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한이화의 마음은 잔뜩 웅크렸다.
그녀의 입에 감도는 긴장한 미소 아래로 뭔지 모를 책략이 감추어졌다.
촤악.
데굴.
데굴.
한이화는 하얀 사발에서 쌀 한줌을 쥐었다. 그녀가 던진 쌀은 밥상 위에 흩뿌려졌다. 그 상은 시장 통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갈색 옻칠이 된 자그마한 것이다. 쌀알들은 밥상 위에서 도르르 굴러갔다.
짤랑.
짤랑.
쇠 방울은 정신없이 흔들렸다. 쇠 방울끼리 부딪치는 짤랑거리는 금속소리는 적막한 방안을 긴장시켰다.
습.
습.
습.
습.
습.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쇠 방울 소리에 화음을 얹었다. 쇠 방울의 흔들림이 고조를 이루면 입술의 들썩거림도 격해졌다.
탁.
한이화가 쇠 방울을 내려놓았다. 그것은 마치 밥상 위에 집어던지는 것 같았다. 몇 초간 묵직한 침묵이 방 안을 짓눌렀다.
스르륵,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바삭하게 마른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생각지도 못한 허스키하고 짙은 농후함이 감도는 목소리였다.
“산신님이 노하셨어. 달래지 않으면 모두 다 죽어.”
그녀는 한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 감은 눈은 마치 궁금증이 있어도 무어라 더 물어볼 수 없게 차단하는 것 같았다.
습.
습.
습.
습.
습.
그녀의 갈라진 붉은 입술이 계속해서 들썩거렸다.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수풀로 우거진 산중턱 한 가운데에 널찍한 공터가 있다. 그 가운데 나무 제단이 있었다. 그것은 각을 맞춰 격자로 튼튼하게 쌓여졌다.
그 제단은 대략 10단 정도의 높이였다. 10단이라고 해봤자 성인 남자의 허리춤 정도에 닿았다. 단 맨 위에는 제물을 둘 공간이다. 거기에는 나뭇가지와 짚단이 촘촘하게 깔렸다. 단을 빙 둘러 사방으로 나무 기둥이 듬성듬성 세워졌다.
휘익.
휘익.
나무 사이사이로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 음산한 소리를 내었다.
촤.
짤랑.
짤랑.
푸닥거리가 시작되었다. 한이화는 나무 제단 앞에서 쇠 방울을 흔들었다. 춤이 격렬해 질수록 그녀는 오른손에 들려 있던 부채를 휘저었다.
둥.
둥.
둥.
둥.
북 치는 사람은 한이화의 리듬에 맞춰 북의 강약을 조절했다.
“산신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정오마을 산신님께 비나이다.”
나무 제단에 불이 붙었다. 불은 화르르 거리며 아우성을 쳤다. 순식간에 큰 불길이 일었다. 눈부실 만큼 주위가 환해졌다. 한이화의 푸닥거리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짤랑.
짤랑.
둥둥둥둥.
짤랑.
짤랑.
둥둥둥둥.
아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나무 제단 뒤쪽이 와르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