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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이돌x아이
작가 : LEEEUL
작품등록일 : 2018.12.30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 배우 원태인의 죽음! 그것도 연극 공연 중에 벌어진 공개적 죽음이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고인가, 사건인가?
연예계와 매스컴은 태인의 죽음을 앞 다투어 재구성 하려한다. 삼류 연예지 ‘진실과 상상’의 기자 주채성도 그 중 하나. 채성은 태인의 평전을 써서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고자 한다. 그러나 태인의 죽음을 파헤쳐나가면서 자신도 연관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진실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아이돌x아이_기묘한 배우수업 2
작성일 : 18-12-30 17:02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7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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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너희들이 어떤 놈들인지, 어떤 걸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어떻게 살아왔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너희들이 나를 따라오든 말든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왜냐?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너희들 따위가 내 인생에 방해가 된다면 난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못 참으면 어쩔 거냐고? 내 모든 영향력을 동원해 너희들이 이 바닥에 발도 못 담그게 만들 수 있지. 그러니 힘들면 징징대지 말고 빨리 포기해라. 포기하면 편하다.”

 

  차 연출은 그렇게 첫인사라는 탈을 쓴 협박을 건넸다. 주눅들기 충분한 내용이었지만 장난기 배인 말투 때문인지 농담처럼 들리기도 했다. 소문으로 들었던 엄청난 카리스마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 대신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앞으로 이어진 배우수업이라는 것은 이 인간보다 더 했다.

 

  “배우가 왜 배우인 줄 아나? 항상 배우라고 해서 배우다. 하지만 누구도 연기를 가르쳐 줄 수는 없다. 연기는 알아서 배우는 거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느냐? 확실한 건 이 지하 감옥에서의 매뉴얼대로는 아니라는 거다.”

 

  그리하여 수업 초반의 대부분은 야외에서 이루어졌다. 차 연출은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전국 각지의 오지로 우리를 끌고 다니며 경악을 금치 못할 일들만 골라서 시켜댔다. 당시엔 그 모든 상황들이 잘못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의 장면들처럼 느껴졌다.

 

  보이는 것이라곤 우거진 나무와 풀, 손바닥만 한 하늘 밖에 없는 깊은 산중의 숲.

 

  “여기군. 자, 주위를 둘러봐라. 너희들과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어떠냐, 태초의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 아니냐?”

 

  그러더니 갑자기 하나 둘 옷을 훌렁훌렁 벗기 시작했다. 완전한 알몸이 될 때까지.

 

  “뭣들 하는 거냐? 언제까지 그런 속세의 짐들을 껴입고 있을 테냐? 벗어나라, 벗어던져라! 자, 이 피톤치드를 느껴봐라!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도록 눈을 떠라! 외쳐라, 나는 자연인이다!”

 

  그런가하면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와 찝찝한 바람만이 가득한 을씨년스러운 바닷가에선,

 

  “우리는 원래 물에서 태어났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다! 자, 다들 뛰어들어라! 파도를 집어삼켜라! 파도와 하나 되어 온 몸으로 철썩거려봐라!”

 

  한편 살벌한 돌무더기 위에 안전장치라고는 달랑 밧줄 한 가닥만이 놓여있는 절벽에선,

 

  “자, 한 놈씩 날아오른다! 어차피 여기 아니면 너희들이 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테니까. 난다는 것은 추락을 안다는 것, 떨어지기 위해서 나는 거다! 안 죽는다, 의지만 있으면 안 죽는다!”

 

  지금까지의 스파르타 식 훈련과는 정반대인, 훈련이라 하기도 뭣한 이 괴상망측한 배우수업은 연습생들이 극심한 불안감과 반감을 느낄 때까지 계속되었다.

 

  참다못한 연습생 중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 선생님. 본격적인 연기수업은 언제 시작합니까?”

 

  “지금도 수업중이다.”

 

  “아니, 이게 무슨…….”

 

  “뭘 하자는 거냐? 너희들의 꼴같잖은 연기? 좋아, 그럼 해봐, 지금 당장.”

 

  연습생이 머뭇거리다 유명한 영화 속 주인공의 독백 연기를 펼쳐보였다. 차 연출은 평은 단 한 마디였다.

 

  “탈락.”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이 모든 게 차 연출의 음모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이런 시간낭비를 통해 일부러 포기시키려고 한다고. 연극인의 자존심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반감이 생겨 복수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런 소문이 황금팔 사장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었다.

 

  “저, 차 연출 님. 혹시 지도편달 하시는데 문제는 없으신지?”

 

  “문제요? 전 아무 문제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건 애들이죠.”

 

  “어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다요. 이놈들은 아무 것도 몰라요. 근데 더 큰 문제는 자기가 뭘 모르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거죠. 연기란 게 뭡니까? 낯선 인물에게 던져진 채 그걸 타인에게 다시 전달해주는 겁니다. 그만큼 완벽하게 이해하고 상상해야 하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말입니다. 모든 게 거기서부터 시작되니까. 우리가 왜 연기를 봅니까? 누가 누가 흉내를 더 잘 내나 보는 겁니까? 그건 한 명의 배우라는 인간 필터를 통해 다른 인간을 보기 위해, 거기에 가닿기 위한 겁니다. 그러니까 본질은 바로 자기 자신인거죠. 자신을 통과하지 않고 나온 캐릭터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런데 죄다 흉내만 내고 있어요. 마치 우리 속의 원숭이들처럼요. 웃기지 않습니까?”

 

  “아, 예……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 일로 더 이상의 논란은 없었고 수업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너희들이 진정으로 너희 안에 자기 자신을 가지고 있나? 그 어떤 것에도 스며들고 뿜어져 나올 수 있는 유연한 존재인가? 그럼 증명해봐! 벌레를 연기하고, 플라스틱을 연기해봐! 네 스스로가 그저 하나의 소리라고 상상하고 그 존재를 드러내봐!”

 

  확실해졌어. 이 인간은 사이비 아니면 사이코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돌아갈 길 따위는 없었으므로. 이 미친 짓에 몸을 던지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으므로. 우리들은 꾸역꾸역 자신이 생각한 벌레를 연기했고, 플라스틱으로 형상화된 물건들을 표현하려 발악했다. 소리를 내지르고 다시 삼켰다.

 

  그래서 우리는 능히 벌레가 되리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적게 먹고 가장 많이 움직이리라. 살기위해 죽도록 날갯짓하고 어디든 기어 다니리라.

  또 플라스틱이 되리라. 영원히 무감각한 채로 썩지 않으며, 휘어지고 구부러지며 그 어떤 물체로도 변신하리라.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소리가 되리라. 살아있다는, 존재한다는 증명으로 공기를 통과해 당신의 고막에 닿아, 새로운 소리를 불러내리라.

 

  믿기 어려웠지만, 그 와중에 내 안의 무엇인가가 미약하게 약동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기 위해 꼼지락거리는 간지럽기도 하면서 가려운 느낌, 다양한 감정의 고리들이 하나 둘 연결되며 생장하는 느낌이었다. 불현듯 나의 밖에서 안의 나를 보는 장면들이 떠올랐고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나를 채워갔다. 그것은 내 감각이면서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 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 차 연출이 가르쳐준 방법을 시도해봐야 했다.

 

  바로 명상의 시간이었다.

 

  “하나의 빛을 응시해라. 그 빛이 잔상에 남아 눈을 감아도 환하게 보일 때까지. 어둠 속에서 그 빛을 놀려라. 거인처럼 키워보기도 하고 먼지처럼 줄여보기도 해라. 어떠냐? 빛은 이미 네 안에 있다, 네가 바로 빛이다!”

 

  차 연출은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연습생들 곁을 거닐며 말했다. 그리곤 느닷없이 묻곤 했다.

 

  “원태인이라고 했지? 그래, 뭘 느꼈나?”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말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저 내가 느낀 것을 눈에 담아 차 연출을 바라볼 뿐이었다.

 

  “흥, 별 거 없었나보군.”

 

  과연 그럴까? 나는 이 느낌과 감각이 나만의 비밀인 것처럼 간직하기로 했다. 영원히 간직할 거라 믿고 있었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여기까지 다들 따라오다니 솔직히 놀랐다. 다들 금세 쌍욕하며 짐 쌀 줄 알았더니, 마땅히 딴 데 갈 데가 없었나보군? 너희와 함께 할 시간도 이제 끝이 보인다. 개나 돼지도 이 정도면 뭔가 재롱 하나는 배웠을 시간이지. 처음에 얘기한 걸 기억하나? 연기는 가르칠 수 없다고 했던 것.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너희는 알아서 배웠을 거다. 너희들이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자, 이제 그걸 보여줄 시간이다.”

 

  마침내 최종 오디션 날짜가 정해졌다.

 

  “오디션에는 그 어떤 제약도 없다. 내용도 구성도 형식도 너희들의 뜻대로, 각 자 자신이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자유연기로 보여주면 된다. 단 하나의 조건은, 그 연기가 너희들 안에 있는 가장 아픈 기억을 불러와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 고통만큼 진실한 감정도 없기 때문이지. 막막한가? 그럴 줄 알고 힌트를 준비했다.”

 

 

 차 연출은 우리를 자신이 운영 중인 극단으로 데려갔다. 극단 ‘극단적인 극단’이었다.

  소극장은 신작 공연을 준비 중인 배우들과 스태프들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보는 사람마저 열에 들뜨게 하는 분위기가 무대에 가득했다. 그들이 가진 뭔가가 내게 전염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현장체험이란 명목으로 극장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무대 뒤쪽에 주저 앉아있는 한 중년의 남자가 보였다. 헐거운 가발 그물망으로 듬성듬성 삐져나온 머리털, 색소가 밴 것처럼 푸르스름한 입술, 퀭한 눈과 불거진 혈관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이었다. 남자는 발작 같은 기침을 하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괜찮으세요?”

 

  “으음... 차 연출이 데려온 친군가? 날 좀 부축해주겠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나는 남자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운 손이었다.

 

  “저... 병원에 가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흐흐, 지난 1년 동안 거기 있다 막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라고? 이제 다 끝이야, 영광의 탈출이지.”

 

  남자는 병원에서 평생 잊지 못할 두 개의 부름을 받았다고 했다. 의사가 항암치료를 종료 하며 내린 시한부 선고와 배우생활 10년 만에 맡게 된 주인공 역할을 위한 차 연출의 호출. 그래서 남자는 뒤도 안돌아보고 여기로 온 것이라 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 마지막까지 이 짓을 하고 있냐고? 흐흐, 이봐 젊은 친구. 어차피 우린 언젠간 다 죽어. 이왕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실컷 하다 죽는 게 낫지 않나? 그 편이 일단 폼은 나잖아?”

 

  남자의 커다랗던 동공이 어느 순간 수축하며 번쩍이는 생기를 띄었다. 무대였다. 천정의 조명이 눈부신 빛을 토해놓은 무대.

 

  “어이, 주인공! 준비되셨나?”

 

  차 연출의 지시로 리허설이 준비되었다. 나는 객석으로 돌아가 숨죽인 채 기다렸다. 배부된 대본으로 미루어 보아, 한 노배우의 모놀로그를 다룬 작품 같았다.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남자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 그래, 아주 짧고도 긴 시간이었네. 수고했어.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맡았고, 나름대로 잘 해왔어. ……자넨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되네. 연기하지 않는 것도 연기니까. 그런데 그 많은 날들, 한 때는 내 전부였던 모든 날들…… 이젠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아. 자네가 내 이야기를 들려주겠나?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그래, 들려주게. 아, 또 졸음이 밀려오는군. 잠시 눈을 붙여야겠어. 자네의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야겠어.”

 

  남자는 가쁜 숨을 내쉬며 힘겹게 대사를 이어갔다. 한 마디, 또 한 마디. 작품 자체가 남자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무엇으로 흩어진 시간을 추스르지? 평생 남의 이야기로 살아왔건만, 이 마지막은 왜 온전히 내 몫이란 말인가? 내 삶! 아, 내 삶이여!”

 

  남자는 악몽에 빠져 격노하고 자신의 인생을 저주했다. 그리곤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나아갔다. 무대 중앙에는 어느샌가 천장에서 내려온 올가미가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는 차분하게 올가미 안으로 목을 밀어넣었다. 그리곤 뼈가 보일만큼 앙상한 손으로 올가미를 움켜쥐었다.

 

  그의 차가운 손이 바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순간 불꽃으로 만들어진 거센 파도가 내 가슴으로 밀어닥쳤다. 내 생애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 거부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나를 뒤덮었다. 식은땀이 온 몸을 적셨고 격렬한 진동이 나를 뒤흔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울려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내가 되어 말하고 있다. 아니, 그가 나였다.

 

  순간적인 착란일 뿐일까. 그런데 이 견딜 수 없이 아픈 마음은 도대체 뭐지? 난 왜, 왜…… 난 그 수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며…… 이 세상을, 이 삶을 제대로 살지도 못한 채, 눈앞의 마지막을 알지도 못한 채……

 

  그것은 끝 간 데 없는 후회와 절망이었다. 남자의 삶에 대한, 그리고 내 지난 삶에 대한.

 

  ‘저 사람을, 저 배우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 배우는 무대에서 죽는다, 죽어야 한다. 그 수많은 삶은 다 산 뒤에, 다 살아냈기에, 견뎌냈기에.’

 

  나는 젖어버린 눈가를 들키지 않으려 눈부신 조명으로 시선을 돌려야했다.

 

 

 

  연습실로 들어선 나를 보자 뭔가를 쑥덕거리고 있던 무리들이 일시에 입을 다문다. 그리곤 시기와 경외가 뒤섞인 눈으로 나를 힐끔힐끔 훔쳐본다. 그 이유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차 연출의 최종 평가에서 내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훔쳐본 차 연출의 수첩에서 ‘원태인 = 야생?’ 이라고 적힌 메모도 봤다고 했다.

 

  어느 새 나는 녀석들의 긴장과 초조함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 기형 식물이 되어있었다. 더 굵고 단단한 덩굴을 뻗어 녀석들의 숨통을 조이려는. 이 오디션의 승자는 내가 되고야만다, 내가 된다. 그런 자신감과 확신이 나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방심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청소를 하러 샤워실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였다. 맹렬한 통증이 발바닥을 찢고 순식간에 정수리까지 솟구쳤다. 아찔한 고통에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렸고, 그제야 샤워실 바닥에 잔뜩 깔려있는 투명한 유리파편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빨간 핏물이 금세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나는 겨우 몸을 일으켜 연습실로 향했다. 한 발짝을 옮길 때마다 파편이 더 깊숙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내 발걸음이 닿은 자리엔 새빨간 발자국이 찍혔다. 내 꼴을 본 무리들이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우리 막내 어디 아파? 왜 절뚝거려?”

 

  “절름발이 전문 엑스트라하면 딱 이겠는데?”

 

  “어쩌나, 이번 오디션은 포기하셔야겠네.”

 

  아픔보다 격렬한 분노가 온 몸을 관통한다.

 

  다 엎어버려! 참아. 다 쓸어버려! 참아야 해.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만들어줘. 참지 마! ……그럼 내 오디션은?

 

  등뼈를 타고 올라간 냉기가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우며 장발이 말했다.

 

  “이 새끼야,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넌 아무 것도 아냐, 아무 것도 안 될 거고.”

 

 

  눈앞이 아득하다. 귀가 먹먹하다.

 

  정말 그래? 정말 그럴까? 정말…… 정신이 들어? 아니, 아직도 어두운데.

 

  “얘, 태인아. 일어나, 네 차례야. 애 좀 봐, 긴장도 안 되나봐?”

 

  어떤 바보 같은 녀석이 자만에 빠져 상처를 입는 상황극의 연기를 본 것 같은데, 그 뒤 바로 정신을 잃은 모양이었다. 눈앞은 여전히 흐릿했다. 진통제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이다. 그런데도 발은 땅에 내려놓지도 못할 만큼 여전히 욱신거렸다.

 

 

  기획사의 주요 간부들을 비롯해 황 사장과 차 연출이 심사위원 석에 앉아 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연습생들의 연기를 해부하고 분주하게 뭔가를 기록해 나갔다.

 

  “다음은 참가번호 8번 원태인 군입니다.”

 

  저기까지만, 저 앞까지만 가자, 다 왔어, 이 가시밭길도 이제 끝이 보여.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줘.

 

  심사위원들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 숨이 가빠왔다.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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