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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거의 정의
작가 : 박파제
작품등록일 : 2018.12.15

고등학교 옥상에서 한 남학생이 추락했다.
즉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사고는 목격자의 증언으로 사건이 된다.
살인미수 용의자로 지목된 고등학생의 변호를 맡았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공소 제기한 검사가 내 동거인이다.

 
동거의 정의 18
작성일 : 18-12-31 16:13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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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고소한 맛이라고 쓰고 달콤한 맛이었던 팝콘이 문득 떠오른다. 김지빈과 함께 먹었던 극장 팝콘. 김지빈도 달아서 별로였는지 팝콘이 꽤 남은 채로 버려진 기억이 난다. 왜지, 왜 생각나는 거지. 아, 찝찝해서 그런가. 그날 돈 한 푼 안 낸 이유로. 그러고 보니 혼자 다짐했었다. 무언가 쏘기로. 언제 대접할 수 있을까.

 

 

  *

 

 

  박성우는 지친 기색이었다. 그건 동준도 마찬가지였고 입씨름하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박성우는 끝까지 입에 발린 소리나 하고 있었다. 나는 힐끔 핸드폰을 바라봤다. 이쯤 되면 슬슬 도착할 시간인데 연락이 안 왔다. 설마 계속 안 울릴 생각은 아니겠지. 갑자기 초조해졌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재판이 시작할 때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니까 조금조금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었다.

 

  얼굴에 티가 났나. 왠지 김지빈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혀를 말고 침을 꼴깍 삼켰다. 괜히 조사한 파일을 만지작거렸다. 시간을 확인했다.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먼저 연락을 취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진동이 울렸다.

 

 

  정예찬.

 

 

  빨리빨리 좀 하지, 쫄았잖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전화를 받았다. 다 왔어요. 하는 짧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종료 버튼을 누른 핸드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준을 한 번 바라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반대편에 김지빈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등받이에 허리를 눕듯이 기대앉았다. 여유만만한 눈빛에 대고 ‘나 이제 한다.’ 속으로 말했는데 마치 들리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판사를 보며 확신에 찬 듯 말했다.

 

  “재판장님, 사건과 별개지만 전혀 연관이 없지 않은, 또 다른 피해자인 정예찬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

 

 

  꿈을 잘 꾸지 않는 타입인데 요새는 눈만 붙이면 꿈을 꾼다. 모순인 게 기억은 안 난다. 그냥 꿈을 꿨다는 느낌만 있다. 일어나면 베개가 축축했다. 또 울었을까. 도대체 왜 우는 거지?

 

 

  *

 

 

  정예찬이 재판장에 들어왔을 때 지쳤던 모든 이들이 각각의 의미로 생기가 돌았다. 곧바로 증인석으로 가 앉는 정예찬은 생각보다 초연했다. 덤덤한 눈빛이 짜증 나고 귀찮아졌다는 표정을 지은 박성우를 바라봤고 둘의 시선이 부딪치자 냉기가 도는 동시에 드디어 끝장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번졌다.

 

  “증인, 따라 해주세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맹세합니다.”

 

  증인 선서를 마친 정예찬은 벌써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정예찬을 똑바로 바라보며 심문했다.

 

  “증인은 피해자 박성우와 무슨 사이입니까?”

  “같은 반이에요.”

  “피해자 박성우의 주장은 ‘같은 반 친구.’라고 했는데 맞습니까?”

 

  정예찬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조그맣게 웃었다.

 

  “글쎄요. 저는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정예찬의 눈빛이 짙어졌고 박성우의 얼굴은 구겨졌다.

 

  “그의 말은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친구에게 담배를 지지진 않잖아요?”

 

 

  *

 

 

  이것저것 따지고 보니 재판 끝나고 할 일이 많았다. 아니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건지도 몰랐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고준서의 번호를 따는 거, 그리고 거처를 옮기는 것이다.

 

 

  *

 

 

  박성우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정예찬을 있는 힘껏 노려보는데 그게 나한테만 보이는 건지 다른 사람한테도 보이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일 때 어떤 표정을 지으면 사람들한테 먹힐지 잘 아는 성격 같아서.

 

  나는 둘을 번갈아 보다가 심문을 이어갔다.

 

  “증인은 피해자가 왜 몸에 상처를 냈는지 알고 있습니까?”

  “성적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성격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람을 때리는 것을 자주 목격했어요.”

 

  박성우는 휠체어에 탄 상태라는 것을 잊었는지 반쯤 몸을 일으켰다. 좌중은 전과 비교도 안 되는 큰 소리로 술렁였다.

 

  “증인은 ‘자주’라고 했는데 어떻게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까? 단 한 명의 학생도 교사도 피해자의 폭력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피해자가 철저하게 폭력을 감췄다는 건데요.”

 

  아니면 돈으로 입막음시켰거나.

 

  “저는 방송부원입니다.”

 

  “그래서요?”

  “우리 학교에는 수많은 CCTV가 있어요. 방송실은 CCTV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TV가 있습니다.”

  “그걸로 목격했다는 건가요?”

  “네. 아쉽게 녹화가 안 돼서 증거는 없지만.”

  “CCTV에서 건진 증거는 수사 당시에도 없었습니다. 피의자의 영상만 남았을 뿐입니다. 확실한 증언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자주 목격했다는 그 영상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거짓말 아니야? 어디서 그런 소리가 들리자 박성우가 눈은 울 듯하고 입은 웃고 있는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13일 증인은 피해자와 옥상에서 만났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습니까?”

  “박성우가 옥상으로 저를 불렀어요.”

  “불러서 뭐라고 말했습니까?”

  “학교에 성적 정정을 요청하라고 했습니다.”

  “어떻게요?”

  “커닝을 했다고 말하라고.”

  “거짓말입니다.”

 

  박성우가 결국 벌떡 일어서 정예찬을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모든 시선이 박성우의 다리로 집중됐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박성우에게 몸을 돌려 지목했다. 온몸에 털이 쭈뼛 솟는 기분이다. 나빠서 그런 건 아니고 어떠한 쾌감 때문이었다.

 

  “피해자 다리는 단시간 만에 나았나 봅니다.”

 

  나는 씩 웃었다.

 

 

  *

 

 

  당황보다 금방 욕이라도 뱉을 사람처럼 놀란 박성우가 갑자기 앓는 척을 했다. 야, 너 연기 못한다니까. 하고 말해주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그 코미디 같은 상황에 재판장이 어리둥절했다. 누가 거짓이고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모르는 눈치들이었다. 나는 아끼고 아끼다 결정타를 날리리라 생각했다. 그래야 죗값을 똑똑히 치르지 않을까 싶어서.

 

  “싫다고 했더니 협박을 했어요.”

  “어떤 식으로 협박을 하던가요?”

  “저는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누구한테요?”

  “처음엔 학교에서 장학금을 준 줄 알았는데, 박성우가 제게 ‘우리 아빠 아니었으면 입으로 밥도 못 처먹을 새끼가.’라고 해서 박성우의 아버지가 후원을 해주셨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후원으로 협박을 했다는 말인가요?”

  “네. 커닝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후원을 끊겠다고 했어요. 이러나저러나 저로선 불리한 상황이라 망설였는데 다짜고짜 제 멱살을 잡았습니다.”

 

  정예찬은 그날을 회상하는 것인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얼굴을 몇 대 맞아서 멍이 들었고 입술이 터졌고 피부엔 상처가 났어요.”

 

  폭력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정예찬의 얼굴을 훑었다.

 

  “가만히 맞고 있기 분해서 방어를 했는데 갑자기 담배를 꺼냈습니다.”

  “어떻게 했습니까?”

  “불을 붙이고 피우더니 연기를 입안에 모아 제 얼굴에 내뿜었습니다. 옥상에 올라가기 전에도 예상은 했지만, 그때 확실히 깨달았어요. 무슨 일이 생길 것이란 걸.”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제 교복 와이셔츠를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제 몸에 담뱃불을 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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