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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거의 정의
작가 : 박파제
작품등록일 : 2018.12.15

고등학교 옥상에서 한 남학생이 추락했다.
즉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사고는 목격자의 증언으로 사건이 된다.
살인미수 용의자로 지목된 고등학생의 변호를 맡았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공소 제기한 검사가 내 동거인이다.

 
동거의 정의 14
작성일 : 18-12-30 17:35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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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한 맛 맞지?”

 

  그러니까 내가 왜 김지빈이랑 영화 따위를 보러 온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우리가 단숨에 고른 영화는 멜로였다. 사실 내 취향은 좀비도 좀 튀어나오고 귀신도 좀 튀어나오고 쫓기고 피 튀기고 하는 공포 스릴러지, 절절하든 발랄하든 사랑 이야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뭐 볼래?’ 하고 물었을 때 무려 내가 곧바로 가리킨 것이 단순히 김지빈이 좋아할 만한 장르라고 생각되는 영화였다. 말도 안 돼.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김지빈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서 자기 점퍼를 걸쳐주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 내가 왜 이렇게 입었는지도 모르고, 근데 그건 나조차도 알 수 없었지만, 아무 상관 없다는 그 평소 얄미운 표정으로 뚫어져라 바라보기에 나는 막연히 생각했던 말을 뜬금없이 뱉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보려고.

 

 

  무슨 이유라도 만들어야 마음이 편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응.

  혼자?

  응.

 

 

  김지빈 눈에 내가 이상해 보였겠지. 화장은 다 떠서 추워서 덜덜 떨면서 혼자 영화를 보러 가려고 했다니까. 김지빈의 눈빛이 오묘하게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 점퍼를 걸쳐주면서 목티 하나 입은 김지빈이 더 추워 보였다. 나는 얼른 다시 점퍼를 벗으려고 했는데 김지빈이 내 손을 먼저 잡고 걷기 시작했다.

 

 

  같이 가.

  어?

  나랑 봐, 영화.

 

 

  그렇게 얼떨결에 김지빈의 차에 타고 도착한 곳이 극장이었다.

 

 

  김지빈이 들고 있는 팝콘을 하나 가져와 입에 넣었다. 분명 고소한 맛이라고 했는데 달콤한 건 왜일까. 김지빈도 달달한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나도 김지빈 못지않게 좋아하지 않았다. 팝콘 맛이 원래 이랬던가. 그러고 보니 극장 팝콘을 먹는 건 오랜만이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영화는 집에서 다운받아 혼자 음료수 하나를 까고 보곤 했으니까. 그래야 몰입도 잘 되고 그래서 훨씬 더 이해하기 수월했다. 아무리 스크린이 크고 아무리 소리가 짱짱해도 지금처럼 옆에 누가 있으니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가 재미없어서 그런 건지 저녁 시간이라 그런 건지 사람이 별로 없는데도 그랬다. 그냥 김지빈이라서 그런 건지도 몰랐다.

 

  그건 그렇고 재미없는 영화가 맞나보다. 영화는 긴박한 갈등 없이 잔잔하게 흘러갔다. 만나서 첫눈에 반하고 그래서 사귀고 연애하고 연애하고 연애하고.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 것 같아 고개를 돌렸는데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영화를 보고 있는 김지빈이 보였다. 역시 멜로가 취향인가 보다. 나는 저게 그렇게 재밌나 하고 다시 집중하려 노력했다.

 

 

  아, 졸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자버리면 영화 값을 내준 사람에게 예의가 아니었다. 영화는 내가 보고 싶다고 했는데 같이 보러와 준 사람이 티켓은 물론 팝콘까지 구매했다. 나도 어느 정도의 염치는 있어서 팝콘값이라도 지급하려고 했는데 됐다고 손을 흔든 김지빈이 빠르게 사 오는 바람에 진짜 그저 염치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영화 끝나면 밥이든 커피든 뭐든 사야겠다고 여전히 소복하게 쌓인 팝콘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팝콘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고소한 맛인데 달콤한 팝콘. 영화만 보고 있는 줄 알았던 김지빈이 어떻게 눈치채고 내 쪽으로 팝콘 통을 내밀었다. 잠깐 멈칫하다가 한 움큼 잡았다.

 

  내가 당황하든 말든 여전히 영화에 집중한 김지빈의 시선은 마주칠 기미가 없어 보였다.

 

 

  *

 

 

  “뭐 먹을래?”

 

  영화가 끝나자 뭘 먹기에는 시간이 늦긴 했는데 설마 하고 물어본 말에 역시 김지빈이 고개를 저었다.

 

  “왜, 배고파?”

  “아니, 나도 뭐 딱히.”

 

  영화를 보기 전에는 출출했을지 몰라도 그마저 팝콘을 먹어서 입맛이 없었다.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김지빈이 말했다.

 

  “어디로 가면 돼?”

 

  아, 나 얘랑 별거 중이지. 별거라고 하니까 되게 이상하다.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민망한 기분에 말을 고르고 골랐다.

 

  “아, 수지네.”

 

  겨우 튀어나온 대답이 저거였다. 저 말밖에 할 말도 없으면서. 무슨 대답이 나올까 긴장하지 않아도 됐던 게, 김지빈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했다. 그러나 왠지 다른 느낌으로 기분이 내려앉았다.

 

  “재밌었냐.”

 

  나는 방금 본 영화로 화제를 돌렸다.

 

  “나쁘지 않았는데, 누나는 별로였나 봐.”

  “아니 나도 나쁘지 않았는데?”

 

  말끝이 흐려졌다. 그도 그럴 게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았으니까.

 

  “졸던데.”

 

  입술 끝이 조금 떨렸다. 김지빈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영화에 집중하더니 내가 조는 건 또 언제 봤대. 민망해서 헛기침이 나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빠르게 지나가는 가로등이 자글자글 타오르고 내 마음도 자글자글 타올랐다. 신호에 멈춰 정차했을 때 뒷좌석으로 손을 넘긴 김지빈이 담요를 집어 내 무릎 위에 올렸다.

 

  “춥냐.”

 

  김지빈이 말했다. 그래서 기침한 거 아니거든. 나는 속으로만 그렇게 대답하고 담요를 목 끝까지 덮었다.

 

 

  *

 

 

  “아, 너 여자 친구 있나.”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김지빈도 뜬금없었는지 나를 힐끔 돌아봤다. 핸들을 부드럽게 돌려 집 앞에 주차한 김지빈의 손목에는 웬일로 시계가 없었다.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무슨 소리야?”

  “아, 어, 그게.”

 

  정말 모르겠다는 듯 묻는 김지빈에게 네가 여자랑 있는 것을 봤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언제 어떻게 봤냐고 따지면 딱히 할 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당연했다. 왜 이 순간에 하필 이 말을 꺼냈는지 나도 내 머리를 열고 들여다보고 싶었다.

 

  “뭔 소리냐니까.”

 

  이럴 땐 또 모른 척 넘어가는 법 없는 김지빈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나는 우물쭈물했다. 괜히 옷깃도 만져보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들었다가 안절부절못했다. 그냥 말없이 도망갈까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다.

 

  “우연히 봤어, 진짜 우연히.”

 

  그래, 생각해 보면 여자 친구를 목격한 게 죄지은 것도 아니고.

 

  “길 지나가는데 네가 어떤 여자랑 있길래.”

  “.....”

  “여자 친구 인가 하고.”

 

  나는 바보같이 말을 버벅거렸다. 김지빈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

 

  “그 여자 어떻게 생겼는데?”

  “긴 생머리에 하늘하늘한 원피스 입었고, 예뻤는데.”

 

  응, 그냥 예뻤다. 김지빈과 어울리지 않으면서 어울리는 여자. 내 말투가 조금 뾰족했음을 깨달았을 때, 나를 한 번 훑어본 김지빈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아니야.”

  “뭐가?”

  “여자 친구. 누나가 착각했네.”

 

  착각이라니, 꼭 질투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와 상관없는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고 아니라는 저 대답에 어째서 안심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근데 곱씹어보니 결국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헷갈렸다. 짧은 순간에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아님 말고. 미안하다 야.”

 

  나는 김지빈의 팔뚝을 살짝 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차 문을 열었다. 갈게, 데려다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온기가 남아있는 담요를 조수석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밖으로 발을 내리던 참이었다.

 

  “난 단발머리 좋아해.”

 

  차문을 닫고 한참 서 있었다. 멍하게 멀어지는 김지빈의 차를 바라보며. 괜히 머리를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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