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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나는 재미가 있는 아이는 놓아주지 않아.”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자신의 전 남친이자 사이코인 강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혜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고 만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혜진은 심부름센터 직원 지연우와 시원한 사이다 복수 및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찔한 공조를 펼친다.
[회귀물/마약/클럽/복수/스릴러/생존/악녀/거래/비밀/납치/감금/수갑/캠퍼스/여대생/집착남/철벽녀]
작가이메일: makapanda@naver.com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0
작성일 : 20-09-05 22:36     조회 : 338     추천 : 0     분량 : 4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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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프롤로그>

 

 

 

 인적이 드문 어두운 밤거리, 나는 숨을 헐떡이며 골목길 벽에 딱 붙은 채로 잠시 걸음을 멈춰 세웠다.

 “허억, 여기까지는 잘 쫓아온 건가?”

 마음이 다급한 내게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거나 땀을 훔칠 여유 같은 건 없었으며, 싸늘한 밤공기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오늘은 물건 준비됐나요?”

 “……!”

 나는 잔뜩 수상한 대화에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며칠 전 내가 결별을 통보한 전 남자친구인 강서준이 정장을 입은 거구의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은 요즘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클럽 먼데이의 입구였다.

 

 ‘도대체 저기서 저 녀석 뭘 하고 있는 거지?’

 

 “싫어요! 싫다니까요!”

 “어디를 가려고 그래!”

 그 순간 건물 입구에서 옷이 여기저기 찢어진 여자가 남자들의 손을 뿌리치며 밖으로 나왔다.

 

 ‘어? 먼데이는 휴업 중인 걸로 아는데?’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럽 먼데이는 얼마 전 리모델링을 한다며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공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엉망이 된 여자가 밖으로 나오고 그 여자를 잡기 위해 수많은 남자들이 나타날 줄이야? 입이 벌어질 정도로 나는 너무 놀랐지만 숨을 죽인 채로 상황을 지켜봤다.

 

 “어딜 만져요! 집에 간다고요!”

 “아 이게 뭐예요, 기분 상하게.”

 “죄송합니다. 도련님.”

 흥분한 여자가 팔을 휘두르다가 그만 강서준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비켜, 나 집에 갈 거야!”

 그러나 여자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과연 클럽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여자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계속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 나까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아니면 소리를 질러야 하나?’

 

 

 “비키라니까!”

 “아놔, 더럽게 시끄럽네.”

 따아아아악!

 “……!”

 이럴 수가? 내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만 거듭하고 있던 사이 분노한 강서준은 여자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쿠웅!

 “도련님?”

 “하아, XX!”

 놀란 여자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강서준은 그저 자신의 얼굴에 생긴 상처를 만지며 욕설을 내뱉을 뿐이었다.

 

 ‘점점 분위기가 위험해지려고 해…….’

 내가 강서준의 뒤를 밟아 이곳까지 온 것은 저 녀석의 더러운 실체를 폭로해 시원하게 복수를 하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뭔가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고 있는 느낌, 이제 와서 도망을 갈 수도 없다.

 

 “내가 이런 꼴이나 보자고 여기 온 게 아닐 텐데요?”

 “죄송합니다.”

 강서준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처음부터 대화를 나누고 있던 거구의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민경아! 이민경!”

 “……!”

 그런데 이번엔 땀을 뻘뻘 흘리며 남자 1명이 나타났다.

 

 “우리 민경이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아마도 저 여자의 남자친구인 건가? 그러나 바닥에 쓰러진 여자는 남자친구의 등장에도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도련님, 어떻게 할까요?”

 “귀찮은 일 생기는 거 아니야?”

 “내 여자친구한테 너희가 한 짓 경찰에 다 신고할 거야! 다 말할 거라고!”

 “처리하겠습니다.”

 “응.”

 거구의 남자가 고개를 움직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으아악!”

 퍼어억!

 퍼억!

 “커억!”

 퍼어억!

 퍼어어어억!

 그러자 여자친구를 구하러 온 남자는 순식간에 골목길 안쪽으로 끌려가 집중 구타를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손이 파르르 떨리고 온몸이 차갑게 굳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내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엄청난 공포감에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커억, 용서 못해. 내가 다 말할 거야.”

 남자는 그렇게 얻어 터지고도 포기하지 않은 건가? 사랑의 힘이라는 게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도 아주 잠시였을 뿐, 그 모습을 본 강서준이 허공에 손을 몇 차례 휘젓자 악당들은 알아서 뒤로 물러났다.

 “여기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야, 너 따위가 뭘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지.”

 

 두근두근!

 ‘그동안 내가 누굴 만나고 있었던 거야?’

 엄청난 상황에 벌어지고 있자 내 심장은 폭주기관차처럼 마구 두군거리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다.

 

 “닥쳐, 으으!”

 두들겨 맞은 남자는 아직까지는 힘이 남아있는지 피가 묻은 손으로 강서준의 다리를 붙잡으려고 애를 썼다.

 “XX! 아 더러운 옷에 피가 묻었잖아?”

 하지만 남자의 손은 강서준의 바지에 살짝 스쳤을 뿐,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하아, 하아!”

 “민경아, 오빠가 갈게. 조금만 기다려.”

 “아이고~! 쇼를 하는 구나?”

 강서준이 바지를 살피던 그 사이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남자는 엉망이 된 몸을 바닥에 질질 끌며 기어가고 있었다.

 

 푸욱!

 “……!”

 “으아아아아아!”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또 뭘 볼까? 강서준은 어느새 나이프를 꺼내 남자의 팔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찔러버렸다.

 

 “한 번에 죽을래? 아니면 고통스럽게 죽을래?”

 여자친구는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다가 넋이 나간 듯 입만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런 와중에도 강서준의 표정은 싸늘함 그 자체다.

 “하아, 하아!”

 이미 저 남자 다 죽어가는 상황인데, 정말 이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몸은 자꾸만 내 이성적인 판단을 거부하는 듯,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하아, 재미없네. 그냥 죽어라.”

 푸우욱!

 결국 강서준의 날카로운 나이프가 순식간에 남자의 목을 찔렀다. 남자는 비명 한 마디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는 축 처진 채 움직임이 없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강서준이 사람을 죽이다니…….’

 죽은 남자의 붉은 피가 하수구가 있는 쪽으로 서서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는데, 여태까지 21년을 살면서 본 장면 중 가장 충격적인 장면일 것이다.

 

 “꺄아아!”

 “뭐야?”

 그 순간 나는 붉은 피가 내 신발에 닿자 그만 소리를 내고 말았다.

 “퉤! 윤혜진?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악당들에게 내 존재가 드러났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특히나 강서준은 침을 뱉으며 내 존재를 아주 귀찮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타악!

 “꺄악!”

 “도련님, 어떻게 할까요?”

 “……!”

 어느 틈에? 강서준과 처음부터 대화를 나누고 있던 양복을 입은 남자가 어느새 내 목을 팔로 휘감고 있었다.

 

 “억!”

 내가 너무 앞만 보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이미 멘탈이 나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이렇게 내 등 뒤로 사람이 올 동안 아무 것도 눈치를 채지 못할 줄은 몰랐다.

 

 “그냥 죽여라, 저 년도 이제 노잼이야.”

 “네.”

 빡!

 털썩!

 쿠웅!

 목이 꺾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러졌다고 표현하는 게 더 좋을 듯싶다.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졌다.

 

 “도련님, 뒤처리는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안에 들어가 계시지요.”

 “어, 그래야지. 물건도 봐야 하니.”

 저들에게 죽어가는 나는 벌레보다도 못한 존재인 걸까? 강서준은 전 여자친구가 죽어가는데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사이 난 숨이 서서히 쉬어지지 않았으며 정신이 점점 아득해졌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이야…….’

 

 내 순정을 짓밟은 남자에게 시원하게 복수해주고 싶었던 윤혜진의 첫번째 삶은 이렇게 비참하게 끝난 것이다.

 

 

 **

 

 

 “허억, 허어억!”

 그런데 하늘에서 내 이런 죽음을 원통하고 불쌍하게 여긴 탓인지 내가 다시 눈을 뜬 곳은 천국이나 지옥이 아닌 평범한 강의실이었다.

 

 “혜진아 왜 그래?”

 “어, 아니야. 아무 것도!”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펴봤는데,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분주하게 판서를 하고 교수님의 모습이 보였다.

 

 “수아야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

 “6월 19일, 오늘이 종강이잖아.”

 “아, 으응.”

 분명 나는 7월 19일 강서준의 뒤를 밟다가 목이 꺾여 죽었다. 그런데 정확히 1달 전으로 되돌아 오다니? 이건 꿈일까? 아니면 기적인 걸까?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지금쯤 맨 앞줄에 있는 남학생이 손을 들고 교수님에게 질문을 할 것이다.

 “교수님 오늘은 저희 조가 처음이니까 슬슬 발표 준비해도 될까요?”

 “아, 그렇게 하도록.”

 “……!”

 그 순간 정확히 내 예상이 적중했다.

 

 ‘이게 만약 꿈이 아니라면 하늘이 다시 한 번 내게 기회를 준 게 틀림없어…….’

 

 

 **

 

 

 “하아, 이게 뭐야.”

 수업이 끝난 후 건물 밖에 있는 벤치에 앉은 나는 팔짱을 낀 채로 긴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발표를 하다가 한 학생이 실수를 해 컴퓨터가 꺼져 재부팅을 하고 교수님께서 이번 발표가 기말고사 점수로 들어간다고 설명을 해주는 등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 그대로 모든 게 똑같이 진행이 됐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아마 지금쯤이면…….”

 “서준아 나 진짜 배고파!”

 “어? 나도야, 그럼 경은아 나랑 밥 먹을래?”

 “나야 좋지!”

 역시나 내 예상대로다. 나와 사귀고 있는 와중에도 강서준은 여러 여자들과 노는 걸 좋아했고 오늘은 내가 강서준과 가장 심하게 다투는 날이라 많은 것들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그럼 슬슬 일어나볼까?”

 나는 생각을 정리한 끝에 1달 전으로 되돌아온 게 꿈이든 기적이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꿈이면 어차피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그만이고 혹여 기적이 일어나 내가 1달 전으로 되돌아온 거라면 1달 후 내가 죽을 일을 미연에 방지해 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조금 더 이것 저것 체크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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