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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틸던
작가 : Indignation
작품등록일 : 2018.11.4

동이 트기 전까지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미스터리 sf)

 
2부 1. 추락
작성일 : 18-12-30 17:29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7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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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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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한지도 벌써 수 시간 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코멧은 가져온 커다란 여행가방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탄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헬리콥터는 높은 빌딩들과 판잣집이 늘어서 있는 도시를 벗어났다.

  어느새 인가나 사람의 흔적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지역을 날고 있었다. 밖을 내다볼 때마다 태양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대지에 눈을 돌리기 일쑤였다.

  코멧은 다시 고개를 틀어 조종석 쪽을 바라보았다. 벌써부터 실망감과 약간의 배신감이 들었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목적지에 대해 이렇게 빨리 그런 감정이 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분 전환을 위해 좋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오늘 아침 집을 나오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엉덩이를 찧은 게 생각났다. 그때의 얼얼함이 아직도 생생했다.

  앞에는 파일럿 한 명과 그 옆에 스킨헤드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들은 여기까지 오는 내내 한 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다. 침 삼키는 소리마저도 제대로 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분위기에 덩달아 코멧도 긴장했지만 긴 비행의 지루함 때문에 풀려버렸다.

  아마 코멧은 도착할 때까지도 그들과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을 것이다. 조종사는 그가 탑승하는 동안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스킨헤드의 남자와도 가방을 들어줄 때 잠깐 눈을 마주친 것 외엔 없었다.

  그것도 그가 황급히 눈을 피하고 가방을 던지듯이 넣어버려 기분이 상해버렸다. 그뒤엔 앞좌석으로 가버렸으므로 제대로 인사도 건넬 수 없었다. 그래도 코멧은 그걸 가벼운 눈인사를 한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코멧이 앉아 있는 자리는 누워서 팔을 양옆으로 뻗어도 될 정도로 길고 넓었다. 왜 이 자리를 자기 혼자 차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이상한 점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그런 건 한옆으로 치워놓았다.

  무엇보다도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건 그의 왼쪽, 문 맞은편 자리에 머리까지 모포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살짝 보이는 정수리는 적어도 그 사람이 검은 머리임은 알려주고 있었다.

  그는 웅크린 채로 모로 누워있었는데 모포 위로 보이는 선을 보아선 그리 키가 큰 사람 같진 않았다. 코멧은 그에게 굉장히 큰 흥미를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헬리콥터에 같이 뒷자리에 탄 사람은 ‘합격자’ 밖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멧 역시 합격자였다. 이 헬리콥터가 가는 목적지에는 많은 합격자들이 있을 것이었다. 기관에서 홍보한 것에 따르면 합격자는 한 구역마다 세 명씩 선발되었다. 합격자는 많은 검사와 테스트 등을 통과하고 최종적으로 면접까지 보게 된다.

  수많은 사람이 지원했지만 그 많은 테스트를 뚫고 면접까지 본 사람은 극소수였다. 운좋게도 코멧은 그중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마지막 면접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것이 불안해서 한동안 잠도 이루지 못했었는데 며칠 뒤 날아온 합격통지서를 보고 깨끗이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건 단지 굉장히 긴장하고 당황했었기 때문이라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봐도 역시 그건 기이한 일이었다. 앞의 두 사람이 보였던 태도보다도 더 이상했다. 아무리 긴장했다고 해도 몇 가지는 기억해야 했다. 그런 것들이 코멧의 머릿속에는 없는 것 같았다.

  ‘분명히 검은색 문으로 들어갔던 건 기억나는데... 아니, 보라색이었던가.’

  어두침침한 10m 마다 작은 전구 하나가 켜져 있는 복도의 끝에 그 문이 있었다. 보랏빛, 아니 검은빛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축축하고 어두운 복도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아 차가운 감촉의 문손잡이를 돌려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강렬한 빛 때문에 눈이 부셔 손을 앞으로 휘저었다. 그리고...

  ‘그리고... 뭘 했었지?’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극한의 긴장 속에서 어지러움을 느꼈다. 뇌수가 녹아버려서 머릿속에 끈적끈적한 물질이 출렁거리는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 무슨 질문과 대답이 오갔었는지 그 뒤에 무엇을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해내려 할 때마다 굉장히 불쾌하고 물속에 갇힌 것처럼 숨 막히는 기분만 들었다. 다시 문을 나섰고 어서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던 기억만은 뚜렷했다.

  코멧은 누워있는 그와 같이 합격통지서를 받았을 사람에게 호기심이 갔다. 이 사람은 기억하고 있을까. 만약 기억하고 있다면 그의 고민은 그다지 대단치 않은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건,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잠시 눈을 감는다는 것이 잠에 들어버렸는지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해가 땅 밑으로 꺼지고 있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을 비볐다. 대략 3, 4시간 정도 날아온 것 같은데 아직도 땅이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땅에는 아직도 황금색 모래알들 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붉은 석양빛을 받아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창밖에서 시선을 떼고 옆 좌석의 사람에게 눈을 돌렸다. 여전히 그 사람은 하얀 모포를 머리 위까지 올리고 있었다. 약간 달라진 점은 아까는 살짝 보였던 검은 머리카락조차 이젠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코멧은 목적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나 헬리콥터를 타고서도 이만치 멀리 떨어진 곳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처음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예상했었고 헬리콥터를 탔을 때도 그랬다.

  코멧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잡이를 잡고 일어났다. 조심스레 앞좌석으로 이동한 그는 조종사에게 얼마나 남았는지 묻기 위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혹시 얼마나 남았나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약간 화가 났지만 조종사 말고 사람은 하나 더 있었으므로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 위해 입술을 들어 올렸다.

  “저기... 도착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아시나요?”

  스킨헤드의 남자 역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코멧은 손을 뻗어 스킨헤드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이봐요!”

  어깨를 흔들자 너무나도 손쉽게 그 몸이 무너져 내렸다. 팔의 뼈가 녹아 없어진 것처럼 덜렁거렸고 무기력하게 꺾인 목에는 보라색 멍이 들어있었다. 알 수 없는 악취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 코멧의 머릿속에 불길한 상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재빨리 조종사의 팔도 마찬가지로 흔들어보았다. 조종사의 손이 흐물거리며 떨어졌다. 이 사람은 훨씬 오래 전에 이런 상태가 된 것 같았다. 헬리콥터는 자동조종 상태로 되어있었다. 확실한 건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당장 추락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확한 증거였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가는 거야?” 코멧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불안하게 계기판을 내려 보며 바싹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둘 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들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 할까? 코멧은 당장에 닥친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지상에 내려 땅을 딛고 있는 상황이라면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어디로 날아가는 지도 모르는 헬리콥터 안에서는 힘들었다. 게다가 조종석에 앉은 사람에게 어떤 조언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로 한동안 서있던 코멧은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무작정 행동하는 건 위험하다. 조종사를 치우고 그 자리에 앉는다 한들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일단은 자동조종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는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났다. 헬리콥터가 불안정하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고장 난 선풍기에서나 날법한 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리고 미세하게 조종석 쪽에서 삑삑 거리는 소리가 났다.

  경고음.

  코멧은 재빨리 일어나 앞쪽으로 움직였다. 발에 걸린 뭔가를 사납게 뿌리쳤다. 지금 그의 정신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그의 첫 발걸음이 마치 낭떠러지로 안내하는 것 같았다.

  계기판을 보니 프로펠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헬리콥터의 형체에서 윗부분에 붉은빛이 들어와 있었다. 삑삑 거리는 점차 커져갔다. 상황이 점점 더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털털 거리는 소리도 덜컥덜컥하는 소리로 바뀌어갔다.

  깜빡이는 붉은 램프를 무력하게 바라봤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무지에 절망했다. 물론 살면서 헬리콥터를 조종해야할 일이 생기는 건 흔치 않지만 서도 그는 자신을 원망했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치는 않았다.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해도 밧줄만 있다면 어떻게든 살 수 있다. 그는 헬리콥터 안쪽을 샅샅이 수색했다.

  운 좋게 낙하산이라도 발견하기를 바랐다. 안타깝게도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건 눈에 띄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바닥에 떨어진 모포와 문의 맞은편 좌석에 누워있는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 뿐이었다.

  ‘여자아이..?’

  그는 그제야 그 아이가 덮고 있던 모포가 떨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석양빛도 세레스져 어두워진 내부였지만 누워있는 사람은 긴 검은 머리칼을 가진 여자아이가 확실했다. 그 밑에 흰 모포가 떨어져 있었다. 모포가 없어져서 추웠는지 아기처럼 몸을 더 웅크리고 있었다.

  메마른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이없는 사태에 차올랐던 분노와 짜증도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눈 녹듯 사라졌다. 깨우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그 모습을 부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당장 그녀를 깨워 지금 상황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느긋하게 감상하는 사치를 부릴 여유는 없다.

  코멧은 손을 뻗어 그녀의 팔위에 올리고 흔들어 깨우려 했다.

  “뭐하는 짓이야?”

  손이 팔위에 얹히려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코멧은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의 손과 자기를 번갈아 보던 소녀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을 열었다.

  “너, 변태야?”

  코멧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처구니없기도 했고 당황스러웠다. 그가 말없이 자기를 보고 있자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마주보았다. 둘 다 약간 무릎을 굽혀 천장에 부딪치지 않게 했지만 가늠해봐서는 소녀가 더 작았다.

  “그건 아닌 것 같네. 무슨 일이야?” 주변을 둘러보며 소녀가 말했다.

  그녀는 또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한숨을 살포시 쉬고 조종석 쪽으로 가버렸다. 코멧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곧 소녀가 다시 돌아와서 팔꿈치로 허리를 찌르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아니야!”

  “아직도 그 대답 중이었던 거야?”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반응하고는 말을 이었다.

  “보니까 로터에 뭔가 걸린 것 같네. 이대로라면 급착륙을 해야 할 것 같아. 헬리콥터 조종 해봤어?”

  코멧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당연하지. 보통은 해봤을 리가 없지. 따라와. 일단 저 아저씨들 좀 치우고 시작하자.”

  소녀가 앞장서서 조종석 쪽으로 가버리자 코멧은 엉거주춤하게 서있었다. 그녀의 말을 따라 움직여야 할지 아직 머릿속에서 계산이 서지 않았다.

  “뭐해? 빨리 움직여!”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가 뒤쪽을 향해 소리쳤다. 그제야 멍청하게 발을 놀려 조종석 쪽으로 다가갔다.

  소녀는 낑낑대며 스킨헤드의 남자를 꺼내려고 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녀의 얄팍한 팔로는 무리였다.

  “구경만 할 거야? 빨리 도와!”

  코멧은 결국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여기서 다른 해결법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 그래도 힘은 좀 쓰네. 비리비리해서 팔이나 드나 했는데.”

  비꼬는 말투였지만 코멧은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성인남성 하나를 들어서 옮기는 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 살펴봤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중독된 것 같더라.”

  그녀는 씁하고 침을 삼켰다.

  “어떻게 된 건지 알겠어?”

  마침내 코멧이 입을 열었다.

  “어? 말할 줄 알았구나? 벙어린 줄 알았네.”

  소녀가 놀라는 척을 하며 말했다. 코멧이 아무 말도 없자 그녀는 따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앞쪽으로 돌렸다.

  “글쎄. 나도 정확힌 몰라. 헬리콥터엔 타자마자 잠들었었거든. 일어나는 건 도착한 뒤라고 생각했지. 깨워줄 줄 알았거든. 뭐, 네가 깨우기는 했지만 말이야. 다만 여기는 지상 몇 미터인지도 모르는 상공이지.”

  재잘재잘 떠들어대던 입이 다물어지더니 위아래로 물결쳤다.

  “어쩌면 이건...”

  그녀는 눈을 위로 치켜뜨고 어깨를 으쓱한 뒤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코멧은 뒷말이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사는 게 중요해. 서둘러야 한다고. 조금만 있으면”

  쿠구구궁!

  기체가 무섭게 흔들렸다. 코멧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추락할 거거든.”

  코멧은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말하는 그녀가 놀라웠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의 말을 따르는 게 현명하다고 확신했다.

  소녀와 함께 간신히 조종사도 뒷좌석으로 옮길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뭘 어떻게 해? 자리에 앉아야지.”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풀썩 조종사석에 앉았다.

  “뭐해? 빨리 앉아.”

  코멧은 하는 수 없이 왼편의 자리에 앉았다.

  “일단, 자동조종을 꺼야 돼. 이 기체는 자동 착륙은 없는 모양이니까.”

  위에 있는 스위치 몇 개를 내리며 그녀가 말했다.

  “게다가 급착륙 같은 경우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해야 되거든. 꽉 잡아.”

  뭘 잡으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간신히 안전벨트를 찾아 맬 수 있었다. 옆에서 그녀는 조종간을 꽉 붙잡고 있었다.

  “잠깐. 무전기가 있었잖아?”

  예상 밖의 희소식에 코멧은 목을 부러질 정도로 세게 옆으로 돌렸다.

  “쓸 수 있어?” 기대에 차서 물었지만 대답은 희망적이지 못했다.

  “쓸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통신이 안 되는 것 같아.”

  허망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무전기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코멧도 허탈하게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근데 착륙할 줄은 아는 거야?”

  “몰라.”

  코멧은 당장에 조종석에 튕겨나갈 듯이 뛰어올랐다.

  “뭐라고!?”

  “모른다고! 그래도 방법이 없잖아.”

  “아는 듯이 말했었잖아!”

  “그건...”

  그녀가 시선을 피했다.

  “어디서 본거거든. 하지만 조종해본 적은 없어. 처음에 말했잖아!”

  “처음에..?”

  코멧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다가 곧 깨달았다. 확실히 그녀는 자기 입으로 ‘보통은 해봤을 리가 없다.’ 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건 본인은 예외이기 때문이라고 짐작했는데.

  “어쩔 생각이야?”

  “어쩌기는 이걸 붙잡고 기도하는 수밖에.”

  ‘이런 녀석한테 목숨을 맡기려고 했다니.’

  코멧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그건 기대하지 마. 당분간은 못 깰 것 같으니까.”

  “그 정돈 알아.”

  짜증스럽게 말하고 고개를 창 쪽으로 돌렸다. 아래는 시꺼메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쿠궁!

  또 한 번 기체가 흔들렸다. 조금씩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견딜만했지만 흔들리는 정도가 강해지자 팔걸이를 자연스럽게 피가 안 통할 정도로 꽉 잡았다. 공포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옆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꽉 잡아!”

  두두두두 하는 소리가 거칠게 귀를 때렸다. 기체가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저기! 들려?”

  “뭔데?”

  그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자 코멧은 곧장 소리치며 대답했다.

  “죽을 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고백 하나 해도 될까?”

  “그러니까 뭔데?”

  고함을 쳐야 할 정도로 소음은 대단했다. 코멧은 질끈 감은 눈을 살짝 떠서 옆을 돌아봤다. 소녀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자동착륙도 있었네.”

  “뭐라고!?”

  그녀가 계기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코멧은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그녀의 머리를 쥐어박고 멱살을 붙잡고 흔들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기체가 너무 흔들렸다. 화가 났지만 표현하기에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켜!”

  “지금?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

  “너보단 낫겠지! 그냥 켜!”

  윽박지르듯 소리친 것이 닿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헬리콥터는 더 빠르고 강하게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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