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21
작성일 : 18-12-31 10:59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485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1

 

 

 

 “그려줄게요.”

 

 방에서 드로잉북과 화구를 챙겨 내려온 민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뭘요?”

 “사장님 말이에요.”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레오는 민희를 향해 몇 번이나 되물었다.

 

 “네. 사.장.님. 본인이요. 카메라랑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으니 대신 그려주겠다고요. 사진이나, 그림이나. 걸면 다 똑같으니까.”

 “그러면 그 쪽은요?”

 “나야, 한 달 일하고 떠날 임시 알바생이니 없어도 괜찮아요. 내 후임이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걸려있는 사장님 얼굴 보며 땡땡이치지 말고 열심히 일하란 의미로 내가 무섭게 그려줄게요.”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는 컨셉이라고, 한국에서 유행했던 것이라는 부연 설명까지 덧붙인 민희가 의자를 꺼내 앉았다.

 

 “한 장만 뜯어줘요. 남는 연필 있으면 그것도 좀 주고.”

 “왜요?”

 

 맞은편의 의자를 꺼내 앉은 레오가 손을 내밀었다.

 

 “그 쪽은 내가 그려줄 테니까. 후임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선임이 누구였는지 보여주기나 하게요.”

 “엄청 못생기게 그리고, 이랬었다고 놀리기라도 하려고요?”

 “무섭게 그릴 거라고 먼저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종이와 연필을 건네며 시선을 피한 민희가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림....... 그릴 줄은 알아요?”

 “뭐든 기본 이상은 합니다.”

 

 하여간. 말해 뭐해.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민희는 콧김을 뿜으며 드로잉북을 펼쳐 들었다.

 

 “우리 서로 쌓인 감정 그림에 풀지 말기로 해요.”

 “쌓인 감정?”

 “아니, 뭐....... 그 동안 잔소리 쏟아 붓고 그랬던 건 맞잖아요.......”

 

 속내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저 역시 고분고분 듣지 않고 반격을 할 때가 많긴 했던 터라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민희의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커피 한 잔에도 진심과 마음을 담으라는 충고를 내가 깊이 새겨들었던 터라.”

 “아, 진짜!”

 “나 그리는 중이에요. 지금 표정이면 꽤나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은데.”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레오를 힐끔 노려보고는 민희는 표정을 풀었다. 이 피렌체에 제 흑역사를 길이길이 남겨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흥. 두고 보라지.’

 

 그녀는 이내 연필을 움직여 전체적인 구도와 형태를 잡아나갔다. 반듯한 이마와 짙고 선명한 눈썹, 그 아래 소묘로는 표현할 수 없는 푸른 눈빛. 그림을 그린 듯 또렷한 이목구비와 남성미를 폴폴 풍기는 수염까지.......

 

 ‘하. 뭐가 이리.......’

 

 섹시한 거냐. 생각만으로도 해선 안 될 것을 한 사람처럼 민희는 움찔 몸을 떨었다.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 사각거리며 종이 위를 움직이는 연필 소리. 그리고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가득한 고요 속, 꼴깍꼴깍 삼킨 침 소리가 밖으로 들리는 것만 같았다.

 

 테이블 위로 묘한 기류가 흘렀다. 서로를 관찰하고 탐색하듯 살펴보던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자꾸만 부딪쳤다. 푸른 눈이 이렇게도 뜨겁게 보일 수 있는 걸까. 아슬아슬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의식하지 마. 의식하지 말라고!’

 

 저처럼 그 역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흔들림 없이 제게 꽂혀있는 시선에 민희는 자꾸만 목이 타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머물러 있던 눈, 코, 그리고 입. 레오가 찬찬히 제 얼굴을 훑어보는 것이 긴장되어 그녀는 결국 먼저 그에게서 눈길을 거두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에도 머리 위로 꽂히는 시선이 강하게 느껴져 민희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림은,”

 “네?”

 

 내내 긴장을 하고 있던 탓인지, 민희의 입술 사이로 깜짝 놀란 듯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림은 전공한 겁니까?”

 “아, 네.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니까. 그림을 좋아하기도 했고.”

 “지금은 아닌가 봐요?”

 “뭐가요?”

 “그림을 좋아하기도 했고, 라고 말하기에 지금은 아닌가 싶어서.”

 “아....... 지금도,”

 

 민희가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진작 포기했잖아.’

 

 그러면서도 늘 놓지 못한 사람처럼 목말라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다른 사람들을 부지기수로 만났다. 재능과 열정이 다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했다.

 

 종내 상업 디자인으로 방향을 튼 것도, 게임 아트 디렉터가 된 것도 결코 순수한 이유가 아니었다.

 

 「모두들 다 그렇게들 살아.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어디 있는 줄 알아? 평범하게 살아. 평범하게. 그게 순리고, 정답이야. 이 년아.」

 

 그렇게 살다가도, 반쯤은 마음이 붕 뜬 것처럼 갈피를 잡지 못할 때면 등짝으로 날아오는 엄마의 매서운 손길과 퍼붓는 잔소리를 들으며 모두들 그러려니 싶었다.

 

 그게 한계에 다다랐을 즈음, 도망치듯 향한 곳이 바로 여기, 피렌체였다.

 

 거의 완성되어가는 그림을 잠시간 내려다보다 민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레오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 시선 끝에 반짝 빛을 내며 정확히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푸른 눈이 감겨들었다.

 

 그 눈빛을 마주하자 참으로 이상하게도, 그토록 부옇게 흐렸던 머릿속이 선명하게 밝아졌다.

 

 “좋아해요.”

 

 망설임 없는, 깨끗한 대답이었다.

 

 “좋아해요?”

 “네.”

 

 되묻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민희가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보았다. 트리의 조명을 받아 유난히도 빛나는 푸른 눈동자가 깊숙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을 답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부럽네요.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는 그 마음이.”

 “.......”

 

 그러는 그 쪽은 어떻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거냐고. 한 동안 그의 눈을 바라보며 속뜻을 읽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심해를 닮은 듯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에선 아무 것도 읽히지 않았다.

 

 그렇게 되묻지 못한 채 민희는 말없이 그림을 완성시켜 나갔다.

 

 “다했어요? 나는 끝났는데.”

 

 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민희는 뻐근해진 목을 주무르며 고개를 들었다.

 

 “이미 끝났습니다.”

 

 오래전에 작업을 끝낸 듯 다시금 되찾은 여유만만의 모습으로 앉아있는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어째 느낌이....... 엄청 못생기게 그린 거 아니죠?”

 “있는 그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있는 그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요?”

 “네. 내가 거짓말에는 재주가 없어서 말이에요. 과장하거나 미화하는 건 취미에 안 맞고. 아예 추상화로 그릴 걸 그랬나.”

 “.......”

 

 이 시끼. 이거, 이거 또.

 

 ‘아니, 나는 진짜 성심성의껏 간만에 영혼을 갈아 넣다시피 혼신을 다해 그렸는데!’

 

 그림을 그리는 사이 말랑말랑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성질을 돋우는 그의 화법에 민희는 벌떡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내놔 봐요. 트리에 붙이기 전에 먼저 깝시다.”

 

 제 그림은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은 채 레오를 향해 돌진한 민희가 그의 손에 들린 그림을 빼앗으려 애를 썼다.

 

 “트리에 걸기로 약속하고 그린 그림인데, 걸고 나서 보면 되잖아요.”

 “보고 나서. 네? 보고 나서 좀 걸든가 합시다. 아, 진짜! 손 좀 내려 봐요!”

 

 떠나고 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그려진 그림을 이 곳에 남기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엉망진창의 그림이라면 확 낚아채서 한국으로 가져가든, 버리든 하겠는데.......

 

 죽어라 연신 점프를 뛰어보아도 제 키를 훌쩍 뛰어넘는 장신의 남자가 손까지 위로 들어 올리고 있으니 닿을 길이 만무했다. 눈을 내리깐 채 빙긋 웃으며 바라보는 모습은 왜 또 이렇게 약이 오르는지 민희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뛰어 올랐다.

 

 “그렇게 해서 뺏을 수 있겠어요?”

 “진짜 치사하게.”

 “먼저 보여주면 트리에 걸지 않겠다고 할 것 같은데.”

 “그 정도예요? 그 정도로 심각한 거냐고요! 나는 그려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진짜!!!”

 

 어디 뛰어볼 테면 백 번, 천 번이고 뛰어보라는 듯 입꼬리까지 말아 올려 웃는 모양새에 더 이상 뛰기를 멈춘 민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의자? 오! 저거면 닿고도 남겠다.’

 

 의자 위에 올라서면 그의 키를 넘고도 남으니, 뺏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 눈을 반짝이며 의자를 끌어다 그의 옆에 놓았다.

 

 더 이상 뛰기를 멈추고 등을 돌린 그녀의 뒷모습에 괜히 섭섭해지기도 잠시, 드르륵 바닥을 끄는 의자 소리에 레오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뭐하는 겁니까?”

 “뭐하긴요. 내 그림 가져가려고 그러는 거죠.”

 “이게 왜 그 쪽 그림이에요? 내가 그린 내 그림이지.”

 

 의자 위에 올라가 뻗어오는 그녀의 손을 피해 레오가 한 발자국 걸음을 뒤로 물렸다. 하여간 포기를 모르는 여자야. 피식 싱거운 웃음을 흘리며 장난을 멈추려던 찰나였다.

 

 “바보예요? 내가 한 발자국만 비키면 그만인데 의자로 되겠.......?”

 “그럼 그냥 얌전히 주......어, 어?”

 

 떨어진 거리만큼 그녀가 손을 뻗는 바람에 의자가 기우뚱 기울기 시작했다.

 

 “어, 어, 어?”

 

 제 쪽으로 몸이 쏠리는 민희를 바라보며 깜짝 놀란 레오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올렸다.

 

 “아......악?????”

 

 그대로 단단한 돌바닥에 이마를 찍고, 앞니가 몽땅 날아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멀쩡한 제 몸을 내려다보던 민희가 기겁할 듯 소리를 질렀다.

 

 두 개의 가슴을 떡하니 꽉 쥐고 있는 남의 손, 레오의 것이었다.

 

 “악!! 놔요!! 놓으라고요!! 어딜 잡고 있는 거야!!!!!”

 “아, 아, 넘, 넘어지는 줄 알고.”

 

 머리가 시킨 짓이 아니었다. 그저 덮칠 듯 넘어지는 상대를 막고자 들어 올린 손의 위치가 본의 아니게 그곳이었을 뿐이었다.

 

 커다란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희가 버둥거리자, 정신이 돌아온 레오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어, 어, 어!!!!!”

 

 지지하고 있던 손을 떼자마자 기울어져있던 의자가 다시 기우뚱 넘어지자 레오는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아 올렸다. 곧이어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의자가 넘어졌다.

 

 품에 쏙 들어온 몸, 손 위로 느껴지는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말캉함......

 

 “.......”

 

 정신이 돌아온 두 사람의 눈이 또다시 놀라 튀어나올 듯 커졌다.

 

 “......!”

 

 두 엉덩이는 레오의 손에 헌납한 채 그대로 그의 품에 돌진해 안긴 그녀의 눈앞에 그토록 염원하던 그림이 팔랑팔랑 날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1 2018 / 12 / 31 280 0 4854   
20 #20 2018 / 12 / 30 243 0 4538   
19 #19 2018 / 12 / 29 247 0 4790   
18 #18 2018 / 12 / 28 245 0 4615   
17 #17 2018 / 12 / 27 242 0 5073   
16 #16 2018 / 12 / 27 234 0 4522   
15 #15 2018 / 12 / 26 257 0 4617   
14 #14 2018 / 12 / 25 277 0 4650   
13 #13 2018 / 12 / 25 260 0 5028   
12 #12 2018 / 12 / 24 229 0 4952   
11 #11 2018 / 12 / 23 253 0 4455   
10 #10 2018 / 12 / 22 239 0 5156   
9 #09 2018 / 12 / 22 269 0 4722   
8 #08 2018 / 12 / 22 246 0 5358   
7 #07 2018 / 12 / 20 248 0 4900   
6 #06 2018 / 12 / 20 249 1 4864   
5 #05 2018 / 12 / 18 261 1 5310   
4 #04 2018 / 12 / 18 244 1 5252   
3 #03 2018 / 12 / 18 252 1 5022   
2 #02 2018 / 12 / 14 264 0 4650   
1 #01 2018 / 12 / 13 479 1 553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