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부-
김지검장은 이수성의원과 최비서관 민재수교수 조현민사장을 한 자리에 불렸다. 이 정도면 이수성의원도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생각하였다. 그 자리에 갑자기 이소라기자가 나타났다. 김지검장은 이소라기자를 막아서고 돌아가라고 하였다.
“소라씨! 여긴 소라씨가 올 자리가 아닙니다.”
“네! 알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건 이 수사 끝나고 말씀하세요!”
“아니요! 지금 꼭 해야 합니다. 1분만요.”
“그럼 저희들 나가 있겠습니다.”
“아니요! 같이 하세요. 아버지 그리고 나머지 분들 여기에서 끝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저의 오빠 장례를 치룰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버지 아들뿐 아니라 어머니랑 저까지 다 잃고 싶지 않으시면 이제 그만 하세요! 제발”
이소라기자는 오열하듯 아버지께 말을 하였다.
이수성의원은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팔짱을 끼고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당당하게 그대로 앉아 있었다. 김지검장은 부하직원에게 이소라기자를 밖으로 인도하라고 하였다.
“네! 드디어 만나실 분들이 한 자리에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분들 말고 여러분이 계시지만 이 분들만 해도 사건을 마무리 할 것 같아서 여러 명 귀찮게 하지 않았습니다.”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눈은 모두 이수성의원을 향하고 있었다. 이수성의원은 당당하게 있었지만 애써 여러 명의 눈을 피해 초점을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최비서관님, 민재수교수님, 조현민사장님 여기 이수성의원님을 모두 알고 계시죠?”
“네~”
세 명은 서로 얼굴을 보면서 짧게 답변하였다.
“우선 최비서관님은 이수성의원님과 언제부터 어떤 일을 하셨나요?”
“15년 정도 의원님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정책 및 개인 비서 보좌까지 집안 집사일이라고 해야 하나 그 정도까지의 일을 하였습니다.”
“그럼 이수성의원님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겠네요?”
“아무래도! 여기 이 두 분 가까이에서 모셨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 컴퓨터 저장장치 알고 계신가요?”
“네! 제가 의원님~~~”
“야! 최비서관 너 무슨 소리하는 거야”
갑자기 이수성의원이 소리를 지르면서 최비서관의 말을 덮어버렸다.
“이수성의원님 지금 뭐하시는 것입니까? 이러면 의원님 빼고 조서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한의 예의와 마지막 기회를 드리는 것이니 조용히 묻는 말에만 대답해 주세요. 최비서관님은 계속해 주시죠.”
“네! 제가 의원님의 비자금이나 밝히기 어려운 거래를 정리해 둔 자료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본인 것 맞습니까?”
“네”
“민재수교수님도 상당히 같은 자료가 있던데 최비서관님과 같습니까?”
“네! 저는 주로 정책의 대의명분을 만들고 예산안과 사모님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 담당하였습니다.”
“민재수교수님 그럼 그 자료와 여기 최비서관님 자료가 일치하면 이수성의원님에 대한 자료라고 보아도 무관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조현민 사장님은 언제부터 이수성의원님과 인연을 맺고 일을 하셨나요?”
“10년전 쯤 용산개발시 철거반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이의원 저 놈이 저를 찍어서 키워준다고 했습니다.”
“말씀을 조금 과하게 하시네요!”
“제가 얼마 전에 고귀한 이수성의원님 때문에 땅 속에 묻힐 뻔 했거든요.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죠. 10년을 개처럼 뛰었습니다. 더러운 일, 손에 피 묻히는 일, 사람 괴롭히는 일은 다 제가 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땅에 묻더라고요. 나도 그렇게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치가 떨렸습니다.
한때 이수성의원을 제 은인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아닙니다. 저런 인간은 내 손으로 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야~ 조현민이 너 많이 컸네. 너는 내가 여기서 끝나는 줄 알지. 내가 나가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분명 알아둬. 너를 가지고 처음 준비운동부터 하겠어. 알긋냐.”
“이거 뭐하지는 것입니까? 조용히 하세요. 이수성의원님. 그럼 무슨 지시를 받았나요?”
“불벌자금을 개인이나 기업에서 받아오거나 전해주는 일, 선거인원 동원, 재개발지역 철거용역 등 많죠. 아하 그리고 대운하새물결사업에서 모래 파는 사업권을 저에게 주어서 돈 좀 벌였죠.”
“대운하새물결사업 사업에서 모래 사업권을 주었다고요. 그건 업체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토건이라고......”
“그게 전부 이수성의원이 시킨 것입니다. 이수성의원이 현재건설사장에게 제 이름으로 업체 하나 만들라고 시켜서 한 것입니다.”
“금액이 얼마나 됩니까?”
“한 1,000억원 정도 됩니다. 30%만 자기 달라고 해서 현금으로 주었습니다. 300억원 그거 5만원짜리로 1톤 트럭으로도 충분합디다. 저 인간 어딘가에 현금으로 도배해 놓은 집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가져다 준 현금만 해도 어마어마하니까요!”
“야~ 조사장 너 뭐라고 하는 거야?”
“조사장이라고! 아이고 의원님! 입조심해라! 아직 안 끝났으니까?”
김지검장은 시선을 이수성의원에게 돌렸다. 그리고 끝내자 듯 손짓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김지검장 왜 이러나? 우리가 이런 사이였나. 김지검장 내 딸 소라랑도 잘 되어야지 않나. 내 조금 기업에서 받은 돈은 있지만 그리 잔인하게 사람들 다스리고 하지 않았다. 내가 낸 정책들 보면 다 나라를 위한 일인 것 알고 있지 않나? 열심히 하다 보니 내가 조금 도를 넘는 경우가 있었나 보네. 용서해 주게. 그리고 우리 아들 자살사건을 사건화 시키면 자네에게도 불편하지 않나. 우리 살살 하자고.”
“그럼 죄를 인정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이네요.”
“어찌 사람이 큰일을 하다보면 미처 살피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리 봐주게나.”
“내 그럼 여기 조서를 보시고 지장 부탁드립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단어나 문맥이 있으시면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자네 지금 뭐하는 것인가? 나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이건 무슨 법이 이런가?”
“왜 그러세요? 의원님도 이렇게 여러 명 보내셨잖아요. 법을 어떻게 쓰는지는 의원님께서 더 잘 아시잖아요! 그리 무리하게는 꾸미지 않았습니다. 꼭 반박하고 싶은 부분만 말씀해주세요. 시간이 없으니까요.”
“김지검장 니가 이럴 줄은 정말 몰랐네. 이래서 역시 옛말에 검은 머리 동물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 했나보군.”
“착각하시나 본데요. 의원님. 저는 제가 알아서 컸습니다. 제가 다 결정한 것입니다. 의원님의 힘을 빌린 적 없습니다.”
“이 이수성이 아직 죽지 않았어. 너 김지검장 두고 보자고.”
“네! 기대하겠습니다. 그러니 여기에 지장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인정하시기 바랍니다. 법정에서 증인을 설 사람이 열 명은 됩니다. 한두 명 쯤은 넘어간다 해도 이곳에서 그 모든 증인을 다루시긴 어려울 것입니다.”
이수성의원은 김지검장에 내민 조서에 지장을 찍었다. 김지검장은 드디어 일이 마무리 되어 간다고 안도의 한 숨을 내 쉬며 부하 직원에게 특별히 잘 모시라고 전달하였다.
김지검장은 대충 마무리하고 이소라기자를 찾아 갔다.
“어떻게 되었나요?”
“어버지께서 순응하시고 지장을 찍었습니다.”
“네! 제가 한 말은 아니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소라씨! 소라씨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안이 제가 어떻게 조정하기에는 너무나 큰 사건이라서........”
김지검장은 말문을 흐렸다. 이소라기자도 그 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서로 조요히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면서 있었다.
그 때 대통령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지검장은 조금 전까지 바라보던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따뜻한 눈빛이 사냥감을 쫓는 사냥개의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소라기자에게 나가서 전화를 받겠다고 손짓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네! 김지검장입니다.”
“어떻게 되었나?”
“네! 일단 조서에 지장은 받았습니다. 이수성의원의 마음도 한 풀 꺾인 것 같습니다. 법원에 연락하시고 영장구속심사와 재판날짜를 최대한 빨리 잡으라고 명하십시오.”
“그럼 그렇지. 지 아무리 이수성이라고 해도 자기가 한 일을 생각하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거야. 수고했네.”
“현재건설하고 대승전자는 어떻게 할까요?”
“음.......그건 아직 시간이 있으니 꼼짝 못하게 서류 만들어 놓고 우리 얼굴 좀 봐야 하지 않겠나.”
“아직은 제가 할 일이 많습니다. 일단 법원에 사건에 연류 된 사람들 법정구속 되면 그 때 만나시죠.”
“알겠네. 그리고 공민당에서 아무 짓 못하도록 조치해 놓았네.”
“네! 감사합니다.”
김지검장은 전화를 끊고 나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