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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틸던
작가 : Indignation
작품등록일 : 2018.11.4

동이 트기 전까지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미스터리 sf)

 
2부 4. 앙굴루스
작성일 : 18-12-30 17:39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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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헬리콥터는 그들을 내려주고 홀연히 옥상 위로 사라졌다.

  또래로 보이는 여러 소년, 소녀들이 여기저기에 서있었다. 내리자마자 수많은 시선들이 꽂혔다가 순식간에 다시 거두어졌다. 이런 게 익숙하다는 듯 혹은 흥미가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눈을 돌렸다.

  이런 식의 분위기는 기분이 나빴다. 모두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얼굴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로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합격자로서 이곳에 오게 된 걸 기뻐하고 행복하고 있을 거라 예상에서 벗어난 그 모습은 어색했다.

  물론 사람의 숫자만큼 사연도 있다고 각자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다를 테고, 또 그들이 모두 그처럼 합격자가 된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다만 스산한 느낌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내리쬐는 볕에도 차갑게 내려앉은 주변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곳엔 적막함만이 존재했다. 숨 막히는 기분에 무심코 가슴을 잡았다가 놓았다. 코멧은 그들을 가만히 둘러보다가 얼론 한 쪽 구석으로 도망치듯 걸어갔다.

  위에서 봤을 때는 보지 못한 거대한 회색 벽이 하얀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건물보다 높지는 않았지만 기어올라 들어가기에 용이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 벽 앞에 서있으니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 무늬도 아름다움이나 웅장함도 기대할 수 없는 벽임에도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와! 진짜 크네.”

  옆에서 세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열띤 음성에는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두려워하거나 주눅이 든 것 같지는 않았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곳이라 다른 합격자들도 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만히 서있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지만 그들은 아예 무리에 끼어들지 않는 부류였다.

  “그보다 여긴 왜 이렇게 삭막해? 숨이 턱턱 막힌다.”

  가슴을 치는 시늉을 하며 그녀가 말했다. 그 말에는 심히 동감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 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겠지?”

  “그런 것 같은데. 근데 뭐하는 거야?”

  세레스는 어딘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열어보려고.”

  그녀는 양손으로 자기 신장보다 훨씬 더 큰 문을 짚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느껴졌다.

  코멧은 얼굴이 벌개져서 말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소음에 의해 무산되었다.

  쿵 끼이이이이익

  묵직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와 동시에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소름끼치는 소음이 세레스지자 코멧은 살그머니 눈을 떴다. 문간에 서있는 세레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위를 응시한 채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뭐하고 있어?”

  어깨에 손을 올리자 자그마한 몸이 움찔 떨었다.

  코멧은 자기가 실수했나 싶어 곧장 손을 내렸다. 세레스가 그를 홱 노려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저기에. 사람이 있어.”

  가리키는 손가락 끝은 건물의 내부를 향했다.

  그가 불길한 감각에 애써 눈길을 돌렸던 곳을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가리키고 있었다. 의아함을 확인해야 할지 고민할 새도 없이 경쾌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코멧은 딱딱하게 목을 움직였다.

  넓은 홀 양편에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계단은 하나의 복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한 남자가 그 어두운 복도에 서있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그 모습을 조명처럼 비춰주었다. 한동안 계속되던 박수는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주목을 이끌어내자 멈추었다.

  회색 머리칼이 정갈하게 정돈된 남자의 얼굴에는 전혀 젊어보이지는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생기가 돌았다. 코는 높았지만 다른 사람의 것을 떼다 붙인 것처럼 어색했고 입술은 기름을 바른 것처럼 번들거렸고 붉었다.

  “드디어, 마지막 두 사람까지 도착했군요.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남자는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미소 같지 않은 입모양을 만들었다.

  “환영합니다. 합격자 여러분. 이곳이 바로 이제부터 여러분의 학교이자 집이 될 앙굴루스입니다!”

  “앙굴루스...”

  세레스가 그 이름을 뇌까렸다.

  코멧은 말없이 남자의 입만을 주시했다. 그 붉게 빛나는 입술에서 언제든지 저주의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재미없는 이름이네.”

  남자가 이쪽을 주시하자 세레스가 머리만 살짝 돌려 코멧을 보며 말했다. 어색하게 웃는 모습이었지만 남자의 미소보다는 백배 보기 나았다. 그 미소는 구역질이 다 났다. 게다가 미묘해서 웃고 있는 건지 알기도 어려웠다.

  “다시 한 번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그동안 배워보지 못한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한 수많은 기술과 지식들을 갖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안내는 이제 곧 내려올... 아, 저기 오는군요. 관리인 하우티입니다. 무섭게 생겼지만 이곳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답니다. 자, 그럼 있다가 여러분의 입학식이 될 저녁식사 때 뵙죠.”

  남자는 뒤로 돌아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구두 뒷굽이 바닥에 부딪쳐서 또각또각 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완전히 없어지자 오른쪽 복도 끝에서 갈색 머리의 남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그는 복도 난간에 몸을 걸치고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인사는 필요 없겠지? 올라와라. 너희가 묵을 곳을 알려주마. 아, 아. 그 전에 한 가지 알려줄게 있었네. 남자방 여자방은 나뉘어있다. 너희들의 불필요한 생식활동은 막을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자 몇 몇 여자아이들이 얼굴을 붉혔다.- 어차피 그럴 생각은 들지도 않을 테지만. 방배정은 묻지 마. 올라가면 알 테니까. 자, 이제 닥치고 따라와.”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짧게 들렸다가 사그라졌다. 지쳐서인지 아니면 불평하고 싶지 않은 건지 모두 조용히 줄을 지어 하우티를 따라갔다. 그들을 안내하는 동안 하우티는 딱 한 번 뒤를 돌아봤을 뿐이었다.

  그 회색 눈동자와 마주쳤다고 느꼈을 때 그는 다시 앞으로 얼굴을 돌렸다. 세레스는 아까부터 아무 말도 없이 걷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사방이 너무나 조용해서 함부로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2층의 넓은 복도를 지나 여러 개로 나눠진 복도 중 오른쪽에서 두 번째로 갔다. 대부분의 벽들은 하얀색이었지만 일부는 다채로운 색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 지은 것처럼 깨끗하고 금이 가거나 페인트가 벗겨져 있는 곳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다.”

  조금 오래 걸은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그가 멈춰 서서 말했다.

  그의 뒤에는 두 사람 정도가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한 폭의 긴 복도가 늘어서 있었다. 일정 거리마다 방문이 배치되어 있는 게 보였다. 그것들이 자신들이 묵을 방임을 추측하는 것을 어렵지 않았다.

  “여기가 남자 놈들이 묵을 곳이다. 이제 저녁 먹을 때까진 지지든 볶든 싸우든 서열정리를 하든 마음대로 하도록. 다만 건물은 부수지 마라. 더럽히지도. 여자들은 따라와.”

  하우티가 여자아이들을 이끌고 사라지자 남은 사람들은 각자 방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잠깐!”

  한 밤색머리의 남자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하지만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그가 바로 옆에 있는 흰 벽을 발로 걷어찼다. 복도를 울리는 충돌음 뒤에 후드득 하는 부서진 벽의 조각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아이들의 주목이 쏠리자 그 남자아이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 내 이름은 피터다. 자, 아까 그 관리인 자식이 말했던 거 들었겠지? 우린 서열정리를 할 필요가 있어.”

  그러자 아이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당연히 그 중 첫 번째는 나다.”

  “무슨 권리로?”

  한 아이가 물었다.

  코멧은 뜬금없는 서열정리에 어이를 잃었지만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에 대한 대답이 궁금하기도 했다.

  “좋은 질문이야.”

  마르스는 억센 팔을 다시 들어 올려 웅성거림을 멈추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 마지막 합격자 면접을 기억하고 있겠지? 너희들도 뭔지는 모르지만 하나씩 기관에게 팔았을 테고. 나는 우리 가족을 팔았다. 나는 최고의 반에 배정받을 것이 이미 확실하다고.”

  “뭐?”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시선들이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피터는 비웃음을 담아 이쪽을 쳐다보았다.

  “넌 뭐냐? 더 대단한 것이라도 팔았나 봐?”

  “아니, 너 제정신이냐? 가족을 팔았다고? 애초에 면접에서 뭔가를 팔았다니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넌 뇌라도 판 거냐? 합격자들은 모두 한 가지씩 기관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팔고 온 거야. 그 대가로 합격장을 받은 거라고. 정말 모르는 거냐?”

  코멧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반박하려 하지 않았다. 그 말이 사실인양 떠드는 피터의 입을 막으려 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로, 설마 정말로 그랬던 거야? 그런데 난 왜 그런 기억이 없지? 게다가 난 무얼 팔았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잖아.’

  눈동자가 불안을 품고 지진이 난 듯 흔들거렸다. 코멧은 비틀거리는 다리로 어지럽게 이지러지는 복도를 따라 움직였다. 뒤에서 코웃음 소리와 조롱 섞인 말이 들렸지만 제대로 해석되어 뇌에 들어오지 않았다.

  ‘설마 나도...’

  그 생각이 뇌리에 스쳤을 때 그는 더 이상 어떠한 사고도 할 수 없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어머니와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지만 퉁퉁 부은 눈은 감추지 못하던 동생과 슬픔과 기쁨이 복잡하게 얽힌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복도에 들어서는데 1층으로 내려가고 있는 하우티가 보였다. 코멧은 재빨리 따라가 그의 뒤를 잡았다. 하우티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보는 눈을 하고 그를 보았다.

  “무슨 일이지? 이름이... 메테오였던가?”

  “코멧입니다. 관리관님.”

  그제야 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내려 보는 눈은 바뀌지 않고 있었다.

  “다시 묻지. 무슨 일이냐?”

  “집에... 전화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안 돼.”

  그는 단박에 거절했다. 그리고 더는 듣지 않겠다는 듯 뒤로 돌기 위해 허리를 비틀었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코멧은 그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몸이 붕 뜨더니 차갑고 딱딱한 바닥으로 거꾸러져서 떨어졌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고통에 겨운 신음이 저절로 입속에서 흘러나왔다. 헬리콥터가 추락했을 때 겪은 충격보다 더한 고통이 그를 잠식하고 붙들고 있을 때, 하우티의 얼굴이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안 돼. 넌 합격장을 안 읽은 거냐? 졸업할 때까지 어떠한 연락도 금지라고 쓰여 있지 않던?”

  “그랬...습니다.”

  크게 숨을 한 번 내뱉자 쌉싸름한 맛이 올라왔다.

  “그래. 그랬지

  “그럼 이제 방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우티는 그대로 돌아 가버렸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소리가 점점 멀어지다가 사라졌다.

  눈물이 나와 앞을 가렸다. 억울했지만 그의 말대로 합격자들은 이곳을 벗어날 수도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연락을 취할 수도 없었다. 일종의 감금이지만 그보단 완벽한 사육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육실 안에서 울고 있는 작은 짐승에 불과한 거겠지.’

  방들이 있는 복도로 돌아갔을 땐 이미 다른 아이들은 이미 없어지고 난 후였다. 실컷 그를 비웃고 조롱했으리라 짐작이 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야 했고 적어도 불행한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아야 했다. 방금은 욱하는 심정에 그랬지만 차후 조심하면 괜찮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는 방으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방은 개인실이 아니었다. 톰 블러져와 제이시 그레츨리라고 쓰여 있는 또 다른 명패가 방문에 붙어있었다.

  문틈으로 두 아이가 떠들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코멧은 마른침을 삼키고 문고리를 돌렸다. 그의 첫날이 부디 이대로 최악의 날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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