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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23화_헤어지는 날에는 역시 비가 와야지
작성일 : 18-12-30 13:17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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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아~! 우리 억새 축제 가자~!”

 “축제? 언제 하는데? 사람 많은 거 싫은데”

 “에이~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번 주 까지래, 내일 토요일이니까 가자~ 응?”

 “가고 싶으면 가던지”

 "우리 도시락도 싸 갈까? 준이 너 참치 김밥 좋아하잖아“

 “가서 사 먹지, 뭔 도시락”

 "나 기말 전까지는 여유 있어~ 헤헤, 참치 김밥하고 유부초밥도 만들어 줄게“

 "맘대로~"

 "그럼 우리.. 아, 교수님 들어왔다. 이따 톡 할게~“

 

 오랜만에 놀러가자는 말에, 민준의 반응이 그리 탐탁치는 않아보여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준이 좋아하는 것들을 넣고 도시락도 준비해서

 가면 분명 재밌게 놀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민준과 데이트를 안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개강하고 나서는 거의 매일 보고 있었다.

 문제는 민준의 자취방에서만 데이트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데이트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그냥 수업이 끝나면 민준의 자취방에서

 같이 TV를 보거나, 저녁에 치킨을 시켜 먹거나, 아니면 각자 휴대폰을 하면서

 뒹굴 거리다가, 민준이 슬그머니 내 옆으로 와서 스킨십을 하면 섹스를 했다.

 그러다 그대로 잠이 들면 민준의 방에서 외박을 하고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영화관이나, 카페 같은 곳을 가는 그런 데이트를

 한 지가 거의 한 달이 되어가는 것 같다. 물론 민준과 둘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 자취방 데이트가 싫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뭔가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찜찜함이 커져가던 차였다. 억새 축제를 계기로 밖에 자주 놀러다녀야겠어..!

 가서 사진 많이 찍어야지~ 기대된다.

 

 .

 .

 

 약속 당일,

 10시에 학교 후문에서 만나서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씻고 준비하는데 1시간, 후문까지는 15분, 도시락은 약 2시간...!

 나는 6시 반에 맞춰둔 알람을 들으며 5분만, 5분만을 하며 괴로워 하다가

 6시 50분이 돼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좋아, 넉넉하게 알람을 맞춰두길 잘 했다.

 이제 도시락 싸는 건 아주 도사가 됐다. 고무신의 기본 덕목이었지.. 후후

 

 어제 냉장고 가득 장 봐온 걸로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했다.

 밥이 되는 동안, 재료 손질을 하고, 과일 도시락을 준비한다!

 방울토마토와 청포도를 같이 담으니 색깔도 예쁘다.

 민준이가 좋아하는 참치를 듬뿍 넣은 참치 김밥하고, 유부 초밥도 만들어서

 차곡차곡 예쁘게 담았다. 8시쯤 아영이 일어나서 아침부터 고생이다 하고 한마디 하더니

 김밥 꼬다리를 하나 입에 넣는다.

 

 “웬일로 주말인데 일찍 일어났다? 어때? 간은 맞아?”

 “네가 새벽부터 부스럭거리는데 안 일어나겠냐.. 맛있네~”

 “다행이다~ 완성~! 예쁘지? 아영이 네 도시락은 냉장고 위에 뒀다? 이따 먹어”

 “땡큐~ 라면 끓여서 같이 먹어야 겠다”

 “지금 몇 시지?”

 “이제 8시 40분”

 

 오, 생각보다 금방 쌌네? 나는 도시락을 쇼핑백에 담고, 주방을 정리했다.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시계를 보니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10시 약속인데 이제 일어났으려나? 아직 민준에게서 연락은 없다.

 

 [준아~ 일어났어?] 오전 09:12

 

 바로 확인을 안 하는지, 1이 없어지지 않는다. 뭐야, 좀 불안한데...

 

 [쭌!! 일어나~ 우리 억새 축제 가야지ㅎㅎ] 오전 09:19

 

 나는 화장을 하면서 계속 답장을 기다렸다.

 얘, 늦잠 자는 거 아니야? 남자들이야 준비 금방 한다고 해도,

 여전히 답이 없어서 초조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우웅.. 여보세요?"

 

 이 새끼.. 분명 지금 일어난 목소리다.

 

 "준아~ 지금 일어나면 어떻게 해~ 우리 놀러 가야지~"

 "..아, 맞다.. 누나 오늘 미세먼지 되게 심하대"

 "뭐?“

 “미세먼지.. 오늘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이래. 이런 날 밖에 나가면 안 돼”

 

 밖을 보니 날씨가 흐린 건지, 진짜 미세먼지가 심해서 그런 건지,

 뿌옇기는 하다.

 

 "아니.. 그래도 가기로 약속 했잖아.. 나.."

 "다음에 가자. 미세먼지 엄청 심한데, 누가 밖에 돌아다니냐?“

 "아, 그럼 마스크 쓰고 가면 되잖아~“

 “그게 뭐야~ 다음에 가자 다음에~”

 "너 진짜... 그래, 알았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까지 쌌는데, 나 혼자만 들떠 있었나 보다.

 놀러가자고 더 말하는 것도 자존심 상해서 전화를 끊었다.

 아 짜증나 진짜... 짜증나서 눈물이 다 난다.

 사람이 슬플 때 말고도 화가 나면 눈물이 난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누나 삐졌어? 미세먼지 심하다 그래서~ 누나 저번에 보니까 기침하길래

 걱정 돼서 그랬지~ 다음에 가자 알았지? 우리 애기 삐지지 마요~] 오전 10:14

 

 전화를 끊고 한참 뒤에 민준에게 톡이 왔지만, 나는 읽고 답장하지 않았다.

 무슨 이딴 게 이유라고,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할지 몰라서

 화나는 마음을 속으로 삭이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김상현이다.

 

 “여보세요..”

 "쏭쏭~! 뭐 하냐~"

 "...나 그냥 있지 뭐...“

 "나 지금 카페 왔는데, 아영이 뭐 좋아하지? 마끼아또? 아메리카노?"

 

 누군 지금 남친 때문에 짜증나서 빡 치는데.. 이게..?!

 

 "..아영이 카페모카 좋아해.. 휘핑 빼고.."

 "오 땡큐 땡큐~ 근데 왜 이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무슨 일 있어?"

 

 나는 상현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떠들었다.

 

 "아니, 무슨 미세먼지 때문에 당일 데이트 약속을 취소하는 게 말이 되냐?

 핑계를 대도 미세먼지가 뭐야. 어이가 없어. 딱 봐도 방금 일어나서 나오기 귀찮은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걱정 돼서 그랬다는 둥 헛소리를 하잖아"

 "그건 걔가 잘못했네. 그러고 답장 안 한 거야?"

 "에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랜만에 데이트 약속인데...“

 “너 그래서 지금 집이야?”

 “어, 아영이도 아까 일어났어. 지금 화장실 갔다”

 “그럼 너 마실 것도 사갈게. 뭐 마실래? 야 짜증날 때는 단 게 최고야.

 더블초코 프라푸치노 사간다 내가“

 “오~ 김상현... 나 조금 감동”

 “오라버니한테 잘 해라”

 “야 그럼 올 때, 라면 2개만 사와라. 우리 같이 아점이나 먹자. 밥 아직 안 먹었지?

 내가 놀러가려고 도시락 기막히게 만들었는데, 그냥 우리끼리 먹자 짜증나는데“

 “콜콜~ 라면은 내가 알아서 사 간다?”

 “오키염~"

 

 그래, 친구들이 최고지 뭐, 다 같이 모여서 도시락이나 먹어야겠다.

 

 “쏭 너 안 나가? 10시에 나간다며”

 “넌 화장실에서 아주 고사를 지내라. 변비야?”

 “알잖아.. 그나저나 왜 안 나가냐고”

 “취소됐다~ 개자식이 미세먼지 때문에 가지 말잔다”

 “미세먼지............”

 “김상현 지금 온대, 같이 도시락이나 먹자. 라면 사온다니까 물 끓여야겠다”

 “쏭... 내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고맙다 깡...”

 

 열심히 준비한 도시락은 아영과 상현이와 맛있게 먹었다.

 상현이는 먹고 뒷정리를 도와준 다음 아영이와 나갔고,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느라 모자란 잠을 낮잠으로 보충했다.

 그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11월의 어느 토요일이 지나갔다.

 

 나는 주말동안 민준과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연락을 안 할 수는 없기에

 민준의 애교에 못 이기는 척 화를 풀고, 평소처럼 지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한 사건이었다.

 

 .

 .

 

 [그냥 집에서 시켜먹지] 오후 4:22

 [배달음식 지겹단 말이야~ 이번엔 네가 맛있는 거 사줘 흥] 오후 4:23

 [그래 알았어~ 애기 뭐 먹고 싶어?] 오후 4:35

 

 .

 

 "준아!!"

 나는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 앞에서 민준을 만났다.

 

 "오래 기다렸지~ 교수님이 기말고사 얘기하느라고 늦게 끝났다“

 “아냐 금방 왔어~ 준이 너 오늘 점심은 먹었어?”

 “아직~ 오늘 수업이 너무 빡셌어~"

 "나도 오늘 대충 때웠는데, 저녁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뭐 먹을까?“

 걸어가면서 민준을 봤더니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뭐해?"

 "그냥 게임"

 

 슬쩍 봤더니 화면이 카톡이다. 무슨 게임이래.. 카톡 게임인가?

 

 "나 철수네 분식 제육 먹고 싶어"

 "에이 지금 사람 엄청 많아 딴 데 가자"

 "음.. 그럼.. 꼬꼬닭 갈까?"

 "후문 쪽은 사람 많아서 싫은데... 돈돈 찌개 가자. 누나 거기 계란말이 좋아하잖아“

 “거기 너무 멀잖아~ 준아 어디가?”

 나는 후문으로 가는 방향이 아닌 곳으로 걷고 있는 민준을 잡으며 말했다.

 

 “밥 먹으러 가잖아~”

 “아니, 왜 그쪽으로 가냐고, 이쪽이 빠르잖아”

 “여기 쪽문으로 나가도 후문 갈 수 있어”

 “무슨 소리래”

 이상한 곳으로 돌아서 가려는 민준의 모습에 기분이 팍 상했다.

 

 “너 지금 나랑 같이 후문 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밥도 후문에서 먼 곳에서

 먹자고 하더니, 지금 카톡은 누구랑 하는데?“

 “왜 또~”

 또? 또 나왔다. 저놈의 ‘또’

 

 “왜 또가 아니잖아. 내가 뭘 했다고 ‘또’야, 나랑 다니는 게 창피해?”

 “넌 왜 말을 그렇게 하냐”

 “그게 아니고, 왜 후문으로 가는 걸 피하냐고. 너 지금 하는 행동이 그렇잖아.

 내가 먹으러 가자는 데는 다 가기 싫다고 하고, 그리고 뭐? 이쪽으로 가면 더 빠르다고?

 내가 너보다 학교 1년은 더 다녔어. 이게 어떻게 빠른 길이야“

 “학교 더 다녀서 좋겠네~”

 “...나 집에 갈래. 오늘 저녁은 못 먹겠다”

 

 비꼬는 듯한 민준의 말에 화가 난 나는 그 길로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갔다.

 민준은 나를 잡지도 않았다. 집으로 걸어가면서 최근의 우리를 생각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삐걱거리게 된 걸까, 분명 다시 만나고 행복했는데, 최근 들어서...

 아니 최근도 아니다. 방학 이후로 잦은 다툼이 이어지고 있었다.

 

 .

 .

 

 민준이 군대에 가기 전 같이 보냈던 크리스마스,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고 우리가 다시 만나기로 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사실 민준과 그 때 싸운 이후로 계속 서먹서먹한 상태였다.

 보통 싸우면 민준이 봐달라는 식으로 애교를 부리며 사과를 하면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이었는데, 이번에는 민준이 먼저 미안하다고도 안 하고,

 나도 단단히 화가 나서 꽤 오래가던 참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전 날, 민준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나자고, 비록 장소가 학교에서였지만.

 

 [미안 누나 오늘 갑자기 과에서 술자리가 생겨서 이따 9시에 보자] 오후 5:22

 

 원래 6시 약속이었는데, 민준은 톡만 하나 달랑 보내고 답이 없다.

 저번 약속 때와 마찬가지로 6시에 나가려고 준비를 다 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나는 알겠다고 답장만 하고 또 하염없이 기다렸다.

 

 .

 

 "몇 시야..."

 깜빡 잠들었다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8시가 넘었다. 화장 좀 고치고 나가야지..

 데이트하다 보면 크리스마스이브 되겠다. 헤헤

 

 [나 지금 나갈까? 준이 너 있는 쪽으로 나갈게~] 오후 8:42

 

 [아 누나 미안 나 조금 늦을 것 같아] 오후 8:46

 

 [얼마나?ㅠㅠ] 오후 8:47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갈게 미안~] 오후 8:49

 

 조금 늦는다는 민준의 말에 머리가 망가지지 않게, 베개에 슬쩍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휴대폰은 울리지 않았고 시간은 계속 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야... 이제 11시인데...

 

 [준 언제 끝나?? 우리 안 봐?] 오후 10:54

 

 [거의 다 끝났어 잠깐만...] 오후 11:13

 

 휴.. 같이 저녁 먹으려고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배도 고프고,

 이제는 졸리기까지 하다. 민준은 술자리가 안 끝난다고 계속 미안하단 소리만 했다.

 아, 짜증나는데 그냥 보지 말자고 할까? 잠이나 잘까...

 

 [오늘 볼 수는 있어?] 오후 11:38

 

 [나와] 오전 11:46

 

 집에서 나왔더니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민준이 말한 술집에 도착 했을 때는

 12시가 넘었다. 얼떨결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맥주 집 앞에 서 있는 민준이 보였다. 씨.. 얼마나 기다린 건지..

 

 "오늘 예쁘네?"

 민준이 나를 보자마자 건넨 첫 마디였다.

 

 "뭐가~"

 "나 보려고 예쁘게 하고 온 거야?"

 민준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배시시 웃는다. 귀여워..

 거기에 또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도 참 중증이다.

 민준에게서 술 냄새가 난다. 많이 마셨나.. 우리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여긴 뭐 팔아? 가게 이름 귀엽다~"

 "감자튀김 먹자. 누나 먹고 싶은 소스 골라"

 

 감자튀김과 맥주를 시켜서 우리는 벽에 붙어 있는 테이블 석에 나란히 앉았다.

 

 "여기 감자튀김 맛있다~"

 오후 2시에 점심을 먹고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배고팠던 나는 감자튀김을 열심히 먹었다.

 옆에서 민준은 한숨을 푹 쉬면서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준아 안 먹어?"

 "...누나"

 "응?"

 "우리...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아.."

 

 나직하게 울리는 민준의 조용한 목소리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게 느껴졌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뭐..라고?"

 "우리, 시간을 좀 가지자고.."

 그의 말 속에서 머뭇거림이 느껴졌지만, 민준은 다시 한 번 똑똑히 말했다.

 

 "..왜..?"

 "나 요즘 너무 바빠.. 과제도 많고, 이제 슬슬 취업 준비도 해야 할 것 같고..

 누나 신경 써 주기 힘들어"

 "그게 무슨 이유가 돼..“

 

 민준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런 말을 들을 준비조차 없었던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울기 싫은데, 또 눈물이 날 것 같다.

 

 "딱.. 한 달만 시간을 갖자 응? 누나 진짜 좋은 여자인데,

 내가 누나한테 못 해주는 것도 미안하고..."

 "내가 뭐가 좋은 여자야.."

 "누나 나보다 훨씬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는데.. 내가 미안하니까..."

 "넌.. 내가 다른 남자 만났으면 좋겠어? 난 너만 있으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민준의 소매를 잡자, 민준이 살짝 짜증을 낸다.

 

 "네가 자꾸 이렇게 징징거리니까 내가 그러는 거 아냐!"

 "......"

 어이가 없어서 민준을 쳐다보니, 아차 싶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한 달만 연락하지 말자 누나.. 미안해..."

 "...그냥, 우리 여기까지 하자“

 

 .

 .

 .

 

 “헤어지자고 네가 먼저 말했다고?”

 “시간을 갖자고 한 건 서민준인데, 헤어지자고 한 건 나야”

 “야 이제 와서 그게 뭐가 중요해, 그 새끼 애초에 딴 여자 생겨서 그랬다며”

 아영이 소주를 섞은 맥주잔을 휘휘 저으며 말한다.

 

 “균상이 얘기로는 그렇게 너랑 시간을 갖네, 어쩌네. 이러고 나서

 한 달도 안 돼서 같은 과에 후배랑 사귀었다며“

 “..깡.. 당신의 팩트가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는 말 못 들어봤냐”

 “너 서민준이랑 헤어진 지가 몇 년인데 난리야”

 지혜가 심드렁하게 말한다.

 

 “어.. 그렇긴 한데.. 오랜만에 들으니 좀 뼈를 맞은 기분이야...”

 “우리 송이나 오늘 또 술 먹고 서민준 부르나요~~~”

 “아 이제 번호도 모르거든!!”

 “어! 야야 밖에 눈 온다”

 지혜의 외침에 우리는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에서 솜 같은 눈이 하늘하늘 내리고 있었다.

 

 “눈 예쁘게 내린다...”

 “그러게 쌓이겠는데? 지혜 너 오늘 차 가지고 왔지? 어쩌냐”

 “아 강아영~!!!! 진짜 낭만 다 팔아 먹었냐고!!!!”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조금 울적해지려는 마음에 위로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하늘도 우는 것처럼 비가 온다는,

 그런 이별 노래가 있다. 그 날도 거짓말처럼 비가 내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주었던 눈은 어느새 비로 바뀌었다.

 그와 헤어지고 혼자 돌아가는 길에 정말 드라마처럼 비를 맞았다.

 

 세상에서 제일 비극적인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했다.

 그 비련의 여주인공이 지금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든 아픔은 시간으로 잊혀지고, 무뎌지지만 자국은 남는다.

 그 자국까지 없었던 일로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정말 그를 사랑했었으니까..

 
작가의 말
 

 곧 새해가 다가오네요.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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