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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엄마가 인기있어서 어쩌자는거야!
작가 : 피양이
작품등록일 : 2020.7.31

남매가 캠프에서 실종됐다. 내 새끼 찾아 헤매다 나무에서 떨어졌는데...
눈을 떠보니 난데없이 싱글대디 공작의 딸이네? 얼른 아이들을 찾아야 하는데...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 감나무에서 뛰어내리길 N회차.
가지고 있던 딸의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소리가 난다!
이게 무슨 일일까, 거기다... 왜들 졸졸 따라다니는 거야. 증말!!! 엄마가 인기 있어서 어쩌자는 거야!

 
001.감나무에서 떨어졌는데
작성일 : 20-07-31 15:37     조회 : 402     추천 : 0     분량 : 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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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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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슬그머니 기어 내려온 땅거미가 설영의 흰 발목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주위의 만류도 무릅쓰고 홀로 수색에 나선지 일주일. 아이들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참 요상하지. 캠프 안에 있던 남매?

 쯧,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알 수 없는게...

 차라리 잘 된게야. 걔네 보니, 부모가 속 꽤나 삭겠던데]

 

 목덜미를 치대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올리던 설영은 걸음을 멈춰 섰다.

 차가운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래서야 마을로 내려가긴 글렀다.

 설영은 빗방울에 젖은 점퍼 자락을 털면서 나무 속에서 밤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나무 안은 생각보다 포근하고 쾌적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흙냄새가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고,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빗소리는 아가 등을 두들기는 다독임처럼 들려온다.

 

 설영이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의 후레쉬를 켜 주위를 비추자 빛을 피해 한 무리의 개미들이 바삐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아무 것도 없는 건 아니었다. 개미 무리를 피해 발을 놀리면서 머리 위로 후레쉬를 비췄다.

 

 빳빳한 넝쿨이 혈관처럼 퍼져 꼭대기를 향해 뻗어 있었다. 새끼손가락만한 딱정벌레 한 마리가 기우뚱거리며 넝쿨을 오르는 게 보였다. 넝쿨은 굵다가도 또 어딘가는 실처럼 가느다랗다.

 설영은 넝쿨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참이었다.

 

 

 ‘치지지지지직...’

 

 

 “어?”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 바람에 흠칫 놀란 설영은 폰을 놓쳐버리자 주위는 금세 어둠으로 잠겼다.

 그건 노이즈가 섞인 기계음이었다.

 갑작스런 어둠에 설영의 이마 위로 땀이 베어나왔다.

 

 '무서울 거 없어, 겁 내지마.'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재빨리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떨리는 손을 높이 들어올리자 환한 직선이 공간을 가른다.

 그때, 꽤 높은 위치에 둥글게 말린 덩쿨 속에서 정사각형의 하얀 물체가 보였다.

 소리 역시 저 부근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아...! 어쩌면…’

 

 일말의 희망을 움켜쥐듯 넝쿨자락을 쥐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설영은 주변을 살피다 물체가 잘 보이도록 스마트폰을 튀어나온 나무 혹에 걸쳤다. 하얀 빛이 사선을 그어 물체를 향했다.

 두 손에 힘을 주고 디딜 수 있을만한 내벽에 왼쪽 발을 걸쳤다.

 움직일 수록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모습 또한 선명해진다. 그러자 머릿 속을 어른거리는 물건이 하나 떠오른다.

 

 올해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김민재에게 선물받은 고가의 블루투스 이어폰.

 오랜만에 집에 놀러온 딸이 자신의 예전 방으로 가 아크릴물감으로 무언가를 그렸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재차 팔에 힘을 주고 디딜 수 있는 곳을 발로 고르며 오르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물체에 닿을만큼 오른 설영은 한 팔을 최대한 손을 뻗자 손가락 끝에 딱딱한 물체가 닿았다.

 

 "잡았다!"

 

 소리는 물건을 잡는 동시에 뚝, 끊겼다. 더는 시간이 없다. 온 몸이 달달 떨리고 있는 참이었다.

 한 팔과 한쪽 겨드랑이로 몸을 지지하면서 내려가느라 몸 안쪽에 홧홧한 통증이 느껴졌다.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절제하곤 고개를 살짝 빼고 아래를 내려다 봤다.

 ...여기서 떨어지면 혼자 힘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흠칫.

 침을 꼴깍, 삼키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서늘한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그 바람에 설영은 덩쿨을 놓칠 뻔 했다. 투덜거릴 새도 없이 감촉은 미끄럼을 타듯 왼손을 오르기 시작하더니 스물 스물 S자로 미끄러지며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팔뚝을 지나 어깨를 향하는 소름돋는 느낌.

 

 설영이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꾹 참으며 몸을 들썩거리다 어떤 직감이 머릿 속을 느릿하게 두드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얕게 숨을 내뱉은 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마주한 건.

 자신의 눈 앞을 가득 채운 노란 눈.

 그리고 어둠 속에 잠겨 번들거리는 기다란 몸.

 

 "으...으..ㅇ"

 

 입술 끝에서 소리가 새어나오자 그것은 끝이 갈라진 혓바닥을 코 앞에서 낼름거렸다. 결국 설영의 입술 사이로 비명이 터져나왔다.

 

 “썩을 XXXX! 뱀...이잖아아악!”

 

 

 

 ***

 

 

 

  “아악...아야...”

 

 헉, 하고 숨을 크게 들이켠 설영은 오소소 돋은 소름을 두 팔로 문지르며 앓는 소리를 낸다.

 눈을 뜬 그녀가 있는 곳은 울창한 숲이었다.

 

 "끔찍해. 아우-"

 

 서늘한 그늘 속에 중얼거리던 설영이 문득 손을 들여다봤다. 생각대로 이어폰 케이스가 맞았다.

 케이스 앞면에는 네잎클로버, 가운데 자그마한 큐빅이 앙증맞게 붙어 있었다. 시선이 벌어진 케이스 안 쪽에 박혔다. 이어폰은 달랑 하나만 꽂혀 있었다.

 

 "나머지 하난 어딨지?"

 

 딸의 물건.

 캠프가 아닌 나무 속에 있었다는 증거다. 어쩌면 캠프에서 실종된 아이들을 찾을 수 있겠어.

 작은 물건 하나가 단서로 느껴지자 가라앉은 희망이 동실, 하고 떠오른다.

 케이스를 살펴보던 눈길이 무심코 앞을 향했다. 성벽처럼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설영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가늠이 안될정도로 거대한 몸통을 따라 시선을 쫓으니 하늘도 가릴정도의 수북한 나무 잎새가 우산처럼 펼쳐 있었다.

 

 “감?”

 

 이파리 사이 사이로 야자수만큼 큰 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설영은 엄지와 검지로 입술을 세게 비틀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분명 밤이 되서 나무 안에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나무 밖에, 그것도 한낮인 이 상황에 대해서 말이다.

 

 그때, 숲 입구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아무 생각없이 흘깃 시선을 주던 설영이 고개를 흔들자 구불거리는 긴 머리결이 가슴 앞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 순간, 그녀가 깨닫지 못한 사실 하나. 임신한 걸 알고 치렁한 머리카락을 싹뚝 자른 이후로 한번도 숏컷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걸.

 

 설영은 속으로 일단 마을로 내려가야겠다고 중얼거리며 왼발을 내딛었다. 물론 마을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하는 당연한 생각을 품고서.

 누군가 설영의 어깨를 단단히 잡아세우기 전까지 말이다.

 

 “하아, 하. 아가씨.... 무사하십니다.”

 

 강한 손길에 몸이 돌려지더니 은테 안경을 쓴 정갈한 생김새의 사내가 설영을 그대로 감싸안으며 멀리 소리쳤다.

 설영은 갑작스럽게 나타나 자신을 안은 사내의 가슴팍을 노려봤다.

 

 “저, 저기요. 학생! 사람 잘못 봤어요.”

 

 그러자 설영에게서 사내가 떨어져나왔다.

 

 “...이런”

 

 사내의 음성에서 당혹감이 짙게 느껴진다고 생각할 찰나.

 

 “...당장, 의사를 부르세요.”

 

 사내의 다급한 외침에 지척까지 뛰어오던 한 무리의 사람들 중 몇 몇이 헐레벌떡 뒤돌아 뛰어갔다.

 

 "이, 이봐요."

 

 그때 분홍 머리카락을 한없이 높게 틀어 올린 여자가 가쁜 숨을 진정시키려는 듯 설영의 얼굴 앞에서 가슴을 두들겼다.

 

 “아가씨! 또 담나무에 오르면 어떡합니까. 이번에도 4왕자가 시키신거죠?”

 

 "저기요. 난.."

 

 “망할 담나무같으니라고. 제길!”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 때문에 아주 정신이 없었다. 거기다 꽤 거칠어보이는 중년 사내가 갑자기 옆에서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사내의 정수리는 벗겨졌는데 정신없는 와중에도 벌겋게 달아오른 게 설영의 눈에 띄었다.

 몹시 분개한 사내는 곧 솥뚜껑만한 주먹을 뻗어 나무 몸통을 쳤다.

 

 퍽!

 탐스런 열매가 후두득 떨어져 내렸다.

 

 "잭, 아가씨 놀라겠어요.".

 

 대체 이게 무슨 짓들이지.

 설영이 입술을 달싹이다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설영에게 쏟아졌다.

 

 “...이보세요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가뜩이나 바빠죽겠는데."

 

 "바쁘시다뇨?"

 

 잭이라 불린 사내가 두 눈을 꿈뻑거렸다.

 

 "후. 개인적인 사정이라 말하기 불편하지만, 제 아이들을 얼른 찾아야 해요.”

 

 설영은 케이스를 바짝 쥐고는 어서 이 자리를 뜨기로 마음 먹었다.

 이러면 알아 듣겠지? 이 사람들,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아이…들?”

 

 분홍 머리칼을 틀어올린 여자가 경악한 채 되물었다.

 잭이라 불린 사내 역시 반들대는 정수리를 문지르며 거칠게 으르렁거렸다.

 

 “맙소사! 지식은 수세미보다 거칠지만 머리만은 튼튼한 아가씨였는데!”

 

 그거 칭찬이냐.

 

 “아이...들을 찾으셔야 하다니. 그렇군요."

 

 당황한 게 분명한 높이 솟아오른 눈썹과는 달리 이안이 설영을 부드럽게 내려다 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고럼 고럼, 고개를 끄덕이던 설영은 이어지는 말에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

 

 "역시. 안정을 취해야 할 듯 하네요.”

 

 "아니, 이 사람이! 말이 안통하....앗!"

 

 쏘아붙이던 설영의 시야가 휘청, 하고 뒤집혔다. 잭이 이안의 품에서 버둥거리는 설영을 어쩌지 못하고 거들었다.

 

 “어허!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돼요. 아가씨! 뇌가, 아니 머리가 잘못 됐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이거 놔앗! 이거 안 놔?"

 

 설영은 꿈쩍도 하지 않는 이안의 품에서 활어마냥 버둥거렸다. 이안은 설영의 머리칼을 쓸어 올려주더니 다정스레 웃음을 지었다.

 

 '웃어? 이거 미치고 팔짝 뛰겠네! 이것들 신종 인신매매아녀?'

 

 설영이 버둥거리던 몸을 멈췄다. 그러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미친 사람들에겐 미친 짓이 약이지.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해보자꾸나!

 

 "으흥."

 

 얕은 호흡과 함께 눈이 가늘어진다 싶더니 설영의 얼굴이 점점 이안을 향해 올랐다. 꾸물 꾸물거리는 요동치는 입술이 배밀이하듯이 내밀어졌다.

 

 "아가씨가 입술부터 떨어지셨나본데."

 

 잭이 중얼거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이안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다 순간적으로 팔에 힘을 풀었다.

 

 “이런.”

 

 설영은 놓치지 않고 거친 파도를 헤치는 자연산 돌돔마냥 몸을 튕겼다.

 

 "으랏차차촷!"

 

 촤락-하는 소리와 함께 설영이 기합을 내뱉는 와중에 그녀 주위로 연두색 드레스 자락이 낙하산처럼 솟아올랐다 촤르륵 내려앉았다.

 

 “나 이거참! 진즉 인간적으로 대할 때 놔 줘야...”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던 설영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 드레스?’

 

 “난 이런 옷을 입고 산에 오르지 않았 는데... 그러고 보니… 당신들 옷이 음… 이상하네요?”

 

 거만한 자세로 훈계를 하려던 설영은 자신의 차림새를 훑어보다가 멈칫하더니, 그대로 고개를 들어 이안을 뚫어지게 봤다.

 이안이 입은 옷은 어깨엔 여러 겹의 케이프가 나풀거리고 타이 대신 새하얀 스카프를 단정하게 맨 복식으로 바지 또한 무릎 아래에서 짤뚱하게 짤려 있었다.

 

 “우리 아가씨, 어쩜 좋아... 공작님께 말씀드려서 당장 왕궁에 피해청구 해야겠어!”

 

 "테라..."

 

 이안이 분홍머리 여자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영은 고장난 로봇처럼 고개를 삐그덕 삐그덕 움직여가며 주위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래. 저 여자도 이상해.

 머리를 깔끔하게 틀어올린 테라는 감색 바지 정장으로, 설영의 눈에 군데 군데 레이스 장식과 금침이 달린 오묘한 조합의 복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설영 자신이었다.

 

 어째서 이런 끔찍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거지. 정신연령이 200살 후퇴하기라도 했나!

 TPO란 걸 쥐뿔도 모르던 국민학교 6학년 시절, 사랑해 마지않았던 방수 야구잠바와 보라색 쫄바지, 고무신의 조합보다 최악이라고!

 

 설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들, 내 옷을 갈아입힌 거야?”

 

 이안이 경악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설영을 향해 커다란 손을 뻗었다.

 

 “가까이 오...오지마!”

 

 멈칫.

 상처받은 눈으로 뻗은 손을 거둬들였다.

 

 “따라오기만 해 봐. 확, 스토커로 신고 해버릴 거야!”

 

 말을 마친 설영은 그대로 몸을 돌려 뛰어갔다. 은빛 머리칼이 연두색 드레스자락을 따라 흔들거렸다.

 

 “아가씨! 어디 가세요!”

 

 잘 달리던 설영이 드레스 자락을 밟고 꽈당 넘어졌다.

 

 “아이고... 웬일이래.”

 

 설영은 아무렇지 않게 벌떡 일어서서 햇살이 비추는 입구로 마구 뛰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뛰었다.

 등 뒤로 안타까운 외침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우리 아가씨, 우짜요?”

 

 설영의 뒷모습을 보던 잭이 콧잔등을 거칠게 문지르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안은 점점 작아지는 설영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테라와 잭, 그리고 공작가의 사람들이 이안을 향해 해답을 구하듯 쳐다봤다.

 

 “...저택 밖으로 절대 빠져나가시지 못할 겁니다.”

 

 이안의 갈색 눈동자가 순간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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