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제너시스#1
작가 : 꿈은이루어진다
작품등록일 : 2018.12.31

주인공 고드를 통한 지구와 화성의 충격적 대하드라마.

 
제너시스(1) --- 2
작성일 : 18-12-31 11:00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2409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1장. 여행

 

 우주의 빅뱅이 일어나고 태양계의 불덩어리 행성들이 각각 제자리를 잡고 점차 식어갔다.

 태양으로부터 가장 먼 거리에 있는 행성부터 식어가서 일정한 온도가 되었을 때 생명체들이 탄생하였다.

 그러나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행성들은 급격히 기온이 하락하여 탄생된 초기 생명체의 생존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생명체가 멸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태양으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위치한 화성은 일정한 온도의 유지로 수분과 영양분이 생겨나 최초의 기초 생명체의 발현과 함께 동식물이 탄생하고 다양한 생명체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화성은 적정온도 등 환경조건으로 생명체의 진화가 계속하여 유지될 수 있었다.

 화성은 이러한 최초의 행성이었다.

 지구가 화성과 같이 생명체가 발현하기까지는 화성보다 태양에 가까워 약 1억년 이상 화성에 비해 늦었다.

 빅뱅으로 탄생한 태양계의 행성들은 당연히 동일한 원소와 분자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지구 역시 화성과 같은 생명체 진화의 과정을 겪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도의 문명과 함께 인간들의 삶이 지상낙원에 이른 화성.

 

 고오오--!

 화성에서 이륙한 우주선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행성 궤도로 접어들었다. 행성의 궤도를 선회하는 우주선 아래로 화성의 대지가 내려다보였다.

 지표면의 8할이 대지이기에 바다는 2할도 채 되지 않는다. 적도 주변으로 초지가 듬성듬성 펼쳐져 있을 뿐 대부분은 사막과 암석지대라 황량하기까지 하다.

 매끈한 비행체는 두 개의 위성궤도를 통과해 행성 간 비행으로 접어들었다.

 두 개의 달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에 화성인들의 우주 비행 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 준다.

 우주선의 행선지는 지구.

 지구는 화성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며 통상적인 비행으로 한 나절 정도 걸린다.

 우주선이 행성 간 항로로 접어들자 슈카르는 자동항법장치로 돌려놓고 조종석에서 일어섰다.

 “마야, 이제 벨트를 풀어도 돼.”

 슈카르의 아내 마야는 품에 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고드.

 화성에서는 드물게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다.

 화성은 오래 전 세계대전이후 전 세계가 거의 멸망하고 여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로 이룩한 단일 국가체제로 출발하면서 초기 인구수가 1,000만 여명 수준에서 자연사와 점점 심각해지는 소행성이나 운석낙하 등의 사고로 인구가 줄고 자연사가 없는 현재에 이르러 120여 만 명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지금 화성인들은 거의 영생에 가까운 삶을 유지하기 때문에 자연재해 등 불의의 사고가 아니면 개체 수에 문제가 없다. 다만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생활 사고나 운석이나 소행성 등의 충돌로 가끔 신체가 망가지는 사고로 사망하는 사례로 인구수가 줄어들면 여러 가지로 화성인들의 생존과 삶의 유지에 문제가 발생 할 수도 있어 필요한 일정한 개체 수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성인들은 대다수가 중성화되어 기술적으로는 2세 생산이 가능하지만 직접적인 남녀관계 로는 거의 생산이 불가능하다. 아직 생식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슈카르를 포함한 일부 보수적인 화성인들조차도 단지 종족 유지를 위해 아기를 낳으려고 하지 않아 사고 등으로 결손이 되면 개체수의 유지가 쉽지 않기에 나름 합리적인 규정을 정해 놓은 것이다.

 구역별 행정부에서는 사고 등으로 인한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하여 결원 시 순번제로 개인의 동의를 얻어 인공수정이나 자연분만으로 개체수를 보충하고 있다.

 슈카르는 인류학을 전공하는 학자였기에 여느 화성인들과 달리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 자손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러다 보니 둘 사이에 태어난 아기 고드는 인큐베이터신세를 거치지 않은 자연분만이었다.

 이런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화성에서는 거의 몇 백 년 이래 처음이었다.

 그들 부부가 지구로 여행을 나서게 된 것은 고드의 첫 돌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고드는 뇌기능 향상 프로그램으로 6개월이 안 돼 말을 알아들었으며 한 살이 되어서는 어느 정도의 지능과 학습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단지 지적 수준만 4~5살 정도의 수준이지 같은 수준으로 성숙된 정도는 아닌 아직 아기였다.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선 마야가 고드를 안고 창으로 다가섰다. 아광속에 가까운 비행이라 창밖은 암흑뿐이었다.

 어둠만 보이는 창밖의 풍경에 싫증이 났는지 고드가 칭얼거렸다.

 “엄마, 지금 밤이야?”

 마야가 자상한 미소를 띠며 고드를 토닥여주었다.

 “아니야, 고드. 우주비행 중이라 그래.

 잠시 후면 아름다운 지구를 볼 수 있을 거야.”

 “지구? 아, 동물들의 별?”

 “아들아, 사실 별은 태양처럼 빛나는 항성을 말하지만 네가 좋다면 그렇게 부르려무나.

 지구는 우리 화성과 달리 엄청나게 큰 바다가 있어.

 숲도 울창하고 강과 호수도 널려 있지. 그래서 하늘을 나는 새며 지상에서 뛰노는 짐승들, 물속에는 물고기들이 가득하단다. 물론 엄마도 영상 자료로만 봤지만 말이야.”

 “정말 우리가 지금 지구로 가는 거야?”

 “그래, 네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여행이란다.

 우리 아들이 화성의 인구 개체수에 일익을 보태었기 때문에 뮤센구역의 지도자께서 허락해 주셨어.”

 고드는 그제야 실감을 한 듯 입이 헤벌어졌다.

 “와아, 신난다.”

 “지구에는 옛날 조상 할아버지들과 비슷하게 생긴 털북숭이들이 있단다.”

 “정말? 대박이네! 빨리 보고 싶어. 엄마.”

 “고대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 화성의 선조들도 그런 영장류에서 진화됐다고 해.”

 슈카르는 우주선의 계측 신호를 점검하면서 아내와 아들을 돌아보았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을 보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흘렀다.

 ‘고드가 태어난 이후 마야가 너무 즐거워하고 있어.

 역시 부부한테는 아이가 있어야 돼. 그게 진정한 가족이지.’

 이미 화성에서는 세계대전이전부터 가족개념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해오다가 단일 국가제체 이후 대부분의 화성인들은 가족 개념이 없어지다시피 했다.

 첨단 의료혜택으로 신체가 망가지는 사고로 죽지 않는 한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며 살아가는데 아무런 물질적 부족함도 없으니 이웃 간의 정서며 가족들과의 애틋함 등 보다는 생존 그 자체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 인간적인 감성은 크게 감퇴되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가족과 가정을 중시하는 슈카르 가족들은 화성인들 중에서 그리 많지 않은 보수주의 혈족이었다.

 멀리 푸른 별이 보였다. 하나의 달만 지녔기에 조금은 외로워 보였지만 선명한 푸른빛을 띤 행성이 워낙 빛났기 때문에 달의 존재는 이내 묻혀버렸다.

 푸른 행성이 바로 지구였다.

 다시 조종석에 앉은 슈카르는 수동 조종으로 교체했다.

 화성에 비해 지구는 공기 밀도가 다소 높고 중력이 강해 대기권 진입에 다소 주의가 필요했다.

 슈아아앙--!

 우주선이 지구의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순간 우주선 내부의 온도가 다소 상승했지만 자동 콘트롤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이내 실내 온도가 안정되었다.

 마야의 품에 안겨 있던 고드가 가볍게 인상을 찡그렸다.

 “엄마, 느낌이 조금 이상해.”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하느라고 그래.

 중력의 차이 때문인데 곧 적응될 거야.”

 마야는 고드를 꼭 끌어안았다.

 아직 외부 환경에 불편해하는 고드와 달리 마야는 별 반응을 느끼지 못했다.

 화성인들은 우주과학의 발달로 환경적응과 관련하여 인체적으로 잘 적응 할 수 있게 오랜 세월 신체 향상 프로그램을 거쳤기 때문에 웬만한 공기밀도나 중력에도 크게 무리없이 순응하였다.

 연체동물처럼 부드러운 피부는 중력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고 넓은 폐부는 희박한 공기에서도 호흡이 가능하다.

 강인한 완력이 부족할 뿐 생체조건으로는 거의 완전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주선이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엷은 구름 띠 아래로 거대한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짙푸른 파도는 끝도 없이 넓어 지구가 마치 물의 행성처럼 보였다. 착륙이 임박하자 슈카르가 흥분하여 크게 외쳤다.

 “승객 여러분, 동물들의 천국인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

 

 화성의 중앙행정센터.

 10개 구역의 지역대표와 대지도자 고돌라가 원탁에 둘러앉자 정례 회의가 개최되었다.

 고돌라가 뮤센구역의 대표에게 물었다.

 “슈트켄 대표님, 지구 여행을 떠난 슈카르 박사 가족의 여정은 어떻게 되고 있소?”

 “예, 순조롭게 진행 중에 있습니다.”

 “다행이군. 슈카르 박사의 이번 여행은 지구 탐사를 겸하고 있으니 지구의 기존 연구기지에 통보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세요.”

 “예, 대지도자님. 그렇게 해 놨습니다.”

 뮤센구역의 지역대표 슈트겐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슈트겐은 슈카르의 부친으로 고고인류학 전문가였다.

 화성인들의 진화과정연구로 첨단 의료부분에 결정적 역할을 하여 화성인들의 수명연장에 대한 지대한 공헌으로 수 백 년 동안 지역대표를 연임하고 있었다.

 고돌라가 테라구역의 지역대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밴지 박사, 현재 테라구역에서 추진 중인 신체 향상 프로젝트는 얼마나 진전이 있소?”

 “예, 상당한 진전을 보았습니다.

 섭씨100도의 고열과 영하 70도 까지는 별도의 보온의복이 없어도 혹한에 무리 없이 견디며 자체적으로 보온보습이 가능한 상태까지 개발되었습니다. 따라서 신체의 체모는 무의미 하게 되었습니다.”

 밴지는 화성 10개 구역의 지역대표 중 유일한 여성 신분이다. 바이오의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화성인들의 신체 기능 향상을 위해 수백 년 동안 연구하여 많은 피부기능 부분에 기여하였다.

 “이번에 개발된 연구 자료를 전 구역으로 발송하여 게시하고 곧 임상실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만일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우리 화성인들은 보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됨은 물론 보다 안전한 삶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물론 우리 화성의 생존 환경이 더 나빠지는 건 결코 원치 않지만요.”

 “당연히 그래야겠지요. 대단합니다. 우리 화성인들이 엄청 좋아하고 박사의 지지가 상당하겠습니다. 계속 수고해 주시고 이번에는 닌다구역의 지역대표께서 발표해 주시오.”

 “예, 대지도자님.”

 닌다구역의 지역대표는 은하계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우주천문학 전문가 우라노스였다.

 “우리 연구원들은 외계 행성에 대한 탐사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은하계를 탐사해 왔지만 우리와 같은 문명 생명체를 찾아낼 가능성은 희박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외계 행성에 관한 연구는 시간과 투자 낭비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식적으로 연구종료를 할까합니다. 가장 생존환경조건이 우수한 태양계 내의 행성에 보다 연구를 집중해서 미래 세대를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데 우리가 오랫동안 눈여겨 보아왔던 지구를 활용하는 방안과 관련하여 지구에 연구기지를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지구가 화성인들의 제2의 터전으로 우리 삶의 주된 현장이 될 수 있으며 화성의 수명에 문제가 있을 만일의 경우에 지구로의 이주는 필수로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고돌라가 신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이주라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대지도자님. 우리 화성의 미래가 혜성이나 유성충돌로 불투명하다는 것은 모든 자료에도 나와 있습니다. 그것이 아득한 수백만년 후가 될지 아니면 가까운 수천 년 후가 될지 단정할 수 없지만 우리가 화성에서 영원히 생존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게 될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종족이 화성과 운명을 함께 할 수는 없으므로 이주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너무 비관적인 말씀으로 들리는군요. 현재의 과학기술이면 유성 추락이나 화산 분화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지 않소?”

 고돌라가 반박하자 우라노스는 슈텔구역의 지역대표에게 시선을 돌렸다.

 “헤파이스 박사, 혜성충돌에 관한 연구를 발표해 주시 지요.”

 “그러지요.”

 헤파이스 박사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움직여 원탁 중앙 위로 입체영상을 띄웠다.

 “현재 화성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소행성들과 초대형혜성입니다. 소행성 지역의 유성우는 대기권 진입 전에 대부분 파괴할 수 있지만 덩치가 큰 소행성이나 운석 등 대형 혜성은 워낙 거대해 파괴하기가 쉽지 않고 더구나 동시에 많은 낙하가 이루어질 경우 상당부분 문제가 많습니다.

 고대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혜성의 충돌로 인해 멸종의 위기가 수차례나 있었습니다. 멸종 수준은 아니지만 6,400만년 전에도 혜성과의 충돌로 인해 화성의 생태계가 크게 파괴됐지요. 그래서 지금의 환경상태가 되었고 특히 지구는 우리 화성보다 면적이 넓어 과거에는 혜성의 충돌로 생명체가 완전히 사라졌거나 거의 멸종한 사례도 수차례나 있었습니다.

 현재는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이나 혜성들이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점점 우리 쪽으로 가중되고 있습니다.”

 과거 화성에서 비극적인 혜성충돌의 사례가 입체 영상을 통한 화면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혜성의 충돌로 인해 화성의 생태계는 중대한 위기를 맞 게 되고 바닷물은 갈라진 지표 아래로 스며들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강과 호수는 말라 버리며 자전축이 뒤틀리면서 남북극의 빙하가 지표의 절반을 뒤덮는다.

 화성인들 일부는 지하 도시로 피신해 겨우 재난을 피했지만 당시 십억 이상이던 화성인들은 약 1억 명으로 줄어들었다.

 카누 박사가 손가락을 움직여 입체 영상을 확대시켰다.

 “당시 혜성의 잔해는 지구에도 추락해 거대 파충류들을 멸종 시켰습니다. 다행히 지구는 수량이 풍부해 새로운 생명체로 급속하게 대체되었지요.”

 우라노스 박스가 얘기를 이었다.

 “발표 잘 들었습니다, 헤파이스 박사. 여러분도 보셨듯이 현재의 생태계를 비교하면 이곳 화성보다 지구가 훨씬 좋은 환경으로 변모했습니다. 꼭 혜성의 충돌에 대비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기존 지구에 있는 연구기지를 활성화하는 것이 보다 나은 우리의 생존에 대한 미래의 대비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타당성 있는 논리에 지역대표들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돌라가 잠시 숙고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알겠소. 지구 탐사를 위한 연구기지 증설을 검토하도록 하지요. 그럼 다음 회의에 지역대표들은 각자의 분야에 보다 좋은 연구보고를 기대하겠습니다.”

 

  * * *

 

 콰류류......!

 거대한 폭포수가 높은 벼랑에서 쏟아지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커다란 물웅덩이는 연못처럼 넓었고 주변으로 흰 자갈이 보석처럼 깔려 있었다.

 폭포 웅덩이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여러 개의 개울과 합류 하면서 넓은 강을 형성했다. 강물은 무성한 밀림 사이를 가로 지르며 유유하게 흘러내렸다.

 슈카르 가족이 승선한 우주선은 강변의 모래밭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다지 요란하지 않은 착륙이었지만 거대한 선체가 내려앉은 압력에 주변의 밀림지대가 약간 출렁거렸다.

 “카아아앙--!”

 밀림에서 나무열매를 따먹던 작은 털북숭이들이 놀라 밀림 안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작은 털북숭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원숭이와 고릴라 무리였다.

 지구에서 영장류로 불리는 이들은 무리를 지어 집단생활을 하고 있었다.

 원숭이들의 비명소리에 놀란 어미 고릴라 징카가 경계의 눈빛으로 밀림 너머를 바라보다가 길게 포효했다.

 곧이어 주변에서 뛰놀던 새끼 고릴라들이 모여들자 징카는 신속하게 서식지로 이동했다.

 우주선의 문이 열리면서 트랩이 자동으로 지표까지 연결되었다. 트랩을 타고 내려선 슈카르는 화성보다 강한 중력에 약간의 압박을 느꼈지만 신체 향상 프로그램으로 강화된 체질이라 이내 적응이 되었다.

 “흐음, 역시 지구의 대기가 신선하군.”

 “그러네요. 이 넓은 대자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소가 풍부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직 어린 고드는 전신을 압박하는 중력에 인상을 찡그렸다.

 “엄마... 숨이... 불편해.”

 “처음이라 그래. 고드도 신체 향상 프로그램을 거쳤으니 조금 지나면 적응될 거야.”

 “하아... 하아... 조금 나아졌어.”

 고드의 안색이 한결 편안해지자 마야도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슈카르 가족은 지구의 풍광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일단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다는 게 신기했다.

 화성의 하늘은 대부분 연회색으로 뿌연 날이 많은데 지구의 하늘은 푸르렀으며 하얗고 다양한 구름들이 하늘을 점점이 수놓고 있었다.

 “엄마, 여기 하늘은 정말 푸르네?”

 “그러게. 엄마도 영상으로만 보았는데 직접 보니 신기할 정도야.”

 하늘빛만이 아니라 고드의 눈에 비친 지구의 풍경은 하나하나가 진귀한 볼거리였다.

 “와아, 저게 강이야? 물이 엄청 많아.”

 “그렇구나. 화성에도 옛날에는 강에 물이 많았어. 지금은 지표의 물이 말라버려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슈카르는 짊어진 배낭에서 전극봉과 같은 긴 막대기를 꺼내 들었다.

 “지구에는 정체불명의 짐승들이 많아 안전 펜스를 설치해야 위험이 없을 거야. 혹시 또... 일부 화성학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학설로 대 재앙에서 살아남은 원시인이 있을지도 모르고...”

 슈카르는 우주선 주변으로 간격을 두고 감마봉을 설치했다. 여덟 곳에 설치된 감마봉은 강력한 감마선을 방출해 우주선 주변을 차단하는 확실한 방범 울타리가 되었다.

 이 정도면 지구의 어떤 동물도 접근할 수 없다.

 지구에서 영장류로 불리는 동물도 화성인에게는 충분히 위험할 수도 있지만 안전펜스는 절대 통과할 수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안전펜스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걸 확인한 슈카르는 휴대용 감마봉을 쥐고 펜스 밖으로 나섰다.

 감마봉 손잡이에는 다양한 기능의 버튼이 있어 엄청난 밝기의 조명과 강력한 감마선을 방출하여 웬만한 짐승들을 기절을 시키거나 심지어 태워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화성인들은 마지막 세계대전이라는 대 재앙을 거친 후 오랜 세월 평화를 누리며 살아왔고 그러는 동안 무기 같은 것은 흔적조차 없어져 버렸다. 대 재앙 이전의 전 세계기술이 한데 뭉쳐 단합한 결과 문명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여 급기야 의식주가 완전히 자급자족되고 첨단의료의 혜택으로 영생이 구현되는 등 거의 지상낙원으로 변모하여 서로간의 갈등이 없어지고 악의적인 대결과 경쟁이 사라져 공격이나 살상용 무기는 개념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감마봉은 원래 화성에 남아있는 두 개의 미개종족에 대한 감시와 관리차원에서 개발된 것인데 미개종족에 관심이 있는 일부 화성인들이 자체 제작한 것으로 지구에 연구기지를 운영하면서 지구에 있는 짐승들을 방어하기 위하여 호신용으로 기능을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밀림은 거대한 장벽처럼 울창했다.

 “화성에도 과거 이런 숲이 있었을 텐데.......”

 슈카르는 부러움에 젖어 밀림을 살피다가 누군가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느낌을 감지하게 되었다.

 크고 작은 털북숭이들이었다.

 체구가 작은 원숭이들은 나뭇가지 위에서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고 비교적 덩치가 큰 고릴라들은 나무 뒤에서 잔뜩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슈카르는 고릴라들을 바라보며 가벼운 흥분에 젖었다.

 “아, 저들이 지구에서 비교적 지능이 높다는 유인원이로군. 우리 화성인도 유인원에서 진화했으니 저들이 먼 훗날 이곳 지구의 지배자가 되겠지.”

 부친 슈트겐의 영향을 받아 인류학을 전공 중인 슈카르는 영장류들을 직접 대하자 가슴이 설렜다.

 지금은 화석으로만 만날 수 있는 화성인들의 조상과 유사한 생명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관심 어린 눈빛으로 고릴라 무리들을 지켜보았다.

 “덩치가 아주 우람하군.

 또 다른 유인원도 있을 테니 내일 숲을 탐사해 봐야겠어.” 다시 안전펜스로 들어선 슈카르가 마야에게 말했다.

 “사나운 맹수들은 없어 보여. 다양한 원숭이들과 체구 큰 유인원들이 있는데 보기보다 위험하지 않은 것 같아.

 안전펜스에서 멀리만 벗어나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슈카르, 우리 폭포수 아래에서 수영을 즐겨도 될까요?”

 “좋은 생각이군. 강물이 맑으니 기분 전환으로 그만일 거야. 자,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까지만.”

 지구가 석양빛으로 물들자 또 다른 절경을 만들어냈다.

 밤이 되면 어떤 위험이 들이닥칠지 모르기에 아무리 야간 풍경이 좋아도 야외 활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우주선으로 돌아온 슈카르 가족은 지구에서의 첫 식사를 오붓하게 즐겼다.

 화성인들은 어려서부터 신체 향상 프로그램을 거쳤기에 몇날 며칠을 먹지 않고도 생존 할 수 있으며 캡슐만으로 식사를 대용할 수도 있다. 그러한 연유로 배설기관마저 퇴화된 사람이 다수 있지만 보수적인 슈카르 가족은 비교적 전통적인 식사를 즐겼다.

 비록 신선한 식재료로 직접 요리하는 방식은 사라졌지만 쿠크머신이 원재료 포자를 이용해 원하는 요리를 신속하게 만들어냈다.

 넓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지구의 야경은 환상적이었다.

 밤하늘의 별은 보석처럼 빛났고 하나뿐인 달은 화성의 달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합친 것보다 밝았다.

 전혀 새로운 세상에서 즐기는 만찬이라 모두가 들뜬 모습이었다.

 고드는 별무리를 감상하느라 요리는 먹는 둥 마는 둥이었다.

 “밤하늘이 너무 예뻐. 엄마, 우리 여기서 살면 안 돼?”

 마야가 고드에게 스프를 먹여주며 조용하게 달랬다.

 “고드, 그래도 고향에 사는 게 좋은 거야.

 지구에는 가끔 놀러오면 되지 않겠니?”

 “아이, 좋아, 다음에 또 와야 돼. 알았지?”

 슈카르가 고드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하하, 우리 고드가 정말 지구가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아빠가 정식 연구원이 되면 지구의 연구기지에 상주할 수 있으니 그때는 지구에서 오랫동안 지낼 수 있을 거야.”

 “앗싸!”

 고드가 기분 좋게 외치며 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

 슈카르는 그런 아들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녀석, 지구가 그렇게 좋을까.”

 지구 여행의 첫날밤.

 마야와 고드는 여행의 고단함 때문에 단잠에 빠졌지만 슈카르는 쉽게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그는 부친이 전해준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슈트켄은 고대 영장류에 관한 책을 수십 권이나 저술한 권위자였다. 특히 그는 지구의 영장류에 관해 누구보다 깊이 연구한 전문가였다.

 지구가 화성과 같이 쌍둥이로 진화하는 관계라면 지구의 영장류는 화성인들에 있어 역사의 거울일 수 있다.

 먼 과거의 지구에도 생명체가 진화하여 우리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였다는 설과 수차례에 걸친 혜성충돌과 자연의 대 재앙으로 모두 멸망하였을 것이라는 것이 역사학자나 우주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 존재하는 영장류들은 대재앙 이후 다시 태어난 생명체들로 다시 지적 생명체로 진화하는 데는 적어도 1억년 가까이 엄청난 세월이 흘러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살아남은 원시인간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그를 증명해 내지 못하고 있어 그저 학설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지금 지구에 있는 영장류의 진화를 통해 화성인들의 과거와 미래를 연구하고 있는 슈카르에게는 소중한 관찰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 있군. 지구의 영장류는 다양한 원숭이들이 있는데 고릴라 외에 오랑우탄과 침팬지 등이 있으며 그 외의 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탐색이 필요. 영장류들 중 고릴라와 오랑우탄, 침팬지는 훗날 원인으로 진화하기에 유인원으로 분류된다........”

 슈카르는 자료를 검토하느라 지구에서의 첫날밤을 꼬박 새우게 됐다. 하지만 신체 향상 프로그램 덕분에 별반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다.

 

 지구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우주선 주변으로 설치된 감마봉 안전펜스는 펜스사이가 무형의 실드이기에 근접하기 전에는 그 실체를 알 수 없다.

 고릴라 무리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새가 내려앉은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우주선의 동체가 신기하게만 보였다. 그러다 호기심 많은 고릴라 새끼 한마리가 안전펜스 가까이 다가섰다.

 고릴라 새끼는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다시 몇 걸음을 더 기어갔다.

 순간 감마봉에서 강력한 감마선이 방출되면서 새끼 고릴라가 튕겨져 나갔다.

 “캐에액!”

 놀란 어미 고릴라 징카가 급하게 달려왔다.

 새끼 고릴라는 새까맣게 탄 채 숨져 있었다.

 왜 죽었는지도 모를 만큼 허무한 죽음이었다.

 “크르르릉......!”

 징카는 새끼의 사체라도 거두고 싶었지만 불길한 기운 때문에 감히 접근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뒤쪽의 새끼들까지 어미를 걱정하며 구슬프게 울어대자 징카도 모험을 포기했다

 “카우우우!”

 구슬픈 포효를 터뜨린 징카는 행여 다른 새끼들이 다칠 것을 우려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새끼들을 이끌고 밀림으로 들어선 징카는 하얗게 빛나는 거대한 새를 원망스럽게 쏘아 보았다.

 

  * * *

 

 지구의 아침.

 선연한 아침 햇살은 화성의 햇살보다 훨씬 강렬했다.

 지구가 태양보다 훨씬 가깝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구의 공기밀도가 짙다보니 태양의 햇살이 대기권을 통과 하면서 스펙트럼의 빛처럼 지구를 밝혔기 때문이다.

 슈카르는 탐사에 앞서 교신장치와 영상녹화기, 표본 수집기를 점검했다. 마야는 행여 있을 위험에 대비해 고드에게 투명 헬멧을 씌워 주었다.

 “아, 지구의 꽃을 어서 보고 싶어. 자료에 의하면 지구의 꽃은 화성의 꽃보다 빛깔이 화려하고 향기가 아주 신선하다고 했는데.”

 마야는 식물학자답게 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가족이 나간 테이블위에는 위치추적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우주선에서 내려선 슈카르 가족은 안전펜스 주변의 참상에 기분이 씁쓸했다.

 안전펜스 바깥으로 크고 작은 새들과 이름 모를 짐승들이 널 부러져 있었다. 감마봉에 의한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는 것을 모르고 접근했다가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 중에는 새끼 고릴라도 있었다.

 “어머나, 불쌍해라.”

 마야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행여 고드가 충격을 받을까 우려해 손으로 눈을 가려 주었다.

 “여보, 동물들의 사체를 어서 치워야겠어요.”

 “음, 그래야겠군.”

 슈카르가 안전펜스 밖으로 나섰다.

 감마봉의 강도를 최고조로 높여 휘두르자 짐승들의 사체가 새까맣게 타버리고 가볍게 건드리자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렸다.

 새끼 고릴라의 사체 앞에 선 슈카르가 잠시 손을 멈추었다.

 “어제 밀림에서 본 고릴라 무리 중 한 놈이야.

 어린 녀석이 호기심에 이끌려 안전펜스에 접근했나 보군.”

 유인원의 주검이기에 더욱 관심이 깊었다.

 슈카르는 새끼 고릴라의 사체를 녹화하고 샘플을 채취했다. 그런 후에 감마선을 방출해 깨끗하게 화장시켜 주었다.

 “마야, 고드. 이제 나와도 돼.”

 안전펜스 주변으로 짐승들의 사체가 전혀 보이지 않자 마야는 비로소 고드를 대동해 밖으로 나섰다.

 고드가 먼저 꽃들을 찾아냈다.

 “엄마, 저기!”

 안전펜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꽃의 빛깔이 보석처럼 고왔고 멀리서도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흐음, 이게 지구의 꽃향기로군. 정말 달콤해.”

 마야는 고드의 손을 잡고 뛰어갔다.

 마야와 고드만이 꽃향기를 쫓아 온 것이 아니었다.

 꿀을 따려는 벌과 나비들이 꽃무리 주변을 너울거렸다.

 “너무 멋있어. 꽃의 빛깔이 어쩜 이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

 화성의 꽃과 달리 지구의 꽃은 빛깔이 너무도 선명했다.

 희고 붉고 노랗고 푸른 빛깔은 천연 염료로 물들인 것처럼 아름다웠다. 화성에서 꽃 포자를 증식시켜 만들어낸 꽃과는 역시 비교가 안 되었다.

 양손에 꽃을 들고 고드가 춤을 추듯이 나비를 쫓아다녔고 마야는 다양한 꽃들을 영상에 담고 채집함에 꽃잎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슈카르는 동작 감지기를 구동시켜 밀림을 스캔해 보았다.

 소형 설치류와 곤충들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어쩐 일인지 고릴라와 원숭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안전펜스 때문에 짐승들이 죽은 것을 보고 원숭이들이 달아났나 보군. 위기를 감지하고 도피할 정도면 영장류답게 어느 정도 지능은 있어.’

 그는 보다 다양한 영장류를 탐색하기 위해 밀림으로 향했다.

 “마야, 너무 꽃에 정신 팔리지 말고 고드를 잘 돌봐.

 난 탐사를 다녀올게.”

 “알았어요. 너무 늦지 말아요.”

 “혹시 내가 늦어지면 먼저 우주선으로 돌아가 있어.”

 “그럴께요.”

 슈카르는 감마봉을 손에 쥐고 밀림을 헤치고 들어섰다.

 동작감지기를 통해 행여 있을 맹수의 기습에도 대비할 수 있어 별반 두려움은 없었다.

 마야는 가까운 곳에서 뛰어놀고 있는 고드를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꽃을 채집하고 영상으로 담았다.

 그러는 사이 고드는 나비 떼를 쫓아 마야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징카의 고릴라 무리는 밀림 외곽에서 어슬렁대고 있었다.

 지난밤에 죽은 새끼 고릴라의 사체를 거두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성체 무리들을 이끌고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새끼 고릴라의 사체는 모두 타버린 상태라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크크... 크아......!”

 징카는 새끼의 냄새를 맡기 위해 바닥에 대고 연신 코를 킁킁거렸지만 바닥에서는 타버린 역한 냄새만 피어올랐다.

 이때 수컷 고릴라가 징카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쪽을 가리켰다.

 징카가 돌아보니 멀리 기괴한 형상의 생명체가 꽃무리 속에서 뛰쳐나와 뛰어다니고 있었다. 몸에 털이 전혀 없었고 얇은 가죽만 걸쳤으며 머리만 털로 무성하였다.

 고릴라 무리들에 비친 고드의 모습이 그러했다.

 징카는 하루 전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새를 떠올렸다.

 빛나는 새의 배가 열리며 두 발로 걷는 기괴한 생명체들이 내려선 것을 기억해냈다.

 “크르르릉......!”

 징카는 자신의 새끼가 기괴한 생명체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에 격분했다. 복수심에 불탄 징카는 잔뜩 자세를 낮춰 먹이를 노리는 야수처럼 고드에게 다가갔다.

 “어엇?”

 비로소 징카를 발견한 고드가 기겁하며 꽃무리 속으로 뛰어 들었다.

 “엄마!”

 그러나 고릴라의 몸놀림이 훨씬 빨랐다.

 뒤쫓아 온 징카가 억센 팔로 고드를 휘어 감았다.

 그 때문에 고드가 쓰고 있는 투명 헬멧이 벗겨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마!”

 고드가 발버둥을 치며 악을 써대자 징카가 지그시 고드의 목을 눌렀다. 강한 압박에 눌린 고드는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마야는 꽃을 채집하고 있다가 자신을 부르는 고드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근처에 있어야 할 고드가 보이지 않았다.

 “고드--!”

 마야는 급히 꽃무리를 헤치고 달려갔다.

 멀리 고릴라 무리들이 밀림 속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털색이 짙은 고릴라의 팔뚝에 붙잡혀 축 늘어져 있는 고드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안 돼--!”

 마야가 감마봉을 뽑아들고 달려갔지만 고릴라 무리들은 순식간에 울창한 밀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투명헬멧이 발에 걸렸다. 마야가 헬멧을 집어들고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고드......!”

 마야가 급히 손목에 차고 있는 밴드의 통신모드를 눌렀다. “슈카르, 슈카르!”

 슈카르의 음성이 들렸다.

 “무슨 일이야, 마야?”

 “큰일 났어요. 고드가... 고드가.......”

 “침착해, 마야. 고드가 다쳤어?”

 마야의 눈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눈물이 흘러나왔다.

 “고드가... 고릴라들한테 잡혀갔어요!”

 “뭐야? 당장 갈 테니 어서 우주선으로 피신해! 위치 추적기로 추적할 수 있을 거야.”

 “빨리 와요, 슈카르!”

 안전펜스로 넘어선 마야는 우주선으로 올랐다.

 감마봉을 쥔 오른손이 후덜덜 떨렸다.

 납치!

 이는 화성역사에서 사라진지 오래 된 범죄였다.

 화성은 마지막 세계대전 후 단일 국가가 창설되고 지상낙원이 된 이후 생활에 아쉬운 것이 없어지면서 살인은 물론이고 폭력과 절도조차 없는 범죄율 제로의 사회가 구현 되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온 마야였기에 납치는 상상도 못할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그래, 위치 추적 장치가 있어 괜찮을 거야.”

 지구의 밀림이 아무리 울창해도 추적 장치만 있으면 우주선에 비치돼 있는 프리카를 타고 쫓아갈 수 있다.

 그러다 테이블 위에 놓인 추적기를 본 마야는 절망하고 말았다.

 “오, 맙소사!”

 우주선으로 돌아온 슈카르는 마야부터 달래야 했다.

 “진정해, 마야. 추적기가 없어도 고드를 찾아낼 수 있어.”

 “흑흑, 내 잘못이에요. 내가 너무 들뜬 나머지 고드에게 추적기를 달아주는 걸 잊었어요.”

 “동작감지기가 있잖아? 고릴라 무리들은 덩치가 커서 쉽게 포착할 수 있어. 진정하고 지구의 연구기지에 지원을 요청해.”

 “알았어요. 꼭 고드를 데려와야 해요. 알았죠?”

 “그래, 마야.”

 슈카르는 버튼을 눌러 프리카를 하강시켰다.

 프리카는 화성인들의 대표적인 이동수단으로 수륙양용은 물론이며 단거리 비행도 가능한 그야말로 국민차였다.

 슈우우웅--!

 허공으로 떠오른 프리카가 밀림 위를 비행했다.

 난생 처음 비행체를 접한 새들과 나무 위의 원숭이들이 놀라 연신 꽥꽥거렸다.

 “고드, 어디 있는 거니?”

 슈카르는 감지 레이더의 감도를 최대한 높여 추적에 나섰다.

 감지 레이더를 통해 다양한 동물들의 형상이 실루엣으로 포착되었다.

 아직 지구의 생태계를 모두 파악하지 못했기에 생소한 형태의 실루엣이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고릴라 무리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밀림 깊숙한 곳에 숨었다면 감지 레이더로도 찾아내기는 무리였다.

 그리고 워낙 많은 고릴라들이 서식하고 있어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다.

 이때 손목에 있는 밴드에서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슈카르 박사님, 여기는 지구의 엡세나 연구기지입니다.

 마야 박사를 통해 구조신호를 접수했습니다.

 순찰대를 파견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예, 급히 와 주십시오.”

 “현 위치의 좌표를 전송바랍니다.”

 슈카르는 계기판의 좌표를 불러주었다.

 잠시 후 순찰선이 슈카르의 시야에 들어왔다.

 순찰선은 저공비행으로 밀림에 바싹 붙어서 비행했다.

 키 큰 나무들이 선체에 부딪치며 맥없이 분질러졌다.

 두 시간 넘게 수색에 나섰지만 수많은 고릴라들만 열감지기 등에 잡히고 도무지 고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순찰선에 타고 있던 순찰대장 게브가 가라앉은 어조로 교신을 보냈다.

 “슈카르 박사님, 이곳의 밀림은 워낙 넓고 조밀한 데다 동굴이 많아 추적기가 없으면 고드의 소재를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슈카르는 침통한 심정으로 수색중단을 요청했다.

 “알겠습니다.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화성으로 귀환 하겠습니다.”

 “도움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기지에서 이 구역을 지속적으로 순찰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게브 대장.”

 슈카르는 우주선으로 돌아왔다.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던 마야는 슈카르가 혼자 돌아오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흑, 고드.”

 슈카르가 그런 마야를 감싸 안으며 위로해 주었다.

 “포기하지 마, 마야. 고드는 강인한 아이잖아?

 절대 죽지 않았어. 지구의 연구기지에 수색을 거듭 요청해서라도 반드시 고드를 찾아낼께.”

 마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릴라들이 지구에서는 영장류라 할지라도 지능이 낮은 짐승에 불과하다. 그런 짐승들에게 잡혀간 이상 고드가 살아있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희망이고 고문이었다.

 그저 참혹하게 죽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슈카르는 마야를 의자에 앉히고는 자신은 조종석에 앉았다.

 슈우우웅......!

 우주선이 조용히 상승했다.

 올 때는 셋이었지만 돌아갈 때는 둘.

 우주선이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아광속 비행으로 접어들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

 “고드... 그 아이가 지구에서 실종된 최초의 화성인으로 기록 되겠군요.”

 

 “크르르릉......!”

 고드를 옆구리에 움켜진 징카와 고릴라 무리들은 밀림 깊은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고릴라 무리들은 활동 반경이 넓어 대규모 밀림이 그들의 활동 구역이었다. 여느 짐승들에 비해 활동 반경이 넓은 이유는 서식지 확보와 남다른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무리 중 일부가 검치 호랑이와 같은 맹수에게 잡아먹히거나 이번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징카는 고드를 옆구리에 끼고 폭포수 뒤쪽의 동굴로 들어갔다.

 이곳 동굴이 징카 고릴라 무리들의 아지트였다.

 지상에서 동굴로 들어오려면 그들만의 통로를 이용하여 은폐와 엄폐를 하고 있으며 사나운 맹수들을 피할 수 있고 또 아무나 침입이 용이하지 않은 나름 요새같은 거주지로 동굴 위쪽의 틈새로 햇살이 스며들어 내부를 밝히는 데도 지장이 없었다.

 “크르르릉

 징카는 새끼를 잃은 분풀이를 하듯 고드를 앉혀 놓고 자신의 가슴을 치며 위협을 가했다.

 눈알을 번들거리며 흉험한 기세에 고드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아앙....!”

 서러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북받친 울음소리에 놀란 새끼 고릴라들이 주춤 물러서며 어미 뒤로 숨었다.

 이빨을 드러내며 분노를 표출하던 징카도 예기치 못한 울음소리에 조금은 기세가 누그러지며 고드의 눈치를 살폈다.

 “잉, 엄마, 아빠......!”

 무섭고 놀라운 상황에 울음을 터뜨리던 고드는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고릴라 무리들을 둘러보았다.

 처음의 사나운 기세와 달리 자신을 해칠 의사가 별로 없어 보이자 조금씩 두려움을 떨쳐낼 수가 있었다.

 ‘흑, 나를 잡아먹으려는 건 아닌 가 몰라.’

 고드가 울음을 그치자 호기심 많은 고릴라 새끼들이 슬금슬금 다가섰다,

 “킥킥.”

 고릴라 새끼들은 털 한 오라기 없는 고드의 피부를 매만지며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코를 킁킁거리며 고드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조금 대담한 새끼는 고드의 옷을 잡아 뜯기도 했다.

 새끼 고릴라들의 체구는 별반 크지 않아 고드는 크게 위안이 되었다.

 ‘애들도 나처럼 아이야. 날 해치지 않을 것 같아..’

 한바탕 울음을 터뜨린 데다 긴장감이 해소돼서인지 몹시 목이 말랐다. 하지만 고릴라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어서 물을 요구할 수도 없었다.

 고드는 마른 혀로 입가를 훑었다.

 ‘아, 배고파.’

 새끼 고릴라 사이에 둘러싸인 고드는 꼼짝도 못한 채 한참을 그렇게 보냈다. 새끼 고릴라들도 더 이상은 고드를 경계하지 않고 오히려 장난을 걸어왔다.

 그러던 중 새끼 고릴라 한 마리가 길쭉하고 노란 열매를 까먹다가 고드에게 내밀었다.

 고드가 열매의 냄새를 맡아보니 비교적 향긋했다.

 고드가 껍질째 바나나를 씹어 먹자 새끼들이 캑캑거리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케에엑... 케켁......!”

 새끼 고릴라 한 마리가 바나나 껍질을 까서 먹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아, 껍질을 벗겨서 먹는 거라고?”

 껍질을 벗겨 바나나를 한입 깨문 고드는 달콤한 맛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와아, 맛있어.”

 화성에서도 맛볼 수는 있으나 껍질을 보진 못했다. 자연산에 신선한 향기까지 지녔기 때문에 바나나 한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고드가 자신들처럼 먹자 새끼 고릴라들은 동료라도 만난 듯 팔짝팔짝 뛰며 재주를 넘었다. 이어 몇몇 새끼 고릴라들이 바나나와 코코넛을 비롯한 다양한 열매들을 고드에게 가져다주었고 코코넛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으깨 안에 있는 물을 마실수 있도록 해주었다.

 덕분에 고드는 허기와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흐음, 이건 먹을 만하고 저건 너무 써.”

 고드는 이제 열매를 골라서 먹을 만큼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가 아직 직접 손질해보지 못한 열매는 껍질이 아주 단단한 코코넛이었다. 얼마나 단단한지 바닥에 내던져도 껍질이 깨지지 않았다. 그러자 보기에 답답했는지 수컷 고릴라가 코코넛을 집어 돌멩이에 대고 여러 번 내리쳤다.

 콰직!

 코코넛이 깨지면서 하얀 액체가 흘러나왔다.

 고릴라가 깨진 코코넛을 건네자 손가락으로 찍어 뽀얀 액체를 맛본 고드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처음에 여기에 왔을 때 뭔지도 모르고 목이 말라 마셨던 것과 달리 제대로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와아, 우리 화성의 주스 같아.”

 고드는 코코넛을 쥐고는 즙을 빨아먹었다.

 달콤한 맛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징카는 그런 고드를 유심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새끼를 잃은 복수심에 고드를 납치했지만 행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분노가 많이 사그라졌다.

 무엇보다 해맑은 표정으로 새끼 고릴라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노는 고드의 모습에서 자신의 죽은 새끼를 떠올리게 되었다.

 코코넛을 깨준 수컷 고릴라가 어기적어기적 다가서자 고드는 친근감을 보여주었다.

 “답답해. 바깥을 보고 싶어.”

 고드가 말을 건넸지만 통할 리 만무했다.

 “가만, 어떻게 해야 하지?”

 고드는 잠시 생각하다가 초기 유아기적의 기억을 되새겼다.

 ‘맞아, 손짓과 몸짓을 보이면 엄마가 알아들었어.’

 그가 손가락으로 연신 동굴 입구를 가리키자 수컷 고릴라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다.

 “크르르릉.......!”

 수컷 고릴라는 고드를 한쪽 가슴에 안았다.

 다소 고약한 냄새와 강한 완력에 움찔했지만 이내 따뜻한 피부를 느낄 수 있었다. 고드를 데리고 동굴 입구로 나선 수컷 고릴라는 가파른 벼랑을 타고 내려섰다.

 동굴 입구에 앉아 있던 징카는 어슬렁어슬렁 수컷 고릴라 뒤를 따랐다. 새끼를 잃은 분노 때문에 고드를 납치했지만 차마 해치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끌리게 된 것이다.

 콰류류......!

 폭포가 흘러내리는 커다란 물웅덩이는 물보라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 주변은 깊고 맑았다.

 “물이야.”

 고드는 손으로 물을 떠서 오랜만에 얼굴을 씻었다.

 얼굴의 꾀죄죄한 때를 벗겨내자 기분이 상쾌해졌다.

 “아, 좋네.”

 바위에 걸터앉은 고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웅덩이 주변의 바위 위에 고릴라 무리들이 눕거나 기대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어미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잠시 고드에게 눈길을 주다가 다시 새끼들의 털을 골라주었다.

 비로소 고드는 자신이 낯선 세상에 혼자임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두려움과 설움에 겨운 고드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흑, 엄마... 아빠......!”

 징카는 풀잎을 질겅질겅 씹으며 고드를 지켜보기만 했다.

 어린 고드가 조금 안쓰럽기는 해도 아직 새끼를 잃은 아픔을 잊지 못한 것이다.

 고드는 점점 그들과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 * *

 

 화성인들에게 15년은 그리 긴 세월이 아니다.

 슈카르는 지구에서 아들을 잃었지만 생존을 여전히 기 대하고 있었다. 고릴라 무리들이 새끼를 잃은 보복으로 고드를 해칠 수도 있지만 육식 동물이 아님을 알기에 생존 가능성이 늘 슈카르의 마음에 잠재해 있었다.

 ‘고드는 아직 살아 있어. 그리고 꼭 만나게 될 거야.’

 슈카르는 프리카를 타고 뮤센구역을 비행하고 있었다.

 물론 아내 마야도 동행했다.

 화성인들 대부분은 가족에 대한 감성이 희박해 자식을 잃더라도 금방 잊어버리지만 슈카르와 마야 부부는 달랐다.

 특히 자연분만을 통해 고드를 낳은 마야는 아직도 지구를 볼 때마다 아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드를 잃은 초기에는 너무도 슬프고 가슴이 아팠지만 지금은 고드의 성장한 모습을 상상하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프리카를 자동 비행으로 맞춘 슈카르가 편히 기대앉으며 물었다.

 “마야. 아버지한테 전할 자료는 잘 준비했지?”

 “그럼요. 샘플까지 모두 챙겨 놓았어요.”

 “업무 때만 아버지를 찾아뵙는 것 같아 죄송해.”

 “그러게요.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하다보니 왕래가 소원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가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그래요. 고드가 있었으면 할아버지와.......”

 자신도 모르게 고드를 언급한 마야가 말꼬리를 흐리자 슈카르가 부드럽게 말을 받았다.

 “괜찮아, 마야. 고드를 얼마든지 그리워해도 돼.

 너무 슬퍼하지는 말고.”

 프리카는 뮤센구역 행정 건물 내부로 곧바로 진입했다.

 미리 예약한 손님은 집무실 내부에 마련된 파킹 스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파킹 스테이션의 출입구만 나오면 곧바로 집무실인 것이다.

 뮤센구역의 대표자는 슈트켄으로 슈카르의 아버지이다.

 슈카르가 출입문을 나오자 슈트켄이 일어서며 반겨 맞아주었다. 구역의 수장이지만 권위가 드러나지 않는 온화한 풍모가 돋보였다.

 “어서 와라, 슈케르.”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지.”

 “허허, 고작 15년만이니 오래만은 아니지.”

 “아버님, 저도 왔어요.”

 마야의 인사를 받은 슈트켄이 며느리의 손을 쥐었다.

 “오, 마야도 함께 왔구나.”

 슈트켄은 아들 내외를 창가 탁자로 안내했다.

 조명에 비친 슈트켄의 복장은 일반 시민에 비해 특별했다. 화성을 본뜬 금제장식을 가슴에 매달려 있는데 이는 구역 대표자의 신분을 상징하는 표식이었다.

 슈트켄은 아들 내외를 위해 주스를 내왔다.

 슈카르가 투명한 탁자의 가장자리에 손끝을 얹었다.

 손끝이 닿자 탁자 위로 홀로그램 자판이 생성되었다.

 “아버지가 요구하신 지구에 관한 자료입니다.”

 “그래, 새롭게 파악된 게 있는지 보자꾸나.”

 “지구의 연구기지에서 잠시 전 전송을 받은 자료라 저도 아직 내용을 몰라 궁금하네요.”

 슈트켄이 손끝을 놀리자 탁자 위로 선명한 홀로그램이 투사 되었다. 홀로그램에는 지구 전체 모습과 화성에서 파견된 연구기지들이 선명하게 표시돼 있었다.

 슈카르가 나직한 탄성을 통했다.

 “아, 지구에 생각보다 많은 연구기지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지구는 우리 화성에 비해 네 배는 커. 지구의 대륙 여러 곳에 연구기지가 배치돼 있지만 지구의 생태계를 제대로 분석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지. 그래서 여건이 닿는 대로 더 많은 연구 인력을 파견하고 연구단지를 건설 할 계획이다.”

 “지구에서의 생존과 이주에 관련된 프로젝트 때문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마야가 홀로그램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님, 지구를 제2의 화성으로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도 갈수록 악화되는 화성의 생존 환경을 감안하면 지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지 않겠나.”

 “아버님, 제가 슈카르와 함께 지구여행에서 느꼈는데 화성보다 생존 환경은 더 나은 게 아닌 가 생각됩니다만 지구는 동물들의 천국이라 화성과 달리 위협적인 동물들이 많아 걱정이에요.”

 “그래, 마야의 말대로 타 행성에서의 생존에는 예측하기 힘든 수많은 변수가 상존하지. 그리고 학설로는 지구의 지적생명체인 원시인들이 자연 대 재앙 등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대 재앙인 빙하기 이후에 일부 살아남은 생명체도 있다는 학설도 있어서 더 정밀하고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한 거 아니냐.”

 슈트켄은 손을 움직여 홀로그램을 변화시켰다.

 지구의 동물들이 교미하는 영상이 투사되었다.

 “지구의 동물들은 화성의 고대 동물들처럼 직접적 교미를 통해 새끼를 생산한다. 지구에서 최고의 지능을 갖춘 유인원도 아직은 진화의 초기 과정이라 여느 동물들과 다를 바 없지... 간혹 손을 사용해 돌이나 나뭇가지를 다룰 수 있지만 여전히 도구적인 개념은 부족해.”

 마야는 지구 동물들의 교미 영상을 무심하게 보았다.

 학자들에 의하면 화성인들은 초기에는 동물들처럼 직접적인 교미가 활발히 성행했었는데 성적 감정이 메말라지기 시작하면서 생식기능이 모두 퇴화돼 지금은 화성인 대다수가 남녀의 구분이 없어지고 대부분이 중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슈트켄과 아들 내외는 지구에서 보내온 홀로그램 자료를 보면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마야는 식물학이 전공이지만 생태계 전반에 관한 지식이 풍부했기에 슈트켄 박스의 고고인류학 분야에도 조언을 제시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충분히 얘기를 나눈 슈트켄이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역시 가족과의 대화는 즐겁구나. 그래, 슈카르가 보기에는 지구의 유인원들이 언제쯤 진화의 문턱에 들어설 것 같으냐?”

 “화성의 진화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지금부터 1억 년 정도가 필요하지만 지구의 생태 환경은 화성에 비해 훨씬 좋습니다. 갑작스런 생태계 변화로 돌연변이가 출현한다면 수십 만 년 이내로 급속하게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스를 한 모금 마신 슈트켄이 편히 기대앉았다.

 “흐음, 수십만 년이라... 만일 우리가 지구로 이주해 살아가게 될 경우 당연히 지구의 지배자가 되겠지만 유인원의 진화에 속도가 붙을 경우 먼 미래에는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돼. 미래를 위해서라도 저들의 진화 속도가 화성 정도만 되기를 바라고 싶구나.”

 “아버지, 지구는 화성에 비해 훨씬 넓습니다.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을 겁니다.”

 “암, 당연히 그래야겠지.”

 괜한 우려를 떨쳐낸 슈트켄이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 마야는 여전히 꽃향기에 빠져 있다면서?”

 “아버님도 참. 꽃이라고 모두 향기롭지는 않아요.

 얼마 전에 새로운 지하식물을 찾아냈는데 향기를 맡고는 잠시 졸도한 적도 있었어요.”

 “허허, 그러하냐? 연약한 꽃이라도 너무 얕봐서는 안 되겠어.”

 “물론이에요, 아버님. 식물 연구는 우리 화성인들에게 유익한 생존 환경을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소량의 산소에서도 꽃을 피우는 식물을 통해 저 산소 생존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에요. 그런 꽃의 개발은 화성인 들이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한지를 보여드릴 것입니다.”

 “흐음, 저 산소 생존 프로그램이라... 아주 유용한 연구다.

 저 산소 생존 프로그램이 확실하게 진전을 본다면 구역 대표자에 오를 만한 관심과제야. 하하하..”

 “아버님도 참. 저는 대표자 지위에는 관심 없어요.

 연구가 즐거울 뿐이죠.”

 “그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지.”

 이때 가벼운 신호음과 함께 홀로그램 영상이 바뀌었다.

 대지도자 고돌라가 영상을 전송해 온 것이다.

 “구역 대표자 여러분, 화성을 위협할 새로운 혜성의 존재가 포착되었다는 우라노스 박사의 긴급보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임시 회의가 요구되니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돌라의 영상이 사라지자 슈트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하구나. 모처럼의 만남인데 함께 식사도 못하게 됐어.”

 “아닙니다, 아버지. 앞으로는 더 자주 찾아뵐게요.”

 부친과 작별한 슈카르는 마야와 함께 파킹 스테이션으로 들어섰다.

 “대지도자가 긴급회의를 소집할 정도면 심각한 것 같은데?”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 화성을 위협할 혜성의 존재는 모두 파악된 상태이니 새로 포착된 혜성이라도 몇 천만 년 후에나 화성 궤도에 이르겠지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프리카에 오른 두 사람은 건물 밖으로 비행했다.

 대형 게이트를 통과한 프리카가 도심의 상공을 통과했다.

 수천 년 전에 비하면 도심은 오히려 퇴화된 분위기였다.

 화성인들이 소행성과 운석 충돌의 위협을 우려해 상당수가 지하 도시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어 어느새 밤이었다.

 두 개의 달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밤하늘에 떠있었다.

 드물게 맑은 하늘을 통해 보이는 수천 개의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마야가 습관적으로 밤하늘을 헤아려 지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안타깝게도 지구를 볼 수가 없다.

 고성능 천체관측장비를 이용하여 주간에 보는 지구는 푸른빛을 발하는 빛나는 별이다.

 마야는 알면서도 슈카르에게 질문을 한다.

 “지구도 밤이 있는 쪽이 있겠지요.”

 “물론이지. 우리 아들은 밤일까 낮일까?”

 “지금쯤이면 어른이 되었겠죠?”

 “그럴 거야.

 여느 화성인보다 튼튼하게 태어났으니까 당당한 어른이 되었겠지.”

 슈카르와 마야는 서글픈 미소를 띠며 오래도록 지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 *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2 제너시스(1) --- 12 2018 / 12 / 31 245 0 20961   
11 제너시스(1) --- 11 2018 / 12 / 31 284 0 17350   
10 제너시스(1) --- 10 2018 / 12 / 31 262 0 23063   
9 제너시스(1) --- 9 2018 / 12 / 31 237 0 24454   
8 제너시스(1) --- 8 2018 / 12 / 31 242 0 24150   
7 제너시스(1) ---7 2018 / 12 / 31 219 0 21896   
6 제너시스(1) --- 6 2018 / 12 / 31 267 0 23733   
5 제너시스(1) --- 5 2018 / 12 / 31 268 0 24801   
4 제너시스(1) --- 4 2018 / 12 / 31 256 0 15478   
3 제너시스(1) --- 3 2018 / 12 / 31 249 0 7138   
2 제너시스(1) --- 2 2018 / 12 / 31 260 0 24095   
1 제너시스(1) --- 1 2018 / 12 / 31 403 0 1115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