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부-
대통령은 한 명 한 명씩 눈을 마주치며 비장한 말투로 말을 시작하였다.
“오늘이 제가 마지막 날이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먼저 그 동안 저를 잘 보좌 해 주신 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네요. 전 담담한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저 보다 더 긴장하고 있으신 것 같은데 긴장들 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가 하는 이 일이 우리 대한민국을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로 변화시키고 국민의 생존권과 행복권을 보장해 주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로 인도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서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11시 기회회견 준비를 위해서 각 자 마지막 다짐을 하면서 자기 일에 집중하려 자리를 떠났다. 시간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마지막까지 연설문을 읽어보고 있었다. 김지검장은 밤새 준비한 사건 개요 브링핑 자료를 이소라기자와 수정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간은 항상 일정하게 지나지만 꼭 이럴 때는 두 세배 이상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벌써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이소라기자가 김지검장의 손등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어제 김지검장이 보여 준 미소를 보냈다. 그 위에 김지검장이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이소라기자의 눈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정각 11시가 되자 대통령이 기자회견장 단상위로 올라섰다.
대통령은 시선은 가까운 곳부터 먼 곳을 바라보더니 시선 돌려 연설문에 고정시켰다. 비서실장이 다가와서 시작하셔도 된다고 신호를 보냈다. 대통령은 지난 개표결과를 바라보던 때 보다 더 긴장을 하고 부담을 느끼면서 연설문을 읽기 시작하였다.
<연설문>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불미스러운 일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금 국민 여러분께서는 우리나라 최고위층에 대한 배신감과 소외감으로 많은 혼란에 빠져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일이 모두 저의 불찰이며 제가 소임을 다 하지 못하여 일어난 일이라는 것에 통감하며 다시 한 번 더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단상 옆으로 나와서 인사한다.)
지금 매스컴에 나오는 뉴스는 일단 조사 과정에 있으며 상당 부분이 진실입니다. 물론 저도 그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지금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일일이 달래주고 감싸주지 못하지만 진실을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을 우리나라의 모습을 맨 위에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국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나?’를 고민하였습니다. 고민하면 할수록 더욱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건 우리나라의 현실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고통의 깊이였습니다.
국가에서 1년 예산을 300조원에서 400조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100조원에 가까운 돈을 매년 국민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하였는데 정작 국민 여러분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소득격차가 심각해지고 사회국가복지의 사각지대가 더 넓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였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집행되어야 할 예산이 정당하게 편성되지 않고 편법 사용하는 이들이 있어 정부 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국가예산으로 누군가는 자기 배를 불리고 그 만큼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정부를 믿지 못하고 국민이 몸소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건 마치 깨진 독에 물을 채우려고 땀만 흘리고 헛수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실상을 보고 저는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깨진 독을 강에 던져 물을 채우자고 완전히 깨질지도 모르지만 깨진 독에 물을 채워 국민에게 되돌려주자고 강물에 들어간 독은 퍼내도 다시 채워질 것이니 그러면 국민 여러분이 그 만큼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년부터 준비하여 말도 많았던 파격적인 인사발령을 내렸습니다. 사법부의 서열 기수를 무시한 발령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이번 사건을 맡아달라고 제가 간곡히 부탁하였습니다.
그는 저를 말렸습니다. 대통령인 저 또한 법의 심판을 받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면서 그러면 국가가 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의 연결고리를 제가 있을 때 끊어 버리고 싶었습니다.
이미 저는 죄를 받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를 믿었습니다. 약 1년이 지난 지금 그 사람이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뒤에 있는 김현태서울지검장입니다.
(앞으로 나와 김현태지검장 인사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반세기가 넘게 국민이 이루어낸 자유민주주의 완성의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눈을 뜨고 보아야 남의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눈을 감아도 고통을 느끼는 상대의 소리가 들리고 손을 잡으면 나의 손을 잡은 상대의 힘과 체온으로 얼마나 고통을 느끼는 알 수 있고 얼굴을 만지면 고통에 눈물을 흘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사회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말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외치지만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이 좋은 사회를 남겨준 수없이 많은 독립유공자부터 현재까지 이름도 모르게 사라져간 선열들에게 참 부끄러운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10권을 자랑하는 강한 나라입니다. 자부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그러나 국민의 행복도, 언론자유, 부정부패 OECD국가 중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 개발을 통한 경제 성장기에 성장주의 노선과 신자유주의 노선의 그릇된 인식과 무차별 도입으로 외환위기, 미국발세계금융위기를 국내외적으로 상상 이상으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세계적인 위험도 슬기롭게 이겨내 국가입니다.
특히, 외환위기시절 금모으기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높은 이자 부담을 아무 말 없이 버틴 국민과 IT산업 등의 신산업 집중육성 등으로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온 국민이 참여하였던 금모으기 운동이었습니다. 너도 나도 아기 배일반지부터 50년 된 결혼 패물까지 온 국민이 우리나라를 지킨 것입니다. 이런 희생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국민의 고마움을 모르고 그저 성장주의 경제노선만 강조하면서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희생을 강조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과 필히 같이 가야 하는 소득분배와 복지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가 곪아 밑바닥부터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예로 얼마 전 발생한 미소구 부자사망사건입니다.
경제성장으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부자가 되었으나 국민 개개인으로 보면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득 편차가 심하고 보이지 않는 신분 계층화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다는 사회복지예산은 증가해도 정작 진정한 복지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파생적으로 저출산, 초고령화, 실업문제, 삼포시대 등이 등장하였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노동력은 삶이 아니라 단지 단순한 상품화되어 팔려나가고 있으며 소위 갑을관계가 발생하여 갑질에 대응하지 못하는 일만하는 얼마짜리 노동자로 전락하였습니다.
이는 분명 향후 우리나라 경제가 창조성을 잃게 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추기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돈과 명예를 위한 상위 10%의‘사’직업이나 대기업에만 눈이 멀어 사교육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태어난 시점부터 인생의 출발점이 다르게 되었습니다. 공교육이 제대로 된 임무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병에 걸려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국민이 있습니다. 이런 국내 아픈 현실을 대통령인 제 입으로 말씀 드리는 저는 지금 너무 비통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깨어있는 국민, 국민 스스로 주인이 되는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 만큼의 충분히 가질 권리가 있는 국민입니다. 국민을 위한 복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는 한 항상 숨을 쉬며 살아 움직이고 생존권과 행복권을 추구하는 길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성숙을 원합니다.
이미 우리나라 국민은 촛불을 켜고 한 마음으로 많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주시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단순한 경제성장만 부러워하는 나라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복지까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버는 가장이 있어도 집안에 도둑이 드나들면 가정을 제대로 꾸려 나갈 수 없습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도둑을 먼저 잡아야 하고 집안을 단속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제가 잡은 도둑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낸 돈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착복하고 특권을 누린 자입니다. 이들은 국민 여러분께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OECD 물부족 국가이며 가뭄, 홍수, 농업용수 저장 등이 필요하다며 대운하강바닥파기 사업과 자원부국가로 미래대체에너지 사업이 필요하다며 벌인 자원외교로 수십조원의 정부 자금을 빼돌렸습니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다시 다음 정권을 창출하여 또 이번과 같은 국민의 눈만 속이는 대의명분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범죄를 벌일 것입니다.
이런 적패의 역사는 반세기 동안 계속해서 지속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와 한 때 같은 노선을 갔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만 끊어야 한다.’
이런 자들의 머릿속에는 국민 여러분을 속일 수 있는 그럴듯한 대의명분 만드는 것이 일뿐입니다.
예로 들면 외환위기, 미국발금융경제위기는 자유경제시장의 변화,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 등 국내요인이 아닌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한 이유가 더 크다고 답을 합니다. 그러면서 국외문제로 국내는 어쩔 수 없이 당해야만 했었다고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합니다.
그럼 진짜로 국외의 외부요인이 전부일까요? 국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까? 문단속을 똑바로 안 하니까 도둑이 드나드는 것 아닙니까? 그 자들은 도덕적해이가 상당히 심하고 자기우월주위에 빠져 그들만의 세상에 살면서 국민을 그럴듯한 명분으로 속이고 살아왔습니다. 이런 자들이 국가 많아지면 국민 전체가 빈곤과 혼란의 수렁에 빠져들게 합니다.
저는 그런 자들을 이젠 결코 그만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을 끝까지 조사하여‘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모든 국민의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번 사건으로 꼭 이 자들을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고 이 자리에서 물려나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사건에 대한 설명은 김현태지검장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꼭 약속드리겠습니다. 제가 걸어 온 30년의 정치인생과 국가의 수장 대통령을 걸고 꼭 국민이 모르는 알면서도 박탈감을 느끼게 했던 비리, 부정부패의 큰 줄기를 분명히 걷어내고 물러나겠습니다.
오늘 저의 이 짧은 글이 국민 여러분의 상처 받은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지는 못하겠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이 약속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렇게 연설을 끝낸 대통령은 갑자기 단상 앞으로 나가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계획에 없던 일이 벌어지자 놀란 보좌진들도 모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은 일어나서 단상에 다가가 김지검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김지검장은 단상에 올라가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였으며 대통령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뒤에서 양손을 몸 앞으로 정중히 모으고 끝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