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이 움직인다.
뱀의 머리로 된 꼬리가 바닥을 기어다니고 묵직한 철화가 대지를 밟는다.
ㅡ끼아아아아아악!
하늘은 까마귀 때로 뒤덮혀고, 망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구가하며 그의 뒤를 따른다.
망자의 군단이 짓밟은 대지는 죽음으로 물들며, 모든 땅이 썩고 매말라간다.
[...]
좌절과 절망의 끝에 도달한 적이 있는가?
끝 없는 지옥의 늪에 허우적거리며 타락할 각오가 되었는가?
영혼이 오염되고 더럽혀지며, 타락할 각오는?
몇 번이고 마음 속에서 질문을 해봤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번이고... 하지만 답은 같다.
이미 결정된 상황이다.
후회 따위는 없다.
그는 오직‘소망’을 이루기 위해 타락했으니까.
투구 사이에서 황금빛 안광이 발광하며 눈앞의 거대 도시를 바라봤다.
그는 들고 있던 창을 대지에 찍었다.
망자들이 그에 따라 포효한다.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그는 분노하는 자, 증오하는 자, 원망하는 자.
세상의 끝 없는 절망에서 기어올라온 용자이자, 타락한 망자들의 군주...
'타락의 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