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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왕성의 자살공주
작가 : Dalph
작품등록일 : 2019.11.10

아리엘 페르데낭은 매일 죽고 싶다. 왕국도 지긋지긋하고, 귀족들도 지긋지긋하고, 삶은 더더욱 지긋지긋하다. 이 뭣같은 삶을 끝내기 위해선 자살만이 답이라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계획대로 목을 매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마왕이란 이상하게 생긴 놈이 이런 자신을 납치해 모든 일을 망쳐놓았다. 인질이랍시고! 내가 원하는 건 빨리 죽는 것 뿐인데, 왜 막는 거야?
죽으려는 자살공주, 그리고 그 죽음을 막으려는 '마왕과 머저리들'의 문제많은 이야기.

 
1. 공주는 그저 죽고 싶을 뿐이었다.
작성일 : 19-11-10 17:15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4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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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도회.

 귀족들의 유희를 위해 만들어진 화려한 행사. 현악기들로 연주되는 고풍스러운 음악 아래 사람들은 조용하게 대화를 나눈다.

 

 오늘 어떠십니까? 이 즐거운 행사, 모쪼록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대화는 자신들이 귀족이라는 걸 증명하듯 정중하게 진행된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예의를 차리고 제 갈 길을 떠난다.

 

 곁에 있는 음식들은 하나 같이 모양새에 신경 쓴 듯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게 세팅되어있다. 그렇다고 맛이 없느냐, 그것도 아닌 것이 왕국의 내로라하는 셰프들을 집합시켜 만들어놓은 것이기에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완벽한 요리가 있다면 바로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음악에 취해 모두가 춤추고 있을 즈음, 국왕이 등장한다. 세간에는 배불뚝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본디 ‘체면’이라는 것을 신경 쓰는 남자이기에 커다란 몸을 갖고 있는 50대 치고는 탄탄한 몸을 갖고 있다. 누구나 그를 우러러보고는 미소를 짓는다. 이 왕국이 평화로운 것은 오로지 국왕의 몫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왕이 간단하게 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사람들은 그 뒤에 나올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각각 어디선가 얻어온 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그리고 외친다.

 

 

 "그레이필드를 위하여!"

 

 

 왕은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다.

 

 

 *

 

 

 위하여.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첫째 공주 아리엘 페르데낭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도회는 저들만의 것이기에 그녀는 굳이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 중요한 일을 해야되서 갈 수도 없었지만.

 

 이 중요한 일에 앞서서 아리엘은 자신이 준비한 것들에 대해 꼼꼼히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테면, 이 밧줄.

 장인이 갓 만든 밧줄이기에 끊어질 리가 없었다. 어제 사슴이 버둥버둥댔는데도 멀쩡하지 않았는가.

 문제는 묶는 방법이었다.

 어제 아버님의 사냥에 따라가서 배워온 것이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확실하지 않으면 일을 진행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었기에 이 점은 매우 안타까웠다.

 오늘이 그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기에 더더욱.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괜찮은 날이 오늘밖에 없는데.

 

 아리엘은 자신의 기억력에 대해 작게 한탄하며 올가미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세네번 헤매고 나서야 올가미 형태로 된 무언가가 만들어졌지만 스스로가 봐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내일 다시 배워올까?

 하지만 돌이키기엔 천장에 설치한 고리와 옆방에서 슬쩍한 의자, 바닥에 깔아놓은 종이들이 아까웠다. 이것들을 들키지 않고 가져온 것도 힘들었는데 다시 원 위치로 갖다 놓는 것은 어떨까. 매우 어렵겠지.

 

 결국 아리엘은 스스로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날은 오늘이다.

 

 올가미를 몇 번 당기고, 의자를 흔들어보는 어설픈 확인 작업을 걸치고 나서 아리엘은 고리에 올가미의 끝부분을 여러 번 묶었다.

 더 이상 묶을 밧줄이 남아있지 않은 걸 확인한 아리엘은 잠깐 뒤로 물러나서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을 감상했다.

 

 음, 그래도 훌륭한 편이네.

 오늘을 내일로 떠넘기지 않기 위해 훌륭함의 기준을 많이 낮추었지만 스스로가 이걸 완성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이제 고민할 것은 없었다. 아리엘은 의자 위에 올라가서 올가미에 목을 걸었다.

 

 20살 인생, 충분했다.

 이제 그만하자.

 

 생각보다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데, 나는 아닌가보네.

 두려움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아리엘은 그 대답을 영원히 보류하기로 했다. 대답에 대해 생각해봤자 안 좋은 기억들만 되살아날 뿐이다. 그러니 기분 좋은 지금, 빨리 끝내자.

 

 

 그래서 아리엘은 의자를 찼다.

 아리엘은 그 순간에 올가미에 걸린 사슴의 눈망울을 생각했다.

 

 그게 왜 생각나는 거지?

 

 아리엘은 아까와 같이 대답을 영원히 보류하기로 했다.

 어차피 죽으면 끝이었다.

 

 

 

 *

 

 

 

 불과 반년 전이다.

 

 마족의 왕이라는 어리석은 작자는 대규모 원정을 기획했다가 결국 파멸의 길로 걸어갔다.

 

 실패의 원인? 일단 상대방이 생각보다 튼튼한 놈들이었고, 우리들끼리도 분열했고, 저들은 또 분열은커녕 뭉쳤고.

 그래, 솔직히 인정하자. 원정을 계획했다는 것 자체가 멍청한 행위였다. 나란 놈이 생각하는 게 늘 그렇지 뭐. 모두를 생각한다는 핑계로 내 허영심만 채우려한 거야. 그 결과, 상황은 예전보다 악화되었고.

 

 

 "전하."

 "실패자는 왜 부르지?"

 

 

 퉁명스러운 한 마디에 비서란 놈은 또 빌빌댄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말을 꺼내기 위해 자리에 남아있는 것을 칭찬해주어야할까?

 

 

 "돈이 부족합니다."

 "어디에 썼다고 돈이 부족해?"

 

 

 생각보다 날카롭게 대답했지만 바알에게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날 이후에 대부분의 사치품을 처분하고 대부분의 인원을 해고시키고, 대부분의 비용을 절약했는데, 뭐? 돈이 없어?

 바알은 그동안 고민했던 것을 이 말을 기점으로 해결해버리기로 했다.

 

 

 "그래, 넌 해고야."

 "예?"

 "명분은 '너가 일을 못해서'. 끝났지? 그럼 집으로 가서 애들이나 돌봐."

 "그, 그런......"

 "너 같은 머저리들에게 줄 페이도 없는 이 왕국, 망하기 전에 다른 곳이나 알아봐. 틀림없이 자리는 있을 테니깐."

 

 

 쯧. 하여튼 용기가 없다니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게 '대승적 차원'으로 풀어달라고 요청하면 될 것이지, 솔직하지 못하네.

 하지만 이 비서란 놈은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제 자리는 여기입니다."

 "지금 내 명령을 거역하는 것인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그저......."

 "돈이 없다고 말했잖아, 그래서 해고시키겠다는 건데 문제 있어?"

 "사실 며칠 전에 저희들끼리 얘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인데, 돈을 다른 왕국에서 얻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허? 마왕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반응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는 듯 비서는 여전히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저희에게 병력이 없기 때문에, 소규모로 일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그.......왕국의 중요인물을 납치해서 그 몸값을 받으면 어떨까......."

 "그게 도적 집단이랑 뭐가 달라."

 "그........이미 저희가,"

 "'이미 저희가'? 지금 긍지고 뭐고 다 돈때문에 팔아먹겠다는 거 아냐?"

 "예, 무슨 말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음으로 비서가 이어서 한 말은 바알의 머리에 스트레이트를 꽂아넣었다.

 

 

 "이미 어떤 친구가 공주를 이미 마왕성으로 데려왔습니다......."

 "누, 누구 맘대로!"

 "자세한 것은 직접 보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비서는 쏜살같이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악마 3명이 한 여자를 끌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바알은 그 여자가 한 나라의 공주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야 저렇게 피부가 흰 것은 바깥에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더 나아가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여자는 흔치 않았다.

 어느 딸바보 왕이 제 딸이 아깝다고 감금해놓았겠지.

 불쌍하긴.

 

 하지만 바알은 공주가 가까이 다가오자 의문이 생겼다.

 저 목에 밧줄은 무엇인고?

 마치 누군가가 목을 조르려한 듯 여자의 목에는 압박의 흔적이 보였고, 숨이 당분간 막혀있었던 듯 거칠게 쉬고 있었다.

 바알이 그 밧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어느새 바로 옆으로 와있는 비서는 바알에게 속삭였다.

 

 

 "몸과 붙어있는 것도 같이 소환하는 마법인지라 양해부탁드립니다."

 "밧줄, 너네가 저랬냐?"

 "아닙니다. 그게......스스로 저랬다고......그래서,"

 "살릴려고 데려온 거라고는 말하지마. 차라리 납치하려고 데려왔다는 게 설득력있게 들리니깐."

 

 

 그리고 비서는 입을 닫았다.

 그걸로 대답은 충분했다.

 이놈의 집구석,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어!

 그러나 이미 늦었다.

 바알은 부하가 저질러놓은 일의 뒷수습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단 여기는 마왕성이고, 너는 여기 납치되서 온 거야."

 

 

 하.

 공주가 헛웃음을 짓자 마왕도 헛웃음을 지었다.

 쌍방 다 이 상황에 대해 어이가 없는 것이다.

 마왕은 내심 공주가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널 납치한 이유는.......일단 돈 때문이라고 하자. 그래서 난 너한테 이 이상으로 해를 끼칠 생각이 없다. 그러니 얌전히 있어주길 바란다, 알겠나?"

 "그렇습니까?"

 "그래."

 "얌전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죠?"

 

 

 공주의 말투는 이 모든 게 짜증난다는 듯 날카로웠지만 바알은 이 모든 것을 너그러이 용서해주기로 했다.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다행이다. 이해해줬어.

 바알은 크게 안도했지만 굳은 표정을 유지하며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리고 비서에게 협박조로 말했다.

 

 

 "저 여자, 네 잘못이니깐 네가 책임지고 확인하도록. 그 전까지는 강제 근무다, 알겠나?"

 "예!"

 

 

 어째 표정이 밝아진 것 같지만 굳이 그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었다.

 문득 한 가지 강조할 것이 생각난 바알은 비서에게 말했다.

 

 

 "매 시간 감시하도록."

 "예!"

 

 

 그리고 다음날, 바알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공주가 투신을 시도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공주는 '자살공주'가 아니었으며,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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