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뭐야, 이걸 죽였어?]
손에 쥐고 있는 손도끼를 통해 두개골이 부서지는 느낌이 아직 손에 생생했다.
허연 뇌수와 피의 비린내가 쓰러진 상대의 몸에서 나는 비린내를 지워간다.
[이거 에트나 행성 출신 리자드맨이잖아? 쉬운 놈이 아니었을 텐데?]
온몸을 뒤덮은 비늘이 아직도 멈추지 않은 몸의 경련을 따라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분명 인간은 아니지만 두 발로 서서 두 손으로 긴 창과 방패를 쓰고 옷도 입었다.
동료들과는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말도 하는 듯 했다.
지성을 가진 생명체였다.
“우으윽.”
이현은 속에 치미는 것들을 모조리 토해냈다.
어제부터 얼마 먹지도 못했는데도 온 속이 뒤집어질 만큼 쏟아져 나왔다.
[야, 신기하네? 꼴에 보아하니 이런 일 하던 것도 아닌 거 같은데?]
‘……!!’
3일 만에 처음 듣는 사람의 말이었다.
이현이 구토하느라 맺힌 눈물을 꾹 눈을 감고 짜버린 다음 고개를 들었다.
거기엔 새하얀 빛 덩어리가 둥둥 떠 있었다.
이현을 놀라게 한 소리는 그곳에서 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여드름 수준인데 벌써 싹수가 보이는 이레귤러가 나왔네.]
흰 빛이 이현을 중심에 두고 빙빙 돌고 있다.
이 일주일 간 별별 일을 다 겪었지만 이런 일은 또 처음이었다.
이현은 손에 쥔 손도끼를 꾸욱 쥐었다. 저게 무엇이든, 죽을 순 없었다.
[요 건방진 녀석 봐라.]
새하얀 빛의 구체가 웃는 듯이 작게 흔들리더니 이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쨍그랑, 손에 들고 있던 도끼날이 자루와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지더니 눈앞에 다시 휙 나타난다.
“우아악!”
이현이 따라가지도 못할 만큼의 움직임을 낸 흰 구체는 순식간에 유일한 공격수단인 도끼를 동강내버렸다.
놀란 나머지 다리의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은 이현의 주변을 흰 구체는 쾌활하게 통통 튀며 맴돌았다.
[걱정 마라. 죽이진 않아. 넌 재미있거든.]
웃는 듯 빛의 구체가 부르르 떨렸다.
이현은 기절할 것만 같은 정신을 겨우겨우 붙잡았다. 그의 귀에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소리가 들렸다.
[너 이 던전의 보스 좀 해줘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