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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포칼립스
작가 : 글여행
작품등록일 : 2020.7.31

지구의 멸망은 내가 편집했다

 
프롤로그+공모전 (1)
작성일 : 20-07-31 18:50     조회 : 506     추천 : 0     분량 : 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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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나는 일평생 운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구가 멸망을 향하는 길에서.

 지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어진 이 찬스를 잡아보려고 했다.

 흙수저도 금수저도 자살을 하려는 이조차도 리셋되어 로또처럼 운으로만 결정하는 스타트 지점.

 흙수저이자 을이었던 나는.

 모든 걸 포기하면서 살아왔던 난.

 마지막으로 세상을 향해 악을 지르며 주사위를 굴렸다.

 10개의 주사위는 허리케인에 휩싸인 것처럼 세차게 움직였다.

 탁! 탁! 탁!

 주사위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서로 마구 부딪쳐댔다.

 그러다.

 탁! 탁-!

 탁-!

 탁.

 하나씩 멈춰서며 잠잠해졌다.

 그리고 나온 숫자는.

 

 [9999999999! 유일]

 

 그렇게 나는 흙수저에서 유일 카드를 손에 쥔 채 다시 태어났다.

 

 #공모전 (1)

 

 답답하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아, 그만하지.”

 단호하게 끊어버리는 저 시선.

 “이대로 연재할 생각이니 그렇게 알아.”

 이제 내 말은 수용할 생각이 없는 건가.

 그래도 나는 참고 부탁할 수밖에 없다.

 그가 갑이니깐.

 “작가님, 초반부터 주인공을 이 정도로 굴리면 독자들이 보기 힘들어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꾹 눌러 참았다.

 “대표는 알아서 쓰라는데 네가 뭔데 난리야?”

 뭐긴요. 당신을 몇 년간 맡아온 담당 편집자입니다.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엔 완결은 제대로 내주세요.”

 “걱정 마. 이번 건 대박이니깐 그냥 내 말 따라와. 그럼 이대로 진행해서 이 달 안에 2권 원고도 넘겨줄게.”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알겠습니다. 교정본은 곧 넘겨드리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고질병인 위가 살살 아파 왔다.

 “휴우, 사표나 쓸까...”

 

 [아포칼립스의 재벌]

 

 처음 제목만 봤을 땐 이번엔 트렌드에 잘 맞춰준 것 같아 안심했다.

 그러나 제목만 트렌드를 따라갈 뿐, 내용에 재미가 없었다.

 초보일 땐 시원시원한 재미가 있었고, 3년째에 트렌드에 맞아 대박이 터졌다.

 그러나 그 대박이 독이 된 케이스.

 대박작이 나온 이후로 그는 대단한 글을 쓰려 했다.

 그 결과 3연타 폭망. 거기에 마지막엔 유료 연재 중에 연중까지 해버렸다.

 그 후 계속 유료로 넘어가지 못하고 연중, 연중, 연중.

 조회수가 좀 나온다 싶은 작품은 표절 시비까지 휘말렸다.

 그로 인해 결국 필명까지 바꾸게 되었다.

 바뀐 필명으로 준 첫 작품이라 혹시나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건가 싶었다.

 하나 작가는 가혹한 세계관에 주인공을 내몰았고, 초반부터 주인공을 굴리기 시작했다.

 다른 이와 다르게 아무런 이점도 가지지 않고 오로지 노력, 노력만으로 성장해 간다.

 꼭 주인공을 고문시켜 스트레스를 풀려는 고문관처럼 말이다.

 고구마도 잘만 쓰면 호박고구마라고 하지만, 빛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재미를 느낄 독자가 몇이나 될까.

 한국의 편집자는 외국과 달리 인정 못 받는 마당쇠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대표와 팀장은 작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반면 나의 소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작가와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말해봤자, 잘 다독여봐라고 할 것이다.

 

 -저 선배는 혼자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냐? 때문에 우리만 한 소리 듣잖아.

 -그러게. 인센도 없어서 베스트셀러 만들어봤자 회사만 이득인데, 짜증 나게. 아, 빨리 안 그만두나.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나에 관한 뒷담화가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와의 관계까지 흔들리니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아 회사를 다닐 맛이 나지 않았다.

 다 포기하고 오로지 교정만 보면 나야 편했지만.

 보통 기성 작가에겐 정말 아닌 부분만 // 표시를 하고 뒤에 ‘이 부분은 문제가 되니 이렇게 고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권유만 한다.

 친하면 ‘이러면 좆된다.’라고 하기도 하지만.

 하지만 이 작품은 계속 교정하는 내내 계속 마음에 걸려서 그런지 바꿨으면 하는 부분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재미 요소가 부족한 부분 등.

 “아, 내가 써도 이것보다 잘 쓰겠다. 진짜.”

 그렇게 다른 원고도 작업하며 나흘에 거쳐 오탈자와 비문 정도만 교정을 끝냈을 때.

 “하암, 뭐지...”

 이상하게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눈꺼풀이 무겁게 느껴졌다.

 스르륵.

 작가에게 수정한 거 빨리 넘겨야 하는데...

 

 ****

 

 ‘하음, 순간 잠들었나?’

 감긴 눈을 뜨자.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평소처럼 여러 명이 모니터의 원고를 보며 씨름하고 있었다.

 항상 보던 그 장면.

 하지만, 내가 있던 회사도 아니고.

 “아, 이 쓰레기 글을 어떻게 당선되게 만들라고!”

 가장 큰 문제는 모니터를 보며 욕을 내뱉는 이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잠자는 동안 외계인에게 납치라도 당한 건지, 아니면 진짜 꿈인가 싶어서.

 볼을 꼬집어도 보고.

 “윽!”

 짝!

 이어서 사정없이 내 볼을 때려 보니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순간 조용해지며 나를 쳐다보는데, 이상한 곳임에도 무서움보다 쪽팔림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래서 얼굴을 푹 숙이며, 내가 왜 판타지 소설처럼 이런 상황에 빠졌는지 머릿속으로 고민해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답이라고 할만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신이 등장해 이세계로 보내주겠다 한 것도 아니고.

 “상태창.”

 입으로 외쳐봤지만 상태창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에 빠졌을 무렵, 정장을 차려입은 이가 코앞에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노신사가 있었다. 푸른색 피부에 잿빛 머리, 요정처럼 뾰족한 귀를 가진.

 “안녕하세요, 김한영 씨. 당황하시겠지만, 저희 쪽에서 한영 씨와 계약하고 싶어서 이렇게 초대했습니다. 저희 SU미디어와 계약해서 소설을 만들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숙식을 완벽히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오로지 글만 쓰시면 됩니다. 자세한 건 계약하면 한영 씨를 담당해줄 이와 대화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에 작가님을 담당하게 된 편집자, 하이나라고 합니다.”

 ‘아, 아직 작가님이 아닌데...’

 그런데 저렇게 웃어주니 마음이 풀리려 해서 다잡았다.

 ‘피부가 푸른빛이 돌 정도로 너무 하얘서 병약해 보이는데, 편집자를 해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으음... 전 아직 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요...”

 “아, 걱정 마세요. 제가 열심히 작가님을 서포트해드리겠습니다. 글 쓸 때 원하시는 자료도 모두 찾아드리고, 최선을 다해 부족한 부분 잡아드리겠습니다.”

 열정적인 모습이, 꼭 신입 편집자를 보는 것만 같았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그런데 처음 쓰는 글인데 제가 살던 한국도 아니고 우주(?)를 배경으로 써야하는 거 아닌가요? 여기는 지구가 아니라는 게 뻔히 보이는데 말이죠.”

 내 말에 그녀는 방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 그건 걱정 마세요. 당연히 한국, 즉 지구를 배경으로 쓰시면 됩니다. 글 쓰는 데 숙식까지 모두 최고로 제공해드려요.”

 “그, 그렇군요...”

 숙식 제공이라니. 한국의 매니지에선 찾아보기 힘든 서비스인데?

 그런 걸 나 같은 초보에게 제공해줘도 괜찮은 건가?

 “그런데 여기에서 글을 쓰면 현실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직장도 있는데...”

 “아무 문제 없어요. 여기에서 있는 동안 작가님께서 계셨던 지구의 시간은 정지된 채로 있을 거예요. 작가님의 신체 나이도 늙지 않을 거고요.”

 글을 쓰기에 너무 좋은 조건 아니야?

 모든 작가들이 원하는 찬스가 나 같은 편집자 나부랭이에게 오다니.

 “혹시 글을 쓰려면 영혼을 팔아야 한다 거나 그런 건 아니죠?”

 “푸훗. 아, 죄송해요. 저희는 악마가 아니랍니다. 아무런 리스크 없이 글을 쓰기만 하시면 돼요.”

 의심이 들었지만.

 ‘너무 좋은 기회가 아닌가? 이런 기회는 32년 평생 한 번도 없었잖아. 소설의 주인공 같은 기회인데!’

 수많은 소설에서 기연을 얻는 주인공을 보았기에.

 ‘나도 혹시? 그들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헛된 욕망이 들었다.

 나이도 먹을 대로 먹었기에 솔직히 여기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이상한 도전 같은 건 하지 말고, 꿈에서 깨 다시 일에 열중하자고.

 이성적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큰일 날 수 있다고.’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안 그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빠졌을 때.

 꿈 같은 상황을 맞이한 나는.

 계약서도 제대로 보지 않고.

 “네, 계약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파닥거리며 낚여버렸다.

 나중에 생각했을 때 현실적이지 않는 그녀의 외형이 이 결정을 내리는 데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싶다.

 

 ****

 

 “아악, 미치겠네! 답답해서 죽을 것만 같아!”

 나란 놈은 그동안 혼자 잘 살 수 있는 줄 착각에 빠져살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혼자만 이렇게 갇혀 지내니 죽을 것만 같았다.

 “아, 이제 조금만 더 쓰면 된다고! 쓰자, 쓰자!”

 난 악을 쓰며 키보드를 두드려 댔다.

 끼니마다 제공되는 맛도 좋은 영양식.

 회사에서 쓰던 것보다 좋은 의자.

 그리고 최고급 컴퓨터와 무접점 키보드에 손목 보호대까지.

 글을 쓰기 위해 이 이상 좋은 환경은 없었다.

 그런데.

 “난 기계가 아니라고!”

 이곳에 갇힌 이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처음엔 이곳에서 꺼내달라고 외쳐보기도 했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에 불과했고.

 담당자라는 녀석은 톡으로만 대화했기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다.

 편집자였던 입장에서 같은 편집자에게 이렇게 통조림을 당하고 보니,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작가들에게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웃긴 게 평소엔 그렇게 몸이 좋지 않았는데, 이 방에 박혀 글만 쓰는데도 오히려 몸은 좋아지기만 했다.

 안구건조증도.

 목, 허리디스크도.

 속 쓰림까지.

 그동안 있던 모든 병이 사라졌다.

 그래서 몸이 안 좋으니 여기서 꺼내달라는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항상 최고의 컨디션으로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래도 여기가 한국의 평범한 매니지와 다르게 담당자에게 자료를 요청하면 관련 자료들이 사진을 포함해서 자세하게 제공되었다.

 진짜 글을 쓰는 데는 최고의 환경이긴 했다.

 내가 꿈이 작가였지만.

 타닥타닥탁탁.

 평생 글만 써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타닥탁탁.

 이렇게 통조림을 당하고 싶진 않았다고!

 “우아아아아악!”

 분노를 내지르며 미친 듯 타자를 쳐댔다.

 타탁탁.

 “이게 마지막이다! 난 잘 쓸 수 있어!”

 나 자신에게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며 글을 써나갔다.

 수년간 편집자만 해왔기에 처음 글을 쓸 때는 계속된 퇴짜에 의심하고, 고민하며 썼지만.

 몇 년 동안 쓴 지금은 그냥 나 자신을 믿고 써내려갔다.

 장편을 완성하며 쌓아온 경험을 믿었고.

 빨리 이 방을 탈출하고 싶었기에.

 타다다닥.

 

 [...드디어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마침표까지 찍고 나자.

 이번 편은 한 번에 통과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휴우.”

 그동안에 쌓였던 모든 감정이 숨을 통해 빠져나왔다.

 처음 1년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을 했지만, 그 이후론 계속 시간을 보다 미칠 것만 같아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처음으로 완결까지 완성하고 보니 오만가지 감정이 들었다.

 “시파, 드디어 여기서 나갈 수 있다! 와아! 나가면 두고 보자, 독담당!”

 그렇게 울분을 토해낸 나는 원고를 톡을 통해 담당자에게 넘겼다.

 

 [완결권 넘겼습니다. 확인하고 문제없으면 이제 이 방에서 꺼내주세요.]

 

 톡을 남기고, 나자.

 

 [독담당 : 받았습니다. 빠르게 확인하고 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독하다고 해서 저렇게 저장해둔 담당자의 톡이 올라오자, 난 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언제 봐도 푹신한 게 좋다니깐.

 담당자 선에서 통과되면 꿈에서 내가 쓴 내용이 현실이 되어 보여질 테니까.

 소설 속 내용이 아니고, 꿈속에서 독담당이 나오면 싹 지우고 새로 쓰라는 의미고.

 눕자마자 긴장이 풀린 건지 스르륵 눈이 감겼다.

 

 ****

 

 툭툭.

 “...님.”

 툭툭.

 “작가님.”

 “으으음... 엇! 누...?”

 눈을 떴을 때.

 담당자가 보이자, 순간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분명 소설 마지막까지 봤는데?

 몇 년 만에 보는 하이나 담당자였는데,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나가면 ‘두고 보자!’라고 결심했었는데.

 그녀의 얼굴을 보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이게 꿈이고, 다시 새로 글을 써야 된다는 두려움에.

 “안녕하세요,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현실에선 처음 뵙네요. 그런데 슬프셨나봐요? 눈물 흘리신 거 보니.”

 “아... 주인공 녀석도 저 때문에 팔자에 없는 고생을 했다 생각하니 불쌍해지더라고요 그래도 끝에는 잘됐으니 감개무량하네요.”

 눈을 훔치며 말하자.

 “이제 나가실 수 있으니, 어서 일어나세요. 독담당을 따라오시면 됩니다.”

 피식 웃으며 말한 그녀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톡 확인했나보네...’

 무안해져 머리를 긁으며 일어선 나는 그녀를 따라 방 밖으로 나갔다.

 문을 나선 나는 팔을 펼치며 크게 외쳤다.

 “드디어 탈출했다!”

 그런데 내가 나온 방 말고도 무수한 방문들이 복도에 주르륵 보였다.

 저곳에 나와 같은 이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내가 문앞에서 가만히 있자.

 “작가님, 외전도 쓰실 건가요?”

 앞서가던 담당자가 되돌아 그 특유의 사디스트 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뇨, 천만에요! 완벽한 결말입니다!”

 질색한 나는 그녀를 쫓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처음으로 눈을 뜬 곳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한영 씨. 이렇게 다시 뵐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 말은 평생 못 볼 수도 있었다는 말 아니야?

 처음 본 노인이 나를 맞아주자, 순간 욱했다.

 “아니, 완결을 쓰지 못하면 못 나온다는 걸 처음부터 말씀해주셨어야죠!”

 “이렇게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럼 된 거죠.”

 그가 오히려 덤덤하게 나오자.

 “아, 아니! 그게...”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오히려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튼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이 작품을 재밌게 봤기에 당선됐으면 좋겠군요.”

 “궁금한 게... 공모전 주최자는 대체 누구인가요? 신이라도 되나요?”

 “하하, 그건 공모전이 당선돼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알 수 있습니다.”

 뭐가 다 비밀이야.

 “그런데... 따로 돈 같은 건 안 주시나요?”

 “그동안의 숙박비만 공짜로 해드린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런 경력이 없는데 이렇게 공모전에 작품을 내는 것만 해도 다른 이들은 부러워할 겁니다. 한영 씨 작품을 제작하는 데 들어간 인력과 비용도 무시 못하고요.”

 “으음. 그러니깐 당선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거죠?”

 “그 말씀대로입니다. 대신 당선되면 다들 부러워하는 돈을 가질 수 있게 되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사기꾼은 아니니까요. 계약한 대로 6 대 4 비율로 돈이 지급될 겁니다.”

 더 말해봤자, 아무것도 없을 것 같기에 그냥 포기해버렸다.

 꿈인 줄 알고 서류에 대충 사인한 내가 잘못이지.

 정산 비율도 60%라니.

 이게 평균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벌써 사인까지 끝나버린 거.

 그냥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치콜이나 하며 야구나 보고 싶어졌다.

 “하아, 그냥 빨리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이나 씨, 한영 님께 차를 드리세요.”

 “예, 작가님. 절 따라오세요.”

 겉모습만 보면 영화 속 엘프 못지않은데 말이야. 저 속은 악마나 다름없지.

 음음, 아무렴.

 타락천사인 그녀를 따라가 자리에 앉았다.

 “이걸 드시면 원래 있던 곳에서 다시 눈을 뜨실 거예요. 작가님 원고 그동안 너무 재밌게 봤어요. 잘돼서 차기작도 꼭 제가 이어서 담당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차를 건넸다.

 내가 또 속으면 이름을 간다. 진짜!

 그래도 겉으론 웃으며 말했다.

 “하하, 저도 잘됐으면 좋겠네요. 그동안 담당 맡아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이나 님.”

 난 좋게 마무리하며 차를 끝까지 마셨다.

 그러자 스르륵 눈이 감겼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꿈을 꿨다고 생각하자.

 깜박깜박.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몇 년간 보던 풍경이 보였다.

 모니터의 날짜를 보자 하루도 흐르지 않았다. 통조림 만드는 곳이 시간과 공간의 방이라도 되는 건가?

 “만세!”

 저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며, 고함을 질렀다.

 순간 나에게 집중되는 시선들.

 뻘쭘해진 나는 스르륵 손을 내리며 고개를 수그렸다.

 하아, 이거 또 나 가지고 안주 삶겠네.

 옆에 앉아 있던 팀장님이 나에게 다가와선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크큭, 그 작가 거 끝냈나 보네. 좋아 죽는구만. 어쩌겠냐. 너밖에 그 작가 담당할 사람 없는데. 네가 좀 참아라. 음... 그리고 신규 계약도 해야지? 건우치 작가 곧 완결될 텐데 신작 바로 들어가야지.”

 “네에... 알겠습니다.”

 팀장님이 자리로 돌아가고 난 일부러 모니터에 집중했다.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기에.

 모니터에는 수정이 다 끝난 필휘 작가의 원고가 있었다.

 보통 꿈이라면 깨어난 순간에 휘발되어 날아가는데, 내가 완결까지 고생하면서 쓴 소설의 내용이 선명히 떠올랐다.

 완결까지 고생해서 쓰고, 꿈에서까지 소설 속 캐릭터들에 빙의해 완결까지 함께했으니 남아있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긴 하지.

 돈은 남지 않았지만. 경험이 남았다.

 ‘이거 나도 작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몸 상태도 좋고.’

 속으로 그런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동안은 1권 이상 써본 적이 없었기에 작가로 ‘글먹’은 생각도 못했지만, 고생해서 완결까지 써보고 나니 자신이 생겼다.

 ‘통조림만 안 당한다면 작가도 할 만하지 않을까.’

 평생 꿈이었던 작가라는 청사진이 보이자 마음이 붕 뜨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표지 이미지는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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