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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틸던
작가 : Indignation
작품등록일 : 2018.11.4

동이 트기 전까지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미스터리 sf)

 
2부 2. 협력
작성일 : 18-12-30 17:32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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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몸이 약물을 투여한 환자처럼 바들바들 떨렸다. 이빨에 힘을 주어 실수로라도 혀를 깨물지 않게 했다. 뇌가 위아래로 펌핑을 해댔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손을 위로 올려 머리를 감싸 아픔을 줄이지도 못했다. 손이 떨어지는 순간 헬리콥터에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헬리콥터는 롤러코스터보다 몇 배는 더 실감나게 떨어지고 있었다. 물론 이건 진짜로 떨어지고 있고 진짜보다 실감나는 건 있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추락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엉덩이가 자리에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주여행이 꿈이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는 없겠군.’

  그때 골을 뒤흔드는 갑작스러운 충격과 함께 시야가 환하게 밝아졌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눈꺼풀을 뚫고 안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안구가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아스라한 비명 속에서 의식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가족이 있나?”

  “네,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습니다.”

  방 안임에도 남자는 검은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옛날 스파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잘 빠진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남자는 보고 있던 종이를 몇 장 넘기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렇군. 그래...”

  그는 말끝을 흐렸다. 왼쪽 가슴에 담뱃갑이 보였다.

  그는 한 손을 그곳으로 가져가려다가 뚫어지게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소년을 인지하고 그만두었다.

  “자네는, 너는, 가족을 사랑하나?”

  “네! 당연합니다! 누구보다 도요.”

  남자는 다시 책상 위의 종위를 뒤적거렸다. 그러더니 뭘 발견한 듯 멈췄다가 팔꿈치를 책상 위에 올린 후 입을 열었다.

  “여기에 적힌 건 모두 사실인가?”

  “뭘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쓴 이 내용들 말이야.”

  그는 한 손으로 종이들을 살짝 들어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종이들의 정체를 그제야 확인한 소년은 다부진 얼굴로 대답했다.

  “네. 사실입니다.”

  “진심이고?”

  “당연합니다.”

  “좋아. 알겠네. 이제 저쪽 문을 통해 나가면 되네.”

  남자가 왼손 검지를 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더 이상 흥미를 잃었는지 아까까지 보고 있던 종이들을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밀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소년이 외쳤다.

  “자, 잠깐만요!”

  “뭐지?”

  “설마 이게 끝인가요?”

  소년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당황과 수치로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그렇다네. 끝이지. 이제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저쪽 문을 통해 나가는 걸세.”

  “안 돼요!”

  소년은 다시 소리쳤다.

  “뭐가 안 된다는 거지?”

  남자가 삐뚤어진 선글라스를 고치며 물었다.

  “저는 여기에 모든 걸 걸었다고요! 이게 아니면 이게 아니면..!”

  “모든 걸 걸었다고?”

  그는 묻고 있었지만 그 입가엔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도대체 어떤 걸 걸었다는 거지? 너의 낡아빠진 집? 빚 밖에 없는 재산? 아니면 네 빈곤한 가족? 거기서 우리가 무얼 얻을 수 있다는 거냐?”

  남자의 말에 소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자, 이제 할 말이 끝났다면 저 문으로 나갔으면 좋겠군.”

  하지만 소년은 나가지 않았다. 그의 손은 불끈 쥐어지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하나 있습니다.”

  남자는 뜻밖의 말을 들은 사람처럼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물었다.

  “그게 뭐지?”

 

  얼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이 코멧을 알 수 없는 꿈으로부터 깨웠다. 그게 어떤 이유에서 던지 그는 자신을 깨운 사람에게 극도의 분노를 느끼며 눈을 떴다.

  “깜짝이야! 좀 기별이라도 하고 일어나!”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올린 채 그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별 거 아냐.”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멧은 반쯤 누운 엉거주춤한 상태로 있으면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에는 감춰진 보석처럼 붉은빛이 흘렀다. 그리고 헬리콥터에 있을 땐 어둡고 정신이 없어서 눈치 채지 못했지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불투명한 안경 때문에 눈은 보이지 않았다. 안경 주위로 보이는 그녀의 피부는 연한 갈색이었고 티끌 없이 깨끗했다.

  “뭘 그렇게 봐?”

  “별 거 아냐.”

  코멧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온통 모래뿐이었다. 그 외에 보이는 것이라곤 눈앞에 있는 이 소녀와 저쪽에 연기를 내뿜고 있는 추락한 헬리콥터 정도였다.

  날은 반쯤 밝아오고 있었다. 반대편 지평선 너머에서 태양이 그 머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나 지난 거야?”

  “두 시간 정도 지났을 걸? 나도 떨어지고 나서 잠깐 기절해버리는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어.”

  “그러게 헬리콥터를 왜 건드려서...”

  “그건 너라도 똑같이 했을 거잖아. 날 깨울 때 어찌할 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면서.”

  소녀가 입술을 삐쭉 꺼리며 말했다. 마지막 말은 일부로 작게 했지만 전부 들릴 정도의 크기였다.

  코멧은 어이없었지만 더 이상 따져봐야 아무런 이득도 없었으므로 그만두기로 했다.

  ‘뭘 잊은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조종사랑 그 스킨헤드 남자는 어떻게 됐어?”

  “아, 그 사람들. 나도 깨자마자 찾아봤는데 옆자리에서 튕겨나가서 사막에 널브러져있던 너랑 가방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물건 몇 개 외엔 아무것도 없었어.”

  “없었다고?”

  소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가로 튕겨나갔다고 해도 이 사막에서 어느 정도 튕겨나갔다고 해도 금방 찾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건 이상했다.

  “이상하지? 알아. 하지만 이 일은 애초부터 이상했어. 그건 알지?”

  그녀가 말했다.

  코멧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이 일은 처음부터 비정상적이었다. 행선지도 알지 못한 채 헬리콥터에 타야 했고 조종사와 남자는 이상하리만치 그와의 접촉을 피했다. 그리고 비행 중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어버린 것도 그랬다. 또... 이 소녀와의 만남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건 너도 그다지 다를 것 같진 않네.”

  소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하고는 휙 하니 등을 돌렸다.

  “일단 물건부터 찾자. 너도 가방에 이것저것 들어가 있을 거 아냐. 부끄러워하진 마. 아직 아무것도 안 건드렸으니까. 빨리 가서 찾아봐.”

  소녀가 헬리콥터 잔해 쪽으로 먼저 총총히 뛰어갔다. 코멧도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그도 그편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가보니 상태는 더 좋지 않았다. 프로펠러는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보이지 않았고 트렁크 부분만 겨우 건재했고 나머지는 전부 고철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기체 앞부분은 완전히 찌그러져 있어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우와! 이 모포 다 타버렸네.”

  그녀가 끝이 갈색으로 그을린 손바닥만 한 천 쪼가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 말이 맞는다면 오던 중 내내 덮고 있었던 모포였던 천일 것이다.

  코멧은 트렁크 쪽으로 걸어갔다. 트렁크는 조금 열려있었는데 그 틈으로 물건이 이리저리 튀어나간 것 같았다. 그는 먼저 가방을 꺼내들었다. 세면용품들과 낡은 책이 안에 얌전히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필통, 시계, 책, 노트들은 모래 속에 반쯤 파묻힌 채로 밖에 떨어져 있었다. 옷가지도 몇 벌 발견했다.

  어느 정도 물건들을 수습하고 나서야 코멧은 고개를 돌려 소녀 쪽을 살폈다. 그녀는 이미 정리가 끝났는지 자기 머리만한 가방을 등에 매고 사막을 깡총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이! 다 끝난 거야?”

  외침을 듣고 그녀가 쪼르르 달려왔다.

  “난 아까 끝났지. 가져온 것도 별로 없었거든.”

  어깨를 으쓱하고는 코멧이 들고 있는 가방을 흘끗 쳐다봤다.

  “꽤 많이 들어있나 봐?”

  “뭐, 이것저것. 그보다 이젠 어쩌지?”

  묻고 나서야 그는 어느새 자신이 소녀를 의지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갑자기 부끄러움이 몰려들어 얼굴을 들기 힘들어졌다.

  “그전에 통성명부터 하는 게 어때? 난 세레스라고 불러.”

  그녀는 말하면서 한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난 코멧이야.”

  그 손을 마주잡으며 코멧은 말했다. 약간 차갑지만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에서 느껴졌다.

  “자, 그럼 일단 이동하자.”

  세레스는 자연스레 손을 빼고 당차게 걸음을 떼었다.

  “어딜?”

  “몰라. 어디든지. 내 생각이 맞다면 이리로 가면 우리가 가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쪽이 헬리콥터가 가던 방향이야?”

  “그것도 모르지. 왜냐하면 헬리콥터가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져서 방향을 알 수 없게 됐거든.”

  “그럼 도대체 왜 가는 건데?”

  “그냥 느낌이야. 느낌.”

  당최 신용이 가지 않는 결정이었지만 코멧은 어느새 그 말을 따르고 있었다. 세레스의 걸음에 맞추어 걸음을 옮겼지만 이상하게도 불안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이쪽으로 가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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