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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녀는 돈 귀신을 본다
작가 : 이들리
작품등록일 : 2020.7.31

지하철에서 만난 낯선 남자가 건넨 로맨스판타지에 빙의했다. 그런데 하필 소시오패스 황제에게 죽임을 당하는 캐릭터로 빙의되나디!

결국 내가 살 길은 빙의되기 전부터 돈이 모이는 곳, 돈을 부르는 사람을 보는 내 능력을 백분 활용하여 소시오패스로부터 도망가는 것.

그런데 죽임을 당할 위험의 순간을 벗어나자 마자, 내 정체를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지하철에서 만난 그 남자.

미치겠다. 이 남자 대놓고 자신을 스토커라고 말한 그 남자였다.

아니, 그러면 이 남자는 어떻게 소설 속으로 들어온 거지?
아니다! 내가 빙의된 책을 이 남자에게 줬으니 원래 소설 캐릭터였나?
어떻게 나를 알고?

어휴! 머리 아파. 도대체 이 남자 정체가 뭐야? 정말 스토커야?


#빙의물#집착남#재벌물#여주성장물#사이다물

 
그들의 성
작성일 : 20-07-31 11:11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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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냥 차 가지고 올 걸.’

 

 나는 폭설 예보에 차를 두고 출근한 걸 후회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외부의 일이 빨리 끝나 조금 이른 퇴근을 할 수 있다는 점. 그건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Rrrrr

 

 지하철을 타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네. 정유진입니다.”

 

 -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네. 역시 괜찮더라고요. 낼 출근하자마자 보고서 작성해서…… 제출……할게요.”

 

 통화를 하다가 고개를 든 나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동공이 커졌다. 고개를 돌리려고 해도 돌려지지가 않았다. 진한 노란빛이 후광처럼 비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란빛.

 

 무당이었던 엄마를 납골당에 모시고 돌아오던 날부터 나는 노란빛을 봤다. 왜 그런 능력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처음에는 눈에 병이 생긴 줄 알고, 큰 병원으로 가서 종합검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늘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재건축 구역에서, 재벌들 후광에서, 유명 맛집에서, 노란빛이 둥둥 떠다닌다는 걸 발견하고 노란빛의 의미를 알게 됐다.

 

 그건 한마디로 돈의 시그니처였다.

 

 머지않아 돈이 될 만한 장소, 아니면 거대한 부를 축적할 사람, 또 아니면 이미 많은 돈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는 빛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노란빛을 엄마의 선물이라고 여겼다. 찢어지게 가난한 인생을 살았던 탓에 암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엄마가 내게 남긴 마음.

 

 어쨌든 그날 이후, 나는 승승장구했다. 푼돈을 종자돈으로, 종자돈을 뭉칫돈으로 만들어 아파트도 마련했다. 게다가 노란빛을 보는 능력을 발휘하여 애널리스트로서 입지도 굳혔다.

 

 - 바로 퇴근할거지?

 

 “네. 그러려고요.

 

 - 그래. 알겠어. 내일 보자. 오늘 수고했어.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그 남자를 바라봤다. 그 남자는 후광에 비치는 진한 노란빛만큼 겉에 두른 것들도 모두 어마어마한 명품들이었다.

 

 ‘와! 두른 것만 해도 억은 넘겠네. 저런 남자가 왜 지하철을 탔지?’

 

 세계에 몇 대있다는 한정판 자동차를 몰 것 같은 사람이었다. 저런 사람들은 아무리 급하다한들 택시를 타지 절대 지하철을 탈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호기심에 나는 통화하는 내내 그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 문득 내가 실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정유진씨?”

 “네……네?”

 

 그런데 그 순간, 그 남자가 비어있는 내 옆 자리로 다가와 앉았다.

 

 나는 낯선 남자가, 그것도 이제까지 본 적도 없는 진한 노란빛을 내는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르자, 정신이 혼미하여 어버버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놀란 내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더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혹시 나 기억나요?”

 “아…아뇨.”

 “이런! 내가 진을 스토킹하는 사람인데, 그걸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군요.”

 ‘뭐라는 거야? 스토킹이라고? 이런 남자가 왜 나를 스토킹하는 거지?’

 

 물어봐야 할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입 밖으로 그 질문이 나오지가 않았다.

 

 자신을 스토커라고 말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소름끼치는 단어를 너무 화사하게 내뱉고 있어서였다. 순정만화에서나 볼 법한 얼굴로 천진스럽게 자신을 스토커라고 자수하듯 말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어서 스토커라는 단어가 좋은 말 같았다. 그런데 이 남자 목소리마저 근사했다. 동굴음성. 포근해서 나도 모르게 배실배실 웃음이 나왔다.

 

 왠지 스토킹이 아니라, 짝사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고 합리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번 역은 삼화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안내방송에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 남자를 보고 물었다.

 

 “저, 그런데 혹시 누…….”

 

 하지만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차한 지하철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 남자도 자리에 일어나더니 지하철 밖으로 나가버렸다.

 

 “진, 다음에 볼 때는 나를 꼭 알아봐줬으면 좋겠어요.”

 

 라는 이상한 말을 남긴 채.

 

 철커덩

 

 지하철 문이 닫혔다. 나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쫓아 창문 밖을 봤다.

 

 그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였더라?’

 

 나는 그 남자를 기억해내려고 생각을 했다. 스토커라며 최소한 한 번쯤은 어디선가 봤던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떠오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뭔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저기 책 좀 치워주시겠어요?”

 “네?”

 “그쪽 책 아닌가요?”

 

 그 남자가 앉았던 곳에는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나는 자신의 책이 아니라고 말을 하려했지만 이미 자신도 모르게 내 손이 그 책을 챙기고 있었다.

 

 왠지 그 책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샤워를 하고, 와인 한잔을 가지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지하철에서 그 남자가 남긴 책을 꺼냈다.

 

 한참 표지를 보다가 한숨이 나왔다. 오늘 스물아홉 생일이었다. 엄마가 죽는 순간까지, 조심하라고 하던 날짜.

 

 특히 엄마는 길을 조심하라고 했다. 엄마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엄마는 끝끝내 답을 주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엄마의 말을 지켰다. 비록 타인의 점사를 보지 못하는 무당이었지만, 딸인 나에 대한 촉은 거의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친구들이 생일파티하자는 걸 모두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도 결국 유언처럼 남긴 엄마의 말을 무시할 수 없어서였다. 비록 이상한 남자를 만났고, 그가 남긴 책을 들고 오긴 했지만.

 

 “휴”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오늘도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엄마와의 약속을 이제까지 잘 지켜왔고, 그래서 그 약속의 시간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다.

 

 “책이나 봐야겠다!”

 

 유진은 하드커버지의 책 표지를 넘겼다.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그들의 성]

 

 흔한 로맨스판타지였다. 여주인 플로유로와 남주의 배커스가 서로 앙숙인 가문임에도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닮은 줄거리였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이 작품은 개연성이 딱딱 떨어졌다. 이야기가 촘촘해 문장 하나하나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행복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조연보다도 더 비중이 약한 테레지아라는 캐릭터 때문이었다.

 

 그녀는 가문을 일으키고자 하는 아버지 패트릭 공작에 의해 억지로 알렌 황제와 약혼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알렌 황제였다. 자신을 낳다가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에 테레지아는 어릴 때부터 죄책감을 갖고 살았다. 성인이 돼서도 자존감이 없는 채, 늘 타인의 눈치를 살피는 피곤한 삶을 살았다.

 

 그런 테레지아를 알렌 황제는 이용했다. 소시오패스였던 그에게 어쩌면 테레지아는 완벽한 먹잇감이었다.

 

 자신만만한 자신을 동경하는 테레지아의 눈빛을 알렌 황제는 즐겼다. 지독한 나르시스트였기에 결혼도 빨리 하려고 하지 않았다. 늦추고 또 늦췄다. 전쟁을 핑계 삼아, 때로는 국가의 대소사를 이유로 들어.

 

 그리고 황제는 결혼이 늦어지는 걸, 모두 테레지아 탓으로 돌렸다.

 

 국가 대소사를 앞두고 결혼 날짜를 잡았다거나, 하필 결혼식 며칠 전 꾀병을 부려 아픈 척 하며 꼭 날짜를 잡아도 자신이 건강이 나빠진 날, 결혼식 일자를 잡았다며 타박했다.

 

 “어휴, 그걸 테레지아가 어떻게 아냐고?”

 

 화가 나 나도 모르게 책을 보다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알렌 황제는 다른 여자를 탐하는 걸 들키고도 뻔뻔했다. 테레지아가 자신에게 상냥하지 못해서 자신이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거라고 말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나를 화딱지 나게 하는 건 테레지아의 태도였다. 그 말도 안 되는 황제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패트릭 공작은 알고도 모른 척했다. 어떻게 보면 이것 역시 나름의 사랑 표현이었다. 자존감 없는 딸이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살아갈 방법은 황후였다. 물론 가문의 부활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딸이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전염병이 돌아 민심이 흉흉해지자 알렌 황제는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 희생양을 테레지아로 삼았다.

 

 알렌 황제는 테레지아에게 희생하라는 말조차 아주 낯 두껍게 했다.

 

 “테레지아 영애, 황후가 될 사람이야. 나라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죽어주는 게 좋겠어. 제국민들이 황후를 희생시켜야 하는 황제의 마음도 아프겠구나, 라고 생각하겠지. 안 그래.”

 

 그래도 죽음 앞에서 테레지아는 잠깐 꿈틀했다.

 

 “제가 죽는다고 전염병이 멈출까요?”

 “그건 나중 일인지. 왜 무서워? 그러게 왜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났어?”

 “그건 제 탓이 아닌 걸요.”

 

 “하지만 아드리아에서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 영애 밖에 없잖아. 그러니 마녀라고 오해하고 무서워하지. 우선은 제국민들의 두려움을 먼저 풀어줘야 해. 국모로서 이 정도도 못해?”

 

 이건 가스라이팅이었다. 테레지아를 만날 때마다 알렌 황제는 끊임없이 검은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이야기했다. 유전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걸, 마치 신의 저주를 받은 것처럼.

 

 테레지아도 어느새 진짜 자신이 신의 저주를 받은 사람으로 여겼다. 마녀가 아니지만, 마녀로 오해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폐하의 뜻을 알지만 저도 죽는 게 무서워요.”

 “괜찮아. 내가 네 화형식 내내 옆에 있을게. 나를 보면서 참아내면 곧 잠이 들 거야.”

 

 나는 이 대목에서 완전히 뚜껑이 열렸다. 그 뜨거운 불 옆에 있어주는 게 마치 큰 은혜를 베푸는 것인양 하는 알렌 황제의 태도에 속불이 났다. 만약 내 앞에 있다면 뺨이라도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그리고 후회하는 패트릭 공작을 보면서는 동정심보다 미움이 앞섰다. 나도 모르게 책장을 손바닥으로 후려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테레지아가 원하는 걸 조금만 더 살펴주지 그랬어요. 어머니 알리샤가 죽는 순간 테레지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고 말해줬다면 그렇게 평생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텐데. 세상에 태어나면 안 되는 존재라고 여기지도 않았을 텐데.’

 

 나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테레지아를 묘사하는 화형식 장면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죽는 게 무서웠지만, 원래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여겼던 테레지아. 그래서 그녀는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서 자신의 원죄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서도 테레지아의 서사가 계속 눈에 밟혔다. 너무 감정을 이입했는지,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고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는 옆에 둔 와인을 한 입에 벌컥 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침대 옆 테이블로 올려놨다.

 

 그런데 그 순간, 침대 모서리에 놓인 책이 떨어지면서 책이 다시 펼쳐졌다. 그 순간 책장 마지막 속지에 누군가 직접 쓴 글이 보였다.

 

 ‘길?’

 

 펼쳐진 책 속에서 ‘길’이라는 글자가 마치 확대된 양 내 눈에 들어왔다.

 

 『세상의 길은 여러 모습이야. 우리가 아는 도로도 있지만, 사람의 마음에도, 책 속에도 길이 있어. 의식과 무의식을 이어주는 길, 상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길. 그리고 내 길에는 늘, 네가 서 있어.』

 

 『나와 네가 하나의 길에서 만난 것, 그게 바로 운명이야.』

 

 글귀를 읽는 순간, 팔에 소름이 돋았다. 왠지 엄마가 말한 길의 의미가 지금 이 책에서 말한 글귀와 맥이 닿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불을 끌어당겼다. 갑작스런 한기에 몸이 떨렸다. 이불 위에 펼쳐진 책을 옆으로 치우려고 팔을 내밀어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책 속에서 눈부실 만큼 강한 하얀 빛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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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들의 성 2020 / 7 / 31 305 0 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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