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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21. 폭죽
작성일 : 18-12-30 22:13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7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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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장소인 대장간 앞 길목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고양이의 모습을 한 샤머니였다. 그는 반듯하게 잘린 나무 밑둥에 앉아있었다.

 

  “고양이로 돌아간 거야?”

 

  샤머니는 말없이 꼬리를 한번 흔들더니 시로아의 품에 뛰어들었다. 시로아는 이미 알기라도 한 듯 전혀 놀라지 않고 샤머니를 받아냈다.

 

  “사람이 많고 걷기도 불편해서 고양이로 변신해서 먼저 왔대. 그래스트 아저씨랑 마리 언니도 오고 있대.”

  “머릿속으로 말한 거야?”

  “응.”

  “편리하네.......”

 

  시간이 갈수록 거리에 사람이 많아졌다. 대부분 광장을 향하고 있었다.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빨리 가서 자리 잡아야 할 건데. 우리 먼저 가 있을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오고 있다고 하니까.”

  “아. 저기 온다.”

 

  시로아가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뛰어오는 그래스트 형과 마리가 보였다. 도착한 형은 넉살 좋게 웃었다.

 

  “미안. 좀 늦었다.”

  “왜 이리 늦었어요?”

  “슬슬 가자고 하는데 마리 이 녀석이 내기 체스 둔다고 안 오는 걸 어떻게 하냐. 나도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내기체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마리가 손에 쥔 와인병을 흔들어 보였다.

 

  “노인네가 생각보다 잘하는 걸 어째요. 그래도 이겨서 땄으니까 늦은 건 좀 봐 달라 구요? 나중에 한 잔 줄 태니까.”

  “그런 건 나중에 마시고 일단 빨리 가자. 더 늦으면 진짜. 광장 구석에도 못 들어갈 것 같아.”

 

  서둘러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은 초입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마을의 모든 주민과 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하긴 폭죽이라는 흔치 않은 볼거리가 펼쳐진다는데 누가 안 나올까. 축제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지금만큼은 집 밖으로 나왔으리라. 도저히 광장 안쪽까지 들어갈 엄두가 안 났다.

 

  “......이 안에 들어가는 건 아무리 봐도 무리인데 그냥 여기서 볼래?”

 

  제안해봤지만 시로아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는 제대로 못 봐. 폭죽은 저쪽에서 터진다고.”

 

  시로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엔 커타란 3층짜리 건물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확실히 이건 안 되겠다.

 

  “그럼 이걸 뚫어야 한다는 말인데.......”

 

  득실대는 인파는 징그럽다는 인상마저 주었다. 이걸 진짜 뚫고 들어가야 되는 건가....... 나도 모르게 질색하는 표정이 지어졌다.

  그때 베니가 말했다.

 

  “......꼭 광장에서 볼 필요는 없지 않아? 물론 제일 잘 보이긴 하겠지만, 상황이 이러니까.”

 

  맞는 말이다. 폭죽은 하늘을 덮을 만큼 크게 터진다. 너무 멀어지는 건 안 되겠지만 근처에 시야가 탁 트인 곳이라면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큰 문제는 없으리라.

  시로아는 찝찝한 눈초리로 되물었다.

 

  “그래도 되는 거야? 정말?”

  “글쎄....... 나도 폭죽을 보는 건 처음이니까 잘 모르겠네.”

  “어? 너희 둘 폭죽 쏘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어?”

 

  마리가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빈정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어휴. 촌뜨기들.”

 

  그 말에 베니는 언짢은 표정을 지었고 시로아는 삐진 듯 볼을 부풀렸다.

 

  “으으...... 분한데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어......!”

  “얘들아. 실랑이는 나중에 하고 어떡할 건지 정해야 한다? 좀 있으면 시작할 거라고.”

 

  그래스트 형의 말이 맞았다. 이렇게 시간을 축내다간 건물 뒤로 비치는 불꽃만 보게 될 것이다.

  광장 근처이면서도 사람이 많지 않고 하늘로의 시야가 탁 트인 곳. 그런 곳이 있을까? 지금 이 마을에서 사람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텐데.

  그냥 이 인파를 뚫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체념할 때쯤,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베니가 입을 열었다.

 

  “시로아. 거기 아직도 들어갈 수 있을까?”

  “어디 말하는 거야?”

  “거기 있잖아. 그...... 우리가 자주 놀러 가던 곳.”

 

  베니의 모호한 말에 나도 시로아도 고개를 갸웃했다. 어딜 말하는 거지? 머릿속을 해집어 보던 중 시로아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박수를 짝 쳤다.

 

  “맞네! 거기라면 광장보다 더 잘 보이겠구나! 왜 생각을 못 했지? 거기 지금도 들어갈 수 있어! 예전에 지나가다 봤을 때 그대로였어.”

  “어디 말하는 거야? 둘이서만 말하지 말고 알려줘.”

  “오빠 기억 안 나? 폐풍차 말이야. 폐풍차.”

  “......아.”

 

  기억났다. 나와 시로아와 베니가 자주 놀았던 마을 언덕의 위의 폐풍차. 그 풍차의 2층에 있는 발코니는 원통형 건물을 빙 둘러있는 형태라 광장 방향도 볼 수 있다. 거리도 멀지 않고 사람도 많이 없으리라.

 

  “거기면 되겠네.”

  “그치?”

  “응.”

  “너희들. 너희만 알지 말고 우리도 알려줘. 폐풍차? 언덕 위에 있는 그거 말하는 거냐?”

 

  그래스트 형의 질문에 시로아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아저씨 그냥 암말 말고 따라와요. 광장 따위랑은 비교도 안 되는 명당이니까! 빨리 가요!”

 

  시로아가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래스트 형은 얼떨떨한 표정을 내게 물었다.

 

  “......저거 따라가도 되냐?”

  “아마도요?”

 

 

  * * *

 

  광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언덕. 폐풍차 외엔 아무것도 없는 언덕이라 사람은 없었다. 광장 쪽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만이 먹먹하게 울렸다.

 

  “이런 데에 뭐가 있다는 건데?”

 

  아리스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앞장서 걷는 시로아는 위축됨 하나 없이 대답했다.

 

  “아 글쎄 그냥 와보라니까요.”

 

  언덕에 다 오르니 커다란 풍차 하나가 보였다. 주변은 잡초가 가득해 오랫동안 방치한 티가 났다. 출입문도 나무판자가 덧대어져 막혀있었다. 그래스트 형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닫혀있는데?”

  “거기 아니에요. 다들 뒤쪽으로 가요.”

 

  출입문 반대편으로 가니 벽에 세워진 판자와 그 판자가 쓰러지지 않게 지탱하고 있는 오크통 하나가 있었다. 시로아가 오크통을 옆으로 밀어내고 판자를 들어내자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벽이 허물어져 생긴 것으로 크기는 한 사람이 업드려 통과할 수 있을 정도. 마리가 “오호.” 하고 씩 웃자 시로아가 의기양양하게 웃음을 지었다.

 

  “저희가 어릴 적에 놀다가 발견한 거 에요.”

  “뭘 하고 놀면 이런 걸 발견하는 거냐?”

 

  그래스트 형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 말에 동감했다. 꼬맹이들이 뭔 짓을 하고 놀면 이런 걸 발견했을까. 어릴 적 나의 체력과 모험심에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일단 들어가요.”

 

  우리는 한 명씩 기어 들어갔다. 안은 눅눅하고 어두웠다. 2층에서 계단을 통해 흘러들어 오는 희미한 빛 덕분에 앞뒤 분간 정도는 됐지만 발밑은 깜깜해서 걷기 힘들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이 자꾸 발에 걸렸다. 이런, 이건 생각을 못 했네.

 

  “너무 어둡군.”

 

  샤머니의 말소리가 들린 직후, 갑자기 ‘팟‘ 하고 생겨난 주황빛이 방안을 밝혔다. 빛의 출처를 따라가 보니 동그란 두상 위에 주먹만 한 불꽃덩어리를 띄운 샤머니가 있었다. 그 모습은 기묘하면서도 귀엽고 웃겨서 피식 웃음이 세어 나왔다. 모두가 같은 생각인지 베니도, 시로아도, 그래스트 형도 웃음을 흘렸다. 마리는 대놓고 깔깔댔다.

 

  “고양이 씨 걸어 다니는 횃불이네. 완전 귀여워.”

  “칭찬은 고맙지만 일단 어서 올라가지.”

 

  샤머니의 불빛에 의지해 회오리 모양의 계단을 올랐다. 천장에 뚫린 네모난 구멍으로 얼굴을 들이미니 어둡고 쾌쾌한 1층과는 달리 쾌적한 2층이 펼쳐져 있었다. 뚫려있는 발코니와 거기로 들어오는 월광덕분에 공기가 시원 하고 밝았다. 촌장에게 걸린 이후로 얼씬도 하지 않아 그대로 잊혔지만 어릴 적, 한동안 우리의 놀이터였던 공간이다. 그나저나 몇 년이 지만 지금까지도 벽 수리를 안 하다니, 촌장님 너무 일 안 하는 거 아니야?

 

  “진짜 오랜만이네~.”

 

  시로아는 신난 표정으로 발코니로 나갔다. 뒤따라 나가니 광장을 향해 탁 트인 시야가 반겨주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 보이는 광장은 사람과 소리, 불빛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래스트 형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난간에 팔을 기댔다.

 

  “여기면 잘 보이겠네. 쏘아지는 곳 바로 아래서 보는 것보단 못하겠지만.”

  “저기 끼면 감상이고 뭐고 끼여 죽을 걸요. 차라리 여기가 특등석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마실 거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폭죽을 보며 마시는 술 또 기가 막힌대.”

  “그래스트. 난 잊은 거야?”

 

  마리의 말에 마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리는 단검에 달린 코르크 따개로 내기 체스로 얻은 와인의 코르크에 돌려 넣고 있었다. ‘뽕’하는 청명한 소리에 맞춰 형이 여느 때보다 호쾌하게 웃었다.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린 보람이 있네.”

  “그치? 내가 이럴 거 다 예상하고 그런 거야. 내가 거기서 놓고 나왔으면 재미없게 불꽃만 봤을 거라고?”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구만!”

 

  둘은 발코니 바닥에 앉아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어휴, 술 중독자들. 와인을 병째로 먹는 건 또 처음 본다.

  난간에 팔을 기대고 광장 쪽을 응시했다. 곱게 불어오는 밤바람이 볼을 간질였다. 난간에 폴짝 뛰어올라 내 팔꿈치 옆에 앉은 샤머니가 물었다.

 

  “폭죽은 언제 시작하는 거지?”

  “곧? 광장 쪽도 점점 더 소란스러워 지는 것 같고.”

  “굼뜨군.”

 

  샤머니는 꼬리를 살랑였다. 고양이라 정확힌 모르겠지만 광장 쪽을 똑바로 보고 있는 눈엔 기대감이 서려있었다.

  난 광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샤머니에게만 들릴 만큼 나지막히 말했다.

 

  “샤머니.”

  “왜 그러지?”

  “너 옛날에 우리랑 놀았다며?”

  “......시로아가 말했나 보군. 그래 맞다.”

  “왜 숨긴 거야?”

  “말하면 베니의 과거가 언급되잖나. 그리고 시로아가 원하지 않았다. 애초에 너희의 기억을 지운 건 나다. 잊히길 원했던 이가 잊은 이에게 ‘나 예전에 너랑 만났었다.’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거참 생각 싶으시네.”

  “나이와 사고의 깊음은 보통은 비례하는 법이다.”

  “저기 술잔치 벌이는 두 명 보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너희 5명 전부다 애송이다.”

  “수 천살에겐 당연히 그러시겠지.”

 

  대화가 잠시 끊겼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다시 봤을 때 무슨 느낌이었어?”

  “처음엔 몰라봤다. 시로아의 기억을 본 순간 알았지. 그때 그 시끄러운 녀석들인가. ......많이 컸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하네. 같이 놀았다며 얼굴도 까먹고.”

  “애초에 너희는 불청객이었다. 자고 있는 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웬 핏덩이 3명이 있질 않나. 실체화해서 나가라고 말해도 같이 놀자고 하질 않나.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군.”

 

  샤머니가 말하는 과거 우리 셋의 당돌한 모습에 헛웃음이 났다.

 

  “우리 엄청 용감했네. 기억은 안 나지만.”

  “시로아는 코흘리개였고 베니는 지금과 달리 참 당돌했지.”

  “나는?”

  “애답지 않게 감정 폭이 크지 않고 매사에 무던했다. 기분 나쁜 꼬맹이였지.”

  “......야.”

  “사실이다.”

 

  대화가 또다시 끊겼다.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마리와 그래스트형은 술에 대한 평가를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고 베니와 시로아는 조금 떨어진 난간에 나란히 기대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이 기회인 듯하다.

 

  “샤머니. 세 가지만 물어봐도 되냐?”

  “네 표정을 보니 대답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군. 해봐라.”

  “베니의 기억은 정말 못 살리는 거야?”

  “무리다.”

 

  샤머니는 단언했다.

 

  “베니에게 걸린 마법은 봉인이다. 기억이 사라진 게 아니야. 기억하지 못하게 막아둔 것일 뿐. 그에 반해 내가 기억을 다루는 방식은 기억을 파괴시키고 그 기억이 있던 빈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다. 근본부터 형태까지 완전히 달라. 함부로 만졌다간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본인에게 직접 들으니 혹시나 하고 남아있던 희망마저 사라졌다.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럼 하나 더. 예전에 우리를 봤을 때도 시로아에게 붙어 나올 수 있었던 거 아니야? 왜 그때는 안 나오고 지금에서야 나온 거야?”

  “넌 바본가? 그건 비석 조각 때문이다. 비석의 마지막 조각이 끼워지지 않는 한 나는 그 제단에서 뭔 짓을 해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 비석 조각을 가져온 이들의 너희라는 걸 알았을 땐 좀 놀랐지. 운명이구나 싶었다.”

  “......그러면 마지막.”

 

  난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고 샤머니를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

 

  “......너. 지금도 우리 기억을 만질 수 있어?”

 

  샤머니가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와 샤머니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가 물었다.

 

  “무섭나?”

  “......당연하지.”

 

  누군가 내 기억을 조작한다. 게다가 난 그 사실을 알 수도 없다.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소름이 끼쳤다. 이제는 익숙해진 샤머니란 존재가 다시금 정체불명 경계의 대상으로 느껴졌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세로로 그어진 눈동자가 서슬 퍼렇게 느껴졌다.

  샤머니가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돌렸다.

 

  “할 마음도 없고 할 수도 없다. ...라고 하면 믿겠나?”

 

  대답하지 않았다. 샤머니가 다시 말했다.

 

  “내가 너희의 기억을 지울 수 있었던 건 제단 안이었기 때문이다. 시로아의 몸과 마나에 빌붙어 존재하는 게 고작인 지금으로선 그런 짓은 무리야. 애초에 가능하다고 해도 시로아가 눈치챌 거고 가만히 둘 리가 없겠지.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난 아무 짓도 안한다. 그저 이 시대를 조용히 살다 길게 끌어온 삶을 마감할 것이다.”

 

  그의 말과 표정은 담담했다. 거짓말 같진 않았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난 이 정체불명의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정체불명의 위협적 존재? 일상 속으로 들어온 신비한 존재? 정하지 못한 마음이 메트로놈처럼 두 선택지를 맴돌았다. 답이 안 나오는 물음에 한숨을 쉬고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저기 보이는 광장의 밝은 빛이 복잡한 내 마음과 달리 밝았다.

 

  “오빠. 샤머니 아저씨랑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시로아가 난간에 팔을 기대며 내옆에 섰다. 베니도 시로아의 옆에 섰다.

 

  “별 얘기 안했어.”

  “마렌이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군.”

  “......야.”

 

  얼버무리려 하는 걸 그대로 말해버린 샤머니를 쏘아봤다. 그는 내 시선을 무시했다. 시로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 그럴 만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런 생각 말고 즐기자! 우리의 역사적인 첫 폭죽관람이니까!”

  “난 수도에서 많이 봤는데?”

  “그런 사소한 건 됐어!”

 

  그때였다. 광장 쪽에서 ‘펑‘하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동그랗게 빛나는 덩어리들이 빠른 속도로 솟구쳤다.

 

  “시작했다.”

 

  이윽고 산발적인 파열음과 동시에 터진 형형색색의 불꽃이 까만 밤하늘로 화려히 퍼졌다.

  이것은 시작 신호였다고 선언하듯 빛의 덩어리들이 또다시 하늘로 솟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폭죽은 더 많이, 빨리 쏘아졌고 화려함을 더해갔다.

 

  “......예쁘다.”

 

  베니가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시로아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우와....... 와...” 같은 감탄사만 이따금 내뱉었고 샤머니는 아무 말도 없이 하늘만 봤다. 바닥에 앉아 시끄럽게 술을 마시던 그래스트 형과 마리도 술병을 내려놓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봤다.

  그렇게 우리는 폭죽이 끝날 때까지 말없이 아름다운 밤하늘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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