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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드림앰버서더
작가 : 자유론
작품등록일 : 2020.8.2

어느 날 그들은 홀연히 자신 앞에 나타난 한 광고지를 발견하게 된다.
<당신이 어젯밤 꿈 속에서 만난 그 무엇을 만나게 해 드립니다 -By. 드림 앰버서더>

드림 앰버서더를 운영하는 신비로운 남자 아벨과 대한민국 최초의 여사제를 꿈꾸는 마리아.
각기 다른 사연을 하나 둘 해결하다 보니 다다르게 된 단 하나의 관계.

 
攻[칠 공]
작성일 : 20-08-02 23:42     조회 : 430     추천 : 0     분량 : 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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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둠이 내린 고요한 공간, 오크나무 책상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앤티크한 스탠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오렌지 빛만이 천천히 창가로 걸어가는 남자의 실루엣을 비추고 있었다. 남자는 허공을 향해 조용히 읊조렸다.

 

 “신이여.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이니까.”

 

 저 멀리서 초인종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한참 뒤 또 다시 띵동- 하고 초인종 소리가 고요 속에 울려 퍼지자 남자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져갔다.

 

 

 ***

 

 재광과 미호가 부산 행 버스에 오르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을 향했다. 하지만 둘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한 듯 예약한 자리에 앉았다.

 

 “미호가 창가에 앉아. 나는 미호 옆이면 통로 자리도 좋으니까. 응? 고맙다고. 아니야. 나는 미호가 좋으면 그걸로 충분해”

 

 언제나처럼 미호는 그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재광은 미호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으니까. 재광은 밝게 웃고 있는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랑하는 나의 연인, 미호.

 

 버스 기사가 승차권을 확인하기 둘을 향해 걸어왔다. 재광이 표를 내밀자 버스 기사는 안타깝다는 듯 혀를 끌끌 차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앞으로 이동했다. 그 누가 손가락질해도 상관없다. 그보다 더한 욕을 해도 견딜 수 있다.

 

 '난 사랑에 빠진 사람이니까.'

 

  미호를 위해서라면 재광은 그 어떤 모욕도 견딜 수 있었다. 재광은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미호와 함께 입을 새 의상을 꺼내보았다. 남대문에서 원단까지 구매해 직접 제작한 의상이었다.

 

 “미호. 어때? 마음에 들어? 오늘 보여주려고 그동안 미호한테 일부로 보여주지 않았는데.”

 

 재광이 만든 옷을 보고 미호는 언제나처럼 웃어주었다. 아마,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일지도 몰랐다. 버스가 덜컹거리자 미호의 목에 걸려있는 다이아 반지가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녀는 보통 사람처럼 반지를 낄 수 있는 몸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광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내심 반지를 갖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너에게도 보통 사람 같은 손이 있었더라면…….’

 

 성년의 날, 재광은 미호에게 줄 프러포즈 반지를 준비했다. 그 반지를 사기 위해 몇 달을 공사판에서 죽어라 일했는지 모른다. 반지를 선물하던 날, 재광은 그녀의 손에 반지를 끼어주는 대신 목걸이로 만들어 미호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듯 웃었다. 언젠가 재광이 더 많은 돈을 벌어서 그녀에게 보통사람과 같은 손이 생기면, 미호에게 이 반지를 끼어줄 날이 올 것이다.

 

 “사랑해 미호”

 

 재광은 햇빛에 반짝이는 그녀의아름다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부산 코믹월드에 도착하니 벌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재광은 이곳이 좋았다. 이곳에선 자신과 미호를 인정해주었다. 둘을 향해 웃어주었고, 환호해주었다. 그 따슷한 시선이 좋아, 재광은 매달 미호와 함께 무리해서라도 이곳을 찾았다. 이곳에 오면 자신들도 사회에 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니까. 누군가 저 멀리서 하얀 탈색머리에 닌자복을 입고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우와 재광형 오셨어요? 오늘도 미호랑 같이 왔네요~”

 

 닌자를 소재로 하는 만화에 흠뻑 빠진 동수는, 그가 좋아하는 캐릭터처럼 빨간 눈을 만들기 위해 붉은 렌즈를 끼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동수는 두 번째 손가락을 자신의 코앞으로 들어 올리며 외쳤다.

 

 “사륜안!”

 “으윽! 미호, 어떡하지? 나 움직일 수가 없어!”

 

 재광이 미호와 함께 비틀거리는 시늉을 하자 동수가 밝게 웃었다. 그날 미호와 함께 한 새로운 코스프레의 테마는 결혼식이었다. 재광은 턱시도를 입었고 미호 역시 재광이 직접 만든 도비실크 드레스를 입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동수가 열심히 사진 속에 담아주었다.

 

 재광은 잠시 꿈에 젖은 상상을 했다. 미호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자신에게 달려와 안기는 상상을. 미호가 움직일 수만 있다면, 재광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탄 재광과 미호에게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때 버스 앞자리에 앉아있던 고등학생 서너명이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우와, 저 씹덕 새끼는 뭐냐?”

 “저거 이름이 다키마쿠라인가? 뭐 그거 아니냐?"

 "와 저 쿠션을 여친이라 생각하고 안고 다니는 거임? 살다 살다 별 병신 새끼를 다보네."

 “이거 SNS 올리면 백퍼 대박나겠는데?”

 

 재광이 뒷좌석으로 걸어가자 찰칵 거리면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

 

 

 재광이 미호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친구에게서 우연히 얻게 된 게임CD를 통해서였다.

 

 그 당시 게임 잡지에서는 게임을 소개하면서 게임CD를 증정하곤 했는데, 미호는 그 중 미연시라 불리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캐릭터 중 하나였다. 푸른 바다 빛이 도는 긴 생머리에 그보다 더 푸른 눈을 가진 미호. 다른 캐릭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재광은 처음 본 순간, 미호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벌써 9년째 그녀와 사랑하고 있는 중이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자 아까 재광을 비웃던 학생들은 재광이 먼저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재광이 점점 그들과 가까워져오자 ‘야! 온다, 온다.’하고 그들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광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달아올랐다. 하지만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은 다수였고, 재광은 혼자였으니까. 자칫하다간 미호를 뺏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재광은 들리지 않는 척 묵묵히 버스를 내렸다. 힐긋 보니 그들은 창문에 기대 여전히 재광을 찍고 있었다.

 

 '찍고 싶으면 찍어. 난 내 사랑에 당당하니까.'

 자신이 남들에게 그 어떤 피해를 준 적이 있었을까? 사람들은 단지 게임 캐릭터가 그려진 쿠션을 안고 다니다는 이유만으로, 재광을 조롱했다. 그저 사람이 아닌 캐릭터를 좋아했다는 이유로, 자신들과는 달리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광을 배척하고 그를 향한 폭력을 정당화했다.

 

 재광은 부산에 가는 날이 아니면 집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었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폭력이 무서웠고, 싫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양팔과 다리가 저려왔다. 마음은 육체적 피로와 함께 무너지고 있었다.

 

 ‘저 씹덕 새끼.’

 

 버스에서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듣던 조롱이 다시 떠올랐다. 조금씩 밀려들어오는 밀물처럼, 비참함이 재광을 침습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무언가가 목울대 가득 차오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재광은 그대로 길가에 멈추어 서 그 뜨거운 감정을 집어삼키며 바닥을 보았다.

 

 <당신이 어느 늦은 밤 꿈에서 만난, 꿈속의 누군가를 만나게 해드립니다. -드림앰버서더- >

 

 아까까지만 해도 보이 않던 광고지였다. 그리고 그 광고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분명 그것은 무성의한 광고였다. 일반 광고 종이와 달리, 그저 저 문구를 A4 용지에 인쇄한 후 오려낸 누가봐도 수상한 광고지.

 

 하지만 재광은 직감할 수 있었다. 미스터리한 힘을 가진 어느 누군가가 자신과 미호를 위해 나타나 준 거라는 사실을. 재광은 서둘러 광고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몇 번의 신호 끝에 수화기 건너편에서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드림앰버서더입니다.”

 

 재광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거기가 꿈속의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곳 맞나요?”

 “네. 그렇습니다.”

 “저 그거 해보고 싶은데, 가장 빠른 날이 언제죠?”

 

 남자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맞잡은 미호의 손도 그에 맞춰 조금씩 떨려오고 있었다.

 

 

 **

 

 

  다음날 재광은 미호와 함께 남자가 불러준 곳을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리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반갑습니다. 들어오시죠.”

 

 남자가 사무실 문을 열어 젖혔으나 사무실 안의 공간은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느 영화 속에 나오는 마법사의 공간 같다고 할까?

 

 그렇게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문득 재광은 어둠을 무서워하는 미호가 생각났다. 미호는 어두운 실내를 특히나 두려워했다. 뭣도 모르고 첫 키스 때 불을 꺼, 미호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저 죄송한데, 제 여자 친구가 어두운 곳을 무서워해서요. 불 좀 밝게 켜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는 대답대신 희미하게 웃으며 창로 걸어가 블라인드를 걷었다.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 들어왔지만 여전히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다.

 

 ‘저 사람 빛을 무서워하네…. 설마 뱀파이어는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스치자 재광의 손에서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그런 재광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남자는 힐긋 재광을 보더니 천천히 아내 천천히 다가오기시작했다. 그리고 재광이 두려움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치려던 그때, 달칵 소리를 내며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스위치를 눌렀다.

 

 순식간에 어둠이 달음질 쳤고, 남자는 재광을 향해 미소 지었다. 환한 빛 큰 원목 책상과 그 뒤의 거대한 책장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책장엔 책이 가득 꽂혀 있었는데, 걔 중에는 생소한 언어로 적힌 책들도 보였다. 어느새 두려움을 잊은 재광이 너른 공간을 둘러보니 감탄의 말을 내뱉어냈다.

 

 “우와. 책이 엄청 많네요.”

 

 입을 벌리고 책장을 둘러보는 재광을 보고 남자가 따스히 미소 짓자 차갑게만 느껴지던 그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시간을 보내는 데 책만한 게 없더군요. 일단은 거기 있는 소파에 앉으시죠. 음료를 내오겠습니다.”

 “저랑 미호는 코코아로 부탁드릴게요!”

 

 부엌 쪽으로 걸어가던 남자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곳이라 많이 무섭지? 괜찮아. 여긴 굉장히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인 것 같거든.”

 

 재광은 미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조금 무섭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미호. 잠깐만 여기 있어봐.”

 

 재광은 아까부터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은 책상 위에 있는 거대한 조명등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등에서는 태양과 같은 오묘한 오렌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세라믹 재질의 등의 기둥은 마치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조각되어 있었다.

 

 한 남자가 발로 누군가를 짓밟은 채 몽둥이를 힘껏 들어 올리고 있었고, 그 밑에 깔린 또 다른 남자는 공포에 질려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남자의 공포로 일그러진 모습이 너무나 생생히 느껴지는 섬뜩한 조각이었다. 재광은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때 등 뒤에서 속삭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 말
 

 옴니버스식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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