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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의 창가
작가 : 솜댕
작품등록일 : 2020.8.11

'그'가 죽었다. 정원의 첫사랑이자 남자친구인 '그'는 예고도 없이 투신 자살을 했다. 장례식장에 찾아간 정원은 그곳에서 기괴함을 느끼고 도망친다. '그'의 아버지에게서 받은 '그'의 편지만이 그녀에게 남은 것이었다. 정원은 펴지를 읽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정원은 점점 그의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프롤로그: 그가 죽었다.
작성일 : 20-08-11 17:14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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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눈은 빛나는 영혼의 창이었다.

 

 나는 나의 모습이 온전히 담기는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턱을 괴고 그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면 마치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나의 오만일 것이라고, 그의 미소는 말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그의 미소는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는 암묵적인 경고였다.

 

 그의 눈은 나의 살갗을 베는 화살촉이었다. 가까워지려 하면 빠져나가고, 멀어지려 하면 뒤돌아선 나를 붙잡는 그는,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다만,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쏜 화살은 마치 에로스가 날린 사랑의 화살이라도 되는 듯, 나는 이미 그에게 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창을 열고 가만히 침입했다. 가까이 선 그의 눈동자, 그의 영혼의 창은 투명하지만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마다 그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의 본질을 이미 꿰뚫고 있음에도 그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저 감정을 뭐라고 정의하면 좋지?

 그의 표정은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와 같았다. 그 파도에 비친 바다가 너무도 깊어서 나는 감히 한 발자국도 내밀 수 없었다. 나는 그의 감정을 알지 못했다. 다만 그의 미세한 파도는 마치 집에 아무도 없는 밤 묘하게 들려오는 사람의 인기척 같은 떨림. 그래,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

 -그가 죽었다.

 라는 소식을 듣고 나는 마치 살아있는 시체처럼 멍하게 시계를 바라봤다. 새벽 2시 40분. 아슬아슬하게 과제를 마치고 후련하던 참에 걸려온 전화였다. 그였다. 핸드폰 화면에는 그의 이름과 번호, 그리고 설렌 나의 표정이 비쳤다.

 

 

 [여보세요]

 얇은 미성이 아닌 중후한 중년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들렸다.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가 어제 저녁, 죽었다.

 투신자살이었다. 그리고...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제가 지난 지 3시간도 안되었지만, 이미 장례는 열린 모양이었다. 사내는 말을 이어갔다.

 

 [학생한테 줄 게 있으니까, 추스르고 들러요]

 

 중년의 남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직접 본 듯이 마지막 말만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나의 시간은 멈춘 듯 했지만, 애석하게도 시계의 초침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애초에 나는 이 사실을 나의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나는 아무 생각도 내 안에 담을 수 없었다. 그의 얼굴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렴풋한 그의 미소 사이로 중년 남성의 담담한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정지된 사고를 바로잡으려, 그를 기억하려, 애썼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의 미소는 점점 얼룩져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내 밖은 공기로 가득한데, 내 안은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눈을 어떻게 깜빡였는지, 몸을 어떻게 움직였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다만 계속해서 내 가슴을 연신 두들겼다. 갑자기 박힌 날카로운 화살촉이 점점 깊게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원아! 왜 이래. 정신 좀 차려봐!... 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의 눈앞이 서서히 밝아졌다. 바로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없지만, 익숙한 얼굴에 나의 초점이 서서히 돌아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마치 방금 어항에서 탈출한 금붕어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올려다 본 시계의 시침은 정확히 7을 향해가고 있었고, 나의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

 “자네 이름이 윤정원 맞나?”

 보기 드문 한복차림의 사내가 정원에게 물었다.

 

 “네...”

 정원은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결혼식장처럼 북적거리는 식당, 어디서 봤을법한 사람들로 가득한 장례식장. 화환에 걸린 띠에는 딱딱한 글씨로 엄청난 기업가들의 이름이 써져있었다.

 

 -23세의 죽음.

 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그런 곳이었다. 정원은 전에 ‘그’가 잠깐 스쳐가듯이 언급했던 것이 생각났다. 엄청난 집안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정원은 무엇보다도 부모라는, 친척이라는 사람들의 태도가 가장 거슬렸다. 죽음이 마치 당연한 것이라도 되는 듯이 그들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정원은 순간 자신만이 이 장례식장의 유일한 참석자이자 이방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아니, 과연 착각일까 싶었다.

 

 한복차림의 사내는 정원에게 구겨진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그 밑단에 작은 글씨로 ‘정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의 글씨였다. 정원은 봉투를 받아들고는 그 사내를 쳐다보았다. 볼 일을 다 보았으면 가보라는 듯 사내는 차갑게 정원은 내려다보았다.

 

 정원은 지친 발걸음을 이끌어 이방인들의 잔치에서 벗어났다. 빨랐던 걸음 차차 느려졌다. 어느 정도 그 곳으로부터 벗어나자 정원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정원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에는 그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 쥐어져 있었다. 정원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편지를 쥔 그녀의 손이 점점 떨려왔다.

 

 주저앉은 그녀를 향한 호기심의 눈길들이 쏟아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에게 어떤 것도 담길 리 없었다.

 

 

 *

 -정원이에게

 

 그의 편지는 여느 편지와 다르지 않았다. 편지 속에는 지금껏 그가 하지 못한 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가 버티지 못한 것들과, 지금껏 버티게 해준 것들. 그리고, 아쉬운 것들.

 

 

 ‘나는 ‘그’의 아쉬움이었을까?’

 

 

 정원은 쓴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어떤 생각을 해도 그 답을 알아낼 수 없었다. 답을 쥐고 있는 ‘그’는 이미 정원의 곁에 남아있지 않았다. 편지를 읽는 와중에도 정원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계속 억누르려고 하지만, 쏟아지는 장대비를 완벽히 막을 수 있는 우산이 존재할리 없었다. 손으로 눈물을 훔쳐내며 정원은 그의 마지막을 읽어나갔다. 그녀의 손을 적신 빗방울이 편지의 가장자리를 물들였다.

 

 

 그의 진정한 편지는 두 번째 장부터 시작되었다. 어쩌면 앞 장은, 몰래 편지봉투를 뜯어 봤을 몇몇 사람들에게 보이는 멀쩡한 연막탄이었을지 모른다. 정원은 앞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자신에 대한 안부와 일상에 대해 나열되었던 것과 달리 강렬한 첫 문장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한동안 그 문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자신과는 상관도 없을 법한 그 문장은 분명히, 분명 그의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

 -‘정원아, 너는 전생을 믿니?’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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