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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안아주세요
작가 : 후이라
작품등록일 : 2019.11.4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없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치유자 이유검. 나라에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 단 하나의 희망인 그가 스스로 세상 속에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곁에, 한 사람이 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죽고 싶어하는 혹은 죽이고 싶어하는 호위무녀 김지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왕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 뿐이었다.

 
1화
작성일 : 19-11-09 15:23     조회 : 443     추천 : 0     분량 : 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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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무유병이 발병했다.

 

 

 사람들이 이유 없이 서로를 미워하더니, 종내는 손에 무기를 들기 시작했다. 무기는 별 게 아니었다. 어쩔 때는 책일 수도 있었고, 밥그릇 일 수 있었으며, 주로 칼이나 도끼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농기구도 될 수 있었다.

 

 

 어떤 것이든 상대방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들어 던졌다.

 

 

 그것으로 눈앞에 숨을 쉬고 있는 존재의 숨통을 끊어 놔야했다. 그래야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끓어오르는 살의를 멈출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더 이상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없어지면 곧 살의는 자신에게 향했다.

 

 

 죽여야 해. 죽어. 죽으란 말이야.

 

 

 그 소리는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소리는 끝없이 스스로를 갉아먹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고, 죽고, 혹은 죽어갔다.

 

 

 

 

 

 그저 간밤에 목이 말랐을 뿐이었다.

 

 

 지원은 눈을 뜨고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문 밖으로 나갔다. 부엌에서 목을 축이고 들어가려고 돌아서니 방 안에서는 어미가 아비를 붙잡고 있었다.

 

 

 

 “지원아, 도망쳐라.”

 

 

 

 어머니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눈 한쪽이 그림자처럼 어둡게 가려져 있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지원의 아버지였을 남자는 짐승과 같이 그저 눈동자만 존재하는 검은 눈으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손에는 간밤에 무유병에 걸린 자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며 곁에 두었던 낫이었다.

 

 

 

 발끝에서 땅으로 뿌리라도 내린 것인지, 몸이 꼼짝 하지 않았다.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귀를 파고들었다. 지원은 겨우 발걸음을 뗐다.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부엌으로 갔다. 가서 가끔 장터에서 싸게 나온 고기를 썰 때면 사용했던 칼을 꺼내들었다. 방으로 향했다.

 

 

 

 낫이 어머니의 머리로 향해 있었다. 목이 아닌 머리로 향한 날카로운 칼날이 금방이라도 머리를 둘로 가를 것 같았다.

 

 

 저건 아버지가 아니야.

 

 

 지원은 손에 힘을 줬다. 젖 먹던 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모을 수 있는 모든 기력을 다했다. 칼이 아버지의 등짝에 꽂혔다. 아버지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가 뒤를 돌았다. 그 눈은 다시 지원에게로 향했다. 그때 어머니가 아버지의 팔목을 물었다.

 

 

 

 낫이 떨어졌다. 그걸 주위들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가슴에 낫을 꽂는다. 피를 흘리며, 몸부림을 치다가 곧 숨이 멈출 때 까지. 어머니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피가 사방에 흥건해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건 아버지만이 아니었다. 지원도, 어머니도 함께 널브러졌다. 주워 담을 수 없는 참혹한 죽음 앞에 그들의 마음도 쏟아졌다.

 

 

 

 “괜찮다, 아가. 살았으면 됐다.”

 

 

 

 사정없이 떨리는 어깨를 어머니가 감싸 안았다. 얼마간 토닥이는가 싶더니 곧 그녀를 떨쳐냈다. 그러고는 방 밖으로 밀어냈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영문을 알 수 없는 지원이 이제는 울부짖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눈이 이상했다. 한 쪽만 남은 그녀의 눈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 눈은 가까스로 지원을 쳐다보다가 문을 걸어 잠갔다.

 

 

 

 지원은 방문 앞에서 미친 듯이 두드렸다. 창호지가 찢어질 듯 너덜거렸다. 곧 불길이 피어났다. 이제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녀에게 문을 뜯어낼 힘은 없었다.

 

 구멍이 난 창살로 팔이 튀어나왔다. 어머니였다. 지원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팍을 밀어 마당으로 내쳤다.

 

 

 

 “멀리 떠나렴, 아가.”

 

 

 

 불길이 집을 삼켰다. 지원은 뜨거움에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 쳤다. 마음은 자꾸만 불길로 닿는데, 몸은 계속 물러섰다. 이 간극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

 

 

 

 

 달이 환하고 고요한 밤이었다.

 

 

 그날은 재헌의 새벽출정으로 인해, 선아와 그녀의 아들 유검만이 침실에 잠들어 있었다.

 

 

 밤하늘처럼 검은 머리를 길게 풀어놓은 채 잠든 선아의 품에는 똑같은 머리색을 가진 유검이 안겨 있었다. 자주색 선아의 비단 의복을 이불처럼 덮어쓴 유검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빛났다.

 

 

 

 숨 쉴 때 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유검의 가슴 위에는 선아의 손이 가만히 올려져있었다. 아마도 잠을 재우기 위해서 방금 전까지 토닥거렸을 손이다.

 

 

 

 유검은 새벽 출정을 나간 아버지 재헌이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사다주실지 어머니 선아와 이야기를 하며 잠들었다. 발그레한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 순간 복숭아만큼만 붉었던 유검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졌다. 유검은 숨이 막혀 몸부림을 쳤다. 막힌 목구멍 사이에서 가까스로 얕은 숨이 새어나왔다.

 

 

 

 “……헉.”

 

 

 

 유검이 겨우 눈을 뜨니, 까맣게 변해버린 어머니의 눈이 보였다.

 

 

 가장 귀한 보물을 보듯 자신을 바라보던 선아의 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눈빛이었다. 아버지 재헌과 함께 사냥을 나갔을 때 마주쳤던 삯의 눈이 떠올랐다.

 

 

 선아의 눈은 사냥감을 노리는 날짐승의 눈빛, 그 상태였다.

 

 

 처음 본 어머니의 눈빛에 유검은 숨이 막힌 와중에도 슬프다고 느꼈다.

 

 

 ‘어머니의 눈이 왜 저러시지?’

 

 

 죄어오는 목구멍을 겨우 쥐어짜서 선아를 부르는 유검이었다.

 

 

  “어…머니…!”

 

 

 유검은 목을 죄어오는 손을 떼어내기 위해 잡아 쥐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유검의 가슴팍에서 애정 어린 손길로 올려져있던 선아의 손이었다.

 

 

 그러나 6살 어린 유검이 아무리 손을 잡아 떼어내려고 애써 봐도 헛수고였다.

 

 작은 손은 차마 어머니의 손을 꼬집거나 때리진 못하고, 그저 두드리거나 붉은 얼굴에 눈물을 흘러내리거나 할 뿐이었다.

 

 

 ‘숨이 막혀. 대체 왜 그러시는 걸까.’

 

 

 구슬처럼 맑고 굵은 눈물이 유검의 뺨 위로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점점 더 숨이 막혀왔다. 유검은 어머니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어머니를 안아주고 싶어.’

 

 

 유검은 그 와중에도 선아의 눈빛이 신경 쓰였고, 어머니를 안아주고 싶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목을 조르는 어머니의 뺨을 쓰다듬고 싶었다.

 

 

 그래서 안간힘을 써서 선아의 품에 유검이 파고들었다. 자신을 자꾸만 떼어놓고 목을 조르려는 어머니를 있는 힘껏 안았다.

 

 

 겨우 품에 파고들자 목을 조르던 손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유검은 숨통이 트이자 바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괜찮아요?!?!”

 

 

 갑자기 변해버린 어머니가 걱정됐다.

 

 손에 힘이 빠지고, 정신이 돌아온 선아가 유검을 쳐다봤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붉어진 얼굴에, 목 위로 시퍼렇게 남은 손자국이 보였다. 선아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손끝에서 생생하게 느껴짐에 놀랐고 끔찍했다.

 

 

 

 ‘죽여야 해….’

 

 

 

 

 그러나 더 끔찍한 건, 유검의 얼굴을 보는데 다시 목을 조르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내 어여쁜 아들을 죽인다고?’

 

 

 

 선아는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으며 몸을 재빨리 일으켰다. 그러고는 침대로부터, 유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나가 문을 열고 신하들을 찾았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 제발, 제발.. 도와줘요!!!!!”

 

 

 

 

 유검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경비만 두었고, 가족과 시간을 누리라고 시녀들 역시 밤에는 두지 않던 선아였다.

 

 

 

 평소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애롭다고 촉망받아온 자신의 성품이 그때만큼은 원망스러웠다.

 

 자신이 금방이라도 다시 유검의 목을 조를 것 같아 두려웠다.

 

 

 

 침대 위에 덩그러니 앉아서 어머니의 울부짖음을 듣던 유검은 이런 선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아 해매며 허공에 대고 고함을 치는 어머니에게로 달려갔다.

 

 

 

 “유검, 오지 말아요!!”

 

 

 

 언제나 유검에게 존댓말을 쓰며 다정하던 선아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유검은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그때,

 

 선아가 문 앞에 바로 위치해있던, 달이 정면으로 보이는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항상 같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던 아버지 재헌과, 어머니 선아, 그리고 유검은, 눕기 전 창문 앞에서 달을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 사랑스러운 장소에서 순식간에 바닥으로 사라져버린 선아, 그리고 그 빈 자리에 유검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지 상상할 수 없던 유검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창문에 다가갔다. 자신이 지금 숨을 쉬고 있는지, 마시고 있는지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군관들의 뒤통수가 여러 개 보였고, 그 머리에 가려 선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 시리도록 푸르게 빛나는 달빛 때문에, 바닥에 번져가는 피를 감추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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