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으로 인해 이임현은 얼굴을 구기며 잠에서 깨어났다. 잔뜩 구겨진 얼굴을 유지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온기가 남아있는 이불들을 대충 정리했다. 임현은 현재 시각을 확인하기 위해 머리맡에 두고 잔 스마트폰을 들어 전원을 켰다. 점심을 먹기엔 늦은 감이 있는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 모니터에 떠올랐다. 평소의 자신의 수면 시간을 생각했을 때 너무 오래 잤다고 임현은 스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영향 때문인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무엇으로 대충이라도 배를 채울지 고민하며 자신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거실로 향하기 위해 방의 문을 반쯤 열었으나 자신의 눈에 들어온 본 적 없는 풍경에 임현은 몸과 숨을 잠깐 멈췄다. 평범해야할 거실의 바닥에 위화감이라는 것을 온 몸에 두르고 있는 무언가가 흩뿌려져 있었다.
생선 비린내와는 다른 느낌의 비린내와 물감과는 다른 느낌의 붉은색,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키는 두 가지의 성질을 온전하게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즈음, 그에 맞춰 임현의 본능은 긴장하며 거실의 무언가와 비슷한 색의 붉은 사이렌을 울려댔다. 긴장은 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에 손을 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평소 이상의 힘을 주게 만들었으며,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말라버린 입술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었다. 임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심호흡을 몇 차례 반복했다.
‘아닐 거야, 아니지? 아니잖아. 석준이가 뭘 흘린 걸 거야.’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친구이자 룸메이트, 주석준의 이름을 의식적으로 머릿속에 꺼내두고 피어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계속 그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자신의 머리를 가득 채우는 여러 생각들이 그저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임현은 문을 한 번에 열어젖혔다.
거실 한복판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이 임현의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천장을 향하고 있으며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가슴 부근은 피로 범벅이 되었기에 시선이 절로 피해졌고, 그렇게 방황하던 시선은 쓰러진 사람의 얼굴에 고정됐다. 임현이 아주 잘 아는 사람, 방금 전 머릿속에 꺼내뒀던 주석준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들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시, 신고……, 신고부터……!’
짧고 굵은 비명과 함께 임현은 정신없이 손가락을 움직여 핸드폰을 꺼내 다이얼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