

  해는 도진과 며칠 집에 숨어 지내며 옛 추억을 살폈는데 거기서 어머니의 편지를 다시금 발견했다. 삶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보곤 했는데 그 편지를 마주한 게 얼마 만이었던가.

 

  도진은 그 편지를 옆에서 보곤 펑펑 울었다. 해가 네가 왜 울어, 하고 웃을 정도로 한참 울어서 해도 눈물이 났다.

 

  그 편지의 글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를 채우고 지탱했다. 늘 그러하듯. 눈 감아도 보이고, 귀를 막아도 들렸다.

 

  “차라리 돈 봉투를 주시며 도진이의 미래를 생각해서 떠나라고 하셨으면, 그럴게요라고 했을지도 몰라요. ”

 

  해는 살짝이 미소를 지었다. 희미한 웃음에도 그녀의 얼굴에서 반짝하고 빛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저는 살면서 기뻤던 적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잘 생각이 안 나요. 그렇다고 불행했냐고 물어보면 그렇지도 않은데 '좋다'라는 감정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정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살다보니 무언가를 소유해본 적도 없고 꿈꿔본 적도 없어요. 엄마의 사랑과 믿음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버티기에도 늘 벅차단 생각을 했어요. 미래는 생각할수록 막막하기만 했고요. 그런데 도진이는, 미래를 보게 해요. 자기 미래에 꼭 저를 넣거든요.”

 

  해는 차가운 손가락을 꼭 주먹 쥐었다.

 

  “그 미래가 동화처럼 행복한 게 아니라, 너무 평범해서, 꿈꿔보고 싶어졌어요.”

 

  그 손가락을 감싸는 크고 뜨거운 손이 조금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이 견디는 것이라면 해내야죠. 도진이가 괜찮다면요.”

 

 

  **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해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격렬한 전투를 마치고 귀향하는 전사처럼 지쳐 있는 얼굴이었다. 지문 인식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었다.

 

  “해야, 왔어?”

 

  다다닥 뛰어오는 소리와 동시에 도진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현관문이 드르륵 열리자 앞치마를 두른 도진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 가득히 풍기는 매콤한 냄새는 어젯밤 매운 거 먹고 싶다는 중얼거림을 위한 마법 같기도 했고, 오늘 고된 하루에 대한 보상 같기도 했다.

 

  “류도진.”

  “응, 해야.”

 

  해는 한 발 안으로 발을 내디디며 도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도진은 당황한 듯 얼어붙었다. 이건 맨날 그가 부리는 어리광이었다.

 

  해는 그제야 그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을 때 갖고 싶은 것은 안심이었다. 더 이상 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

 

  도진은 머뭇거리다가 두 팔로 안았다.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이 영 어색하고 쑥스러워 하는 게 느껴져 해는 픽 웃었다.

 

  “밥 먹자.”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려 하자 도진이 손을 턱하니 잡았다.

 

  “해야.”

  “응, 왜?”

  “나 좋아해?”

 

  아이처럼 순진한 물음과 어울리지 않는 낮은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설희의 질문이 문득 다시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모두의 비난과 비판, 오해와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고통을 다 버텨내면서 사랑하실 수 있겠어요?’

 

  해가 망설였던 건 후자의 이야기였다. '사랑한다'라는 단어. 그게 자신에게 허락되는 단어인지, 그에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인지, 그녀는 모르겠다.

 

  “류도진.”

  “응.”

  “내가 너를 진짜 좋아하는지가 궁금한 거야? 내가 널 떠날까 봐 불안해서 그러는 거야?”

 

  그를 몇 번이고 집어삼키는 파도에, 그녀는 기꺼이 같이 휩쓸릴 수 있다. 그러나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가 가져야 하는 건 그녀가 주는 확신이 아니라, 그의 믿음이다.

 

  대답하지 않는 그를 보고 해는 손가락으로 그의 볼을 찔렀다.

 

  “그러니까 류 도진.”

  “네.”

  “날 믿어줄래? 네가, 내가,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할 테니까.”

 

  봄날을 잔뜩 품어내는 바다 같은 눈동자가 넘실거렸다. 도진의 고백을 그대로 따라 해가 했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웃었다.

 

  “역시 이 말, 엄청 닭살스러워.”

 

  양팔을 손으로 비비며 해가 고갤 저었다. 이 고백에 감동받아 눈물이 차오르는 남자 주인공을 보고 해가 얼굴을 찡그렸다.

 

  “울지 마. 바보야. 못 살아. 난 배고파. 밥 먹을 거야.”

 

  해는 몸을 돌려 부엌으로 갔다. 그 뒤를 금세 쫓아온 도진이 코를 훌쩍이며 그릇 가득히 따뜻한 떡볶이를 퍼서 해에게 내밀었다. 해는 금세 젓가락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해야.”

  “이상한 말할 거면, 떡볶이 먹어.”

  “고마워.”

  “먹으라 했지.”

  “응.”

 

  해의 핀잔에 도진은 금세 수긍하고 젓가락을 들었다.

 

  코가 찡해질 정도로 매운 떡볶이를 먹으며 조금 고된 하루를 정리하는 것, 이렇게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을 함께하는 꿈이 두 사람도 모르게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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