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색에 홀리다
작가 : m현림
작품등록일 : 2020.7.31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도우경. 어느 날부터인가 붉은 색에 홀려들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해졋다. 아름답고 아찔한 붉은 색에.... 홀린다....

 
잠들지 못한다는 것은 01
작성일 : 20-07-31 13:36     조회 : 505     추천 : 0     분량 : 513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잠들지 못한다는 것은.

 

 15층 주상복합 건물의 옥상.

 회색으로 가득한 공간 때문인지 밤하늘이 유독 어둡게 느껴진다.

 허리 높이까지 오는 회색의 난간 너머로 도심의 야경이 보인다.

 

 하얀 긴팔 후드 티에 반바지를 입은 여자가 난간에 손을 얹고 홀린 듯 야경을 보고 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저 앞만을 보고 있는 여자 뒤로 피처럼 붉은 원피스 자락이 흩날렸다.

 검고 긴 머리카락에 피처럼 붉은 원피스, 창백한 피부.

 

 검은 머리카락을 넘기는 창백한 손끝에도 붉은색이 들어차 있다.

 천천히 붉은 원피스 자락이 흩날리더니 하얀 후드 티를 입은 여자의 등 뒤에 섰다.

 창백한 얼굴의 핏빛 입술이 노래라도 하는 것처럼 나른하게 움직였다.

 

 “선생님이 원하시는 걸 넌 왜 몰라...?”

 

 귓속말하듯 낮고 서늘하게 뱉어진 목소리가 스산했다.

 

 “그거.... 이상하잖아요. 숨 쉬는 것조차 선생님의 뜻대로 해야 한다는 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붉은 원피스 자락이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통제되지 않는 건 사랑스럽지 않다고 하셨어. 통제되지 않는 건 위험하고 불쾌하다고.”

 

 서늘한 목소리가 섬뜩하게 바뀌자 하얀 후드 티가 드디어 고개를 돌렸다.

 창백한 손끝의 붉은 색이 하얀 후드 티의 등에 닿았다.

 그리고 그대로 하얀 후드 티가 난간을 넘어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통제되지 않는 건... 사라져야만 해.”

 

 붉은 입술이 만족스러운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

 커다란 거실 창에 어둠이 짙게 내려 앉아있다.

 거실을 밝혀주는 것은 커다란 스탠드 조명 하나와 모니터의 불빛뿐이었다.

 우경은 어둠을 배경 삼아 시나리오를 적어 내려갔다.

 어느덧 요란하게 울리던 키보드 소리가 멈췄다.

 

 “하-.”

 

 깊은 한숨 소리가 우경의 입가를 타고 흘렀다.

 

 “벌써 9시잖아.”

 

 시간을 확인하는 우경의 얼굴이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식당이나 사무실에 걸려 있을 법한 커다란 전자시계를 우경이 뚫어지라 쳐다봤다.

 

 “자고 싶어. 자고 싶어. 자야 하는데.”

 

 쓰고 있던 안경을 벗은 우경이 눈가를 지압하듯 꾹꾹 주물렀다.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휴대폰을 챙긴 우경이 몸을 일으켰다.

 

 “어제는 몇 시간 잤더라...”

 

 피곤함에 절인 목소리를 간신히 뱉어낸 뒤 침실을 향해 무거운 발을 억지로 끌었다.

 우경의 방은 항상 두꺼운 암막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빛이라곤 작은 스탠드 조명이 전부인 방이었다.

 언제라도 잠을 잘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처럼.

 

 우경이 침대기에 앉아 협탁 위에 휴대폰을 올려두고 다이어리를 펼쳤다.

 

 “어젠... 고작 두 시간 밖에 못 잔 건가?”

 

 삼 일 전부터 어제까지 총 수면시간이 9시간도 안 됐다.

 

 “음-. 하루에 고작 2~3시간 정도뿐이네.”

 

 우경이 ‘21:00’이라고 시간을 다이어리에 적고 내려놓았다.

 침대에 누워 모든 작은 불빛마저 모조리 꺼버렸다.

 

 우경이 손을 뻗어 협탁 위의 휴대폰을 찾아들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번호 하나를 찾아낸 우경이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에 주무신 건 아니죠?”

 [이 시간에 자면 너무 일찍 일어나게 되잖아요. 우경씨는 어제도 제대로 못 잤으니 지금부터 자도 괜찮겠네요.]

 

 차분하고 다정한 남성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우경의 귓가에 흘러들었다.

 

 “하-.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침대에 얌전히 내려앉았던 손이 우경의 눈가를 가렸다.

 

 [언제부터요?]

 “지금이요.”

 

 체념하듯 우경의 목소리가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그렇군요. 오늘 운동은 몇 시간 했어요?]

 “2시간 이상. 어지간한 사람은 숙면 취하고도 남을 정도로요.”

 [전에도 말했지만, 너무 과도한 운동은...]

 

 늘 듣는 잔소리에 우경이 남자의 말을 가로챘다.

 

 “알아요. 숙면을 방해하죠.”

 

 씁쓸한 미소가 우경의 입가에 지어지며 눈을 덮었던 손이 내려졌다.

 

 [알면 신경을 좀 써야죠. 것보다 다시 약을 처방받아보는 건 어때요?]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약들이 안 듣는 거. 시중에 나와 있는 수면유도제나 수면제 전부를 직접 처방해주신 분이면서. 약만 먹으면 두통이 더 심해져서 안 먹을 때보다 더 못 자잖아요.”

 [그게 문제기는 하죠. 약이라는 건 도움을 받으려 먹는 건데 오히려 통증을 준다니. 자! 그럼 이제 잠을 좀 자볼까요? 전에도 말했죠? 손끝, 발끝부터 힘이 빠진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에만 집중하는 거.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알고 있어요. 그럼 다시 자볼게요. 음-. 그럼 잘게요.”

 

 우경이 전화를 끊고 대충 옆으로 던졌다.

 스탠드 조명을 켜고 불빛을 은은하게 조절했다.

 

 적막함 사이로 우경의 숨소리만이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던 우경의 몸이 뒤척이기 시작했다.

 결국, 우경이 눈을 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 진짜 자고 싶다고. 계속 이렇게 못 자면 죽는 게 아닐까?”

 

 마른세수를 하며 우경이 이불 위를 뒹굴어 다니는 휴대폰을 찾아들었다.

 잠시 누워 뒤척인 것뿐인데 15분이나 지나있었다.

 

 “오늘도 못 자나 봅니다.”

 [안타깝네요. 그럼 처방을 좀 바꿔볼까요? 밤 산책 어때요? 지칠 정도가 아니라 가볍게 걷는 겁니다. 걷고 돌아오면 따뜻한 물로 아주 가볍게 샤워만 하고 침대로 가는 거예요. 이번에는 전화하지 말고 그대로. 알았죠?]

 “음-. 알겠어요. 선생님 처방대로 해볼게요.”

 

 휴대폰을 손에 든 채 우경이 미련 없이 침대를 벗어났다.

 대충 점퍼를 걸치고 모자를 눌러 쓴 우경이 승강기 앞에 섰다.

 

 승강기가 도착하자 게임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 같은 효과음이 들렸다.

 

 “하... 진짜 소리 독특하다니까.”

 

 승강기에 올라 1층을 누르고 닫힘 버튼을 연타한 우경이 거울을 보고 모자를 고쳐 썼다.

 

 <문이 닫힙니다. 내려가게 됩니다.>

 

 서늘하며 차가운 목소리가 승강기 안으로 잔잔하게 울렸다.

 곁눈질로 내려가고 있는 숫자를 본 우경이 한숨을 뱉어냈다.

 

 “승강기 만든 사람이 누군지 얼굴 좀 보고 싶네. 내려가면 가는 거지 ‘내려가게 됩니다.’는 뭘까? 거기다 안내 음성. 저거 새벽에 겁많은 사람이 들으면 우는 거 아냐?”

 

 깊은 짜증이 배어난 우경의 목소리가 승강기를 가득 채웠다.

 답이라도 하듯 다시 서늘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열립니다.>

 

 사람이 없어 조용한 로비에 우경의 발소리가 가득했다.

 천장의 조명이 없었다면 호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모습이었다.

 

 “아무리 스릴러 작가라지만 이건 좀 그렇다.”

 

 우경이 의식적으로 비상계단 쪽을 흘깃거리며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로비를 지나 정문을 나서자마자 길을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경의 걸음이 차분해지며 맞은편 공원을 향해 움직였다.

 

 공원 입구 시계탑의 시간을 확인하듯 우경이 중얼거렸다.

 

 “9시 21분. 20분만 걷고 들어가자.”

 

 공원 안은 가로등 덕분에 그리 어둡지 않았다.

 입구를 지나 망설임 없이 왼쪽으로 돌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좁은 길을 따라 풍경을 감상하듯 느리게 걸었다.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좁은 길을 빠져나왔을 때 우경의 귀에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 멀지 않은 가로등 아래 놓인 벤치에 누군가가 울고 있었다.

 몇 걸음 더 걸어가자 형체가 제대로 보였다.

 

 긴팔 후드에 반바지를 입은 여자가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울고 있다.

 하필이면 품이 큰 하얀 후드를 입고.

 

 “귀신이야 뭐야... 왜 저기서 저러고 있는 건데.”

 

 공포물에 등장할 것 같은 모습에 우경이 인상까지 찌푸렸다.

 

 “자기는 도둑이야 뭐야. 흑... 다 검은 색이면서.”

 

 울고 있는 중간에도 할 말은 하는 모습에 헛웃음이 터졌다.

 

 “하! 말하는 거 보니 음- 귀신은 아니네.”

 

 벤치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우경이 말을 뱉어냈다.

 여자는 하얀 후드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우경을 쳐다봤다.

 

 “저기요. 흑... 좀 가죠?”

 “갈 겁니다. 귀찮은 건 질색이라. 그럼 마저 울어요.”

 “하.....”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서도 여자는 계속 눈물을 쏟아냈다.

 마치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여자는 그렇게 계속 울었다.

 

 우경은 그대로 여자를 지나쳐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았다.

 울음 소리가 조금 멀어졌다.

 그대로 우경의 걸음이 멈췄다.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우경의 발목을 잡은 것처럼 미동도 할 수 없었다.

 

 “이래서 귀찮은 건 질색이라니까.”

 

 모자를 벗어 머리를 거칠게 헝클인 우경이 한숨을 뱉어냈다.

 

 “하... 진짜.”

 

 다시 모자를 머리에 눌러쓴 우경이 몸을 돌렸다.

 천천히 지나쳤던 길을 빠르게 되돌아갔다.

 

 여전히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채 울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얼마나 슬프게 울고 있는 건지 바로 앞에 선 우경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이 시간에 여기서 울고 있으면 신고 들어갈 겁니다. 귀신 있다고.”

 

 우경의 목소리에 여자가 놀란 듯 어깨를 떨며 고개를 들었다.

 치켜든 얼굴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을 깜박여 남은 눈물을 털어낸 여자가 우경을 노려봤다.

 

 “귀신 있다고 어디다 신고할 건데요! 경찰? 아니면 무당?”

 

 답을 찾지 못해 난처해진 우경이 모자 끝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건 그러네요. 경찰에 신고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할 거고 무당한테 전화하기는 좀 그렇고.”

 “알았으면 그냥 좀 가요. 원래 우는 사람을 보면 모른 척해줘야 한다는 것도 몰라요?”

 

 여자가 흘러내렸던 눈물을 하얀 소매로 닦아내렷다.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 여자의 눈가를 보고 우경이 살짝 미소지었다.

 

 “이제는 안 우는데요?”

 

 여자가 성질을 내는 것처럼 우경을 노려봤다.

 

 “마저 울 거 거든요! 그러니까 좀 가요.”

 “그럼 다른 사람들 안 놀라게 집에 가서 울어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가라고요! 아저씨 오지랖이 왜 이렇게 넓어요? 가라는데 안 가고 왜 돌아와서 이러는 건데요!”

 “갈 건데요? 아저씨는 아니고, 오지랖은 원래 없고. 근데 이 시간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정말 위험해요. 내가 사는 동네에서 사이렌 울리는 거 듣기 싫거든요.”

 

 우경이 진심이라는 듯 살짝 미소지었다.

 여자의 얼굴이 허탈해지며 가로등과 우경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가로등 있으니 어둡지는 않은데 아저씨처럼 이상한 사람이 있는 거 보니 위험하긴 할 거 같네요. 갈게요. 갈 테니까 아저씨도 가요.”

 

 아저씨가 아니라고 다시 정정해 주고 싶었지만, 그 정도도 귀찮았다.

 이제는 슬슬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여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인 우경이 자리를 벗어났다.

 공원 입구로 향하는 좁은 길로 들어가기 전 우경이 뒤를 돌아봤다.

 여자는 아직도 소매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

 따뜻한 물줄기가 우경의 머리로 쏟아져 내렸다.

 잠에 취해가는 것처럼 우경의 얼굴이 나른하게 풀려 들었다.

 순간 머릿속에 울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섞여들었다.

 

 “아... 되게 신경 쓰이네. 뭔데 그렇게까지 우는 거지? 하-. 됐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잖아.”

 

 우경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을 털어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그림자는 무섭다 02 2020 / 9 / 29 302 0 5205   
19 그림자는 무섭다 01 2020 / 9 / 29 279 0 5264   
18 구분이 모호해진다 04 2020 / 9 / 29 291 0 5189   
17 구분이 모호해진다 03 2020 / 9 / 29 292 0 5141   
16 구분이 모호해진다 02 2020 / 9 / 29 280 0 5019   
15 구분이 모호해진다 01 2020 / 9 / 29 277 0 5179   
14 혼란이 휘몰아친다 04 2020 / 9 / 29 266 0 5022   
13 혼란이 휘몰아친다 03 2020 / 9 / 29 285 0 5112   
12 혼란이 휘몰아친다 02 2020 / 9 / 29 308 0 5021   
11 혼란이 휘몰아친다 01 2020 / 9 / 29 282 0 5007   
10 feliz의 밤 03 2020 / 9 / 29 283 0 5007   
9 feliz의 밤 02 2020 / 9 / 29 276 0 5006   
8 feliz의 밤 01 2020 / 9 / 29 283 0 5021   
7 붉은색에 홀린다 04 2020 / 9 / 29 275 0 5065   
6 붉은색에 홀린다 03 2020 / 9 / 29 284 0 5018   
5 붉은색에 홀린다 02 2020 / 9 / 29 276 0 5130   
4 붉은색에 홀린다 01 2020 / 9 / 29 285 0 5064   
3 잠들지 못한 다는 것은 03 2020 / 9 / 29 290 0 5111   
2 잠들지 못한다는 것은 02 2020 / 7 / 31 298 0 5063   
1 잠들지 못한다는 것은 01 2020 / 7 / 31 506 0 513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보고만 있어도
m현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