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조차 졸기 시작할 무렵, 8층 오른쪽 맨 끝 병실, 심장박동기 소리만이 병실을 메꾼다. 눈만 빼고 모든 곳에 주사 줄과 붕대로 감아져있어 못 알아볼 뻔했다. 그 새벽에, 그 병실에, 꽃다발을 든 남자가 산소호흡기를 낀 남자를 내려다본다.
“조금 억울했어. 날 용서해. 용서해야 해.”
그가 들고 있던 꽃다발은 바닥에 처박혔다. 그가 한걸음 다가가자 장미꽃이 구두굽에 밟혔다. 발을 뗐을 땐 짓눌려 나온 액체가 바닥을 물들였다. 그의 손이 산소마스크로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