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제너시스#1
작가 : 꿈은이루어진다
작품등록일 : 2018.12.31

주인공 고드를 통한 지구와 화성의 충격적 대하드라마.

 
제너시스(1) --- 10
작성일 : 18-12-31 12:31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2306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9장. 신의 또 다른 후손

 

 연구센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메시 부부는 한동안 꿈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우선 매일 볼 수가 있고 언제든지 사랑을 나눌 수 있으며 특히 포근하고 깨끗한 잠자리는 정말 너무 좋았다.

 그동안 엘리자벳은 첨단 장치를 이용하여 지능향상프로그램과 각종 학습프로그램의 영향으로 화성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 가고 있었고 화성의 언어도 거의 완전하게 구사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엘리자벳의 표정은 날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다.

 “엘리자벳, 요즘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니, 별일 없어.”

 “가족들이 보고 싶은 거지?”

 “...”

 “그럼. 내일이라도 한 번 다녀와.”

 “그래봐야 될 것 같아. 가도 되는 거야?”

 “그래. 갔다 와.”

 메시는 명색이 지구인을 연구하는 박사가 아닌가.

 메시는 엘리자벳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곳 생활이 메시와 달리 엘리자벳에겐 감옥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엘리자벳에겐 정서적으로 적응이 어렵다는 것도 메시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메시는 특단의 결정을 해야 할 날이 곧 다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날 엘리자벳은 가족을 만나러 떠나고 메시는 고드의 집무실을 찾았다.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 후속 계획도 설명할 참이었다.

 “오우~ 메시 박사, 엘리자벳과는 잘 지내지?

 그래, 상의할 일이라는 게 뭔가?”

 메시는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특단의 계획을 밝힌다.

 “고드 대지도자님, 엘리자벳과 저는 이곳에서 계속 함께 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와 엘리자벳은 모든 면에서 격차가 심합니다. 적응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상세하게 설명 드리지 않아도 대지도자님께서는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제가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깊숙이 들어가 연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고드는 메시의 말에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보금자리를 지구인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옮긴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아마 엘리자벳의 가족들 근처로 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요. 엘리자벳이나 가족들도 좋아 할 것 같구요. 오늘 가족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계획을 상의하고 돌아 올 겁니다.”

 “그런데 연구 활동은 지속 할 수가 있겠는가?”

 “계속 할 겁니다. 대지도자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습니다만 필요한 지원은 부탁드립니다.”

 “사실 메시 박사에 대한 기대는 크네. 화성에서 자네만한 직무를 수행할 사람도 없을 것이야. 하지만 직무와 나의 기대를 위해서 박사를 붙들고 싶지는 않네. 그러나 박사가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해 준다면 나는 고맙지. 더구나 더 생생한 연구 자료를 볼 수 있게 해준다니 말이야. 당연히 필요한 지원은 아끼지 않을 걸세.”

 “고맙습니다. 대지도자님,”

 화성인으로서는 드물게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메시는 자신의 계획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대지도자의 배려와 실질적으로 몸담았던 연구센터를 떠난다는 복합적인 감정이 뒤엉켜 눈물을 글썽이다 끝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말았다. 같은 감성을 가진 고드 역시 눈가에 물기가 맺히고 있었다.

 비록 직무는 계속 수행한다지만 고드와 가장 오랜 동안 같이 해왔고 앞으로 자주 볼 수 없게 자신의 곁을 떠나는 메시가 한없이 아쉽기만 하다.

 고드는 메시를 한동안 포옹을 하면서 이별을 하고 있었다.

 메시는 엘리자벳의 가족들이 있는 마을 위쪽 산 정상에 있는 동굴에 거처를 마련하고 엘리자벳과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엘리자벳 언니 마리아는 처음에는 수시로 와서 자신들의 근황을 알려주고 갔다.

 그녀의 가족들은 메시가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멀리서 이들을 쳐다보고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산 정상 가까이에 있는 동굴까지는 왕래가 힘들었다. 점점 찾아오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엘리자벳이 대신 가족들이 있는 마을로 다녀오곤 하는 것이다.

 실제로 메시는 동굴 속에 숨겨둔 프리카를 이용하고 있었고 동굴 내부에는 어디든 통신이 가능한 시설과 모든 편의 시설들을 갖추고 있었다.

 엘리자벳은 메시가 첨단 학습법을 이용하여 거의 화성인처럼 사고하게 되었고 가끔 가족들을 만나러 마을로 가면 메시에게서 배운 생활의 지혜를 가족들에게 조금씩 가르쳐 주곤 했다.

 그리고 언어와 문자도 조금씩 깨우쳐 주었다.

 물론 가족이나 아버지의 지적수준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학습이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이 지나면 생활에 도움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해 주었다.

 메시는 이러한 모든 사항들을 일기처럼 거의 매일 낱낱이 기록하고 고드 대지도자에게 보고 하였다.

 메시는 직접 연구센터로 가서 보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통신장비를 이용하고 있었다.

 메시가 보내주는 자료를 분석하면 화성당국이 이미 오래 전에 계획된 지구인 보호와 협력에 관한 프로그램이 지금 메시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실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메시가 그동안 알아낸 엘리자벳의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엘리자베스와 마리아였다.

 그리고 가족들의 주변으로 제법 많은 가족집단들이 서로 왕래하며 한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친인척 관계로 밝혀졌으며 엘리자벳의 아버지가 무리들의 수장 격이었다.

 엘리자벳의 가족은 물론 주변 혈족들은 엘리자벳이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사람에 의해 여신으로 변했다고 믿고 있었다.

 엘리자벳이 마을로 가면 그녀를 두려워하며 눈빛조차 마주치기를 꺼려하고 지나갈 때도 재빨리 길을 비켜주고는 엘리자벳이 지나 갈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가 나타나면 마치 엘리자벳이 두려운 존재인양 함부로 가까이 하지도 않았다.

 언니 마리아도 조심스럽게 엘리자벳을 대하고 있었으며 아버지는 그녀에게 그동안 받은 학습 때문인지 몰라도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매우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메시와 엘리자벳은 가족들에게 곡식 종자를 주고 경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지면 연구센터의 장비를 동원하여 몰래 밤사이에 물을 뿌려주곤 했다.

 이튿날에는 메시가 살고 있는 동굴의 입구가 보이는 쪽으로 마을사람들이 모여 신에 대한 의식을 치르고 사라진다.

 엘리자벳은 물론 마리아도 화성의 의술 혜택을 받아 특별한 건강을 누리게 했다.

 메시는 기회가 되면 엘리자벳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렇게 해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엘리자벳의 아버지는 수준에 맞는 지식을 엘리자벳으로부터 적당히 터득하여 전체 마을부족에게 전파하고 부족의 지도자 역할을 더욱 돈독히 하게 되었다.

 

  * * *

 

 화성으로 돌아온 고드는 이미 대표자회의에서 승인된 지구인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로 하고 우선 아버지 슈카르의 자문을 구한다.

 “제가 보내드린 메시 박사와 관련한 자료를 보셨겠지만 관련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정확한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메시 박사가 거주하는 지역의 현지 지구인들은 빠른 속도로 문명이 발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상했던 그대로 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의 오차가 ± 0.5%였어. 어차피 지구는 우리가 이주를 하던 안 하던 화성의 비상구임에는 틀림없어. 그래, 상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슈카르는 고드가 대지도자가 되고 난 후 아들에 대한 자랑스러운 후원자가 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네, 메시 사례와 관련하여 지구인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전면적으로 확대실시하려고 합니다.”

 슈카르는 고드가 어떤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다.

 슈카르의 뇌 자료의 전부를 다운받은 고드는 거의 같은 생각과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고드만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식만 아니면 두 사람의 뇌는 일란성 쌍둥이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지구에서 거주 할 자원 희망자와 자신의 정자나 우성인자 DNA를 기증하겠다는 사람들을 우선 모집하고 지구에서 대표지역을 선정하여 1단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을 듯 하네만... 그리고 이미 화성에서 지구로 이주한 일부 화성인들과 오래전부터 상주하고 있는 연구기지 요원들도 지구인들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메시와 같은 사례가 발생 할 걸세.

 어쩌면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구 어느 곳에서 메시와 같은 사례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야.”

 슈카르의 추론에 고드는 웬 지 기분이 좋아지고 신이 난 듯하다.

 “대표지역으로는 연구센터에서 가깝고 메시의 연구 관활 인 메시 주변 마을이 최적지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우성인자를 주입하여 2세를 출산할 대상도 거기서 결정하면 됩니다. 이주 자원자들의 거주지도 그 주변에 조성해줄 생각이구요. 그리고 저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고드의 갑작스런 참여표현에 슈카르는 잠시 혼란을 느낀다.

 자신도 방금 그런 생각이 스쳐갔지만 떨쳐 버리려고 하는 순간 고드가 말을 꺼낸 것이다.

 슈카르는 고드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웬 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그래?”

 “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어차피 화성의 공식사업으로 제가 참여하여 그 상징성을 보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참여한다고 해서 잘못될 일도 없고요.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버지도 네 생각과 당연히 같다. 다만 마음에 썩 내키지는 않는 것은 사실이야. 그러나 네가 생각한대로 진행을 해야 될 것 같구나.”

 슈카르는 오랜만에 고드의 결정에 웬 지 모를 거부감이 들고 있지만 대지도자인 고드의 결정이 무엇보다 우선인 것이 화성지도부의 관행이다.

 그리고 고드가 원기 왕성하고 모든 생체활동의 기능이 완전하여 생리적인 본능에 대한 부분을 배려하여 준 것이다. 최근 화성의 지하화가 생각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고 그 외에는 별다른 직무가 없어 지구 연구센터의 집무실로 다시 돌아온 고드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자신의 후손인 지구인을 위한 직무를 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과 함께 오랜만에 고향에 온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화성인들과는 달리 인간 원조의 감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고드는 메시가 보내온 자료를 보다가 메시와 엘리자벳의 다정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발견하자 메시가 엘리자벳과 애정행각을 할 당시의 영상이 떠오른다.

 

  * * *

 

 도그리온족의 추장 집무실에는 역사학자 애니문과 추장 세담, 그리고 캐닌이 머리를 맞대고 야심에 찬 모의가 한창이다.

 “지금 지구인간들의 수준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랜턴하나면 가볍게 조종이 됩니다. 지구인간들은 이제 막 태양숭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선 랜턴을 이용하여 우리를 신격화하구요. 이들에게 곡식재배와 옷 만들기, 그리고 지금보다 개량된 구조로 집을 짓도록 적당히만 가르쳐 주어도 우리는 그들에게 신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들은 당연히 황홀해 할 것이고 그들의 고생으로 우리의 집도 식량도 모두 해결됩니다. 당연히 다른 필요한 노동력도 해결 되겠습니다. 그러나 유의 할 것은 항상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야 합니다. 서로가 너무 가까워지면 그들이 꿈을 깰 수도 있으니까요.”

 세담과 캐닌은 가끔 입에서 침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애니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세담은 애니문의 말이 끊어지자 슬쩍 입을 닦는다.

 “우리 도그리온족에서 이런 보석 같은 인재가 있을 줄은 몰랐네. 애니문 박사도 캐닌 경이 발굴한 겁니까?”

 “캐닌 각하께서는 탁월한 지도자이십니다. 미천한 저를 이렇게 큰일을 할 수 있도록 불러주셨습니다.”

 세담은 질문을 캐닌에게 했는데 불쑥 애니문이 끼어드는 것도 그렇고 마치 도그리온족의 지도자가 캐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 마음이 심하게 불편한 표정이 되었다.

 “지구인간들이 우리를 따르게 하고 시키는 대로 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네요? 애니문 박사님의 아이디어대로 하죠. 나머지는 박사님이 알아서 계획을 짜세요.

 그리고 추장님, 박사님께 지구인간 관리팀장 직위를 부여토록 하지요.”

 “그리하도록 하세요.”

 “애니문 팀장은 직무를 추진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관련된 모든 권한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캐닌은 정말로 자신이 우두머리라도 되는 것처럼 추장의 동의 없이 애니문에게 일사천리로 직위를 부여하고 마무리를 지어 보인다.

 그러나 추장 세담은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나 매끄럽고 기막힌 캐닌의 수완에 기가 죽을 지경이었다.

 도그리온족은 화성에서 보내주는 무선전력을 이용하여 웬만한 생활도구나 용품은 거의 다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곧 자동차나 헬기정도의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무기제조로도 이어 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비누스의 협조요청으로 가까운 지구 연구기지에서 종종 공중 순찰을 돌기 때문에 대형 장비나 제품은 지하제작소에서 제조하기로 하여 대형 지하공사장을 준비 중이다.

 캐닌은 곧 지하공사에 지구인간들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애니문은 제자들로 구성된 랜턴부대를 동원하고 다양한 식물과 곡식재배는 물론 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가르쳐 주는 등으로 어렵지 않게 지구인간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인간들은 신에게 홀린 듯 애니문의 조종에 잘 따랐다. 작은 집단의 우두머리들을 별도로 교육시켜 의사전달을 수월하게 하였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보다 강이 흐르는 북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었다.

 지구인간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도그리온족들이 점점 차지하여 자신들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었다.

 캐닌은 인간들이 이동한 북쪽으로 가보았다.

 남쪽보다는 지형이 고르고 밀림대신 초원지대로 물이 풍부하고 훤히 트인 지역으로 곡식을 재배하고 집을 짓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캐닌은 언젠가는 자신들도 이곳에 진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가지 묘안을 생각했다.

 지형적으로 요지에 해당하는 곳에 자신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초대형 상징물을 만들어 놓으면 도그리온족에 대한 더욱 강력한 우상화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구조물을 건설하는 데는 지구인간들의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면 되는 것 이었다.

 

  * * *

 

 화성에서 지하기지화를 마무리하고 지구로 돌아와 연구센터에서 머물고 있는 고드는 아침에 일어나 대지도자 복장 대신에 가죽으로 된 원시복장을 하고 지구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향했다.

 일찍이 고드는 아버지 슈카르에게 자신도 지구인 업그레이드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했으나 아버지 슈카르의 불편한 심기가 못내 마음에 남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냥 지구인들의 마을을 시찰해 보고 싶었다.

 연구센터 주변을 한참이나 벗어나자 나름 정돈된 넓은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나무와 숲들이 질서 있게 자리 잡고 있었고 중앙 쪽에는 돌과 나무로 지어졌지만 제법 크고 세련된 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건물을 중심으로 많은 지구인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볼품은 없지만 수레 같은 것에 물건을 싣고 가는 사람도 있었으며 짐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과 여자들로 보이는 사람은 머리에 물건을 이고 가는 것도 보인다.

 고드는 지구인들이 그동안 많은 성장과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메시로부터 보고를 받아 왔으나 오늘은 현실로 보게 된 것이다.

 고드 역시 화성인으로서 흘러가는 시간의 개념을 깜박하고 있었다.

 지금 지구인들의 평균수명은 약 900세에서 1,000세 정도라고 들었는데 화성인들에게 1,000년은 지구인의 100년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느낀다.

 메시가 엘리자벳과 같이 연구센터를 나간지도 약 300년 정도가 지났다.

 마리아는 오랜만에 언니 엘리자벳의 초대을 받아 메시와 언니가 살고 있는 동굴로 갔다가 평생에 보지 못한 온갖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설들을 구경하였다. 또 지구인들에게 없는 귀한 선물까지 받아 가지고 언니의 배웅을 받고 내려오는 중이었다.

 고드는 메시에게 막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 인적이 드문 숲속으로 다가오는 물체가 있어 본능적으로 바위 뒤로 몸을 숨기고 바라보았다. 고드의 눈에는 아름다운 지구 여인이었다.

 입고 있는 옷도 고드의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런데 고드는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앞가슴에는 오래 전에 메시에게 달아준 영상추적 장치인 고릴라 마스코트가 달려 있는 것이다.

 고드를 본 마리아는 순간적으로 한 번 고드를 쳐다보고는 도망치기 시작하는데 그때 메시에게 받은 고리라 마스코트가 나뭇가지에 걸려 떨어지는데 마리아는 그것도 모르고 엘리자벳이 준 선물마저 내 팽개치고 손살 같이 마을을 향하여 달아나 버린다.

 그녀가 떨어뜨리고 간 물건들은 언뜻 봐도 지구인들의 것이 아니었다.

 고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 자세로 잠시 서 있다가 거의 넋이 나간 듯이 연구센터로 돌아왔다.

 집무실로 들어온 고드는 찬물을 한잔 들이킨다.

 그리고는 메시에게 급히 영상신호를 보내고 곧바로 메시가 나타난다.

 “대지도자님, 그렇지 않아도 제가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엘리자벳은 잘 계시는가? 오늘 나는 지구인들 마을을 다녀왔네. 생각보다 많이 발전 했더라구. 직접 눈으로 보니까 대단하더군.”

 “그러실 겁니다. 이대로 흘러가면 우리 생각보다 훨씬 성장속도가 빠를 것 같습니다. 곧 지구에는 왕조국가가 탄생할 것 같습니다. 지금 엘리자벳의 아버지가 통치자로 있습니다만 곧 왕으로 추대될 것 같습니다. 그 때 우리가 이벤트를 하나 해 주려 하고 있습니다. 왕의 통치 권력이 강해야 왕이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지구인들이 보는 앞에서 아무도 모르게 아버지를 위한 깜짝쇼를 보여줄까 합니다. 지구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왕이 더욱 위대하게 보이고 절대 복종할 수 있도록 하는 도와주는 것이지요.

 아...죄송합니다. 제가 혼자 너무 떠들어 댔나 봅니다.”

 사실 고드는 메시의 말보다 자신의 얘기를 빨리 하고 싶었는데 메시의 말이 이렇게 긴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통치능력이 약하면 질서가 무너지고 혼란이 오게 될 것이야. 아무튼 잘한 일이네.

 그리고 내가 오늘 마을 주변에 갔다가 우연히 지구여성을 만났는데 가슴에 고릴라마스코트를 달고 있었어.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어떻게 된 건지 메시 박사가 혹시 아는 게 있는가?”

 “하하...죄송합니다. 고드 대지도자님, 그 여인은 엘리자벳의 언니 마리아였습니다.”

 “뭐야?”

 고드는 또 한 번 깜짝 놀라고 있었다.

 “마리아는 오늘 저희 동굴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 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지도자님을 한 번 뵈려고 했습니다만 이런 저런 일로 늦어졌습니다. 마리아에게도 미안하구요.”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고드가 오늘 본 여인이 마리아라면 많이 늙어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나이가 맞지도 않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메시가 특별한 조치를 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어느 날 제가 대지도자님께 기회가 되면 마리아를 소개하겠다고 한 일을 아직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는 마리아를 단순 인사차원에서 대지도자님께 소개하려고 했습니다만 대지도자님께서 지구인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 생각을 바꿔 솔직히 대지도자님께 정식으로 소개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에게 특별히 시술을 하여 지금까지 옛 모습 그대로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면 용서 해주십시오.”

 “전혀 잘못되지 않았네. 하지만 박사가 선택한 사람을 내가 싫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랬나?”

 “저보다 대지도자님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다양한 취향도 잘 알고 있고요. 오늘 마리아를 보시고 어떠셨습니까?”

 “그것도 메시 박사가 잘 알고 있겠는데? 하하하...”

 “아직 대지도자님께서 프로그램 참여를 취하했다는 정보를 접하지 못했습니다만 생각을 바꾸셨는지요.”

 “사실 오늘 외부출장이 프로그램 참여와 관계가 있 었지. 그렇지 않아도 그녀가 누구든 메시 박사를 통 하여 알고 싶었네.”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결과를 직접 본인의 입으로 들은 메시는 감격하여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그럼 내일 당장이라도 대지도자님 집무실로 모시고 갈까요?”

 “음...그리 급한 일도 아닌데... 그러면 모래 보기로 하고 장소는 아직 주위의 시선도 있고 하니 자네 동굴로 바로 가겠네.”

 고드는 당장이라도 그러고 싶지만 명색이 화성의 대지도자인 자신의 체신이 망가질 것 같아 다음 날로 미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제가 프리카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대지도자님께서 프리카를 움직이면 주위의 괜한 호기심과 시선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메시 박사야. 내 마음을 척척 맞추니 말이야.

 고맙네. 나중에 보세.”

 “감사합니다. 이만.”

 모니터의 화면이 사라지고 흥분한 메시는 영상을 같이 본 엘리자벳에게 마리아에게 이 사실을 내일 즉시 알려주라고 부탁했다.

 영상통화를 끝낸 고드는 오늘 보았던 마리아가 자꾸 눈앞에 아른 거린다. 한 눈에 반한 것이었다.

 화성인을 대표하는 대지도자인 자신이 이런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이 죄책감마저 들지만 자신이 원조 지구인이기에 느끼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이라고 자위를 한다.

 

 메시의 프리카가 고드의 집무실 앞에 내려앉고 기다리던 고드를 태우고 메시의 동굴로 향한다.

 “마리아가 내 마음과 같을까? 메시 박사,”

 고드는 생전처음으로 이성을 만나는 긴장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순진한 질문을 하고 있다.

 “마리아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엘리자벳이 제게 귀 뜸 했습니다. 아마도 마리아가 대지도자님보다 더 한 것 같습니다. 마리아가 엊그제 대지도자님을 뵙고 숨이 멎을 뻔 했답니다.”

 “왜?”

 “대지도자님을 보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마리아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고 합니다. 이상형으로 보였나 봅니다. 하하하”

 메시와 고드가 동굴 속으로 들어오자 엘리자벳과 마리아는 일어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영광입니다. 대지도자님, 어서 오십시오. 어서 인사드려 마리아. 고드 대지도자님이셔.”

 “고드라고 합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우십니다.”

 “고맙습니다. 마리아입니다.”

 대충 서로 인사가 끝나자 메시는 좌중을 둘러보며

 “자, 이제 자리에 앉으실까요?”

 테이블위에는 포도를 비롯한 각종 과일들이 즐비하고 음료수며 술 그리고 다양한 고기류들의 요리가 가득했다. 과거 고드가 역사학습에서 본 먼 과거 화성의 식단형태가 이와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메시의 이런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본 고드는 완전히 지구인이 다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드 역시 이런 음식에는 전혀 부담감이 없었다.

 식사를 마친 고드와 마리아는 동굴 밖으로 나와 가까운 주위로 산책을 한다.

 산 아래 저 멀리 마리아의 마을이 펼쳐져 있다.

 “가슴에 달고 있는 고릴라 마스코트가 마음에 듭니까?”

 마리아가 도망치다 떨어뜨린 고릴라 마스코트를 주워 메시에게 주었던 것을 건네받은 모양이었다.

 “네, 어쩐지 친근하고 마음에 안정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귀엽지 않나요? 처음에는 무섭고 이상한 물건처럼 보였어요. 자꾸 볼수록 친근하고 귀엽네요.”

 “귀한 사연이 많은 물건입니다. 함부로 다루거나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갑자기 부담스러워 지는 데요.”

 “그렇게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마리아에게 좋은 일만 생기게 할 물건이니까요.”

 고드는 마리아에게 고릴라가 당신의 조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메시를 추적하다가 당신을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하기가 곤란하여 어물쩍 넘기기 위한 임기웅변 이었다.

 고드는 나중에 새로이 영상기능이 탑재된 고릴라 인형으로 바꾸어 주기로 생각했다.

 “어머, 그렇게 좋은 거였어요? 잘 모시고 간직할게요. 호호호.”

 갑자기 고드는 메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마리아를 소개한 것도 있지만 일반 지구인들과는 상상도 할 수없는 지구인과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구인의 수준을 인위적으로 격상시킨 메시의 공로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엘리자벳은 물론 마리아의 수준은 대략 500년 후의 지구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엘리자벳과 마리아의 영향으로 아버지 다윗도 상당한 문명적 진화를 보이고 있었다.

 엘리자벳의 아버지이름도 메시가 지어주었고 이름의 영향만으로도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고드는 설레는 마음을 뒤로하고 메시의 프리카를 이용하여 연구센터로 돌아왔다.

 아마 고드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오늘 마리아에게 적극적이고 본능적인 구애의 모습을 보였을 것이나 자신의 품위와 화성의 관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고드는 마리아의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한 번 일어난 이성의 감정을 고드 자신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특별한 직무가 없으면 거의 매일 메시의 동굴 주위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동굴의 주위는 은밀한 애정행위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겨우 키스정도의 애정표현만으로 데이트를 마치고 귀환하곤 했다.

 연구센터로 귀환하는 길에 메시는 고드와 마리아가 결정적인 애정표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은근히 고드의 심중을 건드린다.

 “대지도자님, 마리아를 연구센터로 초대를 한 번 하지 않겠습니까? 매번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것도 그렇고 마리아가 섭섭해 할 것 같은데요.”

 “그럴까?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네. 다음번에는 그렇게 하지 뭐.”

 “그러시죠. 아예 제가 모셔가겠습니다. 시간만 정해 주십시오. 아니, 내일 점심을 맛있게 만들 준비를 하세요. 저희는 식사만 하고 가겠습니다. 마리아 가족들에게도 걱정하지 말라고 엘리자벳이 잘 정리 할 겁니다.”

 좀 성급하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고드는 메시의 말에 따르는 척 한다.

 “그래. 점심 잘 준비해 놓겠네.”

 메시는 고드를 내려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곧 바로 떠나 버렸다. 혹시 고드의 마음이 변할까 싶어서였다. 고드는 메시를 보내고 평소보다 더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였다.

 

 다음날

 고드는 집무실과 같이 달려있는 주방 겸 휴게실에서 열심히 마리아를 위한 음식을 세팅하고 있었다.

 요리제조 설비는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프로그래밍 된 음식이 2대의 프린터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져 나온다. 싱싱한 과일은 물론, 원하는 종류의 육 고기와 쌀밥에서부터 디저트까지 세상에 있는 음식은 모두 가능한 것이다. 한 번의 세팅으로 각자의 위치로 음식이 자동 서빙 되지만 고드는 음식 하나하나를 직접 나르기로 하였다. 마리아와 지금까지 만나면서 마리아가 좋아 하는 음식을 위주로 차렸다.

 메시가 조금 전에 도착시간을 알려왔다.

 1분 후면 메시와 엘리자베스, 그리고 마리아가 이곳에 들어 올 것이다.

 “삐리웅~”

 벨소리가 들리고 자동문이 열리면서 메시 일행이 들어온다.

 “여~, 어서들 오십시오. 엘리자벳은 날로 예뻐지십니다. 메시, 어서와. 마리아 반갑습니다.”

 “뭘 이렇게 많이 준비를 했어요? 애 많이 쓰셨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하는 것은 버튼 누르는 일뿐입니다.”

 “아니, 그래도 마리아가 좋아하는 음식 정하느라 신경 많이 쓴 거 같은데요. 하하하”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지 저는 항상 신비하기만 합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고드와 마리아는 식사 내내 서로를 번갈아 보고 있었고 메시와 엘리자벳도 고드와 마리아 두 사람을 힐끗 힐끗 쳐다보았다.

 식사를 마친 메시 부부는 마리아를 남겨 둔 채 동굴로 돌아가고 먹다 남은 테이블위의 음식들과 그릇들은 테이블위에 있는 위생처리기가 내려와 한 번 쓱 지나가니 남은 음식은 물론 그릇까지 깨끗이 사라지고 언제 식사를 했는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그릇은 음식의 종류와 양에 따라 자동으로 만들어 지고 식사가 끝나면 자동 폐기되어 버린다. 모든 것이 터치 하나로 해결되었다. 마리아는 꿈에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잠시 동안 고드와 마리아는 서로를 보며 미소를 머금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드와 마리아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본능적으로 포옹을 하고 키스를 시작한다.

 오히려 마리아가 마치 야수처럼 달려들어 정사를 벌인다. 마리아의 신체는 메시의 특별 조치로 최상의 몸매와 피부의 탄력이 넘치고 있었다. 이렇게 고드와 마리아는 한 동안을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마리아 가족들에게는 몇 번이고 메시를 통하여 체류 연장 통보를 해야 했다.

 대표자회의 등 화성의 직무에 대해서는 아버지 슈카르로 하여금 직무대행을 부탁하여 놓았고 대표자들에게 는 직무핑계로 양해를 구하여 놓았다.

 그러나 화성에 있는 슈카르와 마야가 한 번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를 대고 있었다.

 

  * * *

 

 지구 연구단지가 건립되기 전 지구에 파견된 제1지구 연구소는 대부분 업무가 단지 내 통합 연구센터로 이관되고 게브를 비롯한 몇몇 대원들만 남은 제1지구 연구소는 지구인 전문 연구센터의 부속 출장소로 바뀌어 순찰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가끔 게브 소장은 최근 도그리온족과 버드리아족을 순찰하고 두 종족의 중앙에 분포된 지구인들의 생태와 이동경로를 체크하고 있었다.

 두 종족의 특별 순찰은 아비누스의 업무협조 요청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순찰을 하고 그들의 동향은 보고하지만 구체적인 개입은 하지 않고 있으며 의심할만한 특이한 동향을 보이지 않는 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도그리온족과 버드리아족에 걸친 구역에서 지구인들과 함께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우선 지구인들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도그리온족들이 지구인들의 빈자리로 이동하여 활동영역이 동쪽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부피가 큰 물체들도 어디론가 바삐 이동되고 전반적인 움직임도 활발한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버드리아족들이 도그리온족 방향으로 왕래가 부쩍 늘어나는 등 예전의 상황과는 달리 이 지역들이 판이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게브는 이러한 현상을 자연스런 발전이라고 보고하였다.

 또한 재미있는 모습이라고 전하면서 지구인들이 이동한 중심지에 거대한 도그리온족 형상의 흉상이 세워지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여기에는 지구인들이 밤낮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들이 게브에게는 우려할만한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며 자연스런 그들의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뭔가 상당한 발전을 보이는 현상으로 참고자료는 될 만 하였다. 보고를 받은 아비누스나 뎅버드 역시 예상된 수준으로 분석하고 대지도자인 고드에게 보고하였다. 게브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자료를 취합하여 지구인 전문 연구센터로 전송했지만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다.

 

  * * *

 

 도그리온족 추장 세담의 집무실에는 방금 도착한 버드리아족의 추장인 앵머스와 세담, 그리고 캐빈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우리 버드리아는 확고한 결전의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도그리온이 지원해준 편의시설로 버드리아족들로 하여금 도그리온을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있고요. D-데이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요.”

 “전반적인 점검이 아직 부족 합니다. 지금 훈련 중인 버드리아족의 수준이 아직 실전에 배치하기는 멀었습니다. 그리고 각종 화기나 장비가 완비되지 못하고 사용교육도 해야 하구요. 중요한 것은 화성인들의 상황이 아직 기회를 정하기에는 그동안 성숙되지 않았습니다. 화성의 대지도자인 고드가 지구인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 한다고 오래 전에 발표를 했습니다만 최근의 정보에 의하면 지구인 여성과 열애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그것과 우리과업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우리 도그리온의 역사학자이자 지구인 관리팀장인 애니문경에 의하면 원조지구인인 고드 대지도자가 이성과의 열애에 빠지면 개인도 그렇겠지만 화성 지도력에 상당한 혼란이 올 수 있다 고 합니다. 어찌 보면 지금부터가 화성이 역사상 가장 취약한 상황이 아닌 가 봅니다.”

 “그것만 믿고 기회를 보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꼭 그런 상황만을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준비만 확실하면 초기에 결딴을 낼 것입니다. 저들이 공격개념이 없다는 것을 추장님도 잘 아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화성인들은 그들의 역사가 바뀐 후로 아주 오랜 동안 한 번도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들은 평상시 공격에 대한 아무런 방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철저히 준비하여 기습공격만 성공한다면 상황은 간단하게 끝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을 질질 끌면 우리의 계획이 탄로 날 수도 있으며 그러면 우리의 거사는 종료되고 맙니다. 우리의 거사는 허사가 되고 결국 화성의 모든 지원과 관심은 끊기게 됨은 물론 아주 심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돌아 올수 없는 다리를 건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침공계획을 철회하고 이 역량을 가지고 우리의 번영에 매진하면 어떻습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기만 하고 있던 세담은 앵머스 추장의 거사 철회 발언에 정신이 확 들고 마치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처럼 생각을 한다.

 “철회도 괜찮....”

 갑작스런 추장의 말에 캐닌은 얼른 세담의 말을 자르고 벌컥 화를 내고 흥분하기 시작한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합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합된 마음입니다. 마음만 뭉치면 우리의 거사는 틀림없이 성공합니다. 갑자기 왜들 이러십니까.”

 캐닌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않은 말들이 두 추장의 입에서 나오자 설득에 앞서 흥분부터 하게 된 것이다.

 캐닌도 곧 자신이 길게 흥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 했나 봅니다.”

 세담도 캐닌의 말에 겸연쩍어하고 있는데 앵머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괜찮습니다. 항상 지도자들은 책임감이 커서 신중에 신중을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양해 해 주시지요.”

 앵머스는 조금 전에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를 건넜다는 캐닌의 말이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사실 거사를 멈추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화성당국의 귀에 들어 갈 수밖에 없어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인 것을 앵머스는 곧 이해 할 수 있었으나 처음에는 캐닌의 엄포나 협박처럼 들렸던 것이다.

 “그려, 캐닌 경이 이해를 해.”

 언제부턴가 세담은 캐닌의 말에 비굴함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 거의 모든 일을 캐닌이 주도하고 성사시키고 있었던 것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사실 버드리아족과의 연합을 위한 초기 비밀 협상도 제안부터 성사까지 캐닌의 작품인 것은 물론, 성사되기까지의 과정도 캐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진행된 것 이었다. 세담 대신 먼저 버드리온족을 찾아간 캐닌은 추장 앵머스를 만나 그동안 화성인들로부터 핍박받고 멸시당한 절절한 역사를 특유의 입담으로 설득하고 자신들만이 무선전력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악용하여 아비누스와 화성을 싸잡아 이간질 했으며 앵머스로 하여금 화성에 대한 분노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앵머스만의 설득으로 전체 버드리아족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 먼저 전기 공급을 해주어 각 가정에 밝은 불빛을 선사하고 도그리온족들이 그동안 전기의 힘으로 발전시켜온 각종 편의시설을 버드리아족에게 제공함으로써 환심을 샀다.

 그렇게 버드리아족으로 부터 확실한 신임을 얻은 도그리온족의 캐닌은 초기에 앵머스 추장을 설득한 동일한 방법으로 전체 버드리아족의 지도부와 종족들을 굴복시켰다. 이러한 사실은 도그리온 전체 종족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었으며 일부 도그리온족들은 캐닌이 실세이며 추장 세담은 허수아비 같은 형식상 지도자로 믿고 있기도 하였다.

 앵머스는 이 일은 물론 웬만한 사안도 캐닌과 협의하는 것이 통례로 생각하고 있었다.

 “앵머스 추장님, 돌아가시면 동족들에게 조금 더 독려를 해주시고 각오를 다져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그러지요. 캐닌 경께서도 좀 더 철저한 계획으로 거사에 성공 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여러모로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아 가시기전에 잠시 합동 훈련장을 시찰해 주시고 동족들에게 격려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앵머스 추장님,”

 “당연히 그래야지요. 세담 추장님도 같이 가시죠.”

 세담은 그야말로 꼭두각시 같았다.

 두 사람의 대화에 시종 고개만 끄덕이다가 끝난 것이다.

 “저는 바쁜 일이 좀 있어서 두 분이 다녀오세요. 우리 병사들은 저보다 캐닌 경을 더 존경하는 것 같습니다.”

 도그리온족이 당면한 대부분 정사를 캐닌이 도맡아 이끌고 있어 실제로 세담에게는 별다른 바쁜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러나 종족의 대표 지도자로서 체면은 지켜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지구인들을 이용하여 구축한 도그리온족의 지하기지 훈련장은 앵머스의 생각보다 넓고 훌륭했다.

 앵머스와 캐닌의 뒤로 비서 두 명이 따르고 지하 훈련장에 들어선다. 각 분야별로 나누어진 훈련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캐닌은 먼저 탱크훈련장으로 앵머스를 안내했는데 비록 첨단 장치는 없어 보였으나 규모는 무식하게 보일정도로 컸다. 앵머스는 그 크기에 압도당했는지 입을 쩍 벌리고 있는데 캐닌이 설명을 하고 있다.

 “조기에 거사를 끝내기 위해서는 우리는 일단 급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한꺼번에 많은 병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저들의 시설은 대부분 돌과 나무로 되어 있어 힘으로 밀고 들어가야 됩니다. 그래서 섬세한 정밀장치는 별로 필요가 없습니다. 무조건 크고 튼튼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작도 간단해야 병사들이 숙지하기 쉽고 훈련기간도 단축되지요. 아마 버드리아 병사들도 어렵지 않게 조작이 가능할 것입니다.”

 “감탄스럽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한 캐닌 경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자세하게 전부 둘러보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돌아가서 지도부에게 알리고 저들도 와서 둘러보라 하겠습니다.”

 앵머스를 보좌하기 위하여 대동한 비서관도 시종 눈이 휘둥그레지고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앵머스 추장님, 화성의 흔적만 없어지면 우리는 이 넓은 지구의 주인이 됩니다. 사라진 그들이 우리를 역 침공하지 않는 한 다시는 지구에 오지 않을 것 이구요. 그러면 화성인들의 후손인 지구인까지 되레 우리가 호령하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캐닌의 말은 들을 때마다 앵머스는 감동의 도가니로 깊이 빠져드는 것 같았다.

 

  * * *

 

 지구인 전문 연구센터에서 마리아와 사랑에 빠져있는 고드는 그동안 검토하지 않았던 자료들을 살펴보는데 순찰팀장 게브의 보고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보고내용이 우려할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되었고 게브 역시 그렇게 우려스럽게 표현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리아와 함께한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고드는 자신의 현실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화성의 대표자회의는 한동안 아버지 슈카르에게 부탁하고 대표자들에게는 지구관련 프로젝트가 중요하다고 양해를 구해 놓았었다. 그러나 의외로 대지도자인 고드의 공석이 오래되자 슈카르도 부담이 되기 시작하였고 일부 대표자들이 염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자신의 처신이 무모 했다는 생각이 들고 직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고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러나 마리아와는 관계는 절대로 훼손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드의 인성과 감성으로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고드는 마리아와의 관계에 대하여 아버지 슈카르과 먼저 상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메시를 불러 간단한 자신의 소견을 전달하고 마리아를 가족들에게로 일단 데려다 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는 아버지 슈카르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고 화성으로 향한다.

 그동안 지구에서 일어났던 마리아와의 일들과 자신의 소신을 아버지 슈카르에게 밝히기로 한 것이다.

 “그간 저의 직무에 소홀하였던 점과 저 개인의 지나친 감정으로 아버지, 어머니께도 소원하였던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래, 그런 점을 인지하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화성의 대지도자로서 그러한 개인감정을 어떻게 소화시키는가가 중요한 거다. 고드가 화성에 없는 동안 연구센터의 연구실적에 대하여 모든 화성인들과 대표자들은 만족해하고 있다. 대지도자인 고드에게만 문제가 없으면 화성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래. 마리아와이 관계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메시의 뒤를 이을 것 같습니다. 다만 동굴이 아닌 화성이나 연구센터의 집에 보금자리를 갖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직무에 소홀하거나 화성인들의 여망에 반하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어머니, 아버지를 사랑하게 될 겁니다.”

 “???!!!”

 슈카르는 고드의 말이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희미하게나마 예상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자신이 화성의 대지도자이면서 본질적인 대지도자의 개념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고드 자신도 모르고 있는 부분이다.

 “아무리 고드가 지구인의 선조라고 하지만 원조 화성인이며 화성인이 지구인과의 공식적인 결혼은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성인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아. 메시가 동굴로 간 것도 엘리자벳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서에 맞지 않는 주변 화성인들의 시선이 어려웠을 거야. 우리 화성인들에게는 생존과 자존감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어. 다른 뭐가 아쉽겠어. 이만한 수준의 문명을 이루고 살아온 우리의 역사는 화성의 자존심 그 자체라고 말 할 수 있지.”

 “아버지 말씀은 이해를 하고 남음이 있습니다만 저는 사실 화성의 자존심 개념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 완전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섭섭할지는 모르지만 화성인들이 바라보는 지구인에 대한 동정심은 크지만 아직 우리의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것만큼은 대지도자인 고드가 실망을 안겨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야. 아버지인 나나 어머니 마야는 언제나 고드 네 편이다. 그래서 내일 고돌라 고문과 슈트켄 아버지께 먼저 상의하고 대표자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해 보려한다. 나도 최선을 다 해보겠지만 장담은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네가 대지도자만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일이지만 화성인들의 기본 정서를 외면하면 지도력의 신임을 잃게 되는 것인 만큼 잘 처신하면 좋겠다.”

 오랜만에 보는 아들 고드를 마주하였지만 기쁨보다 난처한 대화를 해야 하는 마야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많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그래, 고드는 충분히 현명한 생각을 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 내일부터 밀린 직무나 차분히 처리해 보게.

 내가 정리를 다 해 놨으니까 검토만 하면 될 거야.”

 “감사합니다. 아버지.”

 다음날 슈카르는 고문인 고돌라와 아버지 슈트켄을 각각 만나 고드의 문제를 상의하였고 고돌라와 슈트켄은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고드는 그동안 보지 못하였던 각 부처의 간부급들을 마치 선거운동 하듯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었다. 각 구역의 대표자들도 대부분 화상통화를 통하여 안부를 물었다.

 고드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드의 모습과 표정이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한결같은 인사를 하였다.

 

 오랜만에 대표자회의장은 일찍이 사람들로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대지도자가 지구에서 사고를 쳤대.”

 “사고는 무슨, 연애중이라는데?”

 “연애는 할 수 있나? 여자는 누구래?”

 “화성인이 아니라는 말도 있던데?”

 “화성인이 아니라면 외계인인가?”

 이 때 대지도자인 고드를 선두로 슈카르와 고돌라, 그리고 슈트켄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역시 고문 고돌라가 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하는데 대지도자에 관한 안건일 때는 매번 고돌라가 회의 주재와 진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회의 안건은 우리 고드 대지도자의 혼인과 관련한 주제입니다. 먼저 대지도자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고드는 지난번 아버지 슈카르와 어머니 마야의 조언으로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았기에 이번 대표자회의에서 이변이 없는 한 자신의 소신을 관철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모종의 결심을 하고 있던 터라 특별히 할 말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저에게 지구인의 생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미처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화성에서 출생한 엄연한 화성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나 우리 전체 화성인들의 정서를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얼마 전에 우연히 마리아라는 지구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지구인의 본능적 생리가 잠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지금 마리아와 너무 멀리와 있습니다.”

 베다 지도자가 안타까운 듯 불쑥 고드의 말을 끊는다.

 “지금이라도 서로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친구로 지낼 수는 없습니까?”

 “만약에 마리아를 잊으라면 그것은 저에게 엄청난 고통으로 대지도자로서의 직무에도 솔직히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나 우리 화성인들의 기본 정서를 잘 알고 있기에 힘드실 줄은 알지만 우리 화성의 미래에 대한 직무를 생각하여 저의 간곡한 뜻을 한번 말씀드리려 합니다. 마리아가 비록 지구인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혼인으로 저의 직무나 우리 화성인들에게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맹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의 전부입니다. 감사합니다.”

 고드는 더 이상 특별한 소견을 피력하지 못하였다.

 이에 대한 어떠한 결과에도 승복하고 이미 자신이 결정한 소신대로 실행을 할 것이라고 비장한 결심을 하고 있었다. 화성인들은 이러한 결정에 있어 심각한 개인의 갈등이나 감정이 존재하지 않지만 최종 결정에는 냉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때 베다 지도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일어나고 좌중을 한 번 둘러보고는

 “우리 화성의 대표 지도자로서 수많은 정사를 지휘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위치에서 화성인들의 정서를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개인의 지나친 감정에 치우쳐 형평성과 합리적인 판단을 못한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안건에 대하여 선뜻 동의와 지지를 보낼 수 없음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 입니다.”

 같은 공간에서는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화성인들의 텔레파시 수준 때문에 굳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이 통일된 결과만 발표하면 그것으로 안건의 결론이 되는 것이다. 슈카르의 보충발언 기회도 없이 회의는 끝이 나고 말았다. 사실 오늘 슈카르는 발언기회가 있어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할 처지였다.

 비록 대표자들이나 전체 화성인들이 확실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갈등이라는 것을 잊은 지 오래된 사람들인지라 그 이상의 심한 표현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라 해도 그것은 이미 결론이 난 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고드는 집무실로 돌아와 꼼짝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일반복장으로 갈아입고 지구로 향하는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슈카르는 고드가 보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 불길한 예감이 들어 집무실로 가 보기로 했다.

 집무실의 회의용 테이블위에는 한통의 편지가 놓여 져 있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결과는 이미 각오를 했던 것입니다. 더 이상 저는 대지도자의 직무수행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절차를 거쳐야 될 일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공식적으로 직무를 이양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아버님의 체면도 말씀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아직도 화성의 훌륭한 지도자 이십니다. 화성을 이끌어 주십시오. 비록 제가 지금 떠나지만 마음은 언제나 화성에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아버님과 어머님도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고드‘

 편지를 읽은 슈카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용 우주선을 이륙시켜 지구로 향한다. 운항 중에도 슈카르는 고드의 우주선 주파수로 계속하여 호출하지만 전혀 답신이 없다. 슈카르는 고드가 지구인 전문연구센터로 갔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연구센터에 착륙을 한다.

 그러나 고드는 자신의 집무실에 있지 않았다.

 근무자들도 고드가 연구센터에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슈카르는 연구센터의 근무요원들에게 고드가 잠시 직무를 수행 할 수 없다고 주지하고 당분간 자신에게 업무보고 할 것을 주문하고 곧바로 화성으로 날아갔다. 긴급 비상 대표자회의를 준비하고 고드의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긴급 대표자회의가 개최되고 슈카르가 만장일치로 임시 대지도자의 직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이미 많은 사업부분을 고드가 진행한 상황이라 슈카르는 자료를 검토하는 데만 상당한 기간이 흘렀고 많은 대표자들은 고드의 공석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2 제너시스(1) --- 12 2018 / 12 / 31 245 0 20961   
11 제너시스(1) --- 11 2018 / 12 / 31 284 0 17350   
10 제너시스(1) --- 10 2018 / 12 / 31 262 0 23063   
9 제너시스(1) --- 9 2018 / 12 / 31 237 0 24454   
8 제너시스(1) --- 8 2018 / 12 / 31 242 0 24150   
7 제너시스(1) ---7 2018 / 12 / 31 219 0 21896   
6 제너시스(1) --- 6 2018 / 12 / 31 267 0 23733   
5 제너시스(1) --- 5 2018 / 12 / 31 268 0 24801   
4 제너시스(1) --- 4 2018 / 12 / 31 256 0 15478   
3 제너시스(1) --- 3 2018 / 12 / 31 249 0 7138   
2 제너시스(1) --- 2 2018 / 12 / 31 259 0 24095   
1 제너시스(1) --- 1 2018 / 12 / 31 403 0 1115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