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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1.
작성일 : 20-08-03 22:47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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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라니에스 영애의 사랑.

 이것은 생전 내가 마지막까지 보던 소설의 제목이자 꽤 유명했던 웹 소설이었다.

 나 역시 그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 중 한 명으로서 마지막 화까지 정주행을 마치고 댓글을 달았던 기억이 있다.

 단행본이 출판되면 살까, 하는 의향도 있었으니 그 소설의 팬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런 나였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아니면 단순히 꿈을 꾸는 걸까.

 교통사고를 당하고 눈을 뜨니 보이는 건 병원이 아니라 낯선 방 안이었다.

 

 정말 통속 소설의 어느 진부한 첫 문장의 시작처럼 낯선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여기는 어디지, 하는 의문과 동시에 문밖에서 ‘라니에스 아가씨 들어가겠습니다.’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 덕에 내 이름이 라니에스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익숙한 이름에 설마, 하는 의심은 들어오는 하녀의 생김새를 보고 확신했다.

 

 라니에스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피는 하녀장 데이지는 꽤 중요한 인물이라 소설 속에서 외관 묘사를 해준 적이 있었다.

 갈색에 가까운 주황 머리와 짙은 올리버 색 눈동자. 그리고 콧등 위에 주근깨까지. 소설에서 묘사한 그대로였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쓰며 침착한 목소리를 냈다.

 

 “씻는 걸 도와주겠어?”

 

 “알겠습니다. 물을 떠 올까요?”

 

 “아니. 내가 욕실로 갈게.”

 

 욕실로 걸어가는 내내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게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 반, 혹시나 하는 마음 반이었던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욕실로 들어서자 커다란 거울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확인한 나의 얼굴은 내가 아는 라니에스가 맞았다.

 말 그대로 은색이라고 표현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투명한 은색 머리카락과 제비꽃 색의 눈동자. 거울 속에 있는 것은 내가 아는 그 소설, ‘라니에스 영애의 사랑’의 여자주인공 라니에스였다.

 

 ‘…내가 지금 꿈꾸고 있는 걸까?’

 

 처음 든 생각은 이건 꿈이다. 였으나, 세수하며 몰래 손목을 꼬집어보고 따끔한 고통에 그 생각은 접혔다.

 두 번째 생각은 내가 교통사고로 죽는 순간에 너무 좋아했던 책의 내용으로 주마등이 보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옷을 갈아입고 아침밥을 먹는 순간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어 그 생각 역시 접혔다.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정말 어처구니없고 말도 안 되는 가설이었지만, 내가 라니에스의 몸에 빙의했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측인가 해서 헛웃음이 나왔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지막 가설이 가장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빙의가 아니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 내가 라니에스의 모습으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잠깐, 그러면 진짜 라니에스는 어디로 사라진 거지…?’

 

 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 라니에스는 그럼 어디로 간 걸까? 내가 빙의 했으니 라니에스는 사라진 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서 라니에스인 척하면서 라니에스로 살아가라는 것인가?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생생할 정도로 전생의 기억이 있고, 나와 라니에스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라니에스가 아녔다. 그러니 나는 라니에스는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왔으므로 모든 인과관계가 꼬이고 원작이 망하게 되는 걸까?

 그것만큼은 한때 라니에스 영애의 사랑을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로써는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라니에스가 아니니, 이 소설은 결국 달라질 것이 뻔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인 에드워드의 서신이 도착했다.

 오늘 라니에스를 만나러 오겠다는 서신에 절로 골치가 아파졌다.

 

 “이 사태를 어쩌면 좋지…….”

 

 나는 라니에스가 아니다. 고로 에드워드를 사랑하지 않는다.

 물론, 독자로써 그가 어떤 인물이고, 무슨 마음을 가졌는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팬으로는 좋아하나, 딱히 에드워드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것은 이 소설 속의 라니에스지, 소설을 읽고 있던 나는 아니라는 소리다.

 

 거절할까? 오지 말라고 하면 오지 않겠지? 하지만 거절을 한다 한들 뭐가 바뀔까?

 그저 언젠가 닥쳐올 일을 뒤로 미루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라니에스가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 이상, 나는 라니에스의 몸에서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밖에 없었다. 설령 에드워드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지어도.

 

 

 

 초조하게 에드워드를 기다리고 있자, 어느새 에드워드가 방문하겠다는 시간이 됐다.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정문으로 들어오는 에드워드는 소설의 묘사 그대로 빛나는 황금색 머리카락을 가진 미청년이었다.

 그의 짙푸른 녹음 같은 눈동자가 나에게 향하자 그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라니에스, 오랜만에 뵙습니다.”

 

 “…예, 에드워드.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러니 응접실로 갈까요?”

 

 “그렇게 하죠.”

 

 조금 쌀쌀맞은 태도에 나는 이게 무슨 일인지 떠올리려 애썼다.

 분명, 완결에서 두 사람은 자식까지 낳으며 행복한 엔딩을 맞이했다.

 그러다 어렵지 않게 두 사람에게 갈등이 있었던 챕터가 생각났다.

 여느 소설이 그렇듯, 그저 행복할 것만 같은 연인에게도 위기와 갈등이 있었다.

 

 사생아로 태어난 에드워드는 지체 높은 공작가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작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에드워드는 공작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위험한 전쟁에 나가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파티장을 가는 둥 여러 노력을 하던 도중, 에드워드는 한 후작의 눈에 들게 된다.

 전쟁에서 많은 성취를 이룬, 사생아지만 공작가의 핏줄인 에드워드는 그 후작에게 좋은 사윗감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의 딸을 에드워드에게 소개해줬고 그 소문은 사교계를 휩쓸고 라니에스에게도 닿았다.

 

 부모의 반대로 인해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만나는 연인 사이에 그 소문은 갈등의 씨앗이 되기 충분했다.

 라니에스는 자신을 버리고 후작가의 딸과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괴로워했고, 에드워드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라니에스에게 실망했다.

 그렇게 서로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반목하고 지내다 에드워드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

 

 소설 속에서 오늘 그는 라니에스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품속에 청혼 반지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방금 쌀쌀맞았던 태도도 사실은 청혼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해서 나온 행동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청혼 반지만큼은 공작에게 받은 돈이 아닌 자신이 온전히 번 돈으로 사고 싶었던 그는 라니에스와 만나지 못한 몇 주간 일을 해왔다.

 그렇게 스스로 번 돈으로 사 온 청혼 반지는 공작가의 영애인 라니에스에겐 초라할지 몰라도,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라니에스에겐 더없이 황홀한 선물이 될 것이 분명했다.

 오늘, 내가 그녀의 몸에서 깨어나지만 않았어도 라니에스는 행복하게 웃으며 그의 청혼을 받아드렸을 것이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에 나는 쓴웃음을 삼키며 앞장서서 응접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뒤이어 들어온 시종 한 명이 홍차를 내왔다.

 

 “앉으세요.”

 

 “라니에스, 내가 오늘 그대에게 온 것은 다름 아니라…….”

 

 “그 전에 저부터 할 말이 있어요.”

 

 “…할 말?”

 

 “앉아주시겠어요? 정말 중요하고……. 중요한 이야기에요.”

 

 심각한 내 표정에 에드워드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내 맞은편에 앉았다.

 분명 푹신한 소파임에도 불구하고 앉은 자리가 불편한 것은, 이제 내가 할 말이 그만큼 불편한 이야기여서일까.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 시종이 놓고 간 아직 식지 않은 홍차 대신 응접실에 미리 마련해둔 물병에서 물을 따라 벌컥 마셨다.

 예법과 전혀 동떨어진 내 행동에 그는 의아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분명 방금 물을 마셨음에도 입안이 바짝 마르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난 물을 더 마시는 것 대신 입을 여는 것을 선택했다.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거짓말도, 농담도 아닙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무섭게 시작하는 겁니까……? 혹시 이별을 고하려고 하는 겁니까? 라니에스, 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에드워드, 나는…. 저는…….”

 

 도저히 무슨 말로 예쁘게 포장해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내가 라니에스라는 말을 어떻게 돌려 하든 똑같았다.

 나는 라니에스가 아니다. 그건 지금도, 나중에도 바뀌지 않을 대명제였다.

 라니에스가 본인의 몸에 돌아올 때까지…. 내가 내 원래 몸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나는 라니에스가 아니었다.

 그 단순하고도 절대적인 사실 앞에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을 선택했다.

 

 “전 라니에스가 아니에요.”

 

 불쑥 던져놓고 보니 이 얼마나 앞뒤 없는 설명인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이 세상이 소설 속이라는 사실만 빼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에게 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온 사람이 아니에요. 어쩌 다보니 이곳에 오게 됐고…. 라니에스 몸에 빙의하게 됐어요.”

 

 “빙의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알아요. 처음엔 나도 이게 꿈인가 싶었는데 꿈이 아니었어요.”

 

 “…….”

 

 “볼을 꼬집어보면 깨겠지. 시간이 지나면 깨겠지, 했지만 결국 난 여전히 여기 있어요.”

 

 “라니에스, 내게 화난 거면 그냥 화가 났다고 해요. 어째서 이런 가혹한 거짓말을…….”

 

 “제가 처음에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이건 거짓말도 농담도 아니라고.”

 

 “…….”

 

 “정 못 믿겠다니 제 원래 이름을 알려드릴게요. 제 원래 이름은 ※◆▶이에요.”

 

 내가 내 이름을 말했으나 내가 듣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낯선 내 이름은 내 귀에 인식되지도 않았다.

 그건 에드워드도 마찬가지인지 그의 보기 좋은 미간이 형편없이 구겨져 있었다.

 나는 다시 내 이름을 내뱉었으나, 아까와 같이 이상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분명 내가 말했다고 생각하는 단어는 그게 아닌데, 내가 내뱉은 소리는 작은 노이즈 같기도 하고 처음 보는 동물의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들렸다.

 당황한 나와 다르게 그는 어딘가 부유하는 시선으로 먼 곳을 쳐다보다 겨우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많은 것을 말하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무척 상처받은 것도 같았고, 무척 지쳐 보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당신의 말은 지금 당신이 라니에스가 아니라고?”

 

 “……네.”

 

 “라니에스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하지만 라니에스가 아니에요.”

 

 “그럼 라니에스는 어디로 갔지?”

 

 “그건……. 저도 몰라요.”

 

 “하…….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내 눈앞에 앉아 있는 건 라니에스인데, 라니에스가 아니라니!”

 

 “…난 당신이 아는 라니에스와는 달라요. 성격도, 행동도 그 무엇도 라니에스와 같지 않죠.”

 

 “…….”

 

 “그런데도 당신은 내가 라니에스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라니에스로 볼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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