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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여배우 월화의 생애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6.9.18

조선 최초 스크린의 여배우인 이월화의 일생 입니다.
척박한 조선 연극계와 영화계을 거치며 질곡의 삶을 산 그녀의 비극적인 생을 조감 합니다.

 
제2장 여배우의 적 (12) 절벽
작성일 : 16-09-24 10:08     조회 : 529     추천 : 0     분량 : 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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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여배우의 적 (12) 절벽

 

 ‘둥둥두-둥’

 

 우미관 극장 앞 이층 이레꼬미(베란다)위에는 북소리와 함께 악사들의 나팔소리가 들려온다. 극장 앞에는 피에로 복장의 광대들이 전단을 돌리고 울긋불긋 빤작이 양복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변사는 나팔관을 들고 외쳐 댄다.

 

 “자! 자! 어서들 오십시오! 활동사진! 활동사진의 본 고장 미주(美洲)에서 온 신기하고 재미있는 활동사진이 방금 봉절 했습니다. 개화된 생명도시 속에 절승한 광경이 펼쳐지며 그 속에 넘치는 사나이들의 숨 막히는 활극과 청춘 남녀의 애절한 정분이 가득 박힌 활동사진을 구경하지 않으시면 평생 후회 하실 것 입니다! 자! 자! 어른은 30전! 아이는 15전! 곧 입장표가 매진되오니 어서 서두르십시오!”

 

 이 극장 앞에 한 어린 소녀가 다가선다. 소녀는 스스럼없이 변사를 향해 빵끗 웃으며 말을 건다.

 

 “변사 아저씨... 안녕!”

 

 변사도 소녀를 잘 아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어서 오너라. ”

 

 반기자 소녀는 손을 내민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변사는 나팔관을 건네주자 소녀는 척 나팔관을 입에 대고 방금 전 변사가 외쳤던 그대로 외쳐 댄다.

 

 “자! 자! 어서들 오십시오! 활동사진! 활동사진의 본 고장 미주에서 온 신기하고 재미있는 활동사진이 방금 봉절 했습니다. 개화된 생명도시 속에 절승한 광경이 펼쳐지며 그 속에 넘치는 사나이들의 숨 막히는 활극과 청춘남녀의 애절한 정분이 가득 박힌 활동사진을 구경하지 않으시면 평생 후회 하실 것 입니다! 자! 자! 어른은 30전! 아이는 15전! 곧 입장표가 매진되오니 어서 서 두르십시오!”

 

 말귀 한자 틀리지 않고 변사를 고대로 흉내 내는 이 귀엽고 깜직한 소녀의 모습에 지나가던 행인들의 발걸음이 멈춰서고

 

 “조그마한 계집애가 거 신통하네.”

 “재주가 변사 뺨치는 구료.”

 

 하며 신기해한다. 한 행인이 소녀에게 묻는다.

 

 “너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소녀는 빵끗 웃으며

 

 “변사요 난 변사가 꼭 될 거예요.”

 

 조금도 수줍음 없이 당당하게 말한다.

 

 “변사는 남자들이 하는 거야?”

 “왜 여자라고 변사 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 나는 꼭 여류변사 될 거예요. 그리고 배우도 되어서 꼭 활동사진에도 나올 거예요.”

 

 당시 정숙은 아직 철없는 여덟 살 이었다. 그런 여덟 살 소녀의 꿈은 손을 꼽아 십여 년 만인 열아홉 살이 되어 그 꿈이 이루어져 이제 정숙은 활동사진 배우가 되었다. 1923년 4월 12일자 동아일보의 기사내용이다.

 

 “눈 뜨기 시작한 여명의 조선 영화계에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희망이 아닐 수 가 없다. 그녀는 첫 활동사진을 박는 것이 의심이 갈 정도로 익숙함과 세련미로 넘치고 있으니 과히 천재의 번쩍임을 느낄 수가 있다. 이제 조선의 영화는 과히 이월화로부터 시작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런 과분한 영광의 칭송을 들은 그녀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무너질 듯 아파 올까? 그 죄의식은 언제까지 나를 옥죄일 것인가? 사람들이 쑤근되기 시작한 것은 며칠 전부터이다. 노골적으로 조소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촬영기사 오오따는 마치 월화의 하룻밤 정사를 전쟁에서 얻어 온 대단한 전리품처럼 영화 동료들과 극단단원들에게 자랑하기 시작했다. 소문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입과 입을 타고 전해 졌다. 그 끔찍한 소문은 한 여배우의 입을 통해 월화한테까지 전달되었다. 촬영기사 오오따는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난 그녀와 잤다.”

 

 그래.. 여기 까지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녀가 먼저 나를 유혹하더군.”

 

 그래 그곳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타고난 색녀야... 밤새 잠을 안 재우더군.”

 

 과연..정말 그랬나? 월화는 단지 그 어떤 남자와의 동침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술에 취해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도대체 저자가 저러는 저의가 무엇이가? 그 소문은 누구에게까지 전해 진걸까? 세상에는 저런 치사한 인간이란 꼭 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백남 선생님도 이 추문을 들으신 걸까? 또한 종화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종화가 오오따를 폭행한 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은 별일도 아닌 일로 시작 됐다. 오오따가 종화보고 담배를 사다 달라고 했다. 평소에도

 

 “아니끼!(형님) 아니끼!”

 

 하며 오오따를 따랐던 종화는 곧잘 담배 심부름 등 잔 심부름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담배를 사달라는 오오따의 부탁에

 

 “넌 발이 없느냐고?”

 

 그것도 반말로 대 들었다. 오오따는 처음엔 의아한 표정으로

 

 “너 무슨 일 있냐?”

 

 그 말에 버럭 종화는 욕을 해댄다.

 

 “그래 이 섬나라 놈아..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쩔 거야?”

 

 종화가 눈을 부릅뜨고 대들자 오오따도 왜놈 다 운 성격이 나오며

 

 “어? 이 어린놈이 오야지(선생님 혹은 선배)한테 대드네.”

 

  군밤을 한대 지르자 그 군밤을 맞은 종화는 방방 뜨며

 

 “이런 좆도 니기미..야! 니 어미와 붙어먹을 섬나라 쪽발이 새끼야! 옹야 옹야 해줬더니 좆이나 까라...”

 

 저런 순진한 청년의 얼굴에서 저런 쌍스런 욕이 나오다니 종화는 마구 오오따를 향해 욕을 해대며 악을 쓰며 대든다. 이래서 치고 박고 대판 싸움이 난 것이다. 사람들이 달려와 말렸으나 종화는 더욱 미친 황소처럼 날 뛰며

 

 “야! 이 쪽발이 놈아! 당장 섬나라로 돌아가 당장!!”

 

 마치 철전지 원수처럼 삿대질을 해댄다. 순간, 오오따는 눈치가 빠르게 돌아갔다. 저..착하고 순진한 종화가 이러는 이유를 그는 금방 알아챘다. 일본인 촬영기사가 그들과 같은 민족의 조선여자를 그것도 그들이 끔찍하게 여기는 주연여배우를 건드렸다. 당연히 증오의 대상이다. 잘못하다간 칼침을 맞을 지도 모른다. 다음날로 오오따는 일본으로 돌아가 버렸다. 허긴 촬영을 다 끝내고 시사회까지 마쳤으니 더 이상 조선에 머물 이유도 없다.

 

 오오따가 일본으로 돌아가자 이 추문은 차츰 사람들의 입 밖에서 시들해 졌다. 그러나 추문은 또 다른 추문을 낳는다. 여형배우 이응수와의 관계가 그것이다. 결코 월화에게 있어 이응수와의 관계는 결백하다. 그와는 함께 탕수육을 먹었을 뿐 육체관계는 없었다. 단지 월화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허벅지를 더듬었을 뿐이다. 아니, 간혹.. 그 허벅지를 지나 좀 더 깊숙한 곳으로 손을 넣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탁자모서리에 손을 움켜잡고 그녀는 열락의 고통을 참고 있었다. 그러나 입가에 세어 나오는 참을 수 없는 신음소리가 복도 밖으로 새어 나왔고 마침 이곳 중국 요릿집에 들렸던 한 단원에 의해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으로 전래되던 것이 이제 소문의 새판 짜기로 다시 각색되어 들려오는 것이다.

 

 어디 이응수 뿐이랴? 함께 활동사진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권일청을 비롯하여 조 씨가 대동하고 온 방직공장 사장은 물론, 하다못해 전혀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거론되고 아무 죄도 없는 종화까지 공연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되었다. 그 무성한 소문과 따가운 시선은 늘 월화의 목덜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종화는 언제나 다정함을 보여 온다.

 

 “어디 아파?”

 

 월화는 죄의식에 고개를 떨어뜨리며 겨우 대답한다.

 

 “아 아니...”

 “그동안 활동사진을 박느라 과로해서 그래 며칠 쉬고 나면 괜찮겠지?”

 

 늘 변함이 없는 종화이다. 그러나 이미 종화는 월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조선극장에서 <영겁의 처>가 공연되던 어느 날, 분장실의 정숙에게로 백송이의 장미 바구니가 전해지고 조 씨가 낮 모르는 신사를 동행하여 무대 앞좌석을 차지한 그날이다.

 

 그 공연 무대에 정숙은 왠지 불안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날따라 대사도 더듬고 무대 위에 동선도 갈팡질팡 상대역 배우가 이 위기를 잘 대처했기에 망정이지...더욱이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마치자 월화는 서둘러 분장을 지우고 대충 옷을 갈아입은 월화는 종화에게 귓속말로

 

 “나 피곤해서 먼저 갈게”

 

 작게 말 하고는 극장 뒷문 어두운 복도로 사라져 갔다. 순간, 종화는 불길한 예감에 월화의 뒤를 쫓아 극장 후문으로 달려 나갔다. 막 월화를 태운 일력거가 어두운 골목길을 꺾어 사라지고 있다. 종화는 구두를 벗어 들고 그 일력거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 했다. 보통 학교 시절부터 축구선수로 활동해 오던 종화이다 그러니 뜀박질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인력거는 탑골 공원 왼쪽 담장 건너편 길을 끼고 우미관 앞을 지나 청계천 장통교을 건너 남촌 쪽으로 달려간다. 종화는 숨이 차 왔지만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경성 끝까지 조선 끝까지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 질주가 정당하고 합당한 것인가? 누구를 미행하고 뒤를 쫓는다는 건 분명 나쁜 일 일 텐데 라는 후회의 자책도 들었지만 알지 못할 묘한 호기심과 의구심이 종화를 유혹하며 더욱 달려갔다.

 

 인력거가 도착 한 것은 소공동 옛 환구단 자리에 지은 조선호텔 정문 앞이다. 인력거가 그 정문에 멎자 정숙이가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종화는 헉헉 숨을 몰아쉬며 전구불로 휘황하게 보석 상자처럼 빛나는 르네상스 풍의 4층 건물의 호텔 전경을 올려다본다. 그녀는 분명 저 불빛이 세어 나오는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가겠지. 그 호텔 방안엔 극장을 찾아 왔던 희어 멀건 한 신사 놈이 정욕에 가득 찬 눈으로 정숙을 반길 것이다. 그건 상상도 하기조차 싫은 고통이다. 종화는 그 고통을 인내하며 새벽이 다 될 때가 까지 건너편 길모퉁이에 숨어 호텔 정문을 바라보았다.

 

 “앗! 그녀가 나온다”

 

 종화는 전신주 뒤에 몸을 숨기고 호텔을 나서는 정숙을 훔쳐본다. 정숙은 호텔의 정문을 나와 인적이 끊긴 여명의 새벽거리를 걷는다. 회색의 포도를 걷는 그녀의 발걸음은 의외로 가볍고 경쾌하다. 마치 콧노래라도 부르듯 안개 낀 새벽의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종화는 생각한다. 만약 호텔을 나서는 정숙이가 혐오와 죄책감으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호텔을 나셨다며 종화는 달려가 그런 정숙을 잡아채어 따귀라도 한대 올려치며...

 

 “이런 더러운 계집애!”

 

 큰소리로 호통의 소리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정숙은 발걸음도 가볍게 똑 똑 상쾌한 구두소리를 내며 집으로 향하고 있다. 종화는 그녀가 저리 기분이 좋다면 됐다고 생각한다. 한편, 조금은 슬프고 허전하며 가슴의 한곳이 텅 빈 듯 멍하다.

 

 “인생이 뭐지? 예술은 뭐고 연극은 또 뭐지?”

 

 정확한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은 아직 인생도 예술도 연극도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는 21세의 청년이다. 종화는 자신을 포위하듯 둘러싸는 새벽안개처럼 밀려오는 졸음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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