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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문제적 직업군이 이 세계 조커입니다!
작가 : SIMBA
작품등록일 : 2018.12.31

돌아갈 것인가, 남을 것인가.

2056년, 멀고도 가까운 미래. 가상의 단계를 넘어선 Five senses 완벽 구현 브레인 카피 시스템 기반 온라인 게임의 운영자 재욱은 예상치 못한 버그로 인해 이 세계에 소환된다.

재욱은 플레이 중이던 문제적 직업 저격수 '코자(코리안 자이예프)'로 이 세계 모험을 시작하지만, 원래 세계의 재욱과 완벽한 도플 갱어 '얀 베르너'를 만나게 되는데.........

도대체 이 세계와 현실은 어떤 연관이 있기에???

이 세계의 로만 제국은 유일신 우니카에 대항하는 타천사 니스로크에게 패배하고, 30개의 크고 작은 왕국으로 나눠져, 전국시대에 돌입한 상태.

300년 전, 대전투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위협이 코자의 등장으로 다시 시작된다.

과연 그를 이 세계에 소환한 것은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은 이 세계의 구원인가 파멸인가?

오직 '푸른 숲의 마녀'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QUEST.3 - THE HERO
작성일 : 18-12-31 14:25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10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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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만 대륙 그 어느 요새도 라바스티온 보다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눈물까지 보이며 호소했던 남자치곤 제법 확신에 찬 말이었다.

 

 코자도 조금은 삐딱선 타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엔 그도 자신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동요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미미르 숲의 경계를 지나자, 광활한 평야가 펼쳐졌다. 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며 장경이 연출됐지만, 말안장에 적응하지 못해 코자는 고통만 호소할 뿐이었다.

 

 성 문에 다다랐을 때, 코자는 어느 게임 속에서도 책에서조차 본 적 없는 스케일의 성 앞에 넋을 잃었다.

 

 산 맥 일대를 연결하여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고 생각됐을 정도의 거대한 성이었다.

 

 성이라기 엔 너무 컸고 말 그대로 요새 그 자체였다.

 

 100m는 족히 달할 크기였으니까.

 

 조셉의 설명을 부가하자면,

 

 분지 지대 외각에 쌓은 고성에, 옛 전투에서 희생했던 정령 골렘의 돌을 증축했다.

 

 골렘의 이름인 라를 본 따 ‘최후의 병기’ 라바스티온이라 지어졌다.

 

 성벽 뒤에는 이보다 더 높은 구조물이 연결되어 있었고, 투석기, 장궁을 이용한 후방 화력 지원과 동시에, 도시에서 성벽까지, 잘 정비된 도로처럼, 중간다리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했다.

 

 도시 전체가 라바스티온을 요람 삼아 지켜졌고, 이는 곧 지명이 되었다.

 

 오크들은 한 번도 이 성에서 이긴 적이 없다고는 하나, 적군은 지난번 토벌을 감안해도 25만 명 이상 남았다.

 

 아무리 견고한 요새라고 할지라도 수비병 1만 2천은 그 숫자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성 벽 상단 층에는 포대가 설치되어 있기에, 최소 가용 병력은 9천이라고 일러줬다.

 

 “이렇게 높은 성에서 전투를 하기 위해선 최정예 궁수들이 필요한 법이죠.”

 

 조셉이 손짓하자, 성벽의 수비병 전원이 활을 꺼내들어 평원에 설치된 표적지에 정확히 적중시키며 일종의 의장 행사를 벌였다.

 

 코자는 이 광경마저도 감탄사를 연발했다.

 

 요새 안에는 지하 도시처럼 짜임새 있게 건물들이 들어섰다.

 

 병장기를 만들어내는 대장간이 즐비한 공업 지구를 지나, 상업 지구에 도착했다.

 

 상업 지구라 하기엔 이곳의 문화를 모르는 코자가 보기에도 빈약한 상점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랜 세월 외부와 단절됐음을 예감했다.

 

 거주 지역에서 집집마다 시민들이 영주에게 환호를 보냈지만 드문드문 있는 빈집들이 이곳에 얼마나 많은 비극이 있었는지를 짐작게 해주었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빙글 돌아, 외각 성벽을 타고 다시 처음 입구에 있던 구조물로 다시 돌아왔다.

 

 구조물의 7층에 영주의 거초가 있었다.

 

 80평 남짓한 마치 중세식 아파트처럼 보이는 곳.

 

 기대했던 것과 달리 키르케의 궁정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공간이었다.

 

 조셉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그림이 한 쪽 벽에 일렬로 걸려 있고, 맞은편에는 집무를 위한 탁자와 온갖 서책들이 널 부러져 있었다. 중앙에는 기다란 식탁과 구석 양 끝 쪽에 달린 두 개의 커튼, 커튼 뒤에는 욕조와 침대가 있었다.

 

 다른 층들과 통하는 문도 많아서, 대문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고 커튼 뒤를 제외하면 사생활이란 전혀 보장되지 않는 곳처럼 보였다.

 

 입구를 지킨 병사들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를 따라온 지킴이들은 차콜 색 가죽 띠와, 얄팍한 망사 갑옷으로 무장했다.

 

 그리고 대문 반대편 벽에 걸린 갑옷은 성한 데 없이 잔뜩 깨지고 흠집이 있었지만, 그보다 귀품 있는 갑주를 본 적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가훈처럼 써진 문구를 소리 내어 읽었다.

 

 “무덤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슬픈 것은 없으니........ 경이롭고 또 비장합니다. 잠시 둘러보았지만 이렇게 거대한 곳에, 배치된 병력은 턱 없이 부족해 보였어요. 왜 당신이 저를 붙잡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물론 많은 희생이 있었겠지만 제가 본 에스파다의 지도는 그렇게까지 쪼잔 하진 않았거든요.”

 

 서책들 사이에서 지도를 꺼내고 있던 조셉이 코자를 바라봤다.

 

 “그런 것까지 꾀고 계시다니....... 슬픈 현실입니다. 다들 꺼려 하는 최악의 전방 전선이기도 하고, 이곳의 비극은 소문 취급도 안 하니까요. 지원병을 요청했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지원 병력이 배치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깁니다.”

 

 “다행? 그런 무전 취득한 평화는 분명 대가를 치를....... 아 죄송합니다. 너무 이입해 버렸나요?”

 

 “전 그 두려움만으로도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문이 니스로크를 쓰러트렸다면, 지금 이곳의 주민들도 아니 전 국민이 고통 없이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겠죠. 신이 니스로크를 살려두고 있음을 이해한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겠지만요.”

 

 코자가 갑주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가 갑옷을 빼내자, 당황한 조셉이 황급히 그를 쫓아갔다.

 

 코자는 인벤토리에서 잔다르크 갑옷을 꺼내 그에게 입혔다.

 

 다행히 착용자에 맞게 크기가 조절되는 것까지 이 세계 사람에게도 적용되었다.

 

 그래도 전투에서 다져진 잔근육이 많았는지, 키는 비슷해도 가슴과 하체 부위가 조정됐다.

 

 “몸에 맞게 크기가 줄어들다니, 놀라워요!”

 

 코자가 검지로 코끝을 비비며 답했다.

 

 “그 갑옷의 성능을 경험하면 더 놀랄 겁니다. 당신을 위한 선물이에요. 분명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위보다 당신의 불행을 지켜보길 힘들어할 테니, 저런 갑옷으론 어림도 없죠.”

 

 10층과 11층에는 보초병들의 숙소가 있었지만, 조셉의 완고한 만류에 이곳에 있는 동안 그의 방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조셉이 회의를 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수도승이나 입을 듯한 원피스처럼 생긴 야스파다 전통복을 입은 남자가 대문을 열고 시종들과 함께 나타났다.

 

 시종들은 코자가 쓸 침대를 설치하고, 그 남자가 그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다가 코자에게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

 

 “구원자님께 인사 올립니다. 전 영주 님의 집사인 보들레르입니다.”

 

 콧수염 때문에 중년의 남성인 줄 알았지만 가까이서 본 그는 조셉보다도 어려 보였다.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에 경계심이 전혀 들지 않는 부담 없는 사람이었다.

 

 “이제 전 여기서 구원자로 통하는 건가요?”

 

 혼자 생각에 김재욱이 이젠 구원자가 되었네 하면서 키득거리다가, 한껏 근엄해진 그 때문에 저도 몰래 침을 꼴딱 삼켜야 했다.

 

 “더한 호칭도 기꺼이 붙여 마땅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당부드릴게 있습니다. 영주 님의 결정에 제가 참견할 위치가 아니오나, 그분은 구원자님께서 이곳을 자유롭게 이용하길 원하시지만, 제가 마땅한 방도를 마련할 때까지, 씻는 것을 삼가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영주 님의 선택이라지만 한 방에서 지낸 다는 게 너무 꺼림칙해서....... 부디 다른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기술자를 불러 최대한 빨리 장소를 마련해보겠습니다.”

 

 “이곳에서도 씻을 수가 있나요?”

 

 전혀 비하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네. 온도를 조절할 순 없지만 35도의 따끈한 온수로 말입니다.”

 

 “상상도 못했는데,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게요. 너무 기대가 되거든요. 아 참, 화장실은 어디 있나요? 지금 이용할 건 아니지만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가 왼쪽에 있는 조그만 나무 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정문으론 가는 길이 복잡하니....... 저길 이용하시면 됩니다.”

 

 수많은 문들 중 하나가 화장실이었다. 심지어 디자인이 현대식은 아니지만 좌변기였다. 물도 고여 있고. 일일이 문들을 열어보다가, 도대체 왜 비상식적으로 길들을 뚫어놨는지도 물었다.

 

 “저도 이유에 대해선 특별히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간단하답니다. 급박한 상황이 많은 만큼 영주님은 문제가 일어난 곳에 한시 빨리 가시길 원해 그런 것이지요. 그러니 이곳만의 관습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고단하셨을 테니, 일을 끝마치는 대로 요깃거리들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종들에게 돌아가 일처리를 끝낸 보들레르는 목례를 하고 나갔다.

 

 코자는 그를 불러 세웠다. 조셉이 참여한 회의에 참여하길 요청했고, 그는 기꺼이 그곳까지 동행했다.

 

 그레이트 홀의 거대한 중첩이 쇳소리를 토해냈다.

 

 조셉을 포함한 10명의 기사들이 그것을 못 들은 체 했을 만큼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원탁에서 문과 마주하고 있던 조셉이 코자를 발견하고 조용히 손짓만 해서 그를 불렀을 뿐이다.

 

 “지난번 출정 때도 느꼈지만, 타록이 예전같이 막강한 힘을 지니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누구도 타록을 본 적이 없죠. 거대한 도마뱀을 봤을 뿐이에요.”

 

 “크기는 15m 정도 되어 보이더군요. 백병전에선 위력을 떨칠지 모르나 라바스티온의 성벽은 자그마치 92m입니다. 트롤들의 재벌린은 커녕, 석궁조차 위협이 되지 않을 상당히 높은 곳이죠.”

 

 조셉이 말했다.

 

 “우리의 임무는 라바스티온의 수호이긴 하나 궁극적인 목표는 그들의 섬멸입니다. 아무리 숙련된 궁사들이 배치되었다 한들, 그런 패널티는 저희도 가진 것입니다. 자그마치 25만의 대군이죠. 수학적 계산만으로도 저희의 규모로는 불가능한 목표이고, 타록은 분명 큰 수를 가지고 이 전쟁을 준비했을 겁니다.”

 

 코자는 타록 자체가 끝판 왕이란 걸 언급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테고, 그 자체가 사기를 꺾는 행위란 걸 알았기에 지켜보기로 했다.

 

  조용히 회의를 방관하던 노기사가 나긋나긋 말했다.

 

 “그럼 우리에게도 수가 필요하겠군요. 지원군은 3주 이상 소식이 없으니, 최소 일주일은 저희만으로 수성을 치러야 할 테니까요. 전 신탁 같은 건 믿지 않지만, 결국 천운이 도와 토벌 작전에서 큰 피해가 없었음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런 요행을 바란다면, 기사라고 할 수 없겠지요.”

 

 조셉이 한 발치 뒤에선 코자를 원탁에 끌어왔다.

 

 “신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우니카 신의 가호가 저희를 지켜주었다고요. 이 분이 그 살아있는 증거이자, 타록에 대항할 비장의 무기입니다!”

 

 그의 인생에서 자주 있어왔던 스포트라이트에 코자는 능숙하게 가슴팍을 쳤다.

 

 그러나 무표정의 기사들 때문에, 고개만 끄덕끄덕 반응했고.

 

 “복장만 봤을 때,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세련된 것이군요. 20년째 대장간을 운용 중이지만, 방어는 몰라도, 최고의 활동성을 보장하는 옷입니다.”

 

 “그래요. 정찰병들에게 보급하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겠군요.”

 

 코자는 개인적으로 그들의 통찰력에 놀랄 뿐이었다. 그들의 눈엔 단순한 천 옷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방심하지 않고 최대한 상대의 능력을 파고드는 것에 말이다.

 

 조셉은 그들을 일일이 소개해주었다.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기사 작위의 사람들은 평범한 소시민들이었으니, 신분 사회에 대한 코자의 상식을 파괴한 것이었으나, 훗날에야 라바스티온 만의 고유문화란 걸 알게 되었다.

 

 토벌 작전에서 그가 벌인 활약상을 얘기하자, 다들 감탄사를 뱉어냈다.

 

 “지난번 승리에 코자님의 활약이 있었다는 걸 깜깜히 몰랐기에, 너무 고취되었던 우리가 창피할 지경입니다.

 

 방에 들어섰을 때, 얼굴까지 붉혀가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던 중년의 기사였다.

 

 코자는 천천히 운을 땠다.

 

 “아닙니다. 저도 여러분의 용맹함 덕에 이 자리에 서 있을지 모르거든요.”

 

 노기사가 말했다.

 

 “겸손하기까지! 우린 그대의 의견을 듣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거 같습니다.”

 

 “일단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신탁이란 것에 대해 먼저 설명을 듣고 싶거든요.”

 

 다들 신탁이란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조셉이 나서려던 것을 노기사가 자진해 말했다.

 

 “로만 제국의 역사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키르케를 상기하며 코자가 고갤 끄덕였다.

 

 “25개국으로 흩어진 로만 제국의 제후국들은 대부분 우니카라는 저희의 유일신에게 반기를 들며 나타난 것이지요. 하지만 공통된 악 니스로크를 견제하기 위해선 피의 동맹이 필요했고, 그 조건이 푸른 숲의 마녀를 봉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잘못된 신탁으로, 300년 전 인류는 큰 피해를 입었으니까요. 저희 조셉 영주님을 비롯한 우니카 신의 열렬 신도 들은 꿈속에서 그분의 신탁을 받고 있습니다. 이건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신탁으로 저희는 라바스티온을 지키고 있고, 그걸 믿지 않는 자들도 조셉 영주님의 능력으로 받들며 대부분 존중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코자는 자신의 퀘스트와 이 신탁에 어떤 연관점이 있을 거란 걸 캐치해냈다.

 

 떨리는 노기사의 목소리에 코자는 괜찮다고 말하며, 설명을 끝냈다.

 

 이젠 자신의 차례다.

 

 “전 여러분이 전혀 모르는 무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런 성벽에서 사용한다면 더 빛을 발휘할지 모르죠. 제가 상대한 타록은 비록 수 km 밖이었으나....... 대단한 위력을 가진 자였습니다.

 

 “수 km? 도대체 어떤 무기 이길래.........”

 

 코자는 m39를 탁자 위에 놓았다. 조셉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쇳덩이가 달린 나무 막대기에 집중했다. 대략적 총의 발사 원리를 설명해주자, 다들 입을 모아 대포의 휴대용 버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놀라운 기술력이군요.”

 

 조셉이 말했다.

 

 “하지만 타록을 죽일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는 과거의 망령. 그 어떤 물리적 공격에 면역되어 있어요. 그를 찌른 용사들의 숫자만 수천이지만 그를 죽인 자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난감하게 되었군요.”

 

 코자의 말에 다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키르케는 어떨까요?”

 

 단순히 마법사인 그녀를 떠올린 것이지만, 이는 그들을 더 난처하게 만든 모양이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조셉이 말한 것이다.

 

 “제가 부탁하면 될지도 몰라요.”

 

 이상한 자신감이 솟았다. 코자는 적어도 그녀와 어떤 교감이 있었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미 그녀에게 부탁을 해봤습니다. 님프들이 워낙 평온한 종족이지만....... 적어도 그녀는 그가 남아있길 바라요.”

 

 “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은 그녀입니다만.”

 

 조셉이 눈썹을 구부렸다가 대답했다.

 

 “고르곤에게 들었습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지요. 그들에게 있어 호의는 불가분의 영역입니다. 아주 먼 옛날 그와 애착 관계에 있었을 거예요. 추측일 뿐이지만요. 그리고 그 누구도 그녀에게 살생을 강요할 권한이 없습니다. 여러 가능성에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코자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마법 대미지가 부가되는 총알이 두 발 있기는 하지만, 그가 이것까지 방어해낼지도 모르고, 그에게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미지수기 때문에 언급을 하진 않기로 했다.

 

 괜히 회의에 참석했나 싶을 정도로 조셉과 어색해져 버렸다.

 

 좋은 방도는커녕 불안감만 키워냈나 걱정될 정도로.

 

 저녁상으로 나온 칠면조 구이를 먹는 내내, 근심 가득한 그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는 것만이 코자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보들레르와 함께 마을 구경도 했다. 흠 보들레르도 그렇고 대부분이 키가 한 뼘 정도 컸다.

 

 에스파다 사람들은 체구가 큰 편인 듯했다.

 

 돌아왔을 땐, 조셉이 씻었는지, 커튼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져 나왔고, 걷는 내내 당부했던 보들레르 때문에, 쳐다만 봐야 했다.

 

 얀에 대해 물어봐야 하는데, 곤히 자는 그를 깨울 순 없었다.

 

 아침이 밝았다.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한 날씨에 깨끗한 햇빛들이 코자의 얼굴을 감쌌지만, 그는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조셉이 다급히 그를 흔들었고, 혹시나 고약한 잠버릇 때문에 그런가, 황급히 눈을 떠서야 날이 바뀌었음을 발견했다.

 

 “무슨 일입니까.”

 

 코자는 절대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잠에 취해 고약한 말투로 말했다.

 

 “모든 일이란 항상 갑작스러운 법이죠. 적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조셉은 코자가 선물한 잔다르크 세트를 입고 있었다.

 

 햇빛 때문에 그런가, 성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잔다르크 그 자체였다. 정말 그녀의 환생을 보는 것처럼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다행이네요.”

 

 “잠꼬대할 시간이 아닙니다. 준비되는 대로 성벽으로 와주세요. 보들레르와 함께 오시면 됩니다.”

 

 살짝 문이 열린 틈으로 둥그런 달걀을 본 것 같았는데, 무장을 한 보들레르의 모습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 그 달걀을 닮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둥그런 형태 덕분에 재벌린을 효과적으로 튕겨낸다고 하지만 전투에는 영 효율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긴박한 상황이지만 요깃거리라도 챙기시죠.”

 

 보들레르의 손에는 빵과 우유가 들려있었다.

 

 이래서는 도저히 폭풍우가 몰아치는 전장을 앞둔 기분이 아니다.

 

 빵을 씹으며 그의 뒤를 따르는데, 의도치 않게 익숙해져 버린 북소리들이 들려왔다.

 

 오크들의 진군소리다.

 

 건물 외벽에 창문처럼 만들어놓은 조그만 틈으로 적의 모습을 살핀 코자는 들고 있던 우유를 주르륵 죄다 바닥으로 쏟아부어야 했다.

 

 저번에 살폈던 숫자들도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다.

 

 25만이라는 숫자를 몸소 체감하는 순간이다.

 

 메말라 있던 대지에 강물이 밀려오듯 시커먼 무리가 서서히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넓었던 평원을 모조리 덮어버리며.

 

 그 구멍들의 정체는 포대였다.

 

 성벽으로 향하며 사시나무 떨 듯 대포를 붙잡고 있는 병사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지나가는 게 코자가 할 수 있는 전부.

 

 도착한 성벽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두에게도 공포의 그림자가 까맣게 모두의 눈동자에 드리웠다.

 

 하지만 그들의 지휘관은 조셉 린든이었다.

 

 그가 칼을 뽑아들자, 찬란한 태양의 후광이 비치며, 그 어둠을 게워냈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칼을 주시했다.

 

 “적에게 두려움을 내비치 말자. 에스파다 긍지의 전사들이여 마다스 국왕 폐하에 충성하라!”

 

 갑옷끼리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성벽 뒤편 보조 건물의 사수들에게 들렸을 만큼 적은 가까워졌다.

 

 모두들 사격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크들도 아무런 포효와 미동도 없이 수장의 지휘를 기다렸다.

 

 무리 사이에서 빨간 안개가 피어올라 조셉의 앞까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타록이었다.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국의 제복을 입고, 핏기 없는 창백한 피부만이 인간이 아닌, 시대의 망령임을 알리고 있었다.

 

 “인간들에게 마지막으로 항명할 기회를 주겠다.”

 

 조셉이 받아쳤다.

 

 “그대의 긍지는 어디로 갔는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그대가 인간으로서의 도의를 다하라!”

 

 타록의 웃음소리가 소름끼칠 만큼 호탕하게 성 전체에 울렸다.

 

 놀랍게도 타록은 조셉과 성벽 위의 병사들에게 어떤 공격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유유히 뒤돌아선 타록은 눈 앞에 펼쳐진 대군들을 쳐다봤다.

 

 “긍지? 도의? 어리석은 자여, 부하들의 공포가 내게도 들려오는군.”

 

 “왜 공격하지 않는 거지? 그대의 정의는 무엇이기에, 우리를 이토록 조롱하는 것이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자들이 어찌 정의를 깨우치겠는가.”

 

 타록은 의미심장한 한 마디만 남긴 체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터진 오크들의 포효가 성의 모든 이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조셉이 발포 지시기를 올렸다. 사방에서 ‘발포’를 외치며 동료들에게 이를 알렸고 5초 뒤 굉음과 함께 포탄 세례가 오크들에게 쏟아졌다.

 

 대지가 흔들렸다.

 

 병사들은 자신들의 기세에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고무적으로 생각했으나, 이내 곧 그 떨림이 다른 것이란 걸 알게 되어야만 했다.

 

 성 벽 하단에 위치한 포병들은 커다란 눈알과 마주하고 엉덩방아를 찍었다.

 

 평원에 자욱하게 깔렸던 먼지 구름이 걷히자, 그때야 도마뱀 무리들이 성벽을 오르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기병을 사용하지 못하는 공성전 속 백병전은 피지컬적으로나 장비의 성능에서도 인간들이 불리했다.

 

 2M에 육박하는 거구에, 살 속에 가득 찬 근육들, 그들의 병장기는 아시리아 산맥의 철광석으로 만들어진 최상급의 것들이다.

 

 조셉이 코자를 향해 바라봤다.

 

 코자는 이미 자신이 해야 될 임무를 파악했다.

 

 성벽 난간에 올라, 밀려드는 아찔함을 참아내고, 도마뱀들을 저격했다.

 신중하지만,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다.

 

 초당 한 마리씩 명중시켜 성벽에서 떨어뜨리는 경이로운 사격 솜씨를 발휘했다.

 

 하지만 각도에 한계가 있었고, 볼트 액션 자체의 한정된 사속에 결국 10마리의 도마뱀들이 성벽으로 올라섰다.

 

 등에 타고 있던 오크들이 성벽 위로 쏟아졌다.

 

 도마뱀들은 트롤의 통제를 받으며 계속 성벽 너머 마을까지 진격했다.

 

 백여 마리가 아직 성벽을 오르는 중이다.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야? 이렇게까지 많지 않았는데........’

 

 조셉이 외쳤다.

 

 “코자! 놈들이 더 몰려와요!”

 

 코자도 다급해졌다. 이동 스킬을 써야 하나? 하지만 미로처럼 엮인 도시에선 비정상적인 속도가 패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

 

 코자의 옆에서 정신 놓고 돌팔매질 중인 보들레르를 붙잡았다.

 

 “보들레르! 보들레르! 정신 차려 봐요!”

 

 PTSD에 취한 그의 동공이 점점 코자를 바라봤다.

 

 “네! 네! 말씀하세요!”

 

 “바느질 도구와, 종류에 상관없이 질긴 가죽들, 뼈대로 쓸 만한 막대기들을 구해다 주세요! 짧지만 않으면 됩니다!”

 

 멀리 갈수록 돌아가라.

 

 주민들의 비명소리가 귀에 아른 거렸지만 달리 이 방법밖에 없다.

 

 주문처럼 곱씹으며 자신을 다스렸다. 방아쇠가 멈출 타이밍을 줘선 안 될 테니까.

 

 그가 대동한 시종들의 도움을 받아 재료들을 날개 모양으로 만들고, 인벤토리 속에서 물약 하나를 꺼냈다. 펫에게 먹이면 10분 동안 공중을 날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가죽에게도 효력이 있기를.

 

  서서히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가죽 날개는 생명을 얻은 듯, 코자의 명령에 따르기까지 했다.

 

 이동 스킬로 속도가 배가 되어, 재빨리 공중으로 높이 치솟아, 도시 곳곳을 파괴 중인 도마뱀 무리를 제압했다.

 

 더 멀리서 다른 기병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후방에 배치됐던 병사들에게 뒷일을 맡기고 다시 성벽으로 향했다.

 

 조셉의 지략 덕에, 투석기가 오크들의 전진을 막고, 포대가 도마뱀의 등반을 방해해주었다.

 

 공중에서의 사격은 당연 수월하게 도마뱀들을 제압하게 했고, 성벽 위에서 백병전을 벌이는 병사들까지 지원할 짬도 벌었다.

 

 오크들의 포효는 곧 인간들의 함성으로 변해갔다.

 

 “저길 봐! 신의 사자다! 천사가 우리를 돕고 있어!”

 

 성벽의 혼란을 틈타 바퀴 달린 공성 망치가 순조롭게 접근 중이었다.

 

 코자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망치를 보호하는 방패들은 코자의 탄환을 막아내지 못했다.

 

 타록은 코자를 지켜봤다.

 

 일전에 자신을 공격했던 무기도.

 

 넋 놓고 코자의 활약을 지켜보기만 하는 트롤의 석궁을 뺏어들고 그를 조준했다.

 

 정확히 두 발이 코자의 시야에 스쳐갔다.

 

 물론 석궁의 위력이 닿지 않는 상공이었으나 두 날개를 찢기엔 충분했다.

 

 “어?”

 

 있는 힘껏 성벽을 향해 수영 치듯 움직였다. 역부족이다. 속도는 점점 줄어들고, 조금씩 하강되는 느낌이 탄력을 받아 갔다.

 

 “코자!”

 

 “제 걱정 말고 성문을 사수하세요!”

 

 이 상황을 타개할 물약이나 장비 따윈 없었다. 무적 기능 때문에 떨어져 죽긴 않겠지만, 혈혈단신으로 오크 무리와 괴물 같은 타록과 맞서야 하는 게 문제다. 근접 장비도 조셉에게 줘버렸으니........

 

 ‘계약자 내 말이 들린다면, 당신도 도움을 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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