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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1장 박사의 위대한 피조물
작성일 : 20-08-02 22:43     조회 : 461     추천 : 0     분량 : 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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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로봇’의 연산 속도는 경이롭다. 그러나 오류를 일으킬 만한 노드가 너무 많다. 몇몇 코드에서, 나는 야마모토 박사의 의중을 이해하기 어렵다.

 - 안드로메다대학교 로봇공학과 김철수 박사 -

 

 

 ***

 로봇은 처음으로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고소하고 알싸한 맥주 냄새였다. 그리고 이내 아기처럼 눈을 떴다. 로봇의 시선에 처음 들어온 것은 까슬까슬하게 수염이 자라고 더벅머리를 한 중년신사였다. 로봇은 그를 처음 보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로봇의 창조자인 야마모토 박사였다. 로봇은 살갑게 박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박사님.”

 

 박사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박사의 눈은 성취감에 대한 흥분과 탐구의 즐거움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래, 안녕?”

 

 박사는 로봇에게 임무를 하달하기 시작했다. 적을 때는 하루 다섯 개 정도, 많을 때는 하루 스무 개 가까이 명령을 내렸다.

 

 “이 쓰레기 중 재활용 쓰레기를 골라 봐.”

 

 “이 운동화의 끈을 묶어 봐.”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켜 봐.”

 

 그 외에도 까만 콩들 사이에서 녹색 콩을 골라내는 임무, 연필을 쥐고 영어 단어를 쓰는 임무,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았다가 안전하게 다시 집어넣는 임무···. 박사는 수백 가지 임무를 로봇에게 부여했다. 로봇들은 순조롭게 그것을 풀어 나갔다.

 

 마지막 임무는 물에 빠진 아이를 가정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임무였는데, 로봇은 한참 머리를 갸우뚱 거리다가 아이를 물에서 건져 왔다. 몇 달 동안의 테스트가 끝나자 박사는 박수를 치고 환호를 지르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테스트가 끝나고 몇 달이 지나자, 박사는 값비싼 인공피부를 사 와 로봇에게 입혔다. 그리고 또 며칠쯤 지나 로봇은 박사와 첫 외출을 했다. 박사는 로봇을 데리고 강단에 섰다. 박사의 어투와 태도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그렇게 박사의 연구는 세상에 발표되었다. 그것이 박사의 101번째 작품, 우주 최고의 인공지능 로봇 RT-101의 탄생이었다.

 

 RT-101은 제법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RT-101의 말과 행동은 정말 인간 같았고, 문제해결 능력은 최고 수준이었다. 로봇이 추상적인 문제를 마주했을 때, 당황한 듯 눈을 굴리는 인간적인 모습은 귀엽기도 했다. 모든 언론들이 앞다투어 로봇을 보도했다. 우주걸그룹 ‘옐로우벨벳’의 스캔들* 이 묻힐 정도였으니, 로봇의 화제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대중들은 RT-101은 사랑했다.

 (*옐로우벨벳의 인기 멤버인 ‘라리린’이 화성 출신이 아니라 목성 출신의 질소덩어리였음이 밝혀진 사건이다.)

 

 그렇게 영광스러운 나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야마모토 박사의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다. 지구 정부로부터 온 편지였다. 편지를 꼼꼼히 읽은 박사는 격노하며 편지를 구겨 집어던졌다. 분노한 박사는 TV며 장롱이며, 온갖 집기들을 박살 냈다. 물론, 다시 치우는 것은 RT-101의 일이었다.

 

 편지의 내용은 곧 RT-101을 정부에 배속시키라는 명령이었다.

 

 정부는 박사의 연구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뛰어났던 것이 화근이었다. 정부가 야마모토 박사의 연구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 물건을 위험하게 여겼다. 정부는 권력과 체제의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했고, 그 기술과 로봇을 정부 산하에 둘 것을 명령했다. 반정부적이었던 박사는 그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박사는 우주법원에 소장(訴狀)을 제출했다. 정부를 상대로 통 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용감한 일이었다. 박사는 법정에 섰다. 로봇도 마찬가지였다. 로봇은 증거물로서 한 달에도 몇 번이나 법정에 들락거렸다. 박사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연구를 변호했다. 그러나 박사가 어찌 강력한 지구 정부의 권위를 뛰어넘으랴. 박사는 정부와의 공방을 벌이느냐 갈수록 폐인이 되었다. 까슬까슬했던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라나 박사의 얼굴을 덮었고, 눈가에는 깊고 어두운 그늘이 역병처럼 퍼져 나갔다. 그리고 결국 박사가 패소했을 때, 박사가 울먹이는 모습은 로봇의 데이터에 분명히 기록되었다.

 

 

 ***

 그렇게 로봇은 정부의 연구시설로 보내졌다. 수많은 연구원들이 로봇을 테스트했다. 로봇은 과거에 했던 테스트들을 반복했다. 물건 옮기기, 빨간 사과 중 푸른 사과를 골라내기, 라떼와 캐러멜마키아토를 구별하기 등. 로봇이 테스트를 너무나도 쉽게 통과할 때마다, 연구원들은 “우와-” 하며 감탄했다.

 

 연구원들은 기술의 복제를 위해 로봇을 해부했다. 그러나 막상 로봇의 배 속과 머릿속을 들여다본 연구원들은 한숨을 푹 쉬거나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그들은 야마모토의 피조물이 작동하는 방식과 핵심적인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머지않아 그들은 로봇을 연구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후 로봇은 방치되었다. 로봇의 일과는 좁은 보관실 안에서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끔씩 양복을 입은 정치인들이나 고위인사들이 로봇을 보러왔는데, 그들은 팔짱을 끼고 로봇에게 몇 가지 시답잖은 질문을 건네거나 연구원들에게 화를 내고 삿대질을 하다가 돌아갔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로봇은 다시 야마모토 박사와 재회했다. 오랜만에 만난 박사는 세련된 모습이었다. 수염은 반듯하게 깎았고, 머리에는 번들번들한 기름을 발랐다. 또, 무릎이 툭 튀어나온 추리닝 대신 근사한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생활고에 쫓겨 그늘졌던 그의 표정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정부는 끝내 로봇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고, 차선책으로 야마모토 박사에게 정부의 밑에서 연구를 계속하라고 제안했던 것이다. 박사는 처음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며 정부를 비판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보고 쉽게 입을 다물었다. 보수는 민간 연구소보다 네 배나 많은데, 근무시간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박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로봇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정년보장과 연금까지. 야마모토 박사는 그렇게 공무원이 되었다. 박사는 정부에 고용되어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는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로봇을 학습시키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열심히 해냈다. 약 두 달 정도는.

 

 문제는 로봇에 대한 대중의 인기가 식어 버렸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공무원들도 로봇 연구에 관심이 없어졌다. 머지않아 그들은 로봇 연구소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보고서를 받고 결재하고 예산을 따서 나눠 줄 뿐이었다. 박사가 좋은 성과를 내거나 뜻밖에 결과를 발견하여 기뻐하며 보고해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저 정부 날인이 찍힌 논문이 몇 개 더 발간될 뿐이었다.

 

 야마모토 박사는 점차 태만해졌다. 아니, 그는 태만을 넘어 탈선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박사는 술을 마시러 나가는 밤이 잦아지더니, 어느 날은 대담하게 매춘부를 옆구리에 끼고 연구소로 들어오기도 했다. 박사는 매일같이 취했다. 그는 점차 마비되어 갔다.

 

 그럼에도 박사는 여전히 로봇 분야의 독보적인 천재였다. 야마모토 박사는 취한 채 딸꾹거리며 로봇을 계속 학습시켰다. RT-101은 어느새 윤리적인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게 되었고, 무죄와 유죄의 불명확한 경계를 이해하게 되었다. 로봇은 명령과 필요에 의해서만 살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아군을 적으로 돌리는 일도 없었다. 심지어 야마모토 박사는 RT-101에 항성 간 항법장치를 구현하는 것까지도 성공했다. 로봇은 날이 갈수록 똑똑해졌고, 똑똑해진 만큼이나 궁금한 것도 많아졌다.

 

 하루는 로봇이 박사에게 물었다.

 

 “박사님, 저와 박사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너는 로봇이고 나는 인간이지. 너는 그냥 성능이 아주 좋은 컴퓨터야.”

 

 박사는 눈이 반쯤 감긴 채, 위스키를 병채 들이키다가, 무성의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로봇이 또 물었다. 로봇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인가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인간은 구체적인 언어를 쓰고, 또···, 요리도 해 먹지. 가령 짐승은 요리를 안 해 먹지. 그리고···.”

 

 박사의 말을 듣는 로봇의 눈이 반짝거렸다. 박사에게 반복되는 끝없는 로봇의 호기심과 부담스러운 눈빛은 지겹고 귀찮은 것에 불과했다.

 

 “아무튼, 이건 네가 알 바가 아니야. 너는 내가 주는 과제나 성실히 하면 돼. 신경 꺼.”

 

 그러자 로봇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을 때, 박사와 로봇의 운명을 바꾸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먼 은하 너머에서 큰 우주전쟁이 발발했다. 물론 박사는 그 거대한 사건에 자신이 휘말릴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하고 그저 술에 취해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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