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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해에게서 소년에게
작가 : llena
작품등록일 : 2018.12.4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 류 도진과 그의 단 하나뿐인 해에 관한 이야기.

 
14화. 오빠라고 불러줘.
작성일 : 18-12-31 16:08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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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사로운 햇살이 반짝반짝 세상을 밝히는데도 도진과 해는 방 안에서 문제집을 펴놓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인 도진과 학교를 다녔으면 생일이 빨라 2학년이었을 해는 일찌감치 검정고시 중학교 과정을 합격하고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었다.

 

  ​영 집중하지 못하고 약간 열어 놓은 문틈 사이를 쳐다보는 도진의 문제집을 해가 연필로 탁탁 쳤다.

 ​

  ‘ 그것만 다 풀고 쉬어. ’

  ‘ 좀 쉬고 풀면 안 될까? ’

  ‘ 여태껏 그랬잖아. 얼른 다 끝내고 놀아. ’

 ​

 ​ 엄마 같은 잔소리에 도진이 삐죽삐죽 입을 내밀고 샤프를 쥐었다. 문제를 읽는가 싶더니 금세 눈동자는 맞은편 해에게로 돌아갔다.

 

  ​짧은 머리를 귀 뒤로 넘겨 잘 드러난 말간 얼굴의 고지식한 눈동자는 좀처럼 깜빡이는 법이 없었다. 답을 체크한 해가 연필 끝으로 도진의 이마를 톡 때렸다.

 ​

 ​ ‘ 자꾸 딴짓할래? ’

 ​ ‘ 해가 나 먹여 살릴래? ’

 ​

 ​ 천진난만한 얼굴의 도진을 보고 해가 미간을 찌푸렸다.

 

 ​ ‘ 왜애. 내가 집에서 애기랑 놀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밥도 하고 있을게. 해가 나보다 한 열 배는 더 똑똑하니까 일하면 잘할 거 같은데. ’

 ​ ‘ 류 도진. ’

 ​ ‘ 응? ’

 ​ ‘ 내가 이래서 너한테 오빠라고 안 하는거야. ’

 

 ​ 요즘의 도진은 해에게 오빠, 라고 부르라고 조르고 설득하고 있는 중이었다. 철딱서니 없는 애를 바라보는 눈빛을 읽은 도진이 잉- 하고 울상을 지었다.

 ​

 ​ ‘ 그리고 난 바보랑은 결혼 안 해. ’

 ​ ‘ 나 바보 아니야. ’

 ​ ‘ 수학 20점. ’

 ​ ‘ 으악. 그걸 기억해? ’

 ​ ‘ 사회 39점. ’

 ​ ‘ 공부하겠습니다. ’

 

 ​ 술술 읊어 나오는 성적에 도진은 기겁을 하며 글자를 읽어내려갔다.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늘 이렇게 달려든다.

 ​

 ​ ‘ 근데 해야. ’

 

  고요함에 이제 막 익숙해질려던 찰나였다. 해가 꽤 앙칼지게 눈을 뜨며 째려보자 움찔하고 물러서려던 도진이 작은 목소리를 냈다.

 

  ‘ 하나만 더 물을게. 내가 공부 잘하게 되면 나한테 오빠라고 할 거야? ’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간절한 눈동자를 깜빡이는 모습을 보고 해는 못 말리겠단 얼굴로 웃었다.

 

  ‘ 아니. ’

 

  짓궂은 대답에 금세 시무룩해져선 샤프를 슬며시 놓으려는 도진의 귓가에 목소리가 닿았다.

 

  ‘ 결혼하면. ’

 

  새소리에 덮일 만큼 섬약하지만 그 달콤한 목소리를 어떻게 놓칠 수 있을까. 해는 고갤 들지 않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놀란 도진에게 혀를 내밀었다 넣었다.

 

  ‘ 그럴 일은 없겠지만. ’

 

  그저 놀리려고 한 이야기인 듯했지만, 도진에게 뒷말은 선택적 삭제 되고 앞의 말만 머릿속을 빙빙 돌았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014

 

 

 

  따뜻한 체온과 안정적인 심장 박동 소리와 함께 해는 눈을 떴다. 조금 불편하다 싶은 자세를 깨달은 건 익숙한 베개 대신 얇은 티의 가슴팍이 있어서였다.

 

  어떻게 잠들었고 어떻게 침대에 누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팔은 원래의 울타리인 양 든든하게 감싸고 있었다.

 

  당황한 해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 까칠까칠한 턱 부분 위로 틈틈이 숨이 새어 나왔다. 그의 호흡이 여느 때보다 가깝게 다가왔다.

 

  해는 어떻게 빠져나가야 도진이 잠에서 안 깰까를 생각하던 때 도진이 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잤어?”

 

  낮은 음색이 머리끝부터 진동하듯 울렸다.

 

 “어.”

 

  무뚝뚝하게 반응했지만 어쩐지 맞닿은 심장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해는 몸을 일으켰다. 새끼 강아지마냥 반쯤 눈 뜬 도진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내가 밥할게.”

  “됐어.”

  “내가 해줄 거야.”

 

  칭얼거리는 음색을 들으니 류도진 같아 해는 픽 웃었다. 그 작은 웃음소리에 도진이 헤- 하고 웃었다.

 

 “빙구같은 표정 짓지 마.”

 “이래도 귀여워서?”

 

  하루 새 뻔뻔함이 는 모양이다. 해가 어이없어 눈을 껌뻑이는 사이 도진이 손을 잡았다. 도진의 손이 뜨겁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제 손의 온도는 평소보다 훨씬 높아져 있었다.

 

  손을 빼려는 행동을 저지하듯 도진이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순간적으로 몸이 앞쪽으로 쏠렸다. 퉁퉁 부은 얼굴에 눈곱까지 꼈는데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잘생겼다.

 

  “해야.”

 

  그의 입술은 늘 색과 색기를 잃지 않는다. 어젯밤의 환영이 허물어지듯 겹쳤다. 해는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기곤 몸을 일으켰다.

 

  붉어진 얼굴을 도진은 채 보지 못했고 해는 방을 나와 욕실로 들어섰다. 거울 속 제가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다. 금방이라도 누르면 행복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

 

  그녀는 물을 틀어 씻어냈다. 그 감정을 씻어내려는 것처럼 빡빡 문질렀다. 머리 감고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맛있는 내음이 풍겨왔다. 도진이 할 수 있는 요리는 몇 개 없다. 라면, 계란 프라이, 햄이 다인데 안 태우면 다행일텐데.

 

  “어디서 배웠어?”

 

  집중하던 도진이 놀라서 흠칫 고갤 돌렸다. 파스타였다.

 

  “저번에 근호형이랑 친한 요리사 형 집에 밥 먹으러 갔는데 거기 음식이 너무 맛있는 거야. 근데 포장 이런 게 안 된다더라구. 그래서 형한테 부탁하고 부탁해서 요리를 좀 배웠어. 맛이 비슷하면 좋을 텐데.”

 

  도진은 까치집 지은 머리를 하곤 조금 빨개진 손가락으로 젓가락을 쥔 채 휘휘 젓고 있었다. 해는 몸을 돌려 식탁에 앉았다. 도진이 늘 앉는 곳에서 자신을 위해 요리하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절에서도 새벽같이 일어나 해는 음식을 도와 만들었고 절에서 나와 단칸방에서 하루하루 살 때도 쌀을 씻는 건 해의 몫이었다.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는 게 오랜만이었다. 감정 조절 장치가 고장 난 듯 코끝이 시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짠.”

 

  예쁘게 말아놓은 파스타가 담긴 동그란 접시를 내려놓고는 뿌듯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몸을 돌려 잔에 오렌지 주스를 한가득 채워왔다.

 

  차가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해를 위해 실온에 꺼내 둔 오렌지 주스는 적당한 온도였다. 한 모금 삼키고 해는 포크와 숟가락을 들었다.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맛있어?”

 

  채 기다리지 못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물었다. 해는 고갤 끄덕였다.

 

  “진짜?”

 

  입에 있는 것을 다 삼켜내곤 입술을 뗐다.

 

  “응, 진짜. 먹어 봐.”

 

  도진은 그제야 웃음을 보이곤 젓가락을 들었다. 요리사 형의 맛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게 느껴지는 맛인데도 해는 연신 손을 멈추지 않았다.

 

  절에서 지내느라 오랜 시간 고기나 밀가루 요리를 먹지 않은 해는 자취를 시작한던 열여덟 살 무렵 처음 도진이 사준 피자를 먹었었다.

 

  여덟 살 아이처럼, 우물우물 잘도 먹었다. 그때 그 모습이 겹쳐 도진은 음식보다도 해를 더 많이 쳐다봤다.

 

  “나 그만 보고 밥 먹어.”

 

  결국 한 소리를 듣고도 베실 웃었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곤 싱크대 앞에 서자 도진이 해를 거실 쪽으로 밀었다.

 

  “이것도 내가 할 거야.”

 

  해는 군말 없이 몸을 돌렸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에 켜는 것 대신 도진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들이 너무도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의 열애설은 그저 오보일 뿐이라고 세상에 알려졌을 것 같고 닿았던 입술은 어느 날의 꿈같이 느껴졌다. 눈을 감았다. 현실의 것이 흐릿해질 것만 같은데 눈앞에 튕겨오는 물방울은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눈동자를 가득 채울 정도로 가까운 곳에 도진은 장난스러운 얼굴로 물기가 묻어나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혼낼 줄 알았던 해가 반응이 없자 도진은 옷에 물기를 닦아내곤 그녀의 머리를 짚었다. 열이 나는지 체크하는 듯했다.

 

  “류도진.”

  “응, 해야.”

  “어떻게 할 거야?”

 

  도진이 번쩍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스케치북과 볼펜을 가져 나왔다. 거실에 엎드려 누워서는 스케치북을 펼치곤 볼펜을 들었다.

 

  '해'라는 글자를 적어놓고 하트 세 개를 붙이고 나선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리곤 힐끗 자신을 바라보곤 미소를 거뒀다.

 

  “해가 걱정되는 건 뭐야?”

 

  도진은 꽤 진지한 얼굴을 했다. 해는 무엇부터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놓인 일 중 그녀가 걱정하는 건 결론적으로 하나였다.

 

  “나라는 존재.”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해는 물기 하나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류도진이 잘 되면 좋겠어. 모두에게 사랑받고, 박수받고, 인정받으면서 잘하고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멋진 배우로 살았으면 좋겠어.”

 

  그것이 그녀가 가진 유일한 소망이었다.

 자신이 사랑받는 것보다,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는 것보다, 더욱 간절했고 더욱 기도했던 바람.

 

  “두 명의 여대생을 살해하고 한 명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아버지는 15년형을 받았어. 아버지가 출소할지 모른다는 이야기에 여론이 들끓고 난리 났었어. 아직도 유가족들은 끔찍한 악몽 속에 사는데 발 뻗고 살았을 싸이코패스가 15년을 선고받은 게 말이 되냐고 말이야. 돈 때문도 아니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닌 진짜 살인을 하고 싶어서 한 사람의 딸이야, 난.”

 

  해는 목소리의 떨림 하나 없이 단어를 뱉어냈다. 도진을 위해 오랫동안 곱씹고 연습해왔던 끔찍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수많은 사람에겐 내 존재가 죄이고 악이고 두려움일 수도 있어. 너는, 류 도진, 넌. 그저 눈 감고 네 일 열심히 하며 3년만, 아니 딱 2년만 하고 살면 나를 잊을 수 있어. 그러고 나면 다정하고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언젠간 그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도진을 닮은 아이는 모두의 기대만큼 예쁜 아이일 것이다. 아들이건 딸이건. 도진은 바보라고 불릴 정도로 아이를 챙길 것이다 분명히. 나중에 아이가 귀찮아할 정도로 안고 뽀뽀하고 괴롭힐 것이다. 그 모습이 선연하다.

 

  “우연히 길 잃은 네가 날 만난 것처럼 또 누군가 힘든 너를 찾아올 거야. 넌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의지하는 거야. 내가 널 또 구해줄 수 있을 거라 믿는데. 아니야. 난 못 해. 이제 네가 알아서 잘 해낼 수 있어.”

 

  알을 깨고 나온 오리가 눈앞에 먼저 본 생명체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도진은 그녀를 그렇게 따랐다. 그가 가장 절망할 때 타이밍 좋게 나타나 자신이 구원자 역할을 떠맡게 된 것뿐이라고 해는 맹신했다.

 

  눈을 마주하고 끝까지 말을 들어주던 도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는 기운이 빠져 무릎을 모아 머리를 기댔다. 저벅저벅 멀어졌던 발걸음이 다시금 돌아오는 소리에 고갤 들자 도진이 해에게 오렌지 주스가 담긴 컵을 내밀었다.

 

  해는 두 모금 삼켜냈다. 평소보다 많은 말을 해서 목이 조금 갈증 났었다.

 

 “이제 내가 말해도 돼?”

 “응.”

 

  해가 대답을 끝내자마자 도진은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해야.”

  “응.”

  “난 지금은 배우 일을 할 거야. 목표는 17년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어머니보다 1년 더. 이제 5년쯤 했으니까 아직 까마득히 남은 거야. 절대 죽지 않고, 어떻게든 잘 해낼 거야.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하지 않고.”

  “응.”

  “그리고 네가 필요해서 널 좋아하는 게 아니야. 네가 날 구해줄 거라고 믿어서도 아니고.”

 

  기어코 늘 제 감정을 밀어내듯 감는 그녀의 눈동자를, 끝끝내 먼저 잡아주지 않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도진은 알고 있다.

 

  “해야.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어.”

 

  단 몇 글자가 우주를 덮어버릴 듯 쏟아내린다.

 

  “그래서 해를 보고 싶고, 곁에 두고 싶고, 또 모든 걸 해주고 싶은 것뿐이야.”

  “아니야. 가족 같은 거야.”

 ​ “해야. 난 열세 살이 아니야.”

 

  도진이 손을 내밀었다. 길게 뻗은 손가락과 달리 여기저기 흉터가 진 조금은 거친 손은 통통하고 뽀얗던 소년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난 널 안고 싶을 때도 있고 키스하고 싶을 때도 있어. ”

 

  해에게 도진은 코알라 같은 존재에 가까웠다. 맹수에게 뜯어 먹힐까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덜렁거리는 아이 같아 챙겨주게 되고, 같이 있어도 위협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동물.

 

 그런데 사실은 초식 동물이 아니란다. 토끼 같은 해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뿐.

 

  “언젠가 널 가족으로 만들 거지만”

  “…….”

  “그건 내 부인으로서지, 내 동생으로서는 아니야.”

 

  도진은 단호하게 말해놓고는 금세 얼굴을 조금 찡그리곤 설레설레 저었다.

 

  “이거 프러포즈 아냐.”

  “알아.”

  “나중에 제대로 할 거야.”

 

  말해놓고 저도 쑥스러운지 귀가 빨개지는 도진의 모습에 해는 어쩐지 긴장이 풀렸다. 열세 살 남자애로 줄곧 봤던 쪽은 해였다. 성장이 필요한 쪽은 도진이 아니라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 네가 날 불행하게 만들 거라 생각하지 마. 난 네 옆에서 제일 행복하니까.”

 

  그녀에게 '행복'은 감히 손에 움켜쥐기에 두려운 것이었다. 그것은 금방 유리구슬처럼 깨져 저를 찌를 것만 같았다. 오래 바라보면 욕심이 날까 흘깃 보고 마음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도진은 달랐다. 행복을 놓치지 않길 바랐다.

 

  “그러니까 날 믿어줄래? 해가, 내가,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할 테니까.”

 

  도진은 해에게 손을 내밀었다. 커다란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의연한 얼굴로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내지만 그래봐야 해에게는 코알라다. 바보 같고 미련하고 멍청한. 그럼에도 사랑스러워서 쳐다보게 만들고 잎사귀를 건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해는 그의 손 위로 제 손을 올려두었다. 도진이 그 손을 잡으려고 하자 쏙 뺐다. 버릇처럼 울상 짓는 얼굴에 해사하게 웃었다.

 

  그녀의 장난에 그가 늘 당하는 건 이럴 때 재밌어서 나오는 그녀의 표정이 못 견디게 예뻐서라는 사실을 그녀는 모를 것이다.

 

  “약속해.”

  “어떤 걸?”

  “너무 벅차고 지치면, 그만하기로.”

 

  아직 겪지 않은 일이라 도진이 만만하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제게 돌아올 화살은 응당 제 몫이라 벼텨야 하지만 도진은 다르다. 애초에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계속해서 받다보면 언젠간 끔찍해서 그만둘지도 모른다.

 

  ​해가 내민 새끼손가락을 바라보던 도진이 새끼손가락에 손가락을 건 다음 다른 손가락들 틈으로 깍지를 꼈다.

 ​

 ​ “나쁜 생각하지 마. 그만 둘 일 없어.”

 ​

 ​ 그가 그녀를 어르고 달랜다. 안심시키려는 듯 다정한 손길로, 상냥한 목소리로.

 ​

 ​ 그리곤 꽤 장난스럽게 입술을 끌어올렸다.

 ​

 ​ “해한테서 오빠 소리 들을 거니까.”

 ​ “뭐?”

 ​

 ​ 당황하고도 황당해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도진이 씩 웃었다. 순진하고 천진난만하던 열여섯 살짜리 바보 얼굴이 흐릿하게 겹쳐 해는 웃고 말았다.

 

  이 바보를 어쩌면 좋을까. 부디 신이 있다면, 아픔은 제가 받을 테니 그를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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