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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신업무보고서
작가 : Hable
작품등록일 : 2020.2.20

영혼을 거두는 자들의 이야기

 
1. 1914년 8월, 탄넨베르크 인근
작성일 : 20-02-20 23:15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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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총알소리는 과도하게 당겨진 현악기를 켠 것처럼 귓전을 울렸다. 단 하나의 악기로 이루어진 핏빛 오케스트라는 사샤가 숨어 있는 참호 위를 매캐한 연주로 뒤덮었다.

 

  이틀 째에 사샤는 자신이 며칠 동안 있어야 될지를 걱정했다. 사흘 째는 더 이상 배급이 나오지 않을 지에 대해서 우려했다. 나흘 째에는 도대체 지금 며칠이 지났는 지를 잊어 버렸다. 단순 작업의 반복이 계속되는 경우 시간 관념이 없어지는 일이 있기는 하다. 그와 전우들은 참호 밖으로 총만을 내밀어 탄창이 빌 때까지 사격하고서는, 다시 내려서 재장전을 하는 일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가 오늘 하루 비운 탄통이 몇 개나 될까. 사샤가 위치해 있는 고지의 참호를 점령하기 위해서 독일군들은 개미떼처럼 몰려왔다. 참호 밖을 보지 않고 대충 팔만 내밀고 쏘아도, 누군가 한 명은 쓰러질 정도로. 하지만 그게 누군지, 아니면 진짜로 쓰러졌는지 알 길은 없었다. 총알 끝에는 눈이 없으니까. 그렇게 마치 조립공장 컨베이어 벨트 작업을 하듯 총을 쏘았다.

 

  방아쇠 끝에 걸리는 감각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샤는 기계적으로 검지손가락을 당겼다. 두 세번쯤 빈 방아쇠를 당기다가 빈 총을 참호 안으로 회수하는 것 역시 기계적이었다. 그저 이 때쯤이면 총알이 다 떨어졌겠거려니 하는 익숙해진 손놀림.

 

  그 때, 사샤의 손에서 총이 미끄러졌다. 가끔 있는 일이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 사지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를 않으니. 헐겁게 떨어진 총기의 개머리판이 사샤의 가슴팍을 걸고 내려가 그의 목걸이를 품 밖으로 빼냈다. 목걸이 끝에는 러시아 정교식 십자가가 달려 있었고, 은으로 된 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미약하게 참호 안에 퍼졌다.

 

  불현듯 사샤는 총을 놓고 그 십자가를 그러쥐었다. 고향의 성당이 떠올랐다. 그 뒤로 펼쳐진 평원. 그리고 그 가운데 있는 마을. 살던 집. 부모님. 한 번 터져나온 추억의 댐은 멈출 줄을 몰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방아쇠를 당기던 자동기계는 눈물을 흘렸다. 화약냄새에 닫힌 모든 감정이 다시 열려 버렸다. 사샤는 총을 다시 쥘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참호 바닥에 주저 앉아 오열했다. 옆에서 똑같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던 이반 하사가 가장 먼저 사샤의 감정적 동요를 확인하였다. 오랫동안 전장을 전전해오며 끝까지 살아남은 그의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더 이상 이 감정을 다른 전우들에게 전염시키면 안된다고.

 

 

 

  “사샤, 정신차려!”

 

 

 

  이반은 있는 힘껏 사샤를 불렀다. 전장의 소음은 닫힌 참호 안에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간신히 들릴 정도로 시끄러웠다. 역시나 들리지 않았는지 사샤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강하게 조치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쏘던 총을 거꾸로 쥐었다. 개머리판으로 두드려 패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할 요량이었다.

 

 

 

  “일어나, 이 새”

 

 

 

  이반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사샤를 덮치며 쓰러졌다. 개머리판 대신 몸으로 받은 충격에, 그제서야 사샤는 고개를 들었다. 매우 힘들게. 이반의 몸은 사샤를 그저 내리 누르는 듯 축 늘어져 있었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간신히 몸을 비틀어 몸을 빼낸 그 때, 그는 왜 이반이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반의 등 뒤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곳에서 흘러 나오는 피가 옷을 적셔 들어가고 있었고, 그 뒤에는 독일군이 서 있었다. 이미 참호는 점령당해 버린 것이다. 사샤의 움직임을 알아 챈 이름모를 독일 군인은 피 묻은 총검을 이반에게서 빼내 사샤를 조준하였다. 사샤는 방금 전 울음을 터트릴 때 보다 더 큰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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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1914년 8월, 탄넨베르크 인근 2020 / 2 / 20 270 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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