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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거의 정의
작가 : 박파제
작품등록일 : 2018.12.15

고등학교 옥상에서 한 남학생이 추락했다.
즉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사고는 목격자의 증언으로 사건이 된다.
살인미수 용의자로 지목된 고등학생의 변호를 맡았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공소 제기한 검사가 내 동거인이다.

 
동거의 정의 17
작성일 : 18-12-31 16:03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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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재판장님, 증인이자 피해자 박성우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옥상에서 정예찬과 만났습니다. 그는 같은 반 친구이자 기말고사에서 박성우를 제치고 전교 1등이 된 남학생입니다. 그의 몸 곳곳에는 박성우에게 당한 폭력의 증거가 있습니다. 저는 박성우를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고소했습니다. 그 폭력의 종류 중 하나가 불에 지진 듯한 상처입니다. 담배였습니다. 미성년자가 담배라니 그것도 친구를 재떨이처럼 이용하다니. 저는 박성우의 자백을 듣고 그저 놀라웠습니다. 몹시 슬프기도 했고 분노도 함께 차올랐습니다.

 

  “변호인, 증거 있습니까? 증인의 자백이 거짓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까?”

 

  순간 박성우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증거를 찾기 위해 옥상 주변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수사 기록에 적혀있지 않은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피해자가 옥상에서 떨어진 위치를 내려다보면 2층 창문에 난 창문턱이 있습니다. 세로 15cm 정도 됩니다. 그 위에 담배가 있더군요. 곧바로 감식을 요청했습니다.”

  “결과가 나왔습니까?”

  “네.”

  “그게 피해자의 것이었습니까?”

 

  시끄럽던 좌중이 조용해졌다. 내게 이목이 쏠렸다.

 

  “아니었습니다.”

 

  어디선가 탄식이 터졌다. 박성우는 작게 비웃으며 승리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2층에 있는 담배에선 피해자의 DNA나 지문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천천히 변호 석으로 다가가 탁자 위에 놔둔 비닐을 잡았다. 그리고 높이 들어 올렸다.

 

  “당시 피해자가 떨어진 바닥에 있던 담배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

 

 

  원래 손발이 차갑긴 한데 겨울이면 정도가 더 심해져서 집에서도 양말을 신는다. 겨울엔 누구나 나 같이 사는 줄 알았다. 이불을 덮어도 손발이 몸에 닿는 게 싫어서 대짜로 뻗어 자는 줄 알았다. 김지빈을 만난 후에 내 인생은 조금 달라졌다. 정확히는 깨달았다. 아, 누군가만 그런 거구나.

 

 

  *

 

 

  담배를 떨어뜨리고 무심코 밑을 바라본 박성우는 2층 창문턱에 있는 세 개의 담배 중 하나가 자신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그것을 인멸하기 위해 2층에 왔었다. 하지만 2층에 있던 담배는 박성우의 것이 아니었다. 박성우의 담배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비가 오기 전에 발견했다.

 

  “증인은 왜 정예찬 친구 몸에 담배를 지졌습니까.”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진술을 번복하는 겁니까? 말했잖아요. 거짓말을 하면 처벌받는다고. 저기 뻔히 증인의 DAN가 검출된 담배가 있습니다.”

 

  박성우의 고개가 돌아갔다. 검사석에 앉은 김지빈을 바라봤다. 그게 꼭 어미 찾는 새끼의 눈빛 같았다. 김지빈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뭐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무서운 짓을 했습니까? 정예찬 친구가 1등을 차지한 게 분했습니까.”

  “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그땐 정말 충동적으로 그랬습니다.”

 

  박성우의 얼굴이 억울하게 변했다.

 

  “저도 모르게 담배로 그러고 나서 미안하다고 곧바로 사과했습니다. 고맙게도 저를 이해해준 정예찬은 옥상을 내려갔고 저도 놀란 상태로 담배를 떨어뜨린 것뿐입니다.”

  “그때 누군가와 통화를 했습니까?”

  “했습니다. 같은 반 친구와요.”

  “왜 이 사실을 수사 때 진술하지 않았습니까?”

  “정신이 없기도 했고, 나중엔 무서웠습니다. 담배를 피운 사실을 학교에 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떨어진 담배를 가지러 갔다 변호사님을 만난 것입니다.”

 

  박성우는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숨을 고르는 것도 같았다.

 

  “누군가 안절부절못하는 저를 밀어 떨어뜨렸습니다. 난간 위에 올라가 있는 저를요. 이게 중요한 일 아닙니까? 다른 곳에 중점을 둔 변호사님이 불쾌합니다. 나중에 경비원 아저씨를 통해 저를 민 사람이 김동준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김동준은 정예찬과 저의 상황을 목격하고 오해하고 동질감을 느껴 홧김에 저를 밀어버린 게 틀림없습니다.”

  “동질감이라뇨?”

  “김동준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김동준과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라 내막은 잘 모르지만 왜 당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 것 같아요.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기분 나쁜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저 또한 당한 적이 있고 그래서 모르고 손이 나갔는데 한순간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전 정말 억울합니다. 판사님.”

 

  박성우는 눈물 한 번 흘리지 않고 울음 섞인 목소리를 냈다. 푹 숙이고 있던 동준의 고개가 서서히 들리는 것이 보였다. 억울한 게 누군데. 나는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

 

 

  긴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목이 탔다. 큼큼 작게 기침했다. 자리에 앉아 생수병을 조심스럽게 땄다. 한 모금 마시려다가 동준을 바라봤다. 분명 눈앞에 있는데 색이 흐릿한 것 같다. 금방 어디로 사라질 것만 같다. 사라지고 싶은 건 난데. 물을 조금 마시고 동준의 손을 잡았다. 나보다 차가운 손. 둘이 만나자 소름이 돋았지만, 더 꽉 잡았다.

 

 

  *

 

 

  김지빈은 수사 파일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큰소리로 일어났다. 느릿하게 동준의 앞으로 다가왔다. 심문하기 시작했다.

 

  “김동준 군은 박성우 군에게 말로써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박성우 군에게 폭력을 당하는 정예찬 군에게 동질감을 느낀 적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는 둘이 마주친 것을 본 적도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그런 감정이 들진 않았을 겁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박성우가 소리쳤다. 그러자 판사는 자중하라고 법봉을 내리쳤다.

 

  “그럼 만약 목격했다면 무슨 감정이 들었을 것 같습니까? 분노? 불쌍함?”

  “아닙니다. 그냥.”

 

  머뭇거리는 동준이 대답할 때까지 김지빈은 재촉 없이 기다렸다. 나는 그런 김지빈을 힐끔 바라봤다.

 

  “슬플 것 같아요.”

  “.....”

  “봐도 아무것도 못 했을 테니까요.”

 

  무심했던 김지빈이 살짝 웃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혀로 입술을 축인 동준이 눈을 밑으로 내렸다. 나는 잘했다는 말 대신 굽은 등을 쓸어줬다.

 

  “그럼.”

 

  이제 내 차례라고 생각했는데 잠깐의 정적을 깨고 김지빈이 말을 이었다.

 

  “김동준 군은 박성우 군에게 폭력을 당한 적이 있습니까?”

  “네?”

 

  여기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한 번 더 되묻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지만 나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말이 아니라 몸으로 말입니다.”

  “아.”

  “있었죠. 소각장 CCTV에 찍혀 증거로까지 남았으니까. 맞습니까?”

  “아, 네.”

 

  확인 사살. 박성우는 증거가 있고, 동준은 증거가 없다는. 박성우가 억울한 듯 말했지만,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그제야 돌아서는 김지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상입니다.”

 

 

  *

 

 

  눈이 내렸다. 첫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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