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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수상한 남자
작성일 : 19-11-10 20:03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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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 남자가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만이 정적을 깨트렸다. 밤 11시가 가까워진 시간, 벌게진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던 남자가 허리를 피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빈 머그컵을 집어든 그는 미라처럼 뻣뻣하게 일어났다. 카페인을 보충해 주지 않으면 잠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

 

 “으으읏!”

 

 그는 컵을 든 채로 두 팔을 휘두르며 힘껏 기지개를 켰다. 어깨와 목 여기저기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어깨만으로는 부족했다. 허리를 돌리고 폴짝폴짝 뛰면서 전신에 쌓인 피로를 털어냈다.

 

 때마침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주 잠깐 고민한 남자는 배에 힘을 준뒤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나야. 응, 아직 회사지. 아직 안 잤어?”

 

 죽을 상이던 남자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얼굴을 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그는 왕이라도 된 것처럼 큰 소리로 통화를 계속했다.

 

 “어쩔 수가 없지. 내 실수니까 내가 처리해야지. 어쩌면 오늘 못 들어갈지도 모르겠어. 일이 생각보다 많네. 찜질방에서 자려고. 응. 그러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미안해. 아니야.”

 

 남자는 아내가 앞에 있는 것처럼 고개를 흔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머금은 미소는 그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래. 나도 사랑해. 잘 자. 내일 아침에 연락할게.”

 

 남자는 애꿎은 핸드폰에 뽀뽀를 마구 난발하며 통화를 마쳤다. 피로가 싹 날린 그는 커피도 잊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때였다.

 픽.

 갑자기 남자 뒤 쪽의 형광등이 꺼졌다. 누군가 하나씩 깨트리는 것처럼 연달아 빛이 하나씩 사라졌다.

 누가 찾아왔다고 생각한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인기척은 없었다. 사무실은 소름끼치도록 고요했다. 등골이 오싹해진 남자가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

 

 “누구 왔어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형광등 두 개가 또 꺼졌다. 이제 남자가 일어났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종교가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는 신들의 이름을 외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냈다.

 

 “과장님! 혜진씨? 호선아 너냐? 지금 누가 장난치는 거지? 깜짝 놀랐잖아. 이제 그만하고 나와요.”

 

 픽, 픽

 이번엔 그의 머리 위 형광등이 꺼졌다. 남자는 어둠을 피해 사무실 코너로 이동했다. 경찰이나 119, 어디로든 전화를 해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핸드폰은 어둠 아래에 있었다.

 

 남자는 용기를 내 책상으로 다가갔다. 파티션을 짚고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더듬대던 그의 손가락에 반응한 핸드폰에 빛이 들어왔다. 그러나 하얀 화면은 곧바로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으악!”

 

 진심으로 놀란 남자는 허둥대다 넘어졌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발견했다. 검은 천을 뒤집어 쓴 것인지, 아니면 연기를 몸에 두르고 있는 것인지 상대는 어둠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하얗게 질린 남자는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어둠이 그의 발목을 붙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파티션이 넘어지면서 모니터가 쓰러졌고, 책상 위에 놓여있던 물건들이 태풍에 날린 것처럼 공중에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아아! 살려줘!”

 

 남자가 팔을 휘저으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 외침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마치 사무실 가운데에 블랙홀이 생긴 것처럼 모든 것이 어둠에게 집어 삼켜졌다.

 

 “여보! 사람, 사람 살려, ……살려줘!!”

 

 아무도 듣지 못하는 외침을 끝으로 사무실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

 

 이른 아침

 

 정체불명의 어둠이 휩쓸고 간 사무실은 사건 현장이 되었다.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 출입을 차단했고 경찰들이 현장을 조사에 들어갔다. 어질러진 현장의 중심에는 남자의 깨진 손톱과 핏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시끄러운 현장을 가장 바쁘게 오가는 사람은 강력반 형사 채유진이었다. 30대 초반의 그녀는 형사 2년 차에 들어온 이제 막 초짜티를 벗어난 참이었다. 하얀 피부에 순한 인상이 강력반이라는 명찰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달랐다.

 

 “어떻게 생각해?”

 

 유진의 선배이자 상관인 박창준 형사가 물었다. 강력반 경력 20년의 창준은 유진보다 더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엊그제 40대 중반을 넘는 생일인 탓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현장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어렵네요. 피해자가 살아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것 말고. 누구 짓인 것 같냐고.”

 

 창준이 바닥의 핏자국을 따라 움직였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였을까. 그의 발걸음을 따라 유진의 시선이 움직였다.

 

 “엉망이 된 건 딱 이만큼이야. 이 넓은 사무실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겨우 2미터만 뒤집어졌어. 손톱이 깨질 만큼 발버둥을 쳤다는 얘기인데, 나머지는 아무런 피해가 없어.”

 “그런데도 형광등은 모조리 부서졌고요.”

 “그래. 이상하지?”

 “당연히 이상하죠.”

 

 일어난 유진이 참고 있던 한 숨을 내쉬었다.

 

 “후……, 어렵네요. 원한 관계일까요?”

 “글쎄. 얘길 들어봐야겠지. 한 가지 분명한 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거야.”

 

 형광등에 머물던 창준의 시선이 천장을 쭉 훑고 지나갔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 든 동전을 주물럭거렸다. 생각에 잠기면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참! CCTV는? 확인했어?”

 “아직이요. 거기엔 뭔가 남아 있겠죠.”

 “응. 그러길 기대해야지.”

 

 시선을 교환하던 두 형사의 대화가 잠시 단절되었다.

 

 “…뭐하고 있어? 가서 확인해야지.”

 

 멍하니 선 유진의 눈앞에서 창준이 손을 펄럭였다.

 

 “제가요?”

 “그럼 여기서 더 할 일이 있어?”

 “아니요.”

 

 말은 더 길어지지 않았다. 창준은 간단히 턱을 들어 유진을 보안실로 보냈다. 그리고 난 뒤 사무실을 크게 돌며 혹시 놓쳤을지 모를 증거들을 탐색했다.

 

 창가를 따라 걷던 창준은 아래 창틀에 묻은 검은 물질을 발견했다. 뱉어놓은 껌인가 싶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너무 검은색이었다. 그것은 아스팔트 찌꺼기처럼 끈적끈적하고 거칠어 보였다.

 

 그 정체가 궁금해 유심히 들여다보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유진이 서 있었다.

 

 “깜짝이야! 사람 놀래 키려고 그렇게 서 있던 거야?”

 “아니요. 문제가 좀 생겼어요.”

 “문제라니? 너 또 사고쳤냐?”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요. ……이건 직접 보셔야 되요.”

 

 대답하기를 주저하던 유진은 창준을 끌고 보안실로 갔다.

 

 ***

 

 보안실에 도착하자마자 유진은 멈춰놓은 CCTV를 재생했다.

 

 영상은 피해자가 겁에 질려 허둥대는 부분부터 시작되었다. 어둠이 차츰 영역을 넓혀가고 남자가 빨려 들어가는 부분으로 이어지자 창준은 입을 열었다.

 

 “잠깐,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 안에 다른 누가 있는 거야?”

 

 보안실의 직원도, 유진도 품고 있던 질문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의문점에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모르겠어요. 그렇게 보이기는 하는데….”

 “그러니까 침입자가 나타나 사무실의 불을 끄고 희생자를 잡아 당겼다. 이게 전부라고?”

 

 얼마나 답답했는지 창준의 목소리 끝이 갈라졌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유진이 대답했다.

 

 “이건 전부가 맞아요. 그런데 끝에 이상한 게 더 찍혀 있어요.”

 기다렸다는 듯 유진이 빠르게 영상을 뒤로 이동시켰다.

 

 사건이 일어난 지 2시간 후, 누군가 현장에 침입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침입자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남자였다. 위로 묶은 꽁지머리와 붉은색 도포를 입는 등 유난히도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엉망이 된 현장에 잠시 놀라는 듯 하더니 이내 사건 현장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남자는 몇 분도 되지 않아 자취를 감췄다.

 

 “여기까지에요.”

 

 유진의 말과 동시에 영상이 멈췄다. 그녀는 콧김만 뿜어대는 창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창준의 바지 속에서는 동전이 계속해서 자리를 바꾸어댔다.

 

 “일단, 사무실의 직원들을 불러와. 그리고 경비원도. 이 남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나 목격자가 있는지 물어봐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유진은 바쁜 걸음으로 보안실을 나갔다.

 

 창준은 정지된 화면 속의 남자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이 사건의 열쇠를 지고 있었다.

 

 ***

 

 “자, 다들 놀라셨겠지만 여러분들의 협조가 필요한 일입니다. 어려우실 수 있는 일이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창준은 나름 최선을 다해 정중히 부탁했다. 하지만 타고난 그의 어조와 묵직한 목소리, 수 년 간 날카롭게 단련된 눈빛은 마주한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런 긴장감을 털어내려는 듯 뒤에 선 유진이 싱긋 웃어보였다.

 

 이 십 여명의 사무실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CCTV 영상의 끝 부분이 재생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침입자가 등장하자 영상이 멈췄다.

 

 “자, 이 중에 이 남자를 아시는 분 있습니까? 본 적이 있다거나 피해자와 만나는 것을 보셨다거나,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직원들은 눈을 가늘게 뜨며 영상 속 남자를 확인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얘기할 수 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그때, 올해 입사한 막내 인턴이 꼼지락대며 손을 들었다. 큰 눈망울을 가진 그녀는 딸꾹질을 참으려는 듯 숨을 참았다 뱉기를 반복했다.

 

 “저기, 저기요.”

 

 용기를 낸 그녀에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렸다.

 

 “누군지 아시겠나요?”

 

 흥분한 유진이 물었다. 인턴은 확신이 없는 듯 쭈뼛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정확하지는 않은데요, 얘기해도 괜찮은가요?”

 “말씀해 주신다면 저희가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저 머리를 보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거든요.”

 “어디의 누구인지 말해주시겠습니까?”

 

 유진의 거듭되는 질문에 인턴이 가득 고인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이 분, 특이한 술집에서 일하세요. 아는 사람들은 알거예요.”

 

 ***

 

 오후 6시, 청룡산과 도림천을 사이에 둔 오르막 골목에 얕은 어둠이 찾아왔다. 고시원과 원룸촌은 점점 짙어지는 보랏빛 하늘마냥 차분하게 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골목 가운데 위치한 전통 주점 장승골 간판에도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뻐꾸기 시계 속 뻐꾸기처럼 시간을 맞춘 방진이 문을 열고 나왔다.

 

 키 192cm, 몸무게 110kg의 육중한 체격을 가진 방진은 배고픈 곰처럼 몸을 긁어댔다. 오늘따라 심하게 뻗친 머리카락 때문에 안 그래도 큰 머리를 섬게처럼 보였다.

 

 방진은 어깨에 걸치고 있던 앞치마의 먼지를 털어낸 뒤 입구 좌우에 위치한 등롱을 켰다. 그리곤 의식 행위처럼 [酒] 자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하늘을 보니 오늘 저녁은 날씨가 좋을 것 같았다. 방진은 요즘 입에 붙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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