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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20
작성일 : 18-12-30 14:39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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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으. 춥다. 추워.”

 

 비가 그친 후 기온이 좀 더 내려간 탓인지 제법 포근했던 이전의 날들과 달리 찬바람이 불었다. 자전거를 배워 혼자 시장에 다녀올 수 있는 것까지는 참 좋았는데 이 겨울,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는 너무나 춥고, 손이 시렸다.

 

 “장갑 챙겨올 걸. 깜빡했네.”

 

 하나 살까. 민희는 이제는 제법 두둑해진 주머니 사정을 떠올리다 금세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어차피 보름 후면 한국으로 돌아갈 텐데.’

 

 차디찬 바람에 거북이가 등껍질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듯 목과 어깨를 잔뜩 움츠린 그녀는 서둘러 페달을 밟았다.

 

 좁은 골목을 벗어나 두오모와 광장을 지나칠 무렵, 일찌감치 어둑어둑해진 거리가 조명으로 환히 빛이 났다. 곳곳에 오픈 준비를 시작한 크리스마스 마켓과 커다란 트리, 건물 사이 걸려있는 조명까지 로맨틱한 분위기가 한껏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늘 집에서 케빈과 함께 보내던 크리스마스였는데, 물씬 풍기는 연말 분위기에 추위를 잊은 듯 굳었던 그녀의 표정이 한결 밝게 풀어졌다.

 

 “후. 다 왔다.”

 

 꽁꽁 언 손에 따끈한 입김을 불어 넣으며 민희는 서둘러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왔어요? 그러게 내가 간다니까.”

 “환자가 나가긴 어딜 나가요. 그러다 금방 또 열 오른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라도 갚아야.......”

 

 성큼 성큼 다가온 걸음에 순식간에 레오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종알거리며 쏟아내던 민희는 금세 코앞까지 가까워진 거리에 멈칫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거 주고, 이거 마셔요.”

 

 두 손에 한가득 들렸던 장바구니 대신 따뜻한 커피 잔이 자리를 잡았다. 스치듯 닿은 커다란 손이 커피 잔 만큼이나 따뜻했다.

 

 “많이 추웠나 봐요. 차네.”

 “아.......”

 

 고맙단 말을 해야 하는데. 뭔가 달라진 듯한 그의 태도에 할 말을 잃은 듯 민희는 입을 다물었다.

 

 카푸치노를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이라도 한 걸까.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차게 굳었던 손에도, 덜덜 떨었던 몸에도 따스한 온기가 퍼졌다.

 

 “계속 문 앞에 서 있을 거예요? 들어와요. 벽난로도 피울 참이었고.”

 “벽난로요?”

 “네.”

 “인테리어로 설치해둔 모형인 줄 알았어요. 실제 쓰는 거였구나. 대박!”

 

 신기한 듯 바짝 다가서 눈을 반짝이는 그녀의 얼굴을 힐끗 바라 본 레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몄다.

 

 “이탈리아는 여름엔 죽도록 덥고, 겨울에는 엄청 추워요. 일부 남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마치 극과 극을 달리는 한국의 날씨처럼. 레오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 뻔한 말을 되삼켰다.

 

 “그러게요. 한국의 가을처럼 따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칼바람이 몰아칠 줄은 몰랐어요.”

 

 콧물을 훌쩍이며 난로 앞에 쪼그려 앉은 민희는 벽난로에 불을 붙이는 레오의 손길을 신기한 듯 빤히 응시했다.

 

 “해볼래요?”

 “그래도 돼요? 해봐도 돼요?”

 

 이럴 때면 정말이지 꼭 어린 아이와 같네. 몇 번이고 되묻는 민희의 목소리에 레오는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될 게 뭐가 있나. 자요.”

 

 레오는 불을 붙이는 토치를 건네며 벽난로 앞에 쪼그려 앉은 그녀 옆에 나란히 붙어 앉았다.

 

 “구겨진 신문 위에 놓인 마른 잔가지들 보이죠? 종이랑 잔가지에 반 이상 불이 붙을 때까지 이 토치를 들고 있어요. 나머진 내가 할 테니.”

 

 5분도 되지 않아 금세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얼어있던 몸이 노곤하게 풀렸다. 찬바람에 얼어붙었던 그녀의 얼굴은 열기에 달아올라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

 

 “처음 봐요. 이런 벽난로. TV나 영화에서만 봤는데.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아서, 이런 벽난로를 피우는 집들이 별로 없거든요. 그나저나 벽난로까지 피우니까 진짜 크리스마스 같네요. 아까 시장 다녀오는 길에 거리 곳곳 트리도 봤는데, 엄청 예뻤어요.”

 

 와인을 마셨던 그 날 밤처럼 취한 듯 홍조를 띈 두 뺨, 말갛게 반짝이는 눈동자, 조잘조잘 수다를 떠는 입술까지. 원인모를 두근거림을 삼켜내듯 레오는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트리 만들고 싶어요?”

 “트리요? 만들 수 있어요?”

 

 입을 살짝 벌린 채 올려다보는 커다란 눈망울을 마주하자마자 레오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로비 한 편에 커다란 트리를 만들곤 했었는데, 꺼진 불꽃처럼 사그라진 의욕은 몇 해 전, 트리마저 창고에 가두어 버렸다.

 

 그랬는데. 분명 그랬는데. 이 여자의 기대에 찬 눈빛이 자꾸만 멈추었던 일들을 다시금 움직이게 만들었다.

 

 “와. 처음이에요. 트리 만들어 보는 거.”

 “이것도 처음입니까?”

 “네.”

 

 창고로 향하는 걸음을 바짝 쫓아 민희는 그의 뒤를 졸졸졸 따라갔다.

 

 “자전거도, 벽난로도, 트리도. 뭐 이렇게 안 해본 게 많아요?”

 “그러게요. 뭐 이렇게 안 해본 게 많은지.”

 

 TV로만 보던 크리스마스트리를 실제로 처음 본 건 어린 시절, 친구 따라 교회에 갔을 때였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울지 않으면,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면, 그러면 매년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집으로 찾아와 선물을 줄 거라고 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산타의 존재를 믿어요?”

 “아뇨. 나는 나 이외에 아무 것도 믿지 않습니다.”

 

 아무렴. 이젠 놀랄 것도 없는 그다운 답변이었다.

 

 “나는 믿었어요. 산타 할아버지가 찾아올 줄 알고, 매년 양말도 엄청 큰 걸로 빳빳하게 다려서 준비해뒀는데. 울지도 않고, 약속도 얼마나 잘 지켰는데.”

 

 창고에서 꺼낸 커다란 트리와 오너먼트들이 든 상자를 옮기며 민희는 그가 묻지도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벽난로 덕분인지, 난생 처음 트리를 꾸민다는 사실에 흥분한 탓인지, 티격태격 다투기만 하던 두 사람 사이에 대화란 것이 오고갔다.

 

 “그랬는데?”

 “딱 한 번만 오길 엄청 바랐는데. 오질 않더라고요. 그 한 번을.”

 “이불 속에 숨어서 혼자 몰래 운 건 아니고요?”

 “아니에요! 울고 싶을 때마다 얼마나 꾹꾹 참았는데.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참았다고요.”

 “울고 싶을 때가 꽤 많았나 봐요.”

 

 그의 한마디에 민희가 멈칫하며 말을 멈추었다. 울고 싶어도 참아야 했고, 나중엔 그게 습관이 되어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나중에 나이를 먹고 나서야 알게 됐다. 1년 중 360일은 취해 있는 아빠와 그런 아빠와 늘 싸우는 엄마, 둘 중 어느 한 명도 자식들을 위해 산타 역할을 할 경제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는 사실을.

 

 매번 기대하면서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어린 시절이었다. 그래서 민희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좋으면서도 싫었다. 12월이 있는 겨울이 기다려지면서도 오지 않기를 바랐다.

 

 피식, 하며 뒤따라 붙은 씁쓸한 웃음소리가 의아한 듯 레오가 고개를 돌려 민희를 바라보았다.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라도 있어요?”

 “......지금 받고 있어요.”

 “받고 있다고요?”

 “네. 그토록 꿈꾸던 이 곳에 여행을 왔고, 살면서 다시는 없을 경험들을 하고 있죠. 자전거도 배웠고, 벽난로도 피워봤어요. 또 이렇게 트리도 만들고 있고.”

 

 벽난로 옆으로 세운 트리 위로 알록달록한 오너먼트들을 매달며 민희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바라던 모든 것을 이루어준 눈앞의 남자가 어쩌면 산타일지도 모르겠다고. 앞으로는 매년 다가올 크리스마스가, 12월이 1년 내내 기다려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누군가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고, 함께 벽난로를 피우고, 같이 트리를 만드는 것 전부.”

 

 처음. 함께. 같이. 전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낯간지러운 단어들의 나열이 어색해 민희는 컥컥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왜 그래요? 혹시 감기 옮았어요?”

 “아, 아뇨! 감기는 무슨.”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얼굴이 빨간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와 살피는 그의 시선에 민희가 마른침을 삼켰다.

 

 “나, 난로 때문에! 그건!”

 “그럼 다행이고. 얼른 마저 달아요.”

 

 그럼 그렇지. 우리 사이에 이런 몽글몽글한 분위기는 어울리지가 않지. 암. 다시금 물러선 걸음에 안도의 한심을 내쉬던 찰나.

 

 ‘우리 사이라니? 우리라니??? 이건 뭔 개소리야.’

 

 혼자 한 생각을 겉으로 들키기라도 한 사람처럼 당황한 민희가 급격히 뜨거워지는 얼굴과 이유모를 두근거림을 숨기려 아무 말이나 쏟아냈다.

 

 집에 굴뚝이 없어서 산타가 들어오지 못한 줄 알았다. 그랬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 선물을 받아 산타 할아버지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는지 모르겠다는 둥. 시장에 다녀오다 보니 두오모에는 어찌나 매일 줄이 긴 지, 피렌체에 온 지 10일이 지나도 여전히 가보지 못했네. 등등.

 

 앞뒤를 알 수 없는 맥락 없는 이야기, 말을 하는 당사자도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아무 말 대잔치가 펼쳐졌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민희의 말을 들어 주었다. 그렇게 이야기 거리가 다 떨어져갈 즈음 조명까지 휘감은 트리 작업이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낡은 오너먼트들은 버렸더니, 중간 중간 트리에 빈 공간이 좀 남네요.”

 “벽난로 위에 투숙객들 사진이 있던데. 그것들을 좀 걸어볼까요?”

 

 코르크판 위에 붙어 있는 사진들을 가리키며 민희가 물었다.

 

 “그래요. 그럼.”

 “근데 사장님 사진은 왜 한 장도 없어요?”

 

 대답 없이 어깨만 으쓱거리는 레오를 잠시간 바라보다 민희는 ‘잠깐만요.’를 외치곤 후다닥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뛰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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