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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이돌x아이
작가 : LEEEUL
작품등록일 : 2018.12.30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 배우 원태인의 죽음! 그것도 연극 공연 중에 벌어진 공개적 죽음이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고인가, 사건인가?
연예계와 매스컴은 태인의 죽음을 앞 다투어 재구성 하려한다. 삼류 연예지 ‘진실과 상상’의 기자 주채성도 그 중 하나. 채성은 태인의 평전을 써서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고자 한다. 그러나 태인의 죽음을 파헤쳐나가면서 자신도 연관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진실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아이돌x아이_파티의 끝 3
작성일 : 18-12-30 18:56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7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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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채성은 기계처럼 새로고침을 반복하며 원트인 게시판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증오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 했던가. 사실 사진을 업로드하면서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했었다. 욕이라면 이미 장수할 만큼 얻어먹은 터라 조금 더 듣는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었지만,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망자가 능욕당한 모습을, 그 망자를 가장 사랑한다는 사람들에게 들이댄 꼴이니.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큰 아픔에 분노할 힘마저 잃어버린 것일까? 게시물이 삭제되지도 강제 탈퇴를 당하지도 않았다. 이런 무반응은 채성에게 더욱 조바심을 일게 했고, 이쯤에서 포기하라는 충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썩은 동아줄 같은 기대를 그만 놓아버리자고 결심 한 순간, 마침내 반응이 왔다. 팬클럽 회장인 운영자가 직접 카페 내 채팅을 신청해 왔던 것이다.

 

 

 

  운영자 : 당신... 뭐하는 사람이죠? 이 사진을 지금 올린 이유가 뭐예요?

 

 

 

  ‘신중해야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채성은 자신이 가진 패를 정직하게 꺼내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추격자 : 전 태인 씨의 전기를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이 사진을 제게 보냈어요. 이 사진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운영자 : 그 사진은 어느 삼류 인터넷 잡지사의 기사에 실렸던 거예요. 기사는 인터넷을 뒤져보면 알거고 사실 확인은 그 기자를 통하면 될 거예요.

 

 

  추격자 : 이미 다 확인 했습니다. 별다른 정보가 없었어요.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지어대더군요. 특히 사진 속 소녀에 대해서 말이죠.

 

 

  잠시 동안 이어지는 채팅창의 침묵. 채성은 자신이 실수한 게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

 

 

  운영자 : 왜... 그 소녀에 대해 궁금해 하죠? 전기에 그런 내용도 필요한가요?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한데. 좋아, 그렇게 나온다면.’

 

 

  채성은 힘을 주어 키보드를 두드렸다.

 

 

  추격자 : 태인 씨의 죽음에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걸 모르겠습니까?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지 않아요? 뭔가 감춰져 있어요. 그리고 어쩌면 이 소녀가 그 비밀을 풀 열쇠가 될 수도 있어요. 여러분이 진심으로 태인 씨를 사랑했다면 진실을 밝혀내야 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엔 태인 씨도 그걸 원할 것 같은데요.

 

 

 

  그들의 약점을 노리고 던진 수이긴 했지만, 채성은 그 안에 자신의 진심이 어느 정도는 담겨있다고 느꼈다. 운영자는 방금 전보다 더 긴 침묵을 유지했다. 하지만 실마리가 잡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영자 : 알겠어요.... 운영진들과 회의 결과 당신에게 일시적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결정했어요. 새로고침 하고 카페 최하단 게시판으로 들어가 보세요.

 

 

 

  채성은 카페 게시판 목록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때 원래는 보이지 않았던 게시판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팬텀 오브 더 팬덤phantom of the fandom.

 

 

  ‘팬덤의 유령?’

 

 

 

  운영자 : 그 게시판의 자료들은 저를 비롯한 극소수의 회원들만 접근할 수 있어요. 보시면 알겠지만 사생팬들이 찍은 태인이의 비밀스러운 사진들이죠. 부끄럽지만 저흰 몇 몇 사생팬들로부터 태인이의 사진을 받았어요. 사생팬은 팬클럽에 받아들이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태인이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죠.

 

 

 

  과연 숨겨둘만한 사진들이었다. 서류 같은 것을 읽고 놀라는 모습, 분노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는 모습, 얼굴을 찡그리며 잠이 든 모습, 심지어는 반 전라로 샤워하는 사진까지도 있었다. 연예기자나 파파라치도 찍지 못할 사진들이 수두룩했다.

  과연 생과 사를 같이 한다는, 스타의 사생활을 가족보다 깊게 파고든다는 사생팬들다운 사진들이었다. 취미나 돈벌이가 아닌 오로지 피사체에 대한 절대적인 집착으로 찍어낸 사진.

 

 

  팬카페의 회원들은 그 사진들을 비밀스럽게 공유하고 덧글을 통해 은밀한 망상과 맹목적인 소유욕을 드러냈다. 그렇게 그들은 원태인을 나누어가졌다.

 

 

 

  운영자 : 저희는 아직도 태인이가 자살했다고 믿지 않아요.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태인이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거라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그 사진들을 찍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흰 이 사진을 공유했고 어찌 보면 그 행위가 범죄에 가담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뜻 나설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태인이를 더 욕보이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당신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어요. 그러니까 부디 진실을 밝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진들 속에서도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찍을 수 없을 법한, 너무도 일상적인 사진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리고 채성은 그런 사진을 올린 이가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이디 ‘눈 속의 사람’이라는 회원이었다.

 

 

 

  추격자 : 이 ‘눈 속의 사람’이라는 회원은 누구죠?

 

 

  운영자는 채팅을 캡쳐한 화면을 띄웠다.

 

 

 

  눈속의사람 : 궁금하지 않아? 너희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원태인의 실제 모습이?

 

 

  운영자 : 어, 어떻게 이런 사진을?

 

 

  눈속의사람 : 날 내칠 생각 하지마. 그럼 너희들이 원하는 걸 더 많이 줄 테니까.

 

 

  그리고 운영자는 채팅을 남겼다.

 

 

  운영자 : 맞아요.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 찾는 사진 속 주인공이에요.

 

 

 

 

  악마 그 자체인 원태인. 제발 읽어주세요.

  원태인…… 그 비슷한 이름만 들어도 온 몸에 소름이 돋아요. 그 악마 같은 놈이 티비에 나와서 연기를 하고, 광고를 찍고 웃고 즐기는 걸 보면 몸서리가 쳐져요. 그 놈 때문에 내 동생은 아직도 몇 년 째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데, 엉망이 된 정신을 붙들려 속이 녹아내리는 약을 먹고 있는데……

  근데 그 가해자인 악마 같은 놈은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잖아요. 이건 너무 억울해요, 불공평해요. 그런데도 저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저 매일 밤 저주하는 것밖엔. 그 놈을 제발 벌해달라고, 철저히 파멸할 때까지 괴롭혀 달라고 비는 수밖에 없다고요. 우리 가족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산산조각 낸 그 악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반드시 복수할 거예요. 이번 생에 안 된다면 죽어서라도……

 

 

 

  실제 피해자들의 제보 속출, 악질 원태인의 실체를 밝힌다!

 

 

  톱배우 원태인 소년원 출신으로 밝혀져!!

 

  폭력 서클, 폭주족, 고교중퇴에 소년원까지. 끝없이 밝혀지는 원태인의 악행!!!

 

 

  liqu***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니니까 함부로 말하지 맙시다.

  gag*** 와, 이렇게 명백한데도 쉴드 치는 거 보니 역시 원폐인들ㅉㅉ.

  sea*** 한 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냐? 이제 와서 끄집어내는 이유가 뭔데?

  jin1*** 광신도들이 따로 없구만ㅋㅋ 원태인은 깜빵으로 원폐인들은 병원으로!!!

  lee*** 맞은 녀석들도 맞을 짓을 했겠지, 우리 태인이가 괜히 때렸을까?

  killi*** 3년간 빵셔틀, 왕따로 지낸 입장에서 원태인 같은 놈은 사형시켜야 한다고 본다.

  she*** 이 새끼야, 말이 너무 심하잖아! 너나 죽어라!

 

 

  각종 커뮤니티와 인터넷 뉴스에 내가 아닌 나에 대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나를 막으면 또 다른 하나가, 큰 걸 막으면 더 큰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

 

 

  “그 새끼들 입 좀 틀어막으라고! 돈이든 뭐든 갖다 처발라! 왜, 그런 거 잘 하잖아?”

 

 

  “왜…… 말 안했어?”

 

 

  “형은 이 상황에서 그딴 말이 나와? 말 했으면, 그래도 나한테 기횔 줬을까?”

 

 

  “어떻게 할 거야, 이 자식들아! 광고계약 해지에, 그나마 있던 섭외건도 다 날아가고, 회사 얼굴에 똥칠을 해도 분수가 있지. 아이고, 내가 뭘 믿고 이런 자식들을.”

 

 

  “관 둬, 다 관두라고! 내가 나가주면 될 거 아냐? 여기 아님 장사할 때 없는 줄 알아?”

 

  “근데 이 새끼가, 뭘 잘했다고!”

 

  “이런 것도 제대로 못 막아주는 게 무슨 소속사라고.”

 

 

  “다들 진정하세요.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언제나 냉철한 쪽머리 여자. 그래, 어서 해답을 줘봐. 빨리 어떻게든 해봐.

 

  “일단은 다 인정하세요. 그리고 사죄하시고요.”

 

 

 

  “그걸 지금 해결책이라고? 미친…… 다 때려 쳐!”

 

 

 

  “아님 지금 다른 묘책이라도 있나요? 핵심은 사죄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방법에 있어요.”

 

 

 

 

  태인 씨는 단정한 차림의 옷을 입고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섭니다. 굳게 다문 입술, 무거운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역력해 보입니다. 오늘은 태인 씨가 옛 친구와 그의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러 가는 날. 태인 씨는 그동안 고통을 겪었을 친구와 가족들에게 깊은 사죄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부디 태인 씨의 진심이 가족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내레이터의 차분한 음성으로 장면은 시작돼. 그녀의 목소리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길.

 

 

 

  “태인 씨, 진심을 보여주세요. 진정성을 보이면 시청자들도 대중들도 마음을 열겁니다.”

 

 

 

  모든 걸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대신 그걸 스타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방송에 내보내자는 것이 쪽머리 여자의 해결책이었다.

 

 

  “이제와 변명이나 부정을 해봤자 오히려 역효과일 뿐이에요. 과거라는 건 결코 변하지 않으니까. 그렇담 눈앞의 현재를 바꿔버리는 거죠.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여기는 태인 씨 친구의 집. 태인 씨는 현관 앞에서 잠시 망설입니다. 그렇게 굳게 마음먹고 또 다짐했건만 용서를 구하는 일이란 말처럼 쉽지 않은가 봅니다. 하지만 다시 용기를 내보는 태인 씨. 마침내 친구의 가족들과 대면하는 순간, 그때 갑작스런 가족들의 반응은 제작진과 태인 씨를 당황하게 합니다.

 

 

 

  “카메라 꺼! 이게 뭐 구경할 일이라고 찍고 앉았어!”

 

 

 

  가족들이 달려들어 내 멱살을 잡고 흔든다. 손이 닿는 대로 아무데나 때린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작진들이 가족들과 긴 대화를 나누고 겨우 설득한 뒤에야 다시금 촬영이 시작되었다. 나는 내가 고통을 준 녀석의 방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녀석은 결코 나오지 못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겨우 삼키고 말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너에게 준 고통과 상처들…… 어떤 말로도 낫게 할 수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하지만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마. 네 잘못이 아니었어, 전부 내 탓이었어. 나 같은, 나 같은 놈 때문에 네 인생을 망쳐서 안 돼…… 그, 그러니까…….”

 

 

 

  목이 메어왔다. 말을 제대로 이을 수가 없었다. 나는 눈물을 훔치며 가족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가족 여러분께도 죄송합니다…… 그땐 제, 제가 너무 철이 없었고, 무슨 짓을 하는 지도 몰랐습니다…… 어떤 벌이든 받겠습니다, 가족 분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덜어진다면요.”

 

 

 

  “도대체 왜, 왜 그랬어…….”

 

 

 

  결국 태인 씨 친구의 집은 눈물바다가 되고 맙니다. 태인 씨도 친구와 가족들도 가슴 속의 상처를 아물게 하려면 많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태인 씨 기분이 어땠나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감히 용서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죄송스러운 일이었죠. 이 죄는 평생지고 가야 할 거예요. 다만 친구와 가족 분들의 상처가 나을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드리고 싶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태인 씨의 표정은 더할 수 없이 숙연합니다. 끝내 친구를 못 보고 온 것도 마음에 걸리나 봅니다. 용서를 구하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다는 태인 씨. 하지만 용서를 구하는 이에게 용서를 해주는 것이 비로소 우리를 진정한 인간으로 회복시켜주는 첫 걸음은 아닐까요. 사는 동안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우리들이 언젠가는 서로를 진정으로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바라며.

 

 -따스하고 감미로운 음악으로 엔딩.

 

 

 

  ……다 끝났지? 휴우,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다 아프네. 그래, 나 쓰레기만도 못하게 살았어. 인정해, 인정한다고. 내가 잘못했어, 진짜로. 근데 어쩌라고? 평생 후회 속에서 벌벌 떨며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숨만 쉬며 살라고? 나보다 훨씬 더 악랄하고 악독한 새끼들도 많고, 계속 그렇게 살아가는 새끼들도 있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날 끌어 내리시겠다? 다시 허우적대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리시겠다? 절대, 절대 그렇겐 안 되지! 똑똑히 봤지? 난 분명히 사죄했어, 이제 완전 무죄야. 난 다시 태어난 거야. 그러니까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지.

 

 

 

 

  “이러는 건 너답지 않아.”

 

 

  흔해빠진 진부한 대사. 이런 진부함이 나를 미치게 만들어. 하지만 어쩌겠어? 내게 주어진 대사니 내뱉어야지.

 

 

  “나다운 거? 나다운 게 뭔데?”

 

 

 

  “내가 뭐 잘못했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네 잘못이 아냐, 갑자기가 아냐. 내 새로운 삶에 네가 거치적거리게 된 것 뿐이야.

 

 

  여배우는 돌아서서 힘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차희는 돌아서지 않는다. 이상하다? 지금이 돌아설 타이밍인데?

 

 

 

  “인아, 태인아…… 나 좀 봐, 나 차희야. 우리 이러면 안 되잖아…… 우리가 어떻게, 어떻게 헤어져?”

 

 

 

  이 장면은 너무 롱 테이크 아닌가? 너무 지루한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내, 내가 너한테 바란 건 아무 것도 없었는데, 그, 그냥 너인채로 내 곁에만 있어주면 됐는데…….”

 

 

  “그만하자, 정말. 이거 받아. 예전부터 숍 하나 차리고 싶다 했지? 가게 계약서야. 좋은데 잡아놨으니까……”

 

  뺨으로 날아드는 떨리는 손. 이것도 흔해 빠진 장면들 중 하나지.

 

 

  “너, 정말 최악이 돼버렸구나…… 할머니께 안부나 전해줘. 못 뵙고 가서 죄송하다고.”

 

 

  여배우는 멈칫한다. 눈물어린 눈으로 돌아서 다시 내게로 달려온다. 차희는 뒤돌아서 간다. 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컷! 아, 태인 씨 좋았어요! 크으, 감정선이 살아있네요, 역시 예술!”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거야. 하나씩 하나씩.

 

 

 

  “태인아, 수고했어! 오랜만에 현장에 나오니까 기분 좋지? 그동안 맘고생 많았어. 전부 다 마무리 됐으니까 앞으로 더 잘해보자.”

 

 

 

  “그래야겠지. 형도 잘해봐…… 좋은 애들 잘 발굴해서.”

 

 

  “무, 무슨 말이야?”

 

 

  ‘태인 씨, 이건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로 운을 떼는 이야기들. 파티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내 곁에 은밀하게 밀착해서 말했지. ‘최고 조건으로 대우해드릴게요. 솔직히 말해, 이제 미다스는 태인 씨 같은 거물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죠. 어떻습니까?’ 끝도 없이 밀려드는 명함들, 연락처들, 계약서들. ‘여기 사인만 해주시면 만사 오케이!’

 

 

  “우리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제와 뒤통수를 쳐? 좋아, 법대로 하자고! 계약 기간 위반에, 불성실한 활동 태도, 거기다 이중계약까지……”

 

 

  “법대로? 좋죠. 그럼 일단 제대로 된 정산부터 좀 하시고 난 다음에 계속 하는 건 어때요? 아님 바로 국세청에 전화를 넣을까?”

 

 

  “너, 너 이 새끼!”

 

 

 

  진부해 빠진 장면들. 다 편집해버려야지. 수왕 형은 얼이 빠진 얼굴로 서있다.

 

 

  “형, 형한테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상황이 이렇게 돼버린 걸 어쩌겠어. 그동안 수고했어, 이거 받아 둬.”

 

  “나, 난…… 지금 이,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두툼하고 하얀 봉투. 많이들 봤을 거야. 다들 알잖아? 형도 알아야지. 찢어버리기엔 너무 두껍지. 그래서 세차게 날려버린 거야? 허공으로 나부끼는 지폐들. 이것도 진부해.

 

 

 

 

  블라인드를 걷자 아침햇살이 밀려들어왔다. 새로운 삶이 건네는 환영인사 같은 날씨였다.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함으로 느껴지는 아침, 다시 태어나 맞이한 첫 번째 아침. 어떻게 이렇게 상쾌할 수가 있지? 지난밤의 짧은 장면들은 이미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걸, 이렇게 손쉬운걸, 그동안 해결 못해 혼자 끙끙됐다니. 모든 게 완벽해. 이렇게 흠 하나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야. TV에서는 간밤 연예인들이 벌인 각 종 사건 사고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와. 한심들 하기는. 그러니까 정면승부를 하라고.

 

 

  ‘그렇게 행복해? 모든 위기를 벗어났다고? 그럼, 이건 어떨까?’

 

 

  서린은 건너편 집 옥상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태인의 만족감이 흘러넘치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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